현대차 정규직 노조를 공격하는 사람들 나는 수시로 뻘소리한다

어제 송호근 교수의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인식을 비판한 나의 글이 대문에 걸렸다. http://www.ddanzi.com/ddanziNews/165797735 여기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노조는 구성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조직일 뿐이다"

그 구성원에 들지 않은 비정규직, 사내 하청을 묵인해서 얻은 권익은 착취죠.
이 순간 노조는 더 이상 조합이 아니라 이익단체일 뿐입니다.

타인의 피땀을 착취해서 자기 배를 불리고 같은 노동자를 착취하는데 동의를 한 조직이라면 조합이라 할 수가 없죠.

구성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타인을 착취하는 것을 방관 혹은 묵인 또는 동조하는 노조를 노조라 부를 수가 있을까요?


현대차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처음 제기된 것은 내 기억으로는 2000년대 초반 '밥, 꽃, 양'이라는 다큐멘타리 영화의 등장으로 알고 있다.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대강 알고 있는데 현대차 파업 당시 정규직 노조원들이 사측과 타협하고 비정규직 노조들을 모른체 팽개친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밥, 꽃, 양이라는 제목은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대변한 것이라고 한다. 파업기간 동안 비정규직 청소 아주머니들은 정규직 노조원들을 위해 밥을 지어주었고, 정규직 노조원들은 청소 아주머니들을 파업의 꽃이라 부르며 추켜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사측은 정규직 노조와만 협상을 타결했고,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조원을 팽개치고 작업장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마지막 '양'이라는 단어는 정규직들의 희생양이 된 비정규직 노조들의 신세를 상징하는 말이라 한다.


나는 현대차 정규직 노조를 무조건 옹호할 생각이 없다. 그들도 인간이고 인간인 이상 다양한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당연히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밥, 꽃, 양'에 고발된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배신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최근에 현대차 노조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언사를 보면 지나칠 정도로 과장되었다는 느낌이다. 송호근의 경우는 아예 현대차의 문제는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라고 못박아버리고 논의를 시작한다. 내가 소개한 댓글을 쓰신 분은 아예 현대차 노조원들을 '타인의 피땀을 착취해서 자기 배를 불리고 같은 노동자를 착취하는데 동의를 한 조직'이라고 낙인찍어버렸다.


나는 노동 문제를 전문적으로 파고들어온 사람이 아니다. 인생이 잘 안 풀려서 건설업에 발을 디뎠다가 일당 많이 받는 것에 혹해 고소공포증을 무릅쓰고 비계를 시작한지 오 년 남짓한 사람에 불과하다. 현대차 문제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거의 전무하다. 현대차 공장은 고사하고 이제까지 울산 땅 한 번 밟아본 일이 없다. 다만 나는 내가 가진 일반 상식과 나의 약간의 현장 경험을 통해 현대차 노조에 가해지는 부당한 비난을 지적하고자 한다.


4년 전에 기흥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 두 달간 공사를 들어간 적이 있었다. 삼성 반도체 근로자들은 삼교대로 근무한다. 교대 시간 무렵 되면 이십대 초중반 정도의 여성 노동자들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정규직 노동자이고, 나와 동료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당시 우리는 생산된 반도체의 이동을 위해 두 개의 건물 삼층을 연결하는 오버 브릿지라는 구조물을 설치하는데 다른 작업자들이 오버 브릿지 외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비계를 설치하기 위해 투입되었다. 넓게 보면 삼성 반도체 정규직과 우리는 서로 연관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공정이 겹치는 일은 없었다. 만약 우리가 삼성이나 그 하청업체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그들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고맙긴 하겠지만 도와주지 않는다 해도 하등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사실 그들이 도와준다고 나서면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 것 같다. 현대차나 삼성 반도체처럼 수 천 명이 근무하는 대형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적은 남남일 뿐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 노조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 정규직들의 급여가 높은만큼 사회적인 책임을 가지라는 주문도 마찬가지로 부당하다. 연예인에게 공인의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현대차 정규직 노조원도 공인의 범주에 포함되는 모양이다. 급여가 많든 적든 그들은 노동자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공사 현장에 가면 특수 전문직종이 아니면 가장 많은 일당을 받는 것은 비계공들이다. 현재 비계공 일당은 최고 25만원 선에서 형성되는데(아쉽게도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현장 청소하는 분들처럼 저단가 분들의 배 정도는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일당을 적게 받는 다른 직종 분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들의 문제를 책임질 이유는 전혀 없다.


댓글을 남기신 분은 '타인의 피땀을 착취해서 자기 배를 불렸다'라고 현대차 노조를 비판했는데, 만약 현대차 사업장에서 노동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그 수혜자는 정규직 노조원이겠는가 경영진이겠는가? 삼성동 한전부지를 10조에 인수한 것은 현대차 정규직 노조인가 정몽구 회장인가?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정몽구 회장조차 제끼고 다른 노동자들의 피땀을 착취하는 존재라는 말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물론 그 와중에서 일찍부터 노조를 조직하고 강성노조로 유명한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도움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비정규직을 대신해서 싸워야 할 의무는 없다. 누구도 남의 문제를 대신해서 싸워야 할 의무는 없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돈을 벌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일 뿐 사회주의 노동자 혁명을 준비하는 투사가 아니다. 그들에게 있지도 않은 의무 따위 짊어지우고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말라. 물론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은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힘들긴 하지만, 그들을 도울 책임은 정부와 전국단위의 노동단체에 있는 것이지 개별 사업장 노조에 불과한 현대차 노조에게는 그런 의무가 없다.


얼치기 사회주의자들의 현대차 비난은 송호근 같은 이들이 고스란히 도용해서 현대차 노조, 나아가 고임금 노조를 비난하는 용도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송호근 같은 이가 노리는 목표는 현대차가 아니다. 강성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전체 노동자들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고 임금 수준을 내려, 궁극적으로 '기업하기만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자본가들의 이해와 욕구에 충실히 맞춰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된 생산 현장에서 일해본 경험이나 있는지 심히 의문이 가는 입진보(진보인 척 가장하는 보수 세력일 수도 있지만)들이 여기에 가세해 멀쩡히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본가와 결탁한 착취자로 몰아세운다. 


현대차에서 정규직에게 임금을 많이 지불하는 것은 노조가 강성인 탓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더 궁극적인 이유는 그만큼 지불해도 충분할 만큼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0조원을 들여 한전부지를 인수했다. 거기에 건물을 세우려면 그 세 배 정도는 더 많은 공사비를 투입해야 한다. 그걸 감당할 수 있으니까 한전부지를 인수한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노동 현장에는 두 개의 한계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최저임금이고 하나는 현대차 정규직 급여이다. 최저임금은 이 이하로 노동자의 생활수준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법으로 강제한 하한선이고, 현대차 정규직 급여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쟁취한, 블루 칼라 노동자들도 이 정도를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한선이다.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낮추려 혈안이 되어 있는 자본가, 보수 언론, 어용 지식인들이 이 두 한계선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현대차 노조는 주위 신경쓰지 말고 더욱 열심히 협상해서 임금을 올리길 바란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나사를 조여도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면 다른 사업체의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각 사업체의 노조들이 임금 협상을 할 때 현대차 노동자들이 이 정도를 받는데 우리도 이 정도 선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제시할 수 있는 좋은 근거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더 많은 급여를 받으면 받을수록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들 역시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전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현대차 노조가 비정규직을 돌보지 않는다는, 나아가 그들을 착취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린다는 비난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비난을 하는 이들이 진정한 노동자의 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노동자를 위하는 척 탈을 쓰긴 했지만 결국은 자본가들의 앞잡이일 뿐이다. 괜히 있지도 않은 휴머니즘 내세우지 말고 차라리 본인의 우꼴적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편이 더 생산적인 논의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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