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생각] 박근혜가 남긴 계륵, 창조경제혁신센터 카테고리 미분류 글

좋던 싫던 다음 정부는 현 정부에서 시행된 많은 정책과 시스템을 물려받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이 워낙 형편없었기에 다 갖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막상 차기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수리해서 써야 할 것들도 많다.

 

최근 안희정 지사의 발언으로 인해 이슈가 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살펴보면 현재 대선후보들이 갖고 있는 정책구상의 신뢰도와 그들이 정권을 잡은 향후 정국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을 제대로 산출해 내는 경제적 합리성과 국가운영에 대한 통찰을 갖기 위해 대선후보가 쏟은 노력을 검증한다는 차원에서도 한번쯤 접근해볼 주제가 아닐까 싶어 그간 정부의 장밋빛 보도 자료들에 가려져 찾아보기 힘들었던 창조경제혁신센터 얘기를 해볼까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설립근거는 매우 빈약했다.

전국단위의 국가지원기관을 설립함에 있어 법과 시행규칙 등이 준비되어야 했으나 이제는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다시피 최순실에 의해 박근혜가 대리인이 되어 만들어낸 기괴한 조직이다 보니 법령적 근거는 창조경제 민관협의회 등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라는 11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빈약한 대통령령 밖에 없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설립에 있어 국민들의 요구를 모아서 치열한 준비과정을 통해 국회의원이 발의한 것도 아니고 거기에 따른 행정부처의 꼼꼼한 팔로우업은 없었던 것이다.

전국에 대학을 기반으로 소재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 특허청의 지역지식재산센터 등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지 않고 새로운 인프라를 새우겠다는 국고 낭비적 발상이었기에 더더욱 공론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법치주의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는데 법이라는 근간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권력자들에 의해 제멋대로 국정이 운영되는 것은 법치주의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계속 지속될 필요성이 있는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고, 만약 많은 국민의 요구가 있다면 간판을 유지하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법령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공기관으로써의 목적성이 불분명하다.

국가가 전국단위의 공공기관을 운영할 때는 대도시와 인구밀집지역에 집중되는 않는 보편적인 지원을 소도시나 농어촌이라도 그 수혜가 골고루 닿게 하기 위해, 특수한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 다방면의 자유로운 지원이 필요한 경우이다.

따라서 정부의 전국단위 지원기관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 위치한 기관이라도 동일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으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각 센터별로 중점기술 분야가 모두 다르다. 광주의 경우는 수소자동차를 충남의 경우는 태양열을 울산의 경우는 해양플랜트를 혁신분야로 정해 두고 있다.

 

이런 특이한 현상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설립과정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강제하다보니 각 대기업군의 기술혁신목표를 그대로 수용하여 얻게 된 결과다. 대기업을 상대로 삥을 뜯으면서 양심상 정부가 혁신과제와 기관의 목표까지 정하지는 못하겠고 결국 대기업 입맛에 맞는 기술혁신분야를 지정해준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jpg  

 

또 한 가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졸속으로 건립되며 나은 문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정운영의 중요 과제를 생각지 않은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은 전국 광역지자체의 대도시에 설립되어 국민들의 보편적 접근성에 한계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천안에 위치하게 되었는데 이미 충청남도는 중소기업청, 지역지식재산센터, 중소기업진흥공단등 다수의 정부지원기관을 충남 동부의 대도시인 천안과 아산에 세워두고 있어 서산과 태안 등의 충남서부와 부여, 청양 등의 소외지역에서 많은 불만이 있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천안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운 것이다.

 

충청남도는 15개의 시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천안과 아산을 제외하고는 공공기관의 접근성과 경제 문화적 격차가 큰 13개 시군의 균형발전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기에 새롭게 건립하는 기관인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입지 선정이 또다시 천안. 아산이었던 점은 지역민들에게 되풀이되는 소외감을 안겨주었다.

비단 충청남도 뿐 아니라 다른 창조경제혁신센터들도 이런 지역균형발전을 숙고했다고 볼 수 없는 입지선정이 많은데 그 이유는 갑작스런 졸속건립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과정에 대한 평가

2017년 예산 편성에 있어 충청남도는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예산을 전혀 삭감하지 않았지만, 다른 지자체는 완전삭감 또는 부분 삭감이 있었다. 타 지자체가 단순히 박근혜 정권에 대한 앙심을 품고 그런 판단을 했을까? 여러 지자체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예산을 삭감한 이유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과정에 대한 평가에 기반을 두었는데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인사적인 문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센터장 인사에 있어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았고, 담당 대기업의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되었다. 또한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비정규직 비중이 크다. 거기에 지자체에서 파견된 공무원들까지 조직에 섞여 있어 조직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 대기업 출신 인사는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지자체 파견 공무원은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 눈치를 봐야 하며, 거기에 예산의 절반쯤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지령(?)을 따라야 하고, 이 혼탁한 정국에 계약기간이 끝나면 정규직전환이 가능할리 없다는 자조 속에 일하는 직원들이 무슨 팀워크를 낼 수 있을까?

 

또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제점 간과할 수 없는 것이 국고의 중복지원이다.

중소기업청이나 타 정부부처 지원사업의 수혜를 입은 기업이 다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원을 받고 이미 다른 정부기관의 지원금으로 발생한 성과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로 탈바꿈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나 전혀 필터링이 되지 않고 있다.

되려 VIP의 관심사항이라고 일일보고를 위해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센터의 입장에서는 국고이중지원의 문제는 신경 쓸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되던 시점 대통령의 방문을 대비해 예산의 많은 부분을 인테리어에 쏟아 부었고, 고가의 기자재에 대한 활용도가 낮다는 언론의 비판이 있자 지역의 기업, 대학 등을 강제 동원하여 활용률을 높이는 등의 추태를 보이기도 했으나 정부가 쏟아내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과 보도 자료에 묻혀 그 실상이 알려진 바는 없다.

 

검찰의 수사과정 중 최순실에 측근이던 차은택이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의 홈페이지를 모두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폭로가 있었다. 부당한 압력에 의해 공공기관의 입찰시스템이 무력화 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17개 센터 중 단 한 곳도 이를 거부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 하나의 사건 만으로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음을 판단하는데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은 많은 정책과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내놓는다.

어떤 면에선 그이의 말이 맞는 말 같은데, 언뜻 그가 내놓은 인과관계를 보면 꺼림칙하지만 잘 모르겠고 골치 아프기만 하다.

 

이럴 때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어떨까?

 

2년이 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매몰비용을 감수하고 엎을 것인가? 아니면 어쨌든 정부라면 전국단위의 경제혁신을 위한 지원기관이 갖는 기회비용을 생각해 유지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 근거로 무얼 생각해봐야 할까?

대기업이 아니고선 미래 성장은 불가능하니 박근혜가 악용했을 뿐 이제 앞으로는 선용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할 것인가? 실리콘벨리의 성공이 결코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대기업 밑을 닦아주며 혁신 아닌 혁신에 끌려가지 않도록 대기업을 배제하고 풀뿌리 스타트업부터 새로 견인할 것인가?

 

이미 창조경제혁신센터 이전 부터 있었던 창업보육센터와 지역지식재산센터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은 없을까? 지자체 산하의 산업진흥재단, 지역발전연구원의 성과는 지금의 창조경제혁신센터보다 나은가?

 

어렵고 귀찮겠지만 스스로에게 던진 많은 질문과 답변 속에 분명 자신만의 판단이 설 것이고, 그 판단과 대선후보의 판단을 비교했을 때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검증과정이 고단하다고 스스로 포기하고 TV화면 속에 몇몇 패널들과 대선후보가 1시간여 정도 말잔치를 한 것을 검증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제2의 이명박과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 올리는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오전 10:02 2017-02-14

[관련기사]
1. 센터장도 없이 문 연 창조경제혁신센터 - 영남일보, 201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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