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4. 22. 월요일
독투불패 활기찬
결국 또 돈이다.
감시카메라 따윈 가볍게 무시해주고 옥상에 올라가 별짓을 다하고 내려 왔더니 횽의 횽과 만나기로 한 시각이 다 됐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날 옥상에서 사진찍고 난리치는 걸 뒤늦게 발견한 시큐리티가 우릴 잡으러 다녔다는데 다른 나쁜 짓해도 안잡힐 것 같다, 잡으러 다니는 속도가 56k 급이다.)
호텔 앞에 정차된 택시 하나를 집어타고 횽의 횽과 만나기로 한 식당으로 향했다(비용을 절약해서 알뜰하게 여행 다니는 분들에겐 드릴 정보가 없어 죄송하다, 검거 후 송환이 목적이라 기동력이 필수... 는 개소리고, 더웠다).
대로변에 있다는데 기사가 식당을 모른단다. 모른 체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데? 인근 도로들이 밤낮없이 꽉꽉 막히는 곳이라 안그래도 맘이 급한데 빙빙 돌려는 설레발이 포착되서 "롱빠이!!! 롱빠이!!!(직진 !!!직진!!)" 해줬더니 화가 났는지 거친 곡예운전드립으로 되돌려준다.
기억나나? 마이클횽아가 키트를 타고 옆자리에 탄 사람들을 농락하듯 차선 바꾸고 회전할 때마다 유리창과 혼연일치가 되는 경험을 했다. 그 러시아워 속에서도. 약간의 멀미증세가 와서 나도 모르게 인삿말이 튀어 나왔다.
"게쉑기"
중국대사관을 지나고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갔더니 모퉁이에 횽의 횽이 얘기한 식당이 보인다. 마당이 넓은 시푸드 부페다.
태국의 소주(태국사람들의 기호도 측면으로만) 생섬.
뒤끝이 아주 별로라는데 긴장감을 유지해야 했기에 안마셨다.
어린이 입맛인 내게 딱맞는 카우팟.
육류, 해산물, 야채 등을 주재료로 해서 볶아내는, 만만하게 시켜먹을 수 있는 태국음식
얌운센이라는 매운 샐러드, 역시 해산물이 많이 나는 나라답게 새우가 안빠지고 들어간다.
'이거'
메뉴판 보고 '이거' 달라했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어린이 입맛엔 좋았다.
소고기인 것 같았음.
결국은 돈 문제다.
횽의횽은 채권자들과 현지처까지 줄줄이 데리고 나와서 빚잔치를 위한 회계보고를 시작했다. 그런데 횽의횽의 채권자들은 모두... 여자였다!(횽의횽 얼굴 뒤로 후광이 비치는 걸 느꼈다.)
채권자 언니들은 나와 같이간 횽을 중앙일보 직원들이 홍석현 바라보듯 애정어리고도 간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돈 내놔"라고 협박아닌 협박을 한다. 사업한다고(무슨 매뉴얼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나 태국이나 어찌 이리 스토리가 사랑과 전쟁스러운지) 빌려가고 체류에 필요한 생활비 대주고.
듣다보니 생계형 대출이라 이해해주기로 했다, 적어도 난.
그러나 그 때부터 별 흥미가 없어졌다. 좀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거 였다. 그냥 먹고 살자고 같이 명랑운동 하던 언니들에게 돈 빌린 거고 하도 오래 불법체류하다보니 대사관통해 정식(?) 송환되려면 벌금도 만만찮게 내야할 것이므로 그냥 그런 돈이 쌓인 거였다. 액면으로는.
횽의 횽이란 사람도 폭력으로 끌고갈 만큼 나빠 보이지도 않고 해서 호텔서 만나자 하고 식당을 나와버렸다.
우로부터 번호.
이래저래 돈 빌려주고 맘 조리고 있는 언니들이다.
환단고기의 근원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발견했다.
유레카!!!!
호텔 쪽으로 걷다보니 상설시장 같은 곳이 나타났다.
흥정같은 거 해서 물건도 사보고 싶었지만 카메라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는 핑계.
(일일이 구글링 하기가 너무 귀찮자나)
길거리를 걷다보면 이런 제단을 많이 만난다.
촛대 하나 있는 제단부터 이런 대형 제단까지.
종교, 인류 역사를 관통하고도 신의 생각까지 헤아려야 하는 어려운 문제다. 답을 찾는 게 무리무리.
시디 한 장에 100바트면... 4천원 정도?
그나저나 오래됐다, 브리트니와 가가의 앨범자켓보니까.
럭셔리 컨버터블 택시.
수동개폐인 게 함정.
횽의 횽을 안 데리고 오면...
이렇게 될까... 싶은 생각에 만원짜리 하나 넣어주고 왔다. 환전은 알아서.
멀리서도 사진찍는 놈이 관광객임을 알고 선물 사가라고 소리지른다.
조명기구인 것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 하고 기억을 떠올렸더니 야동이었다.
식당에서 나와 한 블럭만 걸어 나가면 R.C.A(Royal City Avenue).
태국 좀 다녀본 횽들은 너무 잘아는 동네. 자칭 클러버라는 횽들은 더 잘 아는 동네. 카오산로드와 함께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노는 동네.
대형쇼핑몰도 있고 로또 번호표같은 걸 몸에 붙인 안마아가씨들이 잔뜩 앉아서 무미 건조한 표정 날려주는 타이마사지(라고 쓰고 사창가라고 읽는) 숖도 길에 널려 있고 삼삼오오 앉아서 담소하며 술 마시기 좋은 라운지 바(Bar)들도 널려 있는 곳이 이곳이다.
연식도 연식이고 유흥가에서 크고 무거운 카메라 들고 돌아댕기는 것도 우습고 해서 대로변따라 호텔 쪽으로 걸었다.
망할... 곡예운전 때문에 얼마나 왔는지 몰랐는데 걷다보니 사진 안찍고 걸어와도 4~50분은 걸릴 거리였네.
RCA의 버스커버스커...는 개뿔.
플랫!! 플랫!!!
얼마인지, 어뜨케 하는 건지 절대 들어가보지 않았고 흥정 안했음.
관광도시답게 거리 곳곳에 24시간 환전 가능한 ATM기가 있다.
환전수수료...는 공항보다는 약간 싼 것 같기도 하고.
얼마나 많은 재외 한국인들이 집으로 가고 싶어도 못가고 전화를 걸고 싶어도 못 걸까.
호텔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냄새가 솔솔 난다.
피씨방이 저렇게 큰건가!!!!
우리나라 국적기 항공사 직원들이 즐겨찾는다는 호텔.
이 근처에선 가장 고급스럽다는데 예쁜 언니들 찾으러 로비까지만 가보고 객실엔 못갔으니 확인불가.
묵고 있는 그랜드 머큐 포춘 호텔과 연결되어 있는 로빈슨(중간에 IT센터인가가 끼어있지만).
여행자의 티셔츠는 피곤하다.
밤새 땀에 절은 티셔츠를 빨아서 창가에 널고
타이 맛사지 간판을 떠올리며 자리에 눕는다.
문득 창밖을 보니 또 해가 뜨려한다.
독투불패 활기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