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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4. 10. 수요일
독투불패 활기찬



이 글은 여행기도, 그렇다고 죽돌 기자님의 기사처럼 스펙타클한, 곧휴 불끈대는 블록버스터도 아닌. 그냥 그저 그런 뻘글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간간히 현지의 여행정보도 나오겠지만 여행을 목적으로 가실 분들에겐 1mg 도 도움이 안 되는 글이니 괜한 기대하지 마시길. (필력 쩔어주시는 딴지스횽들의 글들을 아무리 열독하고 공부해도 어쩔 수 없어. 씨바)









글을 시작하기 전에 쉴드쳤지만 이글은 제목처럼 '불법체류자 송환 프로젝트의 기록'도 아니고 일탈을 꿈꾸며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한 여행기도 아니다.

볕이 좋았던 어느 봄날, 누군가로부터 받은 뜬금없는 제안으로 시작된 졸라 절박한 자와의 졸라 느긋한 동행기이다.


.전화.jpg



"00냐? 나야, 00횽"

"어, 횽, 왜?


"다른 건 아니고 횽의 친횽이 비자도 없이 태국서 사업한다고 5년째 있는데 사기 당하고,
돈도 털리고 여차저차 해서 극개털이야.
나오고 싶은데 
가서 상황 좀 보고 꺼내 올만하면 꺼내오려고.
한 일주일 휴가낼 수 있냐?"


당시 나는 사진에 미쳐 있었고 잉여력 만큼은 100만 일베충을 생산할 수 있는 하이브 수준이었던지라 소요경비와 일정만 맞으면 사진이나 실컷 찍어오자 싶어 콜 했다. 

동행조건은 가끔 대사관이나 관계기관 갈 때, 즉 문제의 '횽의 횽'을 빼내오기 위한 일정을 제외하곤 모두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사진 찍고 돌아댕기는 조건.

일정이 잡힌 후 그간의 상황을 들어보았다. 사업한다고 어지간히 집안, 형제들 등골을 빼먹은 막장 횽이고 걍 거기서 뒈지라고 하고 싶을 정도, 라고 했다. (이런 분덜이 대한민국 각 집안에 한 사람씩, 약 100만명 있는 것으로 추산 됨)

체류기간이 지나 불법체류자의 신분이 된 후 한국으로 오고 싶다해서 벌금과 경비를 보내줬지만 그때마다 그 돈들고 튀어서 잠적하기를 여러 수십 차례,

"마지막이다, 젭알"

을 반복하다 지쳐 이번에는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데리고 와야겠다 싶어 최종 결심을 했다는데 중요한 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왜 나에게 동행을 하자했는지에 대한 답을 못 얻었다는 거.

나는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기를 작정하고 떠나는 스타일도 아니고, 방문하고자하는 지역의 역사적, 지리적, 인문학적 정보를 공부하는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다. 기록, 메모 이딴 거 없이 오롯이 사진으로만 당시의 상황을 기억해내는 타입이라 여행기를 쓰려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어쨌든.

티켓팅,숙소,일정에 카드까지 그 횽에게 던져놓고 기다리기를 일주일.

캐리어보다 큰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특수화물로 보내고 나니 이제야 나가나 싶었다.

예상 일정은 태국 4박, 홍콩 2박에 마카오까지 가는 일정인데 사람잡으러 가는 게 어디 일정대로 되나. 살아 오기만 하면 되는 거다.



시간표.jpg 

나 해외여행 간다~~ 라고 자랑할 때 찍는 사진 1번



뱅기탑승.jpg


비엔나 소세지 처럼 줄줄이 엮여서 비행기에 탑승
Pink Floyd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뮤비가 불현듯 떠오른다.



안전벨트매라우.jpg


안전벨트 매라우~




뱅기음악.jpg


내 무릎 위에 
Michael Buble를 태우고 횽의횽에게 한마디 한다. 
"언제 말해줄거냐 한국에 돌아온다고~"




그 횽도 사진쟁이라 창가자리에서 개나 고동이나 다 찍는 뱅기샷 찍고 싶었을텐데 심정이 시궁창이라 조용히 눈감고 잠에 빠져들었고 혼자 신난 나만 열나게 셔터를 누르고 있다.


'너무했나?'

'나까지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으니 나중에 힘쓸일 생기면 힘쓰지 뭐.' 


1분간의 자위, 다시 창 밖 구경.



출발뱅기.jpg


나 해외여행 간다~~ 라고 자랑할 때 찍는 사진 2번



뱅기양떼.jpg


몸과 대가리가 90도로 꺾인 채 여러 시간을 보낸 후 
태국에 가까워 오자 태국스런 구름이 나타난다.



뱅기도착.jpg


야트막한 구름을 가르며 착륙준비를 하는 비행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횽의 횽의(?) 선불폰으로 전화를 한다. 


"도착했다, 어디로 갈까?" 


사실 어디로 갈까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쯤에서 지도.

방콕지도.jpg



보이나, 대사관?


여차하면 묶어서 대사관 돌입하려고 숙소도 라챠다(Ratchada)에 있는 그랜드 머큐리 포춘 호텔로 잡았다. MRT로도 한코스고 차로가도 금방가기에 물리력을 행사한다해도 덜 힘드니까.

바로앞에 지하철역이 있고 객실도 요금에 비하면 넓고 깨끗한 편이어서 꽤나 괜찮다. 외국 항공사 언니들이 많아서 육두스러운 상상도 많이 하게 되는 게 초 장점.



숙소전경.jpg 


하필 태국관광청에도 이 앵글의 사진이 등록되 있어 오해를 많이 받는다.



라챠다숙소앞.jpg



원색의 택시들이 아슬아슬 곡예운전을 한다.(호텔에서 내려다 본 거리)




개사진.jpg


더운나라 다녀보심 알겠지만 개들이 털이 없다.
진화론에 힘실리나?
호텔을 지키는 개.


피곤.jpg


아, 개 피곤해....



외국항공사.jpg

언니들 때메 이 호텔을 잡은 건 아니야...그런데 몇 호세요?




체크인, 내가 안했다. 

그래서 프론트 직원이 영어를 잘하는지 발음이 어떤지, 한국인 직원이 있는지 따윈 모르겠다.

말했지 않나, 여행정보 따윈 기대마라고, 검색 검색!!

그저 지나가는 유니폼 언니들의 항공사 맞추기 놀이와 저 길고 육덕진 몸을 쉬어가는 곳이 몇 호일까, 에만 몰두했다.  

짐을 풀기 전, 로비에서 '횽의 횽'을 만날 생각으로 전화 몇 통을 더 한 것 같다. 근처라고 하는데 두 시간을 기다렸다.



'만나면..나도 때려줘야지...'






뺨.jpg

좀 맞자.




그렇게 또 한 시간이 흐르고 예쁜 언니들보다 관광객들이 로비에 더 많아지려 하는 순간 전화가 왔다.

'횽의횽'이다.



"저기, 배고픈데 거기서 택시타고 한 10분쯤 오면 식당이 있는데
거기로 오면 안돼? (대충 이런 내용인 것 같았다)"


"아놔 씨팍. 알았어. 이번에도 늦으면 그냥 한국 들어간다?"


횽이 짜증낸다.

체크인 하고도 로비에서 서성거리던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직원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각자의 방에 짐을 풀었다. (왜 각방을 잡았을까에 대한 상상은 알아서들 하시고)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아 지병이 도진다.

화물 꼬리표가 잔뜩 붙은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꺼내 올라간다, 호텔 옥상으로.




룸_물.jpg


이런 병마개 좋아라 한다.



라챠다_번개.jpg


옥상에 올라서 방콕 중심가를 바라본 야경.
구름 사이로 번개도 치고 졸라 스펙타클 하지?



라챠다_야경.jpg

아....그 언니들은 자고 있을까?





시간날 때... 가 아니라 금새 2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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