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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렉시트(Brexit)가 뭐냐?


올해 2월, 현 영국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는 영국이 유럽연합의 멤버로 계속 남을지 아니면 멤버로 탈퇴할지의 문제를 국민투표를 부치겠다고 발표하였다. 국민투표일은 6월 23일로, 만약 탈퇴하자는 표가 더 많을 경우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최초로 탈퇴하는 국가가 될 예정이다. 브렉시트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British + Exit'의 합성어이다.

 



2. 근데 영국이 유럽연합 멤버였냐?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맞다, 유럽연합 멤버. 영국은 Treaties of European Union이라는 조약을 서명한 28개국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히 답해드리고 넘기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애초에 유럽연합이라는 건, 멤버국가들과 여러 가지 조약을 덧씌어가는 식으로 지금의 형태까지 다듬어진 것이기 때문에, 각국의 이해관계와 정치 상황에 따라 어떤 조약은 사인을 하고 어떤 건 안 하는 등 복잡한 사정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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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인 듯 연합 아닌 연합 같은 존재


영국은 이런 식으로 예외 조항을 많이 적용 받은 국가 중 하나였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의 공식 통화인 유로화를 쓰지 않고 독자 화폐인 파운드를 써온 것, 또한 회원국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셍겐조약을 서명하지 않은 것 등이 있다.


애초에 유럽연합 멤버이긴 하되, 간을 보며 발을 반만 담궈둔 상태였던 것이다. 덕분에 여차하면 유럽연합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걷기가 용이하다.



 

3. 여론조사 동향은 어떠냐?

 

6월 13일 가디언지가 ICM과 함께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탈퇴하자는 쪽이 53%로 잔류하자는 의견에 비해 살짝 우세한 상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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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지의 여론조사 결과


통계마다 비율이 조금 다르긴 한데, 탈퇴 쪽 우세가 최근 들어 점점 강해지는 모양새다.

 



4. 왜 탈퇴하자는 쪽이 많냐?

 

탈퇴 쪽에서 가장 강하게 밀고 있는 근거는 이민 문제다. 애당초 유럽연합 내에서도 영국은 잘사는 축이라, 수많은 유럽연합 내 노동자가 영국으로 유입되고있는 판국이었다. 그런데 시리아 내전으로 촉발된 대규모 난민사태가 유럽연합 국경관리의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2015년에만, 무려 333,000명의 노동자가 영국으로 이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파리와 브뤼셀에 잇달아 벌어진 테러사태는 영국국민들로 하여금 경제적 (일자리), 사회적 안정을 위해 유럽연합에서 벗어나 고립된 섬나라로 돌아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몰아가게 하였다.

 

여기에 주권문제도 얽혀 있다. 유럽연합에 있는 국가들은 유럽연합이 정한 수많은 환경, 사회적 규제 등을 따라야 한다. (대표적으로, 수출의 3분의 1을 청어잡이로 채우는 아이슬란드의 경우 유로의 환경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려고 유로의 가입을 미뤄왔다). 각종 노동규제 같은 굵직한 현안은 물론, 변기 물 내리는 것까지 EU와 영국 간은 갈등을 겪어왔다.


마지막으로, 그리스사태와 남부 유럽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유로존의 근본적인 문제가 많이 노출된 측면이 컸던 것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체격이 맞지 않는 나라들이 단일화폐로 묶인 탓에 구조적인 위기가 찾아왔고, 이런 위기에 유럽회원국들은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유럽연합 신규가입 의사를 밝힌 희망국들도 최근 가입 문제를 질질 끌고 있는 마당이다. 이에 영국은 더 엮이기 전에 발을 빼서 당장은 혼란스럽더라도 장기적으론 안정적인 독자 노선을 걷는 게 낫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5. 탈퇴하면, 영국은 어찌 되냐?

 

일단, 가장 급한 문제는 유로존이라는 거대한 경제존과 영국 간의 교역이 감소된다는 점이다. 현재 영국 제품의 약 51.4%가 유로존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탈퇴하는 순간 영국은 이들과 교역 협정을 다시 맺어야한다. 그 기간동안에는, 유럽으로 수출이 제한되거나 관세를 적용받을 수가 있다. 또한, 유럽연합이 FTA를 맺은 개별국가와도 다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

 

탈퇴파는, 유럽연합과 노르웨이처럼 Europe Economic Area 회원국이 되어 FTA를 맺으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유럽연합의 온갖 회유에도 영국이 박차고 나간다는 데야 유럽연합이 어떤 심통을 부릴지 모른다. 참고로 노르웨이의경우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니긴 해도, 유럽연합 규제의 70%를 따르며 분담금도 꼬박꼬박낸다. 영국이 나갈 땐 당당하게 유럽연합을 나가더라도, 이런 준회원의 지위를 다시 얻으려면 금방 다시 수그리고 들어가야 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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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은 이런 무역과 관련해 약 2% 가량의 GDP가 상실될 것으로 예측했다. (뉴욕 타임즈 참고) 재무부 장관은 2030년까지 영국의 GDP의 6%가 줄고, 일자리가 최대 82만 개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 기사 참고). 가디언지는 자동차 산업과 금융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최대 9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가디언지 기사 참고).

 

한마디로, 졸라 후달리는 불황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들이다. 이런 예측들은 단순히 유럽연합과의 교역감소 뿐만 아니라, 런던이 국제금융허브로써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런던은 오랫동안 파리나 프랑크푸르트 같은 경쟁자를 제치고, 전세계 투자은행들을 유치해온 덕에 약 220만 명의 근로자들이 이곳에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만약,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다면, 런던은 유럽연합의 경제 수도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주도권을 다른 도시에 넘겨줄 수 있다. 이미 도이치방크에 경우,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런던지점을 철수한다라고 공언했고, 다른 은행들 역시 유로존에 남기 위해 지점을 옮길 수 있다.



 

6. 유로존에 미치는 영향은 뭐냐?

 

유럽연합입장에서도 영국 탈퇴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EU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 약 6.6% 가량이 영국으로 향하고 있는데, 이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최초의 탈퇴자가 나오면, 앞으로 유럽연합이 어떤 식으로 와해될지 모르게 된다. 이미 그리스가 탈퇴 직전까지 간 마당에, 영국이 정말로 탈퇴를 해버리면 애초에 조약을 기반으로 한 유럽연합이라는 구상은 어떤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연쇄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영국이라는 중량감 있는 나라가 탈퇴를 해버리면, 자칫 유럽연합이 '독일과 아이들'처럼 변해버릴 수 있다. 프랑스도 예전만 못하고, 남부 유럽이 위기를 겪고있는 현 상황에서 영국의 탈퇴는 유럽연합의 균형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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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앞으로 우째 되냐?

 

여론조사가 워낙에 팽팽하기 때문에, 사태를 예단하기란 매우 어렵지만, 그냥 감으로 찍으라면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잔류하지 않을까 싶다. 선물시장만 놓고 보면 잔류 쪽에 베팅이 7까지 갔었다.

 

비록 여론조사가 계속 불리하게 나오고 있으나, 잔류에 찬성여론이 높은 젊은 계층이 꽤 많이 투표신청을 했다라는 보도가 나오고, 현재 약 10% 남짓한 부동층이 브렉시트라는 공포가 점점 실체화되면 막판에 잔류 쪽으로 표를 모아줄 수도 있다.


이미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파운드화는 폭락 중이고, 약 열흘 남짓한 시간은 감정적 반발심이 이성적 판단에 의해 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본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어느 쪽으로든 확 기울 것 같진 않다는 점이다. 비록 잔류를 하더라도, 유럽연합이 위태로우면 후임 지도자에 의해 언제든 재투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탈퇴 쪽으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주 아슬아슬한 차이라면 유럽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보다는, 원만한 관계 회복이 최우선 과제가 될 수 있다. 유럽 연합에서도 투표 전까지는 총력을 다해 겁을 주겠지만, 막상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이게 별거 아니다란 식으로 물타기를해서 충격을 최소화하려 할 수 있다.

 



8. 한국에는?


일단, 그리스 같은 나라보다는 우리가 교역을 많이 하고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FTA 등등 우리 쪽에서 당장 해야 될 일이 많을 꺼다. 


하지만 이런 정책적인 부분보다도, 필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자칫 브렉시트가 금융시장에 큰 불안을 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금도 영국에서 시작된 혼란에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엔화 등으로 자본이 몰리는 경향이 보인다. 몇십 년째 빌어먹을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이런 위험 감소 (Risk Averse) 분위기에 휘말려 자칫 대규모 투자감소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우리 같이 작은 나라는 어느 쪽으로든 파도가 크게 일기만 하면 괴로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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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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