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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 민영화에 대한 음모론


몇 달 전부터 이상한 소문, 아니 음모론이 돌았다.

 

한국의 전기와 가스 같은 공공 서비스 분야가 민영화가 될 것이며, 민영화 이후 그 판매는 특정 다단계 업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대선 후보인 트럼프가 이 계획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의 권력자들이 결탁했기에 곧 이루어질 것이니 어서 다단계에 합류하라는 식의 소문이었다.


아마도 다단계 회사의 회원 중 누군가가 만들어낸 얘기가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며 더 살이 붙고 뼈대가 갖춰진 음모론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다단계 업체에서 사람 홀리려 하는 감언이설에 속으면 안 된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국가의 의무이고 국민의 권리인 공공서비스를 어떻게 다단계로 판매할 수 있느냐고 일축했었다.

 

그러던 와중 6월 14일 정부는 '에너지 공기업 기능 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전기와 가스 부문의 빗장을 열어버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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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경향신문

 

난감하다. 상식적으로 일어나면 안 될 일이 계속 일어난다. 사람들에게 상식을 얘기하기가 머뭇거려진다. 바보가 된 느낌이다.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이후 다단계 판매라는 음모론을 믿는 보통의 사람들이 꼽는 근거는 이렇다.

 

하나,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돈벌레인 미국의 대선 후보인 트럼프가 준비 중인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미국의 헛기침 한 번에도 벌벌 떠는 한국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막을 수 있겠냐는 것.


실제로 미국 대선 후보인 트럼프는 ACN이라는 다단계 회사로부터 250만 불의 대가를 받고 홍보 발언을 했던 과거 행적이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탄로 났는데 지금은 자신과 ACN이라는 다단계 회사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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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미국에서도 이미 전기의 판매가 다단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미국에서는 전기 민영화 이후 다단계를 통한 민간 대상 전기 판매가 행해지고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고액의 요금제를 쓰게 하는 불완전 판매를 했다가 법원의 철퇴를 맞기도 했다.

 

셋,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처럼 대한민국 권력자들의 탐욕이 저질러온 짓들을 봤을 때 다단계 아니라 다단계 할아버지라도 돈이 된다면 해버릴 게 뻔하다는 것.


단군 이래 최악의 사기범이라는 조희팔은 다단계를 통해 서민들에게 5조 원 이상의 피해를 입히고 중국으로 도주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수사과정이 석연치 않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확실치 않다. 때문에 권력층의 비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넷, KT를 보면 한국통신공사가 민영화되는 것도 5년 만에 끝났다는 것.


실제로 97년 정부 지분 매각을 결정한 지 5년 만에 정부 지분이 모두 없어지고 외국인 지분이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고는 하나, 87년 노태우 정부의 민영화 발표 시점으로 보면 15년이 걸린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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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정부의 공기업 기능 조정 앞뒤로 나오는 해괴한 소문과 음모론은 국정의 운영 기조나 사회적 현상을 상식이 아닌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잘 맞아 떨어지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두 눈 부릅뜨고 국민의 권리인 공공 서비스 부문의 민영화를 막든지, 아니면 밖에서 뜨거운 불이 활활 타오르며 냄비를 끓이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찬물 속에서 서서히 헤엄치다 죽어가는 개구리가 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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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할머니 얘기로 풀어보는 지방재정 개편


박 씨 할머니는 8남매를 두고 있다.


그중 첫째와 둘째는 제법 많은 월급을 받는데, 어려운 동생들을 생각해서 할머니에게 매월 월급의 절반을 떼어 주고 있다. 동생들 살림에 보태주라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박 씨 할머니는 이 둘을 불러 너희 동생들의 형편이 갈수록 어려우니 이제 월급의 7할은 내놔야 하겠다고 한다. 그간은 어떻게든 참아오던 이 둘은 분통이 터졌다.


그럴 수는 없다고 대드니 박 씨 할머니는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어려운 동생들 돕겠다는데 제 생각만 하는 못된 놈들이라며 첫째와 둘째를 흉보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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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 중 몇몇은 8남매 중 여섯은 왜 그리 제 앞가림도 못 하는지 한심해 한다. 그런데 진실은 박 씨 할머니가 그 여섯의 월급마저도 자기가 집안을 이끄는 데 필요하다며, 모두 받아 챙긴 후 어렵고 힘들 때마다 조금씩 손에 돈을 쥐어 주고 있는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이 8남매의 속사정은 모르고 첫째와 둘째에게 인정머리가 없다는 둥, 또 6남매에게는 게을러서 제 밥벌이도 못 한다는 둥 욕을 한다.


지방재정개편안을 빗대어 지어낸 얘기다. 이번 지방재정개편안은 이렇듯 분열과 혐오 속에 일어나는 대중의 착시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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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근원적으로 지방자치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세금 구조에 있다. 아주 쉽게 말하면 정부가 지방세의 비중을 키워주면 지자체가 숨통이 트일 일이란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공산품의 부가가치세는 지방세가 아닌 국세로 중앙정부가 거둬들인 후 지자체에 그중 11%를 나눠주는 형태로 되어 있다.


반면 지방세에서 큰 비중을 가는 취/등록세의 경우 중앙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나올 때마다 인하되거나 면제되어 그 부담은 지자체가 지곤 했다.


혹자는 지방재정 자립도가 낮은 이유를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선심성 사업을 해서 그런 거다, 손익도 못 챙기는 전통문화축제를 열어서 그런 거다, 하고 말하지만 그 보다 근원적인 국세의 지방 정부 배분 개선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하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사업과 업무를 대신하여 수행하는 역할이 있기에, 자칫하면 중앙정부의 일을 지역민의 세금과 노력으로 메꿔야 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올 초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보육예산인 '누리 과정' 예산 사태를 보면 마치 군대에서나 보던 못된 고참의 행패와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5백 원 주고 새우깡 사고, 담배 사 오라며 남는 돈은 쫄따구 가지라던 그 못돼 처먹은 행태와 뭐가 다르랴. 이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으로 퉁쳐서 교부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바라고 하던 그 무책임함에 치를 떨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또 우리는 언론의 선동에 놀아나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지 않는 불교부지자체(성남시, 용인시, 수원시 등)가 어려운 지자체를 돕지 않는다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문제라고 편을 갈라 비난을 하고 있다.


이미 현재의 제도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높은 기초 지자체들은 광역지자체와 중앙정부를 통해 어려운 지자체에 수혈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기초 지자체라 해서 중앙정부의 사업을 나 몰라라 하고 손을 들어버린 곳도 없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박 씨 할머니는 8남매한테 받은 돈을 다 어디에 썼을까? 제대로 관리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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