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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복합적인 발달장애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용어. 워낙 다양한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를 가진 아이를 둔 가정이 많습니다. 제 직장 동료 중에도 하나 있고, 저의 선배의 직장 후배도 하나 있습니다.


자폐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고, 특수치료비는 비싸고, 커뮤니티에 들어가 봐도 뾰족한 수는 안보이고. 치료는 이게 좋다, 약은 저게 좋다고도 하는데 비용은 엄청 비싸지요.


‘내 아이는 조금 늦는 거겠지’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담담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제 아이는 56개월, 만4세 8개월이고, 우리나라 나이로는 6살이네요. 처음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는 20개월 쯤이었습니다. 모든 물건을 돌리는 것에 집착하는 증상이 있었고, 사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 대신에 내 손을 잡아끌어서 그 장소에 가려고 하는, 일명 크레인 증상이 있었네요. 내가 아이한테 말을 걸면 계속 딴 곳을 보는 증상도 있었습니다. 그때 바로 치료를 시작했으면 지금보다는 약간 나아졌겠지만, 여하튼 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럼 아는대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구분법


내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나 아닌가 구분법입니다.


1) 말은 늦어도 됩니다. 다만 말귀를 알아듣는 게 늦으면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장애 증상들은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말귀를 잘 알아듣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할 때에는 어느 정도 안심해도 됩니다. 돌 무렵이 되어서도 호명반응(이름을 불렀을 때 돌아보는 반응)이나 아이컨택이 잘 안될 때에는 더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2) 포인팅(손가락으로 원하는 사물 가리키기)이 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기어다닐 정도의 아이도 부모가 안고 있으면 원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포인팅을 하지 않으면 심각하게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혹시 포인팅이 없이 위에 언급했던 크레인 증상을 보인다면, 장애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저희 아이는 20개월 경에 어느 정도 감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 엄마나 저희 부모님이 그냥 늦는 거라고 계속 놔두라고 하는 바람에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입니다. 치료는 24개월 전에 시작하는 것이 베스트고, 적어도 36개월 이전에 시작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 치료는 40개월이 되어야 시작되었네요. 72개월이 넘으면 치료효과는 극히 미미합니다.


만약 우리아기가 24개월 전에 치료를 시작했으면 정상이 되었을까요? 아쉽지만 그건 아닙니다. 지금의 상태보다 조금 나아지는 정도지 어디까지나 장애인입니다. 혹시 치료가 늦어져도 너무 슬퍼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72개월이 넘으셨다면 치료에 큰 의미는 두지 않는 것이 편하실 거예요.


자폐증 진단


1. 다음의 1), 2), 3) 세 개의 영역에서 적어도 6개 이상이 해당되어야 하며,
이 때 적어도 1)에서 2개 이상, 2)와 3)에서 1개 이상씩이 해당되어야 한다.

1) 사회적 상호작용에 있어서의 질적인 손상: 다음 중 적어도 2개 이상 해당되어야 한다.
-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기 위한 눈맞춤이나, 얼굴 표정, 몸의 자세, 몸짓 등 비언어적인 행동을 사용하는데 현저한 결함이 있다.
- 발달 수준에 맞게 적절한 친구 관계를 맺지 못한다.
- 기쁨이나 흥미, 성취 등을 다른 사람과 자발적으로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예: 흥미있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가져오거나 가리키지 않는다)
- 사회적 또는 감정적인 상호작용이 없다. (예: 단순한 사회적 놀이나 게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혼자서 하는 행동을 좋아하거나, 다른 사람을 도구나 기계적인 보조물처럼 참여시킨다)

2) 의사소통에 있어서의 질적인 손상: 다음 중 적어도 하나 이상 해당되어야 한다.
- 말로 하는 언어 발달의 지연 또는 전체적 결핍 (몸짓이나 무언극을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대체하려는 시도를 보이지 않는다)
- 말을 적절하게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거나 계속하는 능력에 심한 장애가 있다.
- 특정 언어를 판에 박은 듯한 일정한 방식이나(stereotyped)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 발달 단계에 적절한 다양하고 자발적인 상상 놀이나 사회모방 놀이를 하지 않는다.

3) 제한적이고 반복적이며 일정한 방식이 유지되는 행동이나 흥미, 활동을 보임: 다음 중 적어도 하나 이상 해당되어야 한다.
- 일정한 방식이 유지되고 제한된 패턴으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흥밋거리에 사로잡혀 있다. 이 때 그 흥미는 강도나 초점이 비정상적이다.
- 특정한 그리고 비기능적인, 순서에 따른 행동이나 의례적인 행동에 융통성 없이 집착하고 있다.
- 일정한 방식이 유지되는 반복적인 운동을 한다. (예: 손이나 손가락을 흔들고 비틀거나, 몸 전체를 복잡하게 움직인다)
- 물건의 한 부분에 집요하게 사로잡혀 있다.

2. 다음의 영역 가운데 한 가지 이상에서 지체되어 있거나 비정상적으로 기능하며, 3세 이전에 시작된다.

1) 사회적 상호작용
2) 사회적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언어
3) 상징적이거나 상상해가며 하는 놀이

3. 레트 장애(Rett's Disorder)나 아동기 붕괴성 장애(Childhood Disintegrative Disorder)에 해당되지 않는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2. 치료법


저는 정보글을 쓰고자 하기 때문에 구분법과 치료법을 먼저 쓰겠습니다.


1) 장애에 대해 상당한 의심이 드는 경우, 지체 없이 의원급 소아정신과에 가서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의 효과가 제일 좋은 때: 18~24개월에 시작
다음으로 효과가 좋은 때: 25~36개월에 시작
그 다음으로 효과가 좋은 때: 37~72개월에 시작


72개월 이후의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고 말씀드렸지요?


주(主)치료는 언어치료와 놀이치료이고, 감각통합치료(감각을 통해 주위를 인지하고 움직임)나 인지치료 등은 부(副)치료입니다. 비용문제가 있을 땐 주 치료만 하셔도 무방합니다.


뱀발: 이때 자폐성 장애에 해당하는 ‘F코드’ 진단이 나온다면, 실손보험 보장에서 제외됩니다. R코드 진단(원인 불명의 언어발달 지연 등)이 나오면 실손보험을 받을 수 있습니다만, R코드 진단이 나오는 케이스는 상당히 드뭅니다.


F코드 진단 후에는 실손보험에 거의 가입이 되지 않습니다. 실손 보험에 들고자 하신다면 진찰 전에 우체국 실손 보험이라도 들어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 정식으로 발달장애 검사(종류가 다양함)를 받아야 하는데, 종합병원에서 상담과 진단을 받는 것이 향후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이건 나중에 설명할게요). 다시 말해,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18개월쯤에 지역의 소아정신과에서 진찰을 받아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와 함께 종합병원에서 상담과 진단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3. 받아들이기


지금부터는 조금 현실적으로 적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자폐아를 둔 부모님들은 읽으면서 조금 힘들 수도 있어요. 그래도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현실을 알려드릴게요.


자폐의 증상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치료시기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대부분의 경우 치료(특수교육)의 목적은 정상인으로 교육시키기가 아닌 ‘일상생활 가능하게 하기’입니다. 스스로 옷 입게 하기, 대소변 가리기, 일상적인 대화 가능하게 하기 등. 치료시기가 늦어지면 질수록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있어 불가능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온 가족이 24시간 붙어있어야 하는 등 상당한 고통이 따릅니다.


자폐장애 아동이 특수한 능력(수학에 재능이 있거나 음악에 재능이 있거나)을 겸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지능저하가 함께 오기 때문에 뭐 하나 시키기 위해서는 수십 번 수백 번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 해낼까 말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와 평생을 함께 지내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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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번트 신드롬(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

극소수에게서만 나타난다.

사진은 서번트 신드롬으로 초인적인 암기력을 보이는 미국의 스테판.


사람들은 자폐장애인을 불쌍히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힘들어 하는 것은 대체로 부모입니다.


부모의 심리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일반적으로 부모는 처음 이상한 증상을 보더라도 조금 늦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강력한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대체로 남편의 경우가 이런 케이스가 많은데, 이런 경우 아내 혼자 모든 스트레스를 감당하게 됩니다. 


거부반응이 강하다는 것은 부모의 인정이 늦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만 5살이 되어서야 겨우 병원에 데리고 가기도 합니다. 치료시기가 늦어서 가족이 함께 하더라도 매우 힘든 생활을 하게 되지요.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부모들은 처음 1년간은 수시로 웁니다. 대체로 아이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불쌍해서입니다.


첫 번째로 또래 다른 애들과 비교될 때,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지극정성으로 키웠지만 우리아이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거든요. 미치도록 속이 상하죠. 두 번째로 남편과 아내가 서로 탓을 할 때가 있어요. 일반적으로는 남편 나이가 많으면 자폐확률은 올라갑니다. 아내 나이가 많으면 다운증후군의 확률이 올라가지요. 부부가 합심해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극한 스트레스에 이혼까지 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내는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남편이 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편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제 아내의 경우, 아이를 낳고 나서 예쁜 아이를 낳아줬다면서 저에게 뭐 사달라고 장난스럽게 말하기도 했는데, 그 말을 더 이상 하지 않더군요. 그런 아내의 모습에 참 미안했습니다. 괜히 나한테 시집와서 힘든 경험한다, 뭐 이런 생각도 들고요. 한두 번은 길거리에서 미친 듯이 울었네요. 부부가 서로 위해주지 않으면 이런 종류의 고난은 절대로 이겨낼 수 없습니다.


이건 부가적인 문제인데, 세 번째는 양가 부모님을 볼 때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남편 쪽 부모는 아내를, 아내 쪽 부모는 남편을 탓하면서 냉대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남편 쪽 부모에게는 남편 쪽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아내 쪽 부모에게는 아내 쪽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해서 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부부를 위해서 받아들일 건 빨리 받아들이고, 부부가 많은 대화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는 둘째 치고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자폐아는 키우기가 어렵습니다.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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