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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지, 밀양vs가덕도


김해국제공항은 부산에 위치한 국제공항으로 1976년 개항했다.


부산에 있는데 왜 김해공항이냐고? 개항 당시 부지가 경남 김해에 속해 있었지만 나중에 부산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김포공항이 과거 김포에 속했다가 서울에 편입된 것처럼 말이다.


김해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국제선 이용객이 2번째로 많고 2015년에는 1051억 원의 흑자를 기록, 전국 지역 공항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익도 좋다.


하지만 활주로 2개 중 1개를 공군이 사용하고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로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에(...) 국제선은 대부분 근거리 노선이다. 원래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만 열었다(...). 김해마트


편의시설도 부족한데다 국제선은 포화 상태라 2시간씩 기다리는 건 기본이고 2023년에는 국내선마저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정적으로 주위에 산이 있어 이착륙시 충돌할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2002년 중국민항기가 착륙 직전 돗대산에 부딪혀 1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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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국제공항


이때문에 1990년(!)부터 김해국제공항을 대체할 부산 신공항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2004년 부산시가 본격적으로 이를 추진한다. 하지만 대구, 경북 또한 '경상도 주요 도시로부터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역이기주의'라며 독자적으로 신공항 사업을 추진했다.


2005년, 부산 신공항 사업이 빠꾸를 먹자 부산은 대구, 경북, 경남, 울산과 손잡고 인천국제공항에 이은 제2의 허브공항(지역의 중심이 되는 공항)으로 영남권 신공항을 공동 추진한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사업 검토가 시작됐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산은 신공항 후보지로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인 가덕도를 원했다..


가덕도는 주위에 장애물과 주택가가 없어 충돌, 소음 걱정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태풍에 취약하고 바다를 메워야 하기 때문에 지반 침하와 염분에 의한 부식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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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가덕도 신공항 부지

(출처: 연합뉴스)


반면, 대구, 경북, 울산, 경남은 가까운 경남 밀양시 하남읍의 산을 깎아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가덕도는 9조 8천억 원, 밀양은 10조 3천억 원의 천문학적인 공사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부산과 경남은 필사적이었다.


특히 대구는 대구국제공항이 있음에도 밀양 신공항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왜냐고? 대구공항 옆에는 공군기지 K-2가 있어 전투기 소음이 극심한데다 고도제한으로 개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구시는 K2를 경북 시골로 이전하고 싶어했다.


K2를 이전하려면 새로운 기지를 지어 주고 K2가 있던 터를 개발해 비용을 뽑아야 하는데 옆에 대구공항이 있으니 개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구와 가까운 밀양에 신공항이 생기면 대구공항을 폐쇄하고 K2를 이전할 수 있기 때문에 밀양을 지지한 것이다.


평당 3~5만 원 선이던 밀양 하남읍의 농지 가격은 투기꾼들이 몰리며 4년 만에 17만 원으로 뛰었다. ^오^


그러나 밀양은 주위에 산과 주택들이 김해공항보다 많아 충돌 위험이 높고 24시간 운영도 불가능하다. 허브공항의 필수 조건이 24시간 운영과 다양한 노선이기 때문에 허브공항도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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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밀양 신공항 건설 촉구 집회

(출처: 뉴시스)


게다가 대구공항, 울산공항, 포항공항 모두 적자인 걸 보면 이들 지역의 수요도 미지수다.


문제는 신공항을 두고 경상도가 둘로 쪼개진 상황이라 어느 곳이 선정되더라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됐다는 것이다. 신공항 탈락에 대한 반발로 영남인의 절반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리면 1년 후 다가올 2012년 총선에서 폭망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김해공항 확장이다. 하지만 24시간 운영을 위해서는 군 비행장을 이전해야 하는데 이전할 곳이 없고 활주로를 넓히려면 산을 깎는 비용만 25조 원 이상이라 2007년, 2009년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결국 2011년 3월, 영남권 신공항 사업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폭탄돌리기 입지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5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밀양이 39.9점, 가덕도는 38.3점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하남읍 농지 가격도 5~7만 원으로 떨어졌다(...).



백지화, 김해국제공항 확장


가덕도는 이해할 수 없는 낮은 점수를 받아 편파 판정 의혹이 제기됐다.


산악 장애물이 없음에도 '고정장애물' 항목에서 61% 밖에 못 받았고 인근 주민이 한 명도 없지만 '소음' 항목에서도 낙제점인 44%를 받은 것이다.


부산 뿐만 아니라 밀양을 밀었던 정치팬들도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며 격분했다. 근데 2012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경상도에서 압승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영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재활용 내걸었고 집권 2년차인 2014년 타당성 검토에 착수해 <영남권 신공항 2편>이 시작된다.


2015년, 세계 3대 공항설계사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입지 선정 용역을 맡았다. 하지만 가덕도의 장점이자 입지 선정에서 중요한 항목인 고정 장애물이 평가항목에서 제외돼 또 다시 편파 논란이 일었다.


10조 원 전후의 공사비가 논란이 되자 밀양은 깎아내야 하는 산봉우리의 수를 27개에서 4개로 줄여 4조 6000억 원으로, 가덕도는 활주로를 한 개로 줄여 국제선 전용으로 쓰는 방법으로 6조 원으로 낮췄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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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공항을 약속한 박근혜 후보 소년만화 주인공 손수조

(출처: 팩트TV)


대구·경북은 K2 이전, 경남은 국비, 부산은 국비에 김해공항까지 걸려있기 때문에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 시민단체들까지 합세해 개싸움을 벌였다.


밀양 하남읍의 부동산 경기도 살아났다. 부동산중개업소 50여개가 들어섰고 계획관리지역은 평당 최대 55만 원, 농지는 2~30만 원으로 올랐다. ^오^ 신공항 부지의 60% 가량이 대구, 경북, 김해, 창원 출신의 외지인 소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덕신공항 부지에도 외지인들이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조립식 주택을 집중적으로 지었다. 집이 있으면 땅만 가지고 있을 때보다 보상금이 두 배 많다. ^오^


상황은 5년 전보다 훨씬 심각해졌다. 신공항 유치를 염원하는 관제 집회가 열렸고 삭발식(...)도 가졌다. 부산에서는 '가덕신공항이 무산되면 민란(...)이 일 것'이라는 말이 돌았으며 서병수 시장은 시장직까지 걸었다.


신공항 갈등으로 부산과 경상도 나머지 지역이 원수지간이 됐고 새누리당이 2016년 총선에서 폭망했기 때문에 어느 한 쪽 편을 들면 1년 후 대선은 말아먹을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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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유치 범시민궐기대회 삭발식 민주투사

(출처: 오마이뉴스)


역시나 2016년 6월 21일,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김해국제공항 확장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2위 밀양과 3위 가덕도는 사이좋게 탈락했다. 서병수 아재요ㅜㅜ 김해공항 확장은 이미 2007, 2009년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오^


김해공항 확장안은 활주로 1개와 여객·화물터미널, 관제탑을 신축을 골자로 한다.


새 활주로는 충돌 사고가 있었던 산악지대를 피해서 건설돼 이륙과 북쪽에서 착륙시에 이용하고 기존 활주로는 남쪽에서 착륙시에만 이용하므로 충돌 위험이 낮아진다. 총 공사비는 4조 4천억 원이며 2020년 착공해 2026년 개항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 활주로 또한 남풍이 불 때 착륙하면 안전성 문제가 우려되고 김해 시가지로 연결되기 때문에 소음에 노출되는 피해 가구수가 1.4배 증가한다.


또, 낙후된 시설과 포화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여전히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해 허브공항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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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이 백지로 발행된 매일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라는 지적에 청와대는 '사실상 김해 신공항(...)'이라며 '약속을 지켰다'고 일침했다. 40년 된 아파트에 베란다 확장 공사와 리모델링을 하면 사실상 신축 아파트다. ^오^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되자 밀양에는 급매물이 쏟아졌고 하남읍의 한 다세대주택은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밀양 테마주가 폭락하면서 주갤럼들의 곡성이 구슬피 울렸다. 낙동강 정모


지역 이익단체 시민단체들은 항의 집회를 가졌고 정치인들도 강력 반발했다. 사전 선거운동 정의당만이 '영남권 신공항은 환경적, 재정적 재앙이 예상된다'며 김해공항 확장을 환영했다.


지역 언론은 일제히 백지화 방침을 비난했으며 특히 대구의 간판 신문사인 <매일신문>은 '신공항 백지화를 규탄한다'며 1면을 백지로 발행하기도 했다(...).


<영남권 신공항 3편>은 대선 2년 후인 2019년 여름방학에 개봉할 전망이다. 다음 대선에서 경상도 최대 떡밥인 영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걸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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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병론가 고성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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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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