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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렉시트가 뭐냐?


2016년 6월 23일 51.9%의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것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브리튼 + 엑시트>, 줄여서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영국이 어쩌다 이런 상황을 맞게 되었을까? 보수당 출신의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2015년 내각 선거 공약으로 영국의 EU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물론 저런 공약이 그의 토리당원 ('보수당' 혹은 '토리'라고 부름)이 선거에서 이기는 데 도움을 줬다고 사람들은 수군댔지만... 아무튼 그는 그렇게 영국 내 반EU파의 숙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국민투표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투표 결과가 말해주듯 캐머런은 패배했고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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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U가 뭐 어때서 굳이 탈퇴를 하려는 거야?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말들도 워낙 많다. 신문마다 지들의 논조를 내세우고 있고 EU 시스템 자체가 워낙 복잡해서 말이다.


이런 땐 짧게나마 그간의 역사를 훑어보는 게 좋다.


애초부터 영국의 EU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차대전이 끝난 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유럽의 통합국가 형태>를 요구했고 아사리판, 아니, 더 정확히 개판 1분 전이 된 유럽 대륙에서 이에 공감하는 목소리는 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처칠이 생각하는 <유럽>에 영국은 속하지 않았다는 사실. 즉 <유럽 밖에 머무르면서 우리의 길을 개척하겠어>라는 지극히 영국다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1950년에 최초로 프랑스 외무장관 쉬망 이라는 사람의 제안에 따라 <일단 경제 분야에서라도 통합을 이루자>며 유럽 석탄 철강 연합을 제안했을 때 영국은 <싫은뎀>을 외치며 뒤로 빠졌다. 따라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더하기 베네룩스 3국이 함께한 경제 공동체가 생겼고 이것이 유럽 경제 공동체(EEC) 연합으로, 또 EU로 발전했다. EEC가 만들어진 해가 1957년, 이때만 해도 영국은 <쯧쯧, 대륙 놈들>을 외치며 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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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고다이 스타일을 지향하는 영국은 독자적으로 EEC와 차별화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1960년 영국은 6개의 다른 유럽국가를 데리고 유럽자유무역지대를 만들었다. 물론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애가 닳기 시작한 영국은 결국 60년대에 이르러 EEC에 가입하려고 했다. 토리당이든 노동당이든 EEC에 들어가려 했으나, 당시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이 두 번이나 영국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 결국 73년에야 가입이 이루어졌다.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은 또 <나 이거 안 할래> 전법을 구사한다. 당시 영국 내 사정과 경제 상황의 악화가 이를 초래했다고 한다. 특히 사민주의 노선인 영국노동당이 이러한 유럽 연합에 대해 반대했다. 그들의 말로는 <유럽과의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경제모델과 달랐다>고 하는데...


아무튼 노동당 내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와 서로 싸워댔다. 이런 꼴을 막기 위해 노동당 당수인 헤럴드 윌슨(Harold Wilson)은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새로운 협상을 할 것을 천명하며 국민투표를 결정한다. 이게 바로 영국 역사상 첫 번째 국민투표다. 물론 새로운 협상이라 해봐야 영국이 별 재미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1975년 국민투표 결과 67%의 영국인은 유럽 경제 공동체에 머물러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후에도 유럽 대륙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왈가왈부는 끝나지 않았다. 80년대 (파란 집 그분이 자꾸 자기랑 비교해서 더 유명해진) 마가렛 대처는 EU에 들어가는 영국의 돈을 너무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성질머리답게 1984년 유럽 정상 회담에서 소위 <영국 특별 할인>을 관철했다. 즉 브뤼셀에 영국이 내는 돈의 2/3을 다시 돌려받는다는 엄청난 특혜를 거머쥔 것이다.


또한 영국은 1985년부터 2005년까지 행해지던 예전 쉥겐조약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유로화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유럽연합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쉥겐조약은 유럽 내 조약을 맺은 국가들 간 국경을 없애 통행에 제한을 없애는 조약이다. 유럽 내 여러 곳을 여행 다닐 때 유럽인은 줄 안 서고 금방 나가는데 본인은 무서운 경찰 앞에서 여권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쉥겐조약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안그래도 자신들이 유럽연합에 속해있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전쟁에서 졌던 독일이 자신들보다 잘 나가자 영국은 짜증 났고 그렇게 EU에 대한 의심은 활활 불타올랐다.


최근 유럽의 경제 악화, 아니 정확히는 유럽 몇몇 국가의 심각한 부채는 이러한 영국의 불타는 반감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비판론자들은 영국의 정체성을 잃는 것에 대해 경고했고, 독일이 또다시 유럽을 지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동유럽에서 넘어오는 수많은 유럽인들도 꼴 배기 싫었다. 이런 감정의 틈을 비집고 영국독립당(UK Independence Party 줄여서 UKIP)이 떴다. 이름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영국 내 극우정당이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영국 독립당의 유럽의회 내 의석수는 1999년 3석이었는데 현재는 24석이 되었으며, 최근의 영국내각선거에서 13%를 얻었다. 독립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성공을 등에 업고 총리 캐머런에게 유럽연합에 반대하라며 압박을 높여갔다. 안팎으로 압박을 받던 캐머런은 2011년 유럽연합 예산규약과 채무조정을 위한 유럽 재정 협약을 거부했다. 그 외에도 캐머런은 EU 개혁 법안을 도입했고 이 법안에 근거하여 유럽 연합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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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투표의 결과는 그간 수십년 간 이어져 온 유럽연합 내 영국의 소외된 감정과 돈에 대한 불만 유럽연합에 대한 의심 등이 짬뽕 되어 밖으로 튀어나온 결과라 할 수 있다.




3. 영국이 특별한 혜택을 받았다고? 왜?


유럽연합에서 특별히 예외국으로 인정되는 나라가 영국 하나는 아니다. 아일랜드, 덴마크, 폴란드 역시 자국 화폐를 고수하는 등 예외가 적용되지만, 뭐니뭐니해도 영국이 가장 많은 예외(opt out)를 누린다.


예를 들어 유럽에는 <각국의 의회>와 <유럽 연합 의회>가 있다. EU 의회에서 정해진 법은 영국에서 자동으로 효력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같은 법안이라도 영국에서 제정된 EU 관련 조치는 재량에 따라 효력을 발휘한다(Opt in). 그렇게 영국은 마음대로 법률이나 안보 관련 현안에서 유럽연합의 결정을 따르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런던에서 이루어진다. 가장 최근의 예시는 유럽에 밀려드는 난민과 유럽 이주자들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자국민과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었다.


영국은 또한 화폐에서도 예외가 된다. 그들은 처음부터 유럽과 화폐를 통합하는 것에 반대했다. 당연히 유로화(€)도 도입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유럽 연합 조약에는 당연히 화폐 통합이 들어있음에도 영국은 예외였다. 한 국가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면, 경제적 정치적 여건들이 안정되는 순간 유로화를 쓰는 것은 의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영국이 처음부터 항상 유로 공통화폐에 대해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90년대 초반에는 유로화 도입 이전에 유로화 도입의 전신이었던 유로 통화 제도(European Monetary System)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갑자기 바뀐 제도에 영국의 파운드가 잦 되는 것을 경험(1992년의 검은 수요일)하고 영국은 무리해서 유로 통화 메커니즘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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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에게 유로화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장점을 가져다주었다. 영국은 경제적으로 독일에 있는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독립되어 자립성을 가질 수 있었고, 유럽연합의 각종 경제 조약에서 나름 자유로울 수 있었다. 경제위기 때도 금융과 관련된 정책들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취할 수 있다.


또한 영국은 앞서 말한 대로 쉥겐 조약에서도 일정 부분 예외가 된다. 뭐 복잡하고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자.


물론 이렇게 보면 영국이 뭐 엄청난 욕심쟁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돈을 유럽연합에 떠먹여 주니 그럴 만하다.


앞서 말한 대로 1984년 마가렛 대처는 유럽 정상회담에서 <영국 특별 할인>을 끝까지 싸워 얻어냈다. 여기서 그녀의 유명한 말이 나왔다고 한다. "아 원 마 모니 박(I want my money back)." 그리고 그 특별할인을 영국은 지금까지 잘 사용해 왔다. 하지만 영국이 뭐 엄청난 힘이 있어서 혹은 유럽 연합이 착해서 그들의 돈을 돌려준 것이 아니다. 그만큼 영국이 돈을 많이 낸다는 얘기다. 2014년 EU 경제 계획에 따라 영국은 60억 유로를 지급했다. 이게 바로 특별 할인을 한 액수다. 그리고 이 돈은 유럽연합국가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4. 뉴스에 모르는 이름이 너무 많아. 주요 등장인물 좀 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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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EU 잔류파)


토리당 대빵. 전에는 EU에 대해 상당히 안 좋게 봤음. 괜히 선거 공약으로 국민투표를 내 걸었다가 잦 됐음. 캐머런의 생각으로는 올해 초 유럽 연합 의회에서 좋은 협상 몇 개를 끌어냈기 때문에 EU 잔류에 자신 있었던 듯 하나 투표함 까보니 졌음.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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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스본 (EU 잔류파)


2010년부터 캐머런의 재무장관이자 오른팔. 보수 재무장관으로 캐머런의 뒤를 잇기를 원한다. 근데 캐머런이 잦 돼서 오스본도 잦 될듯 하다는 게 모두의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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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콜빈 (EU 잔류파)


좌파 노동당 당수. EU 탈퇴에 대해서 오랫동안 거부 반응을 보임. 비록 EU 팬은 아니지만 막판에 영국은 EU에서 탈퇴하면 안 된다고 말함.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 보호를 위해 EU에 남아야 함>을 외치고 다님. 1975년 유럽연합가입에 대한 첫 국민투표 때 반대를 했고 이후에도 쭉 지속적인 비판을 했지만 최근 들어 태도를 바꾼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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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스터전 (EU 잔류파)


브렉시트에 반대해서 싸움. 그리고 최소한 스코틀랜드에선 자기 뜻을 이룸. (스코틀랜드에선 EU 잔류 쪽 투표가 우세했음)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다면 <스코틀랜드 독립투표>를 한 번 더 하겠다고 협박하고 다님. 2014년 그녀의 당인 SNP가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에서 졌던 것을 아직 마음에 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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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EU 탈퇴파)


전임 런던 시장. 캐머런과 같은 당 소속이지만 유럽 연합에는 반대파. 가장 인기 있고 튀는 정치인 중 한 명. 2016년 초부터 브렉시트 지지자로 주목을 많이 받음. 금발의 야망이 가득한 보리스는 최근 가장 유력한 캐머런의 후임으로 거론됨. 많은 평론가가 그를 이미 다음 총리로 예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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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겔 파라지 (EU 탈퇴파)


가장 열렬한 브렉시트 지지자. 극우정당 영국독립당 소속. 독립당 자체가 90년대 EU 탈퇴를 전면에 내걸고 창당했음. 아이러니하게도 니겔 자신은 1999년부터 EU 의회에서 의원으로 일했음. 아무튼 이번 투표로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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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고브 (EU 탈퇴파)


캐머런의 7명의 내각원 중 한 명. 캐머런의 반대에 서서 EU 탈퇴를 지지. 케메런에게 미안한 지 <내 정치인생중 가장힘든 결정>이었다고 엄살을 부림. 법무부 장관인 마이클은 지금까지 캐머런의 왼팔이자 친구라고 알려져 왔음. 앞으로 서로 안 볼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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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셀라 스튜어트 (EU 탈퇴파)


노동당 소속의 독일계 정치인. 1997부터 내각에서 EU 법률에 관한 일을 했음. 일에 대한 스트레스인지 EU를 싫어함. 그래서 탈퇴파에 합류.




5. 영국이라는 섬나라 전부가 탈퇴하는가?


(이하에서 영국은 그레이트 브리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을, 그리고 그에 속해있는 국가는 각각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및 아일랜드 섬 북부의 북아일랜드로 표기하겠음)


국민투표에서 지역별로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영국 자체가 전부 반대한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각자의 셈법은 조금 다르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런던은 EU 잔류의 목소리가 우세했다. 나머지 잉글랜드 지역과 웨일스는 EU 탈퇴를 지지했다. 


기본적으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그리고 웨일스는 영국본토보다 유럽연합에서 더 많은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다. 웨일스의 경우 2014에서 20년까지 거의 20억 유로가 유럽연합에서 지원되기로 되어있었다. 북아일랜드는 5억 유로 이상을 그리고 스코틀랜드는 9억 유로를 지원 받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웨일스와 잉글랜드는 탈퇴를,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EU 잔류를 선택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유럽연합의 경제적 지원을 계속 원했고, EU 탈퇴 후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더욱 약해질 것에 대해 두려워했던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잉글랜드가 그들에게 잘 안 해주는 것은 확실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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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코틀랜드의 경우는 셈법이 조금 복잡하다. 한편으로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후폭풍을 두려워하면서도 이 기회를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한 또 다른 찬스라고 생각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독립 투표를 다시 한 번 할 것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다시 유럽연합에 들어가겠다는 계획까지 세워놨다. 스코틀랜드의 셈법에 따르면 자신들은 어차피 그동안 EU 안에서 생활해왔고 법적인 문제도 서로 이해하고 있으니 독립만 한다면 유럽연합 복귀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벌써 김칫국 마시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런던에서 스코틀랜드가 바라는 대로 또 한 번의 독립투표를 허가해 주느냐 하는 문제.


옆 동네 북아일랜드는 경제적으로 영국과 훨씬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영국이 북아일랜드의 가장 중요한 수출국인 상황에서 브렉시트가 20% 이상 북아일랜드의 수출을 감소시킬 것이라 예상한다. 북아일랜드는 그럴 경우를 대비해 프랑스 같은 주변국을 새로운 주요 수출국으로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수출 하락만 문제가 아니다. 유럽 연합 탈퇴로 인해 모든 유럽 제품의 수입원가가 비싸진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북아일랜드의 경우 그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8년 북아일랜드가 폭삭 망한 이후에 3년간 유럽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줬다. 최근 영국의 안정적인 성장과 더불어 북아일랜드 역시 많이 안정되었다. 2015년 경제성장률은 6.9%를 달성했고 이는 EU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런 만큼 이제 조금 살만해지니까 브렉시트 한다는 영국 때문에 북아일랜드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6. 그럼 이제 영국은 어찌되는겨?


라고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유럽 의회의 쓸데없는 규제가 그동안 영국의 경제를 마비시켜 왔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갈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OECD의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유럽연합의 조정과 규제가 결과적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그리고 잘 짜인 제도라고 평가되고 있다. 또한 영국이 그동안 자유롭게 EU 시장에 진출하여 활동하던 것이 더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EU 의회가 앞으로 영국을 상당히 혹독하게 대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래야 유럽 연합 탈퇴의 분위기가 더이상 다른 나라로 퍼지지 않을 테니까. 또한 유럽의회는 현재 영국의 탈퇴보다 더 중요한 사안을 난민 문제와 그리스 문제 그리고 러시아와의 분쟁이라고 보고 있으므로 의회가 영국의 탈퇴과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영국이 나가고 나면 EU 는 어찌되는겨? 망하는겨? 라고 묻는 이들도 있다. 


물론, 영국이 전 세계에서 방귀 꽤 끼던 시절은 이미 옛날에 지나갔다고들 한다. 그런데도 영국이 아직 문화적으로나 경제적 군사적으로도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EU 연합에 영국이 없다는 것은 마치 피쉬엔 칩스에 피쉬가 빠진 느낌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는 분명 EU를 약하게 만든다. 국제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미국, 중국, 그리고 최근에는 인도와 브라질까지도 힘 빠져가는 EU 의 입장에서 힘든 상대임이 분명하다.


EU 내부에서도 무게추는 움직일 것이다. 무엇보다 독일의 경우 이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특히 경제정책 분야에서 말이다. 시장 자유주의인 영국이 빠져나감으로써 강한 규제를 지지하는 프랑스의 목소리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또한 다른 국가에서 EU 탈퇴 지지자들의 힘이 점점 더 세질 위험성도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수장인 마린 르펜의 경우 이미 오랫동안 쉥겐조약을 없애고 유럽연합에서 탈퇴하자고 외쳐왔다. 이를 가르쳐 마담 플렉시트(Madame Frexit)라고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도 비슷하게 넥시트(Nexit)를 외치는 움직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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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국이 하필이면 지금 탈퇴를 결정했냐며 나무라는 의견도 많다. 하필이면 EU 출범 후 가장 큰 경제 위기인 그리스사태와 이로 인한 유로화의 위기가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하필 지금이라니. 영국의 탈퇴를 계기로 북쪽과 남쪽의 경제갈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현재 유럽으로 몰려온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EU의 방식을 답답해하던 각국은 영국이 더욱 얄미워 보일 수밖에 없다. 각국이 님비 스타일을 고수하며 자기 나라로 온 난민을 다른 나라로 보내는 데만 신경 쓰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까지 탈퇴하니 유럽 연합 회원국 간의 분위기는 더욱 이기적으로 변할 것이 예상되는 바다.


하지만 가장 큰 타격은 따로 있다. 그동안 영국이 EU에 속해있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모두가 하나의 대륙으로써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감정과 부심. 그런데 이 감정이 깨졌다. 산산이 깨졌다. 이제 유럽연합은 혹은 유럽 대륙은 조금은 더 긴장모드로 돌입할지도 모른다.




7. 영국에 사는 유럽인들은 어쩔?


약 300만 명의 유럽인이 영국에 살고 있다. 여기에는 13만 명의 독일인도 포함되어있다. 영국 탈퇴 협상에서 나오는 다양한 방안과 조약에 따라 이들의 삶이 크게 변할 것이다. 일단 영국은 국민투표가 끝난 직후 <유럽연합 국민에게 당장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즉 영국인들도 유럽 곳곳에서 유럽인으로서 비자 없이도 머무를 수 있었던 지금과 같은 특권을 계속 누리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회와 영국이 어떻게 협상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영국 입장에선 스위스와 노르웨이처럼 EU 회원국이 아님에도 통행과 거주가 서로 자유로운 국가들이 있으니 이들보다 조금만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아무 조건 없이 어느 나라에서나 원하는 만큼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위스나 네덜란드의 경우 역시 EU 국가들과 왕래는 자유롭되 거주를 원하면 최소한 재직증명서나 그곳에서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충분한 돈이 있다는 재정보증서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EU 회원국이라는 이름으로 마구잡이로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 반대파에게 853,000명에 이르는 마구잡이로 넘어온 폴란드인은 눈엣가시라고 한다. 이들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학교에 자리가 모자라고 건강보험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아우성이다. 바로 이 이민자들에 대한 감정이 브렉시트의 가장 주요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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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이들 동유럽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영국이 당장 그들을 <너희 나라로 꺼지셈>한다면, 반대로 영국인들도 유럽 대륙에서 똑같은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즉 양측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적어도 정치권을 넘어선 일반 시민들 사이에 감정의 충돌은 결국 각 나라의 극우파가 성장하는 좋은 자양분이 되겠지.




8. 그래서 독일에는 어떤 영향이?


독일에 영국은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 가운데 하나다. 독일의 수출국 중 미국, 프랑스, 바로 다음이 영국이라 하니 독일에 영국은, 또 영국에 독일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파트너다. 현재 2,500개가 넘는 독일 회사가 영국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37만 명의 직원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영국 전체 노동인구의 1%가 넘는 인구다. 반대로 3,000개가 넘는 영국회사 역시 독일에 자리 잡고 있다.


양국의 경제단체들은 이러한 이유를 들여 영국의 탈퇴에 대해 강력히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양국의 경제단체에서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독일의 경우 83%가 영국은 76%의 기업이 영국의 EU 탈퇴를 반대했다고 한다. 특히 금융 분야의 기업에서 이 수치는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영국은 당연하고 독일은 아마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될 것이다> 경제연구소 Ifo-Institute 회장이 남긴 말이다. 그 외에 <영국의 탈퇴는 독일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경제적 퇴보를 경험할 것이다> 등 각종 경제연구단체의 말이 기사의 제목으로 쉼 없이 올라오고 있다.


여러 부정적인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될지는 아직 확실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영국과 EU가 브렉시트를 우주의 기운을 모아 서로 최대한 윈윈 하는 방향으로 이끈다면 그 피해는 최소화 될 것이고 아니면 개판 오 분 전 되는 것이다. 앞으로 해야 할 협상에서 서로 간의 이견은 상당할 듯 보인다.


산업계 전반은 경제적 이유를 들며 반대하지만 그 내부에도 재미있는 기류가 흐른다. 대기업의 경우 80%의 직원들이 영국의 EU 탈퇴를 반대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47%만이 영국의 탈퇴를 부정적으로 보았다는 것.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변화가 예상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최근 캐머런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어느 때보다 힘주어 영국의 EU 탈퇴를 강력히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미 독일 정치권의 입장은 영국의 탈퇴가 유럽의 국가공동체를 약화시키고, 유럽 연합 자체를 약하게 만들며, 독일에도 싸다구를 날리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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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제 메르켈에게 유럽 내 적수가 더 적어진 것은 맞다. 그리스 사태 때도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영국과 캐머런 총리는 메르켈 반대편에 가장 앞장서 있었지만,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더는 옛날의 그 영국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르켈 총리가 속으로 웃는지 우는지 지금 당장 헤아리기 힘들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독일이 그렇게 손해 볼 것은 없다. 지금까지 미국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영국이 유럽에서 나간다면 미국과 협상에서 가장 힘이 있는 국가는 당연히 독일이다. 오바마 역시 이에 대해 영국에 분명히 경고했다. 오바마 왈, <경제협력, 테러와의 전쟁,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에 있어서 영국 혼자 미국과 협상하는 것보다는 분명 유럽연합 대표로 EU를 등에 업고 협상을 진행할 때 그 발언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란다. 그는 또한 베를린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영국에 에둘러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독일 정부의 관계가 이번 사태 이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둘의 관계는 브렉시트 이후 점점 더 강화될 것이라고 한다.




9. 독일인들의 반응은 어때?


전체적 독일 분위기, 현재로서 모두 분석할 수 없다. 그러니 독일 티비에 나온 반응들을 살짝 훑어보겠다.


"저 울었어요 진짜. 울었잖아요. 너무 당황했지요." 

- 어떤 아줌마


"티비를 보며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어요. 당최 이해할 수 없었어요."

- 어떤 아저씨


"이럴 줄 알았어요. 예상했죠. 영국이잖아요. 뭔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잖아요." 

- 히피스타일 젊은이


"민주주의의 놀라운 가능성이죠. 그리고 민주주의가 항상 옳은 길로 가지 않는다는 좋은 예도 되겠네요." 

- 어떤 할아부지


뭐 이런 말들로 시민들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았다.


오늘자 뉴스에 따르면 영국은 일단 다음 총리를 선출하는 게 먼저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고 유럽은 영국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후딱 잘 정리해서 빠르게 마무리 지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정상이 오늘 독일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엔 EU 상임의장인 도날드 터스크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이탈리아 총리인 마테오 렌치와 프랑스 대통령 프랑소와 올랑드가 모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발 빠르게 탈퇴 협상을 진행하자고 했고 메르켈은 이에 반대했다고 한다.


분명 영국의 탈퇴가 독일에서 큰 화제가 되는 것은 맞다. 뉴스의 첫 화면은 브렉시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왠지 독일인들 사이에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급하게 준비하는 글이라 놓친 게 많을지 모르지만 필자의 눈에는 브렉시트보다 유로 2016 축구가 더 화제인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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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10. 필자의 한 줄 평?


아침에 문자로 브렉시트에 관한 뉴스가 날라왔다. 브렉시트, 엔화/달러화 가치급등. 주식/채권도 불안, 예금은 제로금리 시대이므로 내 돈은 안전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넣으란다.

 

 

돈도 없는데 염장 지른다.








타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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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