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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편에서 나는 넘치는 귀여움을 주체 못하고 종편의 어그로 능력을 있는 그대로 까발리고 말았다. 휘몰아치는 순간 내 세상에 멈춰 설 듯한 분석력으로 종편의 기업 비밀을 파헤쳐서 미안하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기 땜시 종편 탐구 보고서는 스틸 아이엔지라능. 이번 편은 박유천 사건으로 알아보는 종편의 다채로워 마지않는 보도 행태에 대한 보고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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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맨날 KBS나 MBC에서 수신료의 가치를 논하고 있지만, 진짜 수신료의 가치를 감동으로 전하는 건 종편이다. 시청자의 알 권리를 종편만큼 보장해주는 매체를 못 봤다. 특히 이번 박유천 성폭행 사건에서 종편으로 흘러들어가는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했다(라고 생각했는데 MBC <PD수첩>에서 박유천을 영혼까지 털어버려따). (참고로 종편은 KBS처럼 시청자에게 직접 수신료를 받는 건 아니고, 의무전송채널이라 케이블사업자로부터 수신료를 받는다)


종편은 시청자가 궁금해 할 걸 다 알려준다. 아니, 나 궁금하다능! 하고 말하기도 전에 다 떠먹여준다.



리빙포인트


1) 유흥업소에 대한 상식


박유천이 간 유흥업소는 ‘텐카페’로 알려져 있다. 유흥업소라는 단서에 ‘텐’까지 붙어서 뭐 ‘텐프로’ 비슷한 거려니 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종편, 그 중 <TV조선>은 텐카페는 물론 유흥업소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친히 유흥업소에 대한 정의를 알려주시었다. 6월 14일, <윤슬기의 시사Q>에서 윤슬기 앵커와 배태호 TV조선 사회부 차장이 나눈 대화다.


윤슬기: 지금 장소가 텐카페라는 곳이에요. 어떠한 종류의 유흥업소인가요?


배태호: 일인당 술값이 최소 50만 원 정도 하는 고급술집으로 알려져 있고요. 앞에 ‘텐’이라는 말이 붙은 걸로 봐서 ‘상위 10%다’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슬기: 누가 상위 10%라는 거죠?


배태호: 거기에 VVIP, 오는 사람도 그렇고, 여성 종업원들도 그렇고 이 사람들이 모두 상위 10% 안에 드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텐’이라는 말을 쓰는 거고요. 여성 종업원들 가운데에는 명문대 재학생이나 유학파도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략) 박유천씨와 10명이 한꺼번에 갔다고 하는데 술값만 그 자리에서 500만 원이 넘게 나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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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화장실’까지 이씀


VVIP, 명문대 재학생, 유학파 같은 단어를 쓰면서 텐카페는 서민들은 갈 수 없는 장소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 리빙포인트는 두 개다. 유흥비로 쓸 50만 원이 없으면 텐카페에 발도 들여놓을 생각하지 말라는 거랑 ‘명문대’에 다니거나 ‘유학파’면 텐카페 종업원이 될 수 있다는 거. 무려 VVIP를 상대한다고 한다. 손님은 VVIP로 뭉뚱그리고 종업원은 명문대와 유학파임을 굳이 짚어주는 센스와, (텐카페 안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진다는 건 아니지만) 텐카페와 같은 유흥업소가 성매매의 온상이 된다는 점 따윈 가볍게 무시하자. 시청자의 알 권리가 우선 아님?


아차, 이 와중에도 해당 유흥업소는 성업 중이라고 한다.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혹시나 궁금해할 시청자들을 위해 종편은 너른 마음으로 먼저 알려주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다음은 6월 15일 <채널A>의 <이남희의 직언직설>에 나온 뉴스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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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이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장사가 잘 되고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인자한 웃음)


김복준(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 원래가 잘 되는 곳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해맑)


한 때 가카의 주요공약이었던 '지하경제 활성화'에 참으로 걸맞는 질문이다. 짝짝.


2) ‘명문대생’은 그라면 안 됨


킬링파트는 위의 '텐카페 알 권리' 기사 바로 뒤에 나온 뉴스다. “한 서울대 여대생이 페이스북 ‘서울대 대나무숲’에 ‘하루에 한 달 과외비를 벌 수 있다며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내용을 올렸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TV조선>은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명문대생’을 질타한다. 하필 박유천 보도 뒤에 나온 건 앞서 나온 텐카페에 명문대 재학생과 유학파 출신들이 종사한다는 것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시청자들 이해하기 쉬우라고 박유천 보도 바로 뒤에 나온 거지 일부러 '이때다' 하고 굳이 ‘명문대생’이라는 단어를 넣어 뉴스를 만든 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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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명문대생들이 왜?’다. 여기서 알 수 있다. 명문대생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면 안 된다. 안 그럼 종편에게 명문대생이나 되는 주제에 유흥업소에서 일한다고 혼구녕이 난다. 그럼 명문대생이 아니면 유흥업소에서 일해도 되나 보다. 직업에 대해 가이드라인까지 정해주는 종편이다.


기타 성매매의 출발지가 되는 유흥업소에 대한 고찰이나 수요자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건 문제삼지 말자. 명문대생의 마인드셋을 질타하느라 시간과 여력이 부족한 것뿐이다. 누리꾼들의 반응을 소개하면서 명문대생을 질타하는 댓글이 태반인 것에 반해 ‘사회 구조가 문제’라는 댓글은 터무니 없이 적게 소개한 것도 다 의도가 있어서는 아니다. 오해하면 미워할 거다.


윤슬기: 문제는요. 등록금이라던지 용돈을 벌기 위해서 화류계에 발을 디뎠다가 못 빠져나오는 경우들이 많다면서요.


이웅혁(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그렇죠. 그게 이른바 달콤한 설탕물을 접하게 되면 그것을 계속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못 빠져나온다는 얘기를 심리학적으로 보면 중독이 되었다고 할 수 있구요.


이웅혁 교수는 화류계 근무를 ‘중독’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 교수의 말이 흡사 종업원만 문제고 수요자는 잘못이 1도 없다는 듯 보이지만, 경기도 오산이다. 젠더권력, 사회 구조의 문제 머 이런 거 관심 없어 보이는 것도 경기도 오산이다. 시청자의 알 권리는 다 보장해줘짜나. 그럼 됐다.



사건에 대한 규정


1) ‘꽃뱀’


지금은 피해자가 5명이나 나온 상태라 박유천의 잘못 쪽으로 굳어지는 중이지만, 피해 여성이 한 명이고 첫 번째 피해 여성이 고소를 취하했을 때만 해도 종편은 피해 여성을 규정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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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성관계의 대가로 60만 원을 지불한 게) 맞다면 성매매 특별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김복준: 그렇죠. 박유천씨나 그 여성이나 둘 다 처벌을 받아요.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다 아닌데, 이 여성이 오로지 거액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이른바 ‘꽃뱀’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상대를 더 처벌해야 되겠죠.


이남희: 여성 측에서 먼저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었다(고 박유천 측에서 이야기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김복준: 화간에 의해서, 서로 좋아해서 성관계 한 다음에 고소장을 내고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 그랬다면 볼 것도 없이 이건 꽃뱀이죠. 꽃뱀이라면 그 여성 측은 엄청난 처벌을 받아야 되겠죠.


당시는 첫 번째 피해 여성이 고소를 취하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성폭행이 아닌 성매매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다(성매매가 불법인 건 우선 차치하고). 자극적인 소재긴 하지만 그게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다만 ‘꽃뱀’이라고 피해 여성을 규정짓는 단어를 사용한 건 정말이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놀랍다.


내가 ‘꽃뱀’의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건가 싶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꽃뱀’을 검색해보았다.


꽃뱀[꼳뺌]


1. <동물>피부에 알록달록한 빛깔을 가진 뱀.
2.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



꼭 남자에게 접근하는 ‘여자’만을 지칭하는 국립국어원의 성차별적인 센스를 지적하는 건 귀찮으니 접어둘란다(혹시나 해서 ‘제비’를 검색했지만 ‘금품을 노리고 여자에게 접근하는 남자’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꽃뱀의 단어 뜻만 제대로 보믄 된다.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이 국립국어원의 단어 정의를 그대로 따다 쓴 거라곤 생각지 않지만, 언론에서, 그것도 수사 중인 사건의 당사자를 두고 ‘꽃뱀’이라고 지칭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언론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상식 이런 거 없어 보인다. 그치만 어그로의 종착역에 있는 종편이니 이 정도는 넘어가야 한다. 언론에서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꽃뱀’이란 단어를 쓴 것도 넘어가고, 피해자가 유흥업소 종사자가 아니라 일반 여성이었어도 이런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역시 넘어갈 거다.


2) 간혹 법을 창조


사건에 대한 규정을 하다가 법을 창조하기도 한다. 입법기관을 뛰어넘는 종편의 놀라움에 감탄을 금치 몬해따.


<MBN>의 6월 15일 <뉴스파이터>에 나온 김명준 앵커와 김은미 기자의 대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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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퍼 아님


김명준: 일부 보도를 보니까 박유천씨 측 관계자 말을 인용해서 ‘당시 지갑에서 60만원을 꺼내서 그 여성에서 줬다’(고 하는데) 이게 혹시 확인된 거예요? 언론엔 나왔지만 이 부분을 경찰에서 확인을 했을까요?


김은미: 이 부분은 경찰이 확실하게 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 언론 보도에서 60여만 원을 줬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건 성매매로, ‘합법적’ 성매매로 갈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하, 합법이라구여? 조금 당황해마지 않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포인트만 캐왔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1.9.15.>


1. "성매매"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收受)하거나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을 말한다.


가. 성교행위
나. 구강, 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행위



제4조(금지행위)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성매매



여기서 리빙포인트 또 하나. 법 위에 종편 있읍니다.


3) 동료의 입을 빌려보았읍니다


종편의 어그로 능력과 취재 능력의 콜라보레이션이 빛을 발하기도 하였다. 이건 <김어준의 파파이스> 104회에도 나온 적이 있다. 하도 종편 여기저기에 나와서 딱히 어디가 출처라고 밝히기도 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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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이 갔다는 업소의 한 남자 종업원의 인터뷰 내용이다. 넘나 직설적이어서 딱히 뭐라 하고 싶지도 않다. 이런 인터뷰, 민언련의 김언경 사무처장이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한 말로 갈음하겠다.


“성범죄를 희화화하고 성매매에 대한 문제의식 전혀 없는 보도”


ㅇㅇ글타능.



어그로 원기옥

앞에서 주로 야부리로 어그로를 끌었다면 이번엔 영상이다. 이거시야 말로 박유천 사건을 대하는 종편의 뽀인뜨다. 종편은 개국 이후 5년 동안 모아놓았던 원기옥을 다 이곳에서 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영혼을 갈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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얏!


종편은 박유천이 아이돌 출신이란 걸 강조하고 싶었는지 디X패치 급 사생력을 선보인다. 우선 출근길을 쫓아간다. 아이돌 팬들이 연예인 음악방송 출근길 찍는 건 줄 알았다.


종편은 현재 공익근무요원인 박유천의 근무지 강남구청에 따라가 출근길을 찍는 대범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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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채널A>의 <이남희의 직언직설>에 나온 장면이다. <채널A>만 간 건 아니고 다른 언론사에서도 구도만 다르지 배경과 등장인물이 똑같은 뉴스를 내놓는다. 내가 신의 손이라 캡쳐를 졸라 잘했는데 실제 영상으로 보면 흔들림도 쩔고 긴박감 쩐다. '꺄아!'하는 소리만 넣으면 영락없는 직캠(팬들이 연예인을 직접 찍은 동영상. 날 것이기 때문에 노이즈가 심하다)이다. 직캠 주제에 꽤 생동감도 있고 구도도 좋은 게 카메라도 좋겠다 찍덕(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덕후)하셔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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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영상이 사생보다 찍덕에 가까웠다면 <채널A>의 <쾌도난마>는 정말 사생팬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강남구청 관계자와 전화연결을 해 직접적으로 박유천에 대한 행방을 묻는다. 일거수일투족을 쫓지 못해 안달하고 번민하는 모습이 사생팬과 크게 달라보이진 않는다. 이 정도 집착이면 우선 합격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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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은 어그로의 마지막 덕목인 '도발'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들은 대놓고 묻는다.


"성폭행 하신 거 맞습니까?"


이제 뺨만 때리면 되겠다. "날 때린 건 네가 처음이야. 나랑 사귀자" 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이외에도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준다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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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날도 아니고 왜 하필 생일에 성폭행을 했냐고 트집을 잡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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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아니어도 되는 거 아니자나...


느닷없이 피해 여성을 '고소女'라고 명명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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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월 1일)자 <채널A> 뉴스란 메인


사스가 어그로 끝판왕답다. 이쯤되면 뭇 기레기언론학도 혹은 언론계 종사자는 인정하고 가야한다. 이 분들, 어그로의 경지에 서 있는 거라고, 원기옥 제대로 모았노라고, 곧 마인부우를... 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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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아!



종편 know everything


종편은 안다. 뭐시 중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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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의 보고에 따르면, 박유천 이슈가 한참일 때 '박유천 성폭행' 보도 숫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본격 박유천 방송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으다. 투 더 코어한 어그로 능력을 십분발휘하다 못해 박유천 위에서 칼춤을 췄다고 혀도 모자라지 않다. 엄청난 기회주의, 엄청난 돌려막기, 엄청난 어그로!


나는 이 어그로의 향연 속에 배움이 컸다. 전편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엄청시리 곤조 있으면서도 귀여운 사람이 아녔다면 어그로에 압도되어 종편에 입사한 후 '사장님 힘내세요!'를 외칠 노릇이었다. 돌부처 민언련의 무한한 조력 하에서 어그로의 핵심만 쏙쏙들이 뺏어먹은 나는 아마 철저한 기레기언론학도로 나의 능력을 시려펼 것이다.


내 머릿 속엔, 종편, 나, 어그로, 성공적.



P.S


나의 이 종편 탐구기에 많은 헌납, 아, 아니 도움을 주신 민주언론시민연합 분들에게 졸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런 이유로다가 독자 여러분들이 민언련의 종편 때찌 프로젝트를 비롯한 여러 언론감시 활동에 이렇게 저렇게 도움을 줘버렸으면 허는 것이 솔직헌 여우의 마음이다.


시민의 힘으로 민주언론을 쟁취하길 원한다면 민언련 사이트(링크)에 쿨하게 방문해버리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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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종편 탐구 보고서 (feat.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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