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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참치라는 생선을 회로 먹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아요. 심지어 일본에선 참치를 먹지 못하는 생선이라 여겨 동물 사료나 비료로 쓰거나 그랬더랬죠. 오죽하면 고양이도 외면하는 생선이라고 별명을 지어줬을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참치는 먼바다에서 잡히는데, 고등어처럼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어버립니다. 그리고 부패가 아주 빠르죠. 부패된 생선의 비린내는... 어휴.

 

참치를 먹기 시작한 건 100여 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하급생선으로 분류되었어요. 배가 커지고 빨라지니 참치란 녀석을 운반할 수는 있게 되었는데, 금방 부패하고 비린내가 진동하니 간장에 절여 먹어야만 했거든요. 그래서 고급 초밥집에서는 참치란 녀석을 안 썼답니다. 신기하죠?

 

계속 기술이 발달하면서 멀리 항해할 수 있는 원양어선이 생기고, 운반을 위한 냉동장치가 생기면서 일대 혁명이 일어난 게 50년 정도입니다. 드디어 참치를 싱싱하게 먹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죠.

 

자, 우리나라는 50년 전에 뭘 했을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일제 식민지와 전쟁의 후유증에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참치를 수입해 들어왔고 팔기 시작했어요. 근데 팔렸을까요??

 

아니요.

 

다들 회-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게 뭡니까? 팔딱팔딱 뛰는 녀석을 탁- 쳐서 샥샥샥 벗긴 뒤 쇽쇽쇽 썰어서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근데 꽁꽁 얼어서 운반된 참치를 그대로 썰어서 내니 이건 뭐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얼음도 아니고. 게다가 원양에서 냉동까지 해서 잡아온 참치는 나름 비싸서 있는 집 어르신들이나 잡수는 건데, 이게 이가 시리단 말이죠.

 

한국의 참치 상인은 고민했습니다. 이걸 어찌 팔아야 이가 안 시리게 먹을 수 있을까...


그 고뇌의 산물이 '김'입니다.

 

김에다 참치를 싸서 먹으니 그럭저럭 이는 시리지 않더라 이겁니다. 챔기름을 조금 찍었더니 고소한 맛도 나는군요. 그래서 참치는 살짝 얼어있는 걸 김에 싸서 기름장에 찍어 먹는 게 정석이라고 알려진 겁니다. 그 방식의 무한리필 참치집이 생겨나며 대중화가 시작되었죠.

 

이렇게 한국식 참치는 시작되었지만, 이건 단지 참치를 쉽게 먹기 위한 방법일 뿐입니다.

 

잠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글만 있으면 심심하니 제가 직접 작업한 1번 참치 대뱃살 사진 하나 올려봅니다.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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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참치가 고오급진 음식이라는 인식이 생겼을까요? 우선 참치는 생소한 생선이었습니다. 태생이 짧은 횟감계의 신생아였기 때문에 접한 사람이 적었고, 또 참치라는게 비쌌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기에 어떤 환상을 가지게 되었죠.


심지어 참치라는 어중간한 이름으로 쓸 수 있는 생선들이 있었고, 참치가 인기를 끄니 어획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이전에 비해 착해지고 무한리필집까지 등장했는데, 그럼에도 고급진 회라는 인식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마치 지금 나름 고급 음식으로 취급받는 랍스터 무한리필처럼 참치도 무한리필이지만 고급진 이미지라 각종 회식이나 특별한 날에 먹으러 가는 그런 음식으로 자리매김했지요.

 

그리고 특별한 날엔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일본에도 없는 독특한 이벤트꺼리가 탄생했으니, 바로 참치 눈알주!!


[구글 이미지 링크]

사진은 링크도 대신합니다. 보실 수 있으신 분들만 보세요.

 

일본인들은 참치 눈알을 보통 구워서 먹거나 요리를 해서 먹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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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술에 타 먹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사장님~ 이거 몸에 좋은 거야. 특별히 드리는 거니 함 잡솨봐요~"


 

하면서 오늘도 수많은 분들이 드시고 계십니다.

 

자, 그럼 참치 눈알은 진짜 몸에 좋은지 먹어도 효과가 있는지 말씀드릴게요.



1. 영양가가 있는가? -> YES!!


참치 눈물주를 주로 만드는 재료는 참치 눈알에 대부분을 구성하는 안와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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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크게 자리 잡은 흰색 부분인데, 보통 눈알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 부분이죠. 여기엔 참치의 영양소 중 유명한 DHA가 많습니다. 머리에 좋다는(탈모 제외) 바로!! 그 영양분 말이죠. 이 DHA는 우리몸에서 만들어 내질 못하기 때문에 오직 먹는 걸로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비타민 B1도 들어있지요.


즉, 영양가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2. 참치 눈물주는 비싼건가? -> No

 

참치 눈물주에 주로 쓰이는 참치는 보통 눈다랑어라는 어종입니다. 눈이 크기 때문에 눈다랑어라고 불리구요, 영어로는 빅아이(BIG-EYE) 튜나로 불리죠. 일본어로는 메바치(メバチ) 마구로라고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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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녀석이죠. 실제로 눈이 꽤 똘망똘망하게 생겼죠??

 

이 녀석은 거의 모든 참치집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켜도 100% 나오는 중간 가격대의 참치입니다. 참다랑어보다야 훨씬 저렴하죠. 저 눈알 하나로 눈물주 몇 주전자는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게다가 참치 머리에서 눈알의 값어치는 거의 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버리는 부위라고 봐두 무방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참치 머리를 그냥 다 버리거나 사료로 쓰거나 그래요. 우리가 즐겨먹는 곱창을 외국에선 다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뭐냐? 참치 눈알주, 그리 비싼 건 아니다. 단, 쉽게 접하긴 어려운 거긴 하니까 귀하긴 하다고 생각합시다.



3. 글쓴이는 참치 눈알주를 마실거냐? -> No

 

아니 왜? 위에선 영양가도 풍부하다고 했는데? 저렴하니까 안 먹는다?

 

그건 아닙니다.

 

일단 첫째로 맛이 없어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그 느끼하고 비릿하고 끈적한 식감이 도저히...으으으으... 싫더라구요. 이래저래 술에 희석시키고 맛을 내기 위해 홍초나 과실을 섞어도 보지만 역시 제 입맛엔 맛이 없긴 없습니다.

 

두 번째로, 위생 상태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참치는 보통 두터운 껍질로 뒤덮여서 오는 데다, 초저온(-60도)에 냉동되어 오는데요. 이 과정에서 눈알은 밖으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외부의 오염에서 보호받지 못하죠. 가끔이긴 하지만 잡는 도중에 눈알이 터지거나 손상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당연히 이런 터진 눈알은 안 쓰겠지만, 그래도 찝찝한 건 마찬가지죠. 그리고 참치는 바닥에 굴립니다... 무겁잖아요?? 영하 60도의 온도에서 얼려지고 보관되니 세균이 번식하거나 감염의 위험은 거의 없다 하더라도, 완벽히 위생적이라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먹지 않아요.


저는 미각을 위해 DHA를 포기하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도 먹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어요. 흔히 광고하는 정력에 도움될만한 영양분은 없지만, 나름의 영양분도 있고 또 눈물주 만들어 주신 성의도 있으니 즐기시던 분들은 계속 즐기셔두 무방할 겁니다.

 

하지만! 이거 귀한 거니까 억지로 먹이거나 먹지는 마세요. 불로불사의 묘약은 아니니까 말이죠. 게다가 침실에서의 효과는 없다구요. ^-^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엔 내가 얼마를 내야 진짜 좋은 참치를 먹을 수 있냐!? 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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