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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봄 나들이

2013-04-0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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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4. 08. 월요일

마사오





바야흐로 봄이다. 답답했던 부츠와 레깅스의 계절이 가고 흰색 발목양말과 맨발샌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맘때면 봄처녀는 으레 설레임을 한 아름 품고 오시기 마련. 옛 성현들이 이르길, 봄처녀가 뛰면 바바리맨도... 봄처녀 3년이면 바바리... 봄처녀 잃고 바바... 가는 봄처녀가 고와야 오는 바... 


몰라! 암튼, 산으로 들로 뛰어 댕기기 좋은 계절이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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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네. 봄이야.

 

 

커플이면 커플인 대로, 가족이면 가족인 대로, 풋풋한 주말나들이 계획에 들떠 되도록 저렴하면서도 가격대비 맛과 멋, 보람과 알참을 챙길 여행지를 검색하기 마련. 네 신분이 비록 비천한 솔로인들 어떠랴. 네가 솔로인 이유는 네가 단지 담배나 라면을 사러 나가는 것 이외엔 도통 집밖을 나서지 않는다는 것일 뿐.

 

편의점 알바생에게 꽂히지 않은 다음에야 옆구리에 무언가가 들러붙을 여지가 없잖겠냐. 나가자. 너의 짝은 어딘가에서 애타게 널 찾아 헤메고 있다. 나가서 술에 약을... (하지 마!)

 

이 화창한 봄볕을 맞이하야, 독자제위들의 먹고 싸는 문제에 유별나게 천착하는 본지의 특성과 명성에 걸맞게, 봄맞이 특집기사로 너그들에게 맞춤 봄나들이 추천명소 한 곳을 소개하는 바이다.

  

굳이 과도한 여비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주변엔 재밌고 찰진 여행명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숨은 명소는 용이한 교통편, 맛깔난 먹거리, 풍성한 볼거리, 각종 편의시설 등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궁극의 봄맞이 숨은명소라 할 만하다.

 

'아기공룡 둘리'의 주소지를 두고 서울 도봉구와 경기 부천시가 신경전을 벌인다는 기사를 본 적 있을 게다. 그 전엔 '홍길동'을 놓고 강원 강릉시와 전남 장성군이 소송까지 벌였고, 고향이 황해도 황주인 '심청이'때문에 전남 곡성과 충남 예산이 멱살을 잡았다. 이렇듯 지자체의 문화관광컨텐츠 개발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주요한 사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리하야 오늘 이 자리에선 해당 지자체장이 이를 악물고 온갖 역경과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치며 발 벗고 나선 새로운 관광명소를 소개하고자 본지에서 친히 확인취재에 돌입하였으니.

 


바로, 서울 한복판, 자타칭 서울의 심장부라 일컫는 중구청 대한문 앞이다.

 

 

서울시 중구란 어디를 일컫는가. 


중구의 행정구역은, 


무교동, 다동, 태평로1가, 을지로1가, 을지로2가, 남대문로1가, 삼각동, 수하동, 장교동, 수표동, 소공동, 남창동, 북창동, 태평로2가, 남대문로2가, 남대문로3가, 남대문로4가, 남대문로5가, 봉래동1가, 봉래동2가, 회현동1가, 회현동2가, 회현동3가, 충무로1가, 충무로2가, 명동1가, 명동2가, 남산동1가, 남산동2가, 남산동3가, 저동1가, 충무로4가, 충무로5가, 인현동2가, 예관동, 묵정동, 필동1가, 필동2가, 필동3가, 남학동, 주자동, 예장동, 장충동1가, 장충동2가, 광희동1가, 광희동2가, 쌍림동, 을지로6가, 을지로7가, 을지로4가, 을지로5가, 주교동, 방산동, 오장동, 을지로3가, 입정동, 산림동, 충무로3가, 초동, 인현동1가, 저동2가, 신당동, 흥인동, 무학동, 황학동, 서소문동, 정동, 순화동, 의주로1가, 충정로1가, 중림동, 의주로2가, 만리동1가, 만리동2가, 회현동, 명동, 필동, 장충동, 광희동, 을지로동, 신당1동, 신당2동, 신당3동, 신당4동, 신당5동, 신당6동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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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기에도 태평로와 을지로, 남대문과 회현동, 충무로, 명동, 서소문, 충정로에서 신당동도 모자라 남창동(!)까지. 북구도 아니고 동구도 아닌, 그야말로 서울 한복판(中), 심장부라 자부할 만 하다. 교통편과 접근성? 네가 세네갈이나 캄차카 반도에 산다면 또 모를까. 서울 '한복판 of the 한복판'인 대한문은 또 얼마나 찾기가 쉽고 가기가 용이할텐가.

 

"저는 뇌용량이 2MB라서 무리가 따릅니다만..."이라고 한다면 120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넣어 "서울시청 앞 대한문에 가고 싶습니다." 라고 울며 보채면 된다.

 

반쯤 벗은 츄리닝 바지를 치켜세우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보자. 렛츠 고~

 

입소문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어떻게들 알고 꾸역꾸역 모였는지, 현지 확인취재를 위해 도착한 대한문 앞엔 이미 외국인관광객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대한문 앞에서 경험한 소회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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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소떼마냥 몰려든 외국인 관광객들


 

13대 조상님이 영어사전에 맞아 돌아가셨기 때문에 영어에 끝 모를 적개심을 품고 있는 당 필자지만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영어로 즉석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마사오(이하 마) "...익...익스큐즈 미."

 

프랑소와(이하 프) "...오케이."

 

- "이...인투루듀스 마이셆."

 

- "어헝~"

 

- "아임... 코리아 인터넷 뉴스매거진 딴지일보 리포터."

 

- "예아~"

 

- "두유노... 에 또, 코리아 컴퍼니... 카... 부릉부릉... 음... 쌍용 모터스?"

 

- (어깨를 으쓱하며) "노"

 

- "음... 유... 비짓터?"

 

- "... 투어리스트"

 

- "오케이... 데어! 데어! (대한문 앞을 가리키며) 쌍용모터스... 음... 워킹피플... 데모스트레이션... 띵킹어바웃... 댓...?"

 

- "와이? 와이 데모스트레이션?"

 

-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 "와이?"

 

- "아... 씨바.... 워크아웃!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며..) 파이어드! 응 그래. 파이어드!"

 

- (다시 어깨를 으쓱 함.)

 

- "두유러브...코리아?"

 

- "예아~ 쏼라쏼라 어쩌구 저쩌구..." (대충 좋은 뜻인 듯)

 

- (다시 대한문 앞을 가리키며) "두유 띵킹어바웃....스트라이크? 아유 스케어드?"

 

- "노우. 프랑스(쏼라쏼라)올웨이즈(쏼라쏼라)리틀(쏼라쏼라)데모스트레이션(쏼라쏼라)아이돈케어(쏼라쏼라)"

 

- "웨어아유 프럼?"

 

- "스위츨랜드"

 

- (아까 프랑스 어쩌구 했잖아?) "에...프랑스...에...또...."

 

- "나우 워킹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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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자신들의 나이를 밝히지 않고 신비주의를 고수한 '프랑소와'와 '알렉산드리아'커플

 


 

그 후로도 우린 국제정세와 지구온난화, 유럽발 경제위기 등에 대해 깊이 있고 격조 높는 대화를 나눴다. 그들 커플의 이름은 거짓말 같게도 '프랑소와'와 '알렉산드리아'. 울나라의 '철수'와 '영희'처럼 흔한가 보다. 어쨌거나, 외국인 관광객의 대만족을 확인하며 오늘의 관광명소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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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부터 분위기가 범상찮다. 공 들인 티가 물씬나는 화려한 색감과 풍성한 볼거리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압도하고 있다. 헌데, 김정은이 함부로 날뛰어서 얻을 건 독재정권 파멸이고 잃을 건 목숨이라면, 함부로 날뛰라고 좀 부추겨야 맞는 거 아닌가? 좀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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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고 왔는지, 재래언론들의 취재열기도 뜨겁다. 딴지일보는 언제쯤이면 저런 번듯한 취재차량 좀 굴려보까. 씨바... 괜히 눙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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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맞이에 한창인 중구청 공무원들. 깔맞춤한 유니폼이 봄날 화사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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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서는 안될 볼거리, 덕수궁

 


저 안내판이 의미하는 바는, "너그들이 해고 되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덕수궁 무료관람을 시켜 주겠다."는 훈훈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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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용을 드러낸 중구청의 자랑. 녹치대 (화단) 

그 화려함과 장엄함에 경탄을 금치 못한 관광객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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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강력히 부르짖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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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치대의 전경

 

근데, 박근혜씨가 아직 대통령인 거야? 진짜? 왜? 요즘 통 안보이시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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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감상하는 포스트모던한 21세기적 관점을 제시하는 중구청의 아방가르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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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초기라서인지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의 행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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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 마주친 재래언론 사진기자의 장비. 어우 씨바... 또 영문 모를 눙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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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럼 꽃병에 꽃 대신 사람을 꽂아야지. 그게 말이 돼?

 

 

산에 핀 아름다운 꽃은 꺾어서 집에 가져올 수도 있지만 사람은 그래선 안돼. 어떤 경우라도, 사람은 꺾으면 안돼. 꺾여서도 안돼. 어떤 경우라도...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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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차량은 쌍용자동차다. 뭔가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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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화려한 깔맞춤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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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앞 상징물. 뒤의 자봉단원들이 웃는 낯으로 손님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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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행사인 차력쇼를 준비하고 있는 자봉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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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선 이런 볼거리도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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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있을지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한 주최측의 철저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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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행사가 시작되고 즐거운 노래자랑이 열렸다.

 

 

이런 대규모 행사가 처음인 듯 조금은 긴장한 기색인 중구청 공무원을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했다.


- "안녕하세요."


중구청 공무원 (이하 중) - "죄송한데, 질문 안하셨으면 좋겠는데...."


- "잠시만요. 여기, 경찰도 있는데 왜 굳이 공무원분들이 나와서 서계신 거죠?"


- "....녹치대...화단을 무단으로 침입할 까 봐. (그걸) 막으려고 있는거죠."


- "그건 경찰들이 하면 되잖아요?"


- (화단 위의 현수막들을 가리키며) "저런 불법 현수막들도...."


- "공무원이시잖아요? 지금 시간이 저녁 7시가 넘었는데, 혹시 야근수당은 나오나요?"


- "그런 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쓰지 마시고...됐어요. 됐습니다."


- "저어...직책과 성함 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 "그니까....됐으니까...."


- "아까 과장님이라고 들은 거 같은데, 무슨 과세요?"


- "우린 우리 일 알아서 할테니까...신경 쓰지 마시고 볼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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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당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고 겸양의 미덕이 쩌는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

 

 

이 사진을 함 봐주시기 바란다.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namib8768)'님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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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인 것도 좋고,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어쩌고 하는 것도 다 좋은데, 겸양의 미덕이 쩔어도 너무 쩔은 거 아니냐. 저렇게 얼굴 가리는 짓은 수배령 떨어지고 먹고사는 데에 지장있을까봐 걱정하는 종북빨갱이들이나 하는 짓거리 아니냐.


자신이 스스로의 신념에 비추어 자랑스럽고 당당한 애국지사라면 얼굴 좀 드러내라. 누가 때리냐. 겸양에 쩔어 소속은 숨기고 얼굴은 가리고. 설마 스스로 쪽팔려서 그런 건 아니겠지. 설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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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이 새로이 선보인 봄맞이 큰잔치 행사의 성공을 기원하는 미사가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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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을 향해 가는 봄맞이 큰잔치

'대한문에서 만나자'는 플래카드가 인상 깊다. (근데 왜 반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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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즐기고 있는 잉글랜드 청년 '터매스' (토마스?)

잉글랜드에서 왔다길래, "맨유?"라고 물어보니, "첼시!"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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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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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곳'은 여기인데, '나가는 곳'은 어디인가.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위에 소개했다시피 중구청은 이번 봄맞이 큰잔치를 위해 무척 꼼꼼하고도 철저하게 준비한 듯 했다. 생각보다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동원한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들인 정성에 비해 내용은 다소 빈약한 느낌인 것이 아쉬웠다. 아무래도 '사람보다 꽃이 우선'이라는 안드로메다적인 컨셉으로 행사를 치르다 보니, 꽃 축제로 이골이 난 경기도 고양시의 오랜 노하우를 따라가기엔 아직 역부족인 듯 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고 다음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소속 인물이 또 다시 당선된다면 더욱 버라이어티하고 기상천외하며 우끼고 쳐자빠진 꼬라지의 '쌩쇼'를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금년 '봄맞이 큰잔치' 행사의 공로자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현직인 최창식 중구청장을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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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새ㄲ... 이 분.

 


얼마 전, 최 구청장은 박근혜대통령(... 정말 아직도? 대통령 됐으니까 볼일 끝났다며 사퇴하고 어디 여행이라도 간 거 아녔어?)의 가짜 트위터에 낼름 멘션을 보내 



"국운을 이르켜 세울 지도자께서 구청장까지 이르켜주시니 감사합니다. 

서울의 중심 중구를 세계인의 역사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내가 오타낸 거 아니다.-필자 주)



라고 문화관광컨텐츠 사업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가관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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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청장을 뽑은 중구시민들은 자신들의 민주시민 역량에 얼마나 뿌듯할까? 응? 글치? 응? 뿌듯해 뒈지겠지? 응? 아니냐? 응? 좋아 죽지? 아주?


정작 세계인들은 최창식 구청장이 몸소 보여주는 '역사'와 '문화'에 어떤 감상을 느낄지 나로선 알 턱이 없지만, 꽤나 긍정적이지 않을까 싶다.


대한문앞에서의 '촛불 문화제'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에 개최된다. 앞서 얘기했듯, 교통편과 접근성의 용이함. 다양한 볼거리와 풍성한 문화행사, 아이들의 정서함양과 교육의 산실로 하루 빨리 자리매김 되길 기원해 본다.

 


여러부우운~! 


서울시청 앞 대한문으로 놀~러~ 오세요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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