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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4. 11. 목요일

논설우원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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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래도 실은 빈말 자주 하는 게 저 친구들이고, 우원은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 않는다. 한 일주일 전까지는 100퍼센트였다가 지금은 97.43%로 낮아지긴 했다만 여전히 기본적인 입장은 마찬가지다.

 

허나 이 말은 지금 당장의 이 상황 하에서 안 날 거라는 말이지, 앞으로 지금 같은 안 좋은 관계와 긴장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절대 안 난다는 말은 아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처럼 정말 날 거 같은 분위기에서 안 나기도 하고, 전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난처럼 시작되기도 하는 게 전쟁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오늘 내일 미사일은 쏠지 모른다. 그게 전쟁 터지는 흐름으로 이어지냐 아니냐는 미국과 우리의 대응에 달려 있다. , 미사일 발사 행위는 북한이 내외에 체면을 세우고 무력시위를 하는 거에 더해 공을 이쪽으로 넘기는 의미가 있는 거다. 근데, 누구도 진짜 전쟁을 바라진 않겠지만 막상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우리던 미국이던 그냥 가만히 있기에는 가오가 안 서는 것도 맞다.

 

이렇듯, 지금 이 상황에 정말 위험성이 있다면 그건 이게 서로의 기 싸움, 자존심 대결의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도 그렇게 떠들어대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물러서기는 쉽지 않다. 와중에 데니스 로드맨까지 불러서 오바마 전화 기다리고 있다는 메세지를 흘렸지만 정작 오바마는 콧방귀도 안 꼈을 뿐더러, 뀐다 한들 그때는 몰라도 지금은 전화를 하거나 특사를 보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글고 다들 알다시피 우리도 머 똑같은 입장이다. 박그네 정부 입장에서 설사 특사를 보내거나 어떻게 달래보고 싶다 한들 - 그럴 리 없다고 보지만 - 보수 지지층의 눈치 땜에 그럴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예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나 똑같은 '행태'라고 개욕을 먹을 게 뻔하니 말이다. 이 김에 평양에 핵 한방 떨어트리고 북진 통일하자는 말 안 나오면 다행인 게 그들이니.

 

, 이런 점들을 보면 지금 이 상황의 당사국이라고 할 남북한과 미국은 긴장 완화를 위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국제적, 국내적 체면과 이해관계, 정치적 입장 등에 발목이 잡혀도 단단히 잡혀 있다. 그렇다고 이런 일에 제삼국 정부가 대놓고 나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요런 시점이야말로 바로 히어로가 필요한 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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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코르바초프

 

80년대 생 이하는 잘 모르겠지만,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그가 국제 정세와 세계 역사에 끼친 영향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정치적 지명도는 물론 미국과 한국 등 적성국에서의 개인적 인기마저 하늘을 찔렀던, 가히 세기말 수퍼스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이 인물. 고르비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인형과 캐릭터는 물론 이름을 딴 카페들이, 다른 곳도 아닌 서울에 생기곤 했으니 말 다한 거다.

 

그러나 고르비는 소련 해체 이후 그 멍에를 뒤집어 쓴 채 두문불출 하다가 노구를 이끌고 지난 2008년에야 정계복귀를 했단다. 머 그렇다고 딱히 하는 일이 많은 것 같지는 않고, 푸틴을 견제한다는 명목 하에 쓴소리나 좀 하시는 모양이다.

 

이렇게 국내 정치에서는 맥을 못쓰는 고르비지만, 국제 무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계의 어느 세력이 그를 무시할 수 있단 말이냐? 미국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히고 재선도 못한 지미 카터도 전세계를 넘나들며 평화를 외쳐 왔다. 근데 고르비는 어찌되었던 과감한 개혁과 개방으로 수십 년 간 계속된 냉전을 끝낸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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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더 중요한 건 실은 그게 아니다. 이 양반의 포지션상 지금 북한과 남한, 미국 사이에서 반감을 사지 않은 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이 바로 핵심이기 때문이다.

 

함 생각해보자. 비록 한마디 하긴 했지만 푸틴이나 중국의 시진핑 같은 강대국 지도자가 나서면 바로 외세 개입의 느낌을 준다. 카터도 미국 대통령 출신이니 지금 이 상황에까지 끼어들기는 거북한 입장이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은 남한 사람인데다가 북한이 이미 친미라고 낙인 찍은 점에서 운신의 여지가 없다. 넬슨 만델라는 이미지가 우리하고는 먼데다가 95세 고령으로 오늘내일 하시는 거 같고, 피델 카스트로 같은 이는 북에는 먹히지만 미국에는 씨알도 없다.

 

하지만 우리의 고르비라면?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으니 북한에도 기본적으로 말빨이 서고, 타임, 뉴스위크지 등 올해의 인물에 선정될 정도여서 미국과 한국에서도 충분히 존중 받는다. 무엇보다 이런 그의 역할과 이미지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세계인이 아주 많다. 그런 그가 이번에 과감히 나서서 중재 역할을 한다면 당사국 모두가 경청할 것이요, 본인의 입지도 극적으로 강화될 게 분명한 일 아니냐.

 

그래서 잘 해결되면 멋진 일이고, 잘 안 된다 한들 잃을 게 머가 있냐? 고르비로서도 여든 셋이나 되셔서 평화를 위해 다시 함 나서 보시는 거고, 남북미의 입장에서도 고르비가 얼쩡거리는 동안 시간을 좀 벌면서 이 긴장된 상황을 흐지부지 만들 수도 있다. 여하튼 지금보다 나빠질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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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애석하지만 지금은 당사국끼리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셋 다 서로 어느 쪽이 먼저 움직이는지 눈치만 보고 앉았지 않냐. 서로간에 핵 도발 한다면서 B-52 한 번 보내보고, 미사일 함 옮겨 보고, 하지만 막상 진짜 전쟁 나면 작살나는 건 우리 같이 어느 쪽에든 증오도 분노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우원 일산 산다. 전쟁 개시 10분만에 초토화되고 북한 지상군 들어오면 서울 함락 공격의 전초기지로 쓰일 곳이 바로 여기다.

 

그래 씨바, 솔직히 농담 반이다만 이런 분위기로 계속 가느니 고르비 함 불러보는 거 괜찮지 않냐는 거다. 개인적으로 이 양반 소련 해체 이후에 찬밥 신세 같아서 좀 아쉽기도 했고, 이럴 때야 말로 국제적 원로가 나서서 야단도 치고 달래기도 하고 으름장도 놓으면서 풀어 내 보는 거, 나쁜 생각 아니다.

 

우리가 미제의 앞잡이 괴뢰 아니듯 저넘들도 맨날 전쟁광 미친갱이인 건 아닐 거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던 평화와 전쟁 사이에는 아 다르고 어 다른 소통의 부재가 도사리고 있다. 아무도 나서서 대화를 끌어갈 수 없다면 남는 것은 결국 주먹다짐 뿐인 게 세상의 현실이고.

 

그래서 우원은 지금 고르비를 원한다. 더 나은 생각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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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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