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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에서 비리 없는 곳이 없겠지만, 방산비리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고유명사가 되어 하나의 산업군을 형성하고 있지요. 앞으로 그 방산비리의 많은 이야기를 시리즈로 적어 볼 계획입니다. 우선 하나 정리하고 가야 할 것은 뉴스기사에 뭉뚱거려서 표현되는 방산비리라는 것이 모두 돈을 받고 어떤 일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불량에 따른 부실, 무기 도입 과정의 비리, 국산 기술의 품질저하, 군피아의 개인적 일탈 등이 뒤엉켜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국방위에서 4년을 있어 보면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해 오는 과정에서 벌어집니다. 그것이 수천억짜리 비행기를 통으로 들여오는 것이든 그 안에 들어있는 작은 볼트 하나를 구입해오는 것이든 말이지요. 그런데 피해는 대부분 국내 방산기업들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점은 독자 여러분들께서 조금 더 신경 써서 판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산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에서는 방산비리 합동조사단을 꾸려서 1조 원에 가까운 방산비리를 적발하고 있고(기사에 이렇게 나옵니다만 그것은 개별사업들의 총사업비가 1조 원에 육박한다는 것이지 비리자체가 1조 원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방사청도 혁신안을 연일 쏟아 내고 있지요. 정치권에서는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로 규정해서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방산비리라는 게 갑자기 생긴 일은 아닙니다만, 그 도화선이 되었던 것이 대한민국 국민을 슬픔으로 가득하게 한 세월호의 구조함인 통영함에서 시작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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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함은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바다 속에 들어간 배들을 꺼내기 위해서 구조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을 통해서 1,600억을 들여서 건조한 수상구조함입니다. 2012년 9월에 배가 다 만들어졌다고 해서 해군참모종장이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를 할 정도가 되었지요.

 

그때 해군이 기자들에게 배포했던 보도자료의 일부를 전합니다.



해군, 최초 국산 수상구조함 ´통영함´ 진수 수중 3천m 탐색하는 무인탐사기 탑재 및 대형 항공모함까지 예인 가능

 

해군본부는 4일, 대한민국 해군 최초로 우리 기술로 건조되는 수상함 구조함(ATS, Salvage and Rescue Ship)인 ´통영함´ 진수식을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수상함 구조함은 고장으로 기동이 불가능하거나 좌초된 함정 구조, 침몰 함정·항공기 탐색 및 인양, 예인, 해상 화재진압, 기름유출 등 해상오염 방재 등 다양한 구조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으로서, 우리기술로 만들어지는 최초의 수상함 구조함인 통영함은 전장 107.54m, 전폭 16.8m, 경하톤수 3천500t급으로서 기존 구조함에 비해 대형화 및 최첨단 첨단장비를 탑재하고, 최대 속력이 21kts로 각종 해난사고 발생 시 보다 신속하게 구조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통영함은 유압권양기를 이용해 직접 인양시 윤영하급(PKG)을 인양할 수 있으며, 대형 항공모함을 예인할 수 있는 구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와 최대 수중 3천m 까지 탐색이 가능한 수중무인탐사기(ROV : Remotely Operated Vehicle) 등을 탑재하고 있어 기존의 구조함에 비해 탐색능력이 대폭 향상됐으며, 헬륨과 산소 혼합기체를 이용하여 수심 90m까지 잠수사가 직접 잠수 가능하다.

 

또한 구조작전시 파도와 조류, 바람의 영향으로부터 함정의 위치를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자동함위 유지장치를 채택해 안정적으로 구조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최대 8명까지(치료사 포함) 수용이 가능한 치료챔버와 중형헬기가 이․착함할 수 있는 비행갑판을 갖춰 환자의 신속한 치료 및 이송이 가능하다.

 

해군 관계자는 "통영함 건조로 인해 잠수함 구조함 청해진함 등 본격적인 국산 구조함 시대를 맞게 됐다"면서 "기동전단 작전지원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으며 통영함은 군 작전은 물론 각종 해난사고에 대한 국가 재난 대응전력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에 진수를 마쳤고, 시험운용을 해서 2013년이면 해군으로 인계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는데 왜 2014년 4월 16일 이 배는 진도 바다로 출동하지 못했을까요? 그 배는 당시에 어디에 있었을까요? 결론적으로 그 배는 아직 해군으로 인도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년 전에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사이드 스캔 소나와 3000m까지 탐색이 가능한 ROV를 갖추었다고 했지만, 그건 보도자료에만 존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대부분의 군인들은 그 보도자료를 믿었을 것이고, 당연히 우리에게도 수상구조함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2014년 4월 16일 아침 ‘통영함의 출동명령’이 해군참모총장의 명령문으로 하달됩니다. 그것도 10시와 11시에 두 차례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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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 국민이 다 아는 것처럼 통영함은 진도 앞바다로 가지 못했습니다. 해군참모총장이 두 차례나 내린 명령이 왜 시행되지 않고 멈추었는지는 지금도 알 길이 없습니다. 충분한 구조 장비가 준비되어 있었고, 특별히 추가적으로 통영함이 발진할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는 군의 발표만이 있을 뿐입니다.

 

다시 방산비리 부분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통영함 하나만을 가지고도 책 한 권을 쓰겠지만 오늘은 딱 두 개의 부속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수중무인탐사기(ROV)


첫 번째는 수중무인탐사기(ROV)입니다. 방위사업청의 수중무인탐사기(ROV) 계약 등 추진현황을 간략히 보면, 2010년 3월, 방사청과 수중무인탐사기(ROV) 제작사인 GMB사(미국)간 127억의 계약을 맺고, 2013년 12월, 방사청 주관으로 해상수락시험(SAT)을 완료합니다. 이 결과에서는 성능은 만족할 수준이었으며, 계약 이행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2월, 해군주관으로 작전운용시험(OT)에서 통영함의 초음파 탐지카메라의 성능이 미달이므로 초음파 탐지카메라를 교체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당시 실험에서 성능미달 부분은 고주파 및 저주파 영상은 전시되나, 표적의 형상 확인 불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확인 이후 방위사업청에서는 부랴부랴 제작사인 GMB사에게 성능개선을 하라는 조치를 내립니다. 간략히 보면 방위사업청이 평가할 때는 문제가 없었고, 실제 함정을 사용해야 할 해군이 다시 평가해보니 사용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해군과 방위사업청 간에 주고받은 ‘통영함 수중무인탐사기(ROV) 개선 관련 수발신 공문 현황’을 분석할 결과 2012년 11월 9일 해군 방위사업협력과에서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에게 ‘통영함 개선보완사항 반영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발송했다는 것입니다. 2년 전에 같은 문제가 예견되었고 그것의 처리를 해군이 방사청에 요청했으나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내용이 세상에 공개되자 방사청은 방사청 업무담당자의 업무 부주의로 서류가 누락되어서 당시에 GMB사에 전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해명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는 독자 여러분께서 판단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소나


두 번째는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나에 대한 것입니다. 통영함의 소나라고 하면 국민 뇌리에 기억되는 두 가지 문장이 있는데 ‘2억짜리를 41억에 샀다’, ‘참치 잡는 어군탐지기’라는 것이지요. 간혹 이 둘을 같은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 둘은 다른 소나입니다.

 

먼저 2억짜리 제품을 41억에 부풀리는 과정에서 통영함과 추가적으로 소해함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로 내용을 대체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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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어군탐지기’ 사건은 세월호 사태로 통영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감사원의 감사결과도 나온 상황이라 뭔가의 대책을 마련해야 했지요. 그래서 6월 25일 통영함의 주무부서인 방사청 상륙함사업팀에서 방사청 시험평가2과, 해군본부 통신전자기술과, 대우조선해양관계자 등 18명이 모여서 회의를 엽니다. 이 자리에서 해군본부 관계자가 “지난 5월에 설치된 SH90은 어군탐지기임으로 군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하게 됩니다. 6월 27일에 있었던 2차 회의에서는 방사청 국제장비계약팀은 “결함/하자 구상은 동일한 기종(MS3850)으로 수행하여야 하며 방위사업법규 및 계약서상 이종품은 수용 불가”하다고 밝힙니다. 애초 달기로 한 것과 다른 탐지기를 통영함에 설치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이었지요.

 

도대체 누구의 명령으로 왜 어군탐지기라도 달도록 했는지 여전히 답은 미지수입니다.

 

아참 방산비리의 백화점과 같은 이 통영함으로 인해서 처벌받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문제의 음탐기 납품 계약을 맺은 헤켄코의 강 모 대표와 전직 방사청 직원 2명 등은 2억 원짜리 음탐기를 41억 원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통영함을 진수하면서 25명이 통영함 유공자 표창을 받았습니다.{국방부장관상 3명(해군1, 방사청1, 기품원1), 합참의장상 3명(합참1, 해군1, 방사청1), 해군참모총장상 6명(해군3, 방사청1, 기품원1, 대우조선해양1), 방사청장상 5명(해군2, 방사청2, 기품원1),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상 8명(해군2, 방사청4, 기품원1, 대우조선해양1)} 더 경악할 일은 표창의 이유를 적시한 공적조서에 군 전투력 증강에 도움을 주었고 전력화 시기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사업 정상화에 기여하고 심지어 선체고정음탐기(HMS)를 적기 추진한 공로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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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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