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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석 달 앞둔 2016년 1월 말, 김성회 전 의원은 윤상현 의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김성회 전 의원은 18대 총선 때 경기 화성 갑에서 당선됐으나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컷오프됐다. 화성 갑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이 이듬해 지병으로 사망하자 김성회 전 의원은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친박계 대가리 서청원 의원이 정계복귀를 선언하고 화성 갑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그는 2009년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고 2010년 가석방됐었다.


김성회 전 의원은 경선을 요구했지만 서청원 의원이 전략공천돼 당선됐다. 대신 박근혜 대통령이 그 해 말, 김성회 전 의원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임명했다. ^오^


김성회 전 의원은 서청원 의원이 73세의 고령이라 20대 총선에서 불출마할 거라 생각해 2015년 말 사임하고 화성 갑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였다.


윤상현 의원은 통화에서 "빠져야 된다, 형.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잖아. 형, 거긴 아니라니까."라면서 지역구를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위계질서가 강해 친한 사이라도 손위 국회의원에게 깍듯이 대하지만 유독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엑스동생이어서인지 '형'이라 부르면서 말을 놓는다.


<윤상현 의원 녹취록>

 

그는 "형이 일단 전화해, 빨리. 형 안하면 사단 난다니까. 형,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 아이 씨."라며 약점을 쥐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어 "까불면 안된다니까. 형이 얘기한 대통령 뜻을 가르쳐 준 거 아냐. 정무수석(현기환)하고, 경환이형(최경환)하고, 나하고 대통령, 다 그게 그거 아냐"라고 협박했다. 중고등학교 때 보면 일진 빽 믿고 설쳐대는 양아치들이 하나씩 있다.


김성회는 별명이 핵주먹으로 2010년 강기정 의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벌금형을 선고받은 상남자임에도 6살 아래인 윤상현에게 찍소리 못 하는 걸 보면 윤상현의 당내 입지를 짐작할 수 있다.


김성회가 지역을 바꾸면 경선을 해야한다며 난색을 표하자 윤상현 의원은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라고 설득했다.


결국 김성회는 화성 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근데 경선에서 떨어졌다. 정계의 스베누 친박 브랜드


윤상현 의원은 "뒤에 대통령이 있다니까.(서청원 의원이) 대통령 사람이기 때문에 (피해) 가야 한다니까. 최경환이 또 전화해야 돼? 바로 전화하라 할께."라면서 배후가 박근혜 대통령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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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전 의원(출처: 연합뉴스)>


윤상현 의원은 3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막말 파문이 불거졌을 때 '공천개입 시도는 절대로 아니다. 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사람이다'라고 호통친 바 있다. 쪽을 모르는 스타일인듯


윤상현 의원에 이어 최경환 의원이 전화를 걸어 "그렇게 해요.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자꾸 붙을라고 하고 음해하고 그러면 서청원도 가만 못있지."라고 타일렀다.


김성회가 공천 보장을 요구하자 최경환 의원은 "서청원도 보장을 하겠다는 게 아냐. 그러니까 빨리 전화해서 사과 드리고"라며 서청원 의원에게 사과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 하여간 빨리 푸세요. 그렇게 하면 우리가 도와드릴게."라고 훈계했다.


김성회가 '그것이 VIP(대통령) 뜻이 확실히 맞는 건가'라고 재차 확인하자 그는 "그럼, 그럼, 그럼, 그럼." (verse) 그럼 (x4)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음을 분명히했다.


최경환 의원은 7월 6일, '지난 총선 기간 평의원 신분이었다'며 공천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도 김성회에게 전화를 걸어 "가서 서청원 전 대표님한테 저한테 얘기했던 거 똑같이 얘기하세요. 대표님 가는 데 안 가겠습니다."라고 다그쳤다. 청와대 핵심인사가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공천에 개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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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당시 서청원 의원(출처: 뉴시스)>


그는 "저하고 약속을 한 거는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거 아녜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복잡해지는지 압니까?"라면서 역시 배후가 박근혜 대통령임을 시사했다.


김성회가 '이게 VIP(대통령) 뜻이라면 따르겠다'고 하자 그는 "예, 따르세요. '정해주시면 다른 지역 갑니다'라고 솔직히 까놓고 하세요."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뜻임을 재확인했다.


약속 사실을 확인하려는 김성회에게 그는 "서로 인간적 관계까지 다 까면서 이런식으로 합니까? 그럼 저한텐 한번 해본 소리예요? '서청원 전 대표 가는 지역엔 안가겠다. 그건 약속한다.' 저한테 그랬습니까? 안 그랬습니까?"라고 격분했다.


이어 "판단 제대로 하시라고요. 바로 전화하세요. 오늘 바로 하세요."라고 독촉했고 김성회가 생각할 시간을 줄 것을 요청하자 "아니, 생각할 게 뭐가 있습니까?"라고 꾸짖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총선 한 달 전에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비밀 회동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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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출처: 노컷뉴스)>


김성회 전 의원은 통화 내용을 꼼꼼히 녹취했고 TV조선이 이를 7월 18일부터 잇달아 단독보도했다. TV조선 너 임마 화이팅


서청원 의원의 측근인 이우현 의원은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자꾸 나가려고 하니까 최경환, 윤상현 의원이 양해를 구한 것'이라며 '남자의 세계에서 가장 인간쓰레기 같은 행동을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즉, 청와대 공천 개입은 아무래도 좋다.


한 가지 의문점은 왜 총선이 끝나고 3개월이나 지나 녹취록을 공개했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8월 9일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한다. 공교롭게도 최경환 의원이 2주 전,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고 서청원 의원도 보도 직후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박 유력 후보 두 명이 동시에 나가리된 것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는 폭로 배후로 비박계를 의심하고 있다 김무성이 또. 롯데그룹 수사로 코너에 몰린 친이계의 역공이라는 분석도 있다.


녹취록 보도를 TV조선이 하드캐리해 의아할 수도 있는데 종편은 예전부터 친이계였다. 종편을 허가한 것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기도 하고.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개발살났고 대통령 임기도 1년 반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종편까지 극딜하는 걸 보면 이번 사건이 레임덕의 신호탄이 될 지도 모르겠다.

 

 





 

 문화병론가 고성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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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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