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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Back Then – 네이마르 열풍을 꺼버린 엘 트리콜로 군단


4년 전에 스위스, 멕시코, 가봉과 같이 B조에 편성되었을 때, 우리는 멕시코를 "강호" 이상으로 보지를 않았다. 오히려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일로 불편한 감정이 쌓인 스위스에 더 신경을 썼지 멕시코는 그저 가봉을 제외한 B조 3파전의 일원일 뿐이었다. 이번에 멕시코와 또 같은 조에 편성될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듯이, 멕시코가 브라질이나 영연방, 스페인 등을 앞서서 금메달을 차지할 거라 예상한 전문가는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와버렸다. 조별예선 최다득점자인 마르코 파비앙과 와일드 카드로 차출한 오리베 페라르타의 투톱 체제는 강력했고, 경험 있는 골키퍼 코로나와 수비수 살치도가 지휘하는 5백의 탄탄한 수비, 그리고 필요할 때 나와서 해결사 역할을 한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 등의 활약으로 조용히 무패행진을 이어간 멕시코는, 그 당시 지나치다고 여길 정도로 과열되었던 브라질의 네이마르 열풍을 영국의 '꿈의 구장' 웸블리 안에서 90분만에 잠재워버렸다. 여러 축구 강국들한테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 이 대회에서 승리를 쟁취한 팀은 그런 의미를 짊지도, 유력 우승 후보도 아니던 멕시코의 엘 트리콜로 군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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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랑 대회 – 올림픽 출전 팀들의 최종견적서


우리는 이 트리콜로 돌풍을 어디서 어떻게 엿볼 수 있었을까? 그 창구 중 하나로써 소개하고 싶은 대회가 바로 툴랑 대회(Toulon Tournament)다. 초청 형식으로 매년 5월 말 프랑스 남부의 도시 툴랑과 그 주변 소도시에서 개최되는 이 대회는, 만 23살 이하(U-23)의 선수들로 구성된 각국 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회로, 비록 UEFA 공식 대회는 아니지만 초청된 각국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무대로써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 대회와 올림픽 축구종목 본선에 동시 참여하는 국가에게는, 툴랑 대회는 '본 게임'인 올림픽 본선에 대한 최종점검의 차원으로 이 대회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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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종목 멕시코 선수명단. 

멕시코의 2012년 올림픽 전력은 그 해 툴랑 대회 전력 그대로에 

와일드카드를 추가한 형태였다고 봐도 무관하다. 

<테이블 출처 : 자체제작>


런던 올림픽 두어 달 전이었던 2012년 툴랑 대회 – 그 자리의 우승 팀이 바로 멕시코였다. 5경기 14득점 10실점이라는 화끈한 공격력으로. 차출한 와일드카드 삼인방의 활약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기존 U-23 팀의 전력도 탄탄했기에 가능했던 엘 트리콜로 군단의 예상치 못한 돌풍이었던 것이다.




멕시코 Now – 이번 툴랑 대회에서의 모습은?


우연하게도, 올해 역시 툴랑 대회와 올림픽 대회에 모두 출전하는 멕시코 대표팀이다. 2012년 그때와 같이, 올해 5월에 열렸던 툴랑 대회에서 보여준 멕시코의 모습 역시 이번 올림픽에서 만날 멕시코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번 툴랑 대회에서 나타낸 엘 트리콜로의 모습은 어땠을까?


짧게 대답하자면 "미완성"이다. 이번 툴랑 대회에서 멕시코의 라울 구티에레즈 감독이 경기마다 기용한 선수나 전술은 일관성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과감하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겉보기에는 4-4-2 진영을 유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틀 안에 가져갔던 선수들의 세세한 움직임은 경기마다 이게 같은 감독이 내놓은 전술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달랐다. 7일에 발표한 올림픽 대표 명단이 바로 한달 전에 치른 툴랑대회 명단과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은, 구티에레즈 감독이 부임 후 2년여간동안 자신이 원했던 엘 트리콜로 군단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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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툴랑대회 각 경기 간단리뷰(위)와 7일 발표된 멕시코 올림픽대표 명단.
4년 전의 '준비된' 전력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출처: 자체제작>
 



주의요소 – 탑의 움직임에 맞춰 허를 찌르는 윙어들


이번 툴랑 대회에서 멕시코가 득점한 6골 중 3골이 좌우 측면 선수들로부터 나왔다. 본래 포지션이 윙어인 선수들의 골을 포함하면 무려 5골이다. 공격수로써 차출된 선수 4인방(토레스, 로로냐, 디아즈, 하이메스) 중에는 한 골도 없다. 이를 보고 '탑의 결정력 부족'이라는 관측도 가능하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멕시코의 현재 U-23 스쿼드에서 전방 투탑에 위치한 선수들의 역할은 1차적으로 골을 노리는 일이 아니다. 둘이서 한쪽으로 상대 선수들을 끌어들여, 반대편에 위치한 윙어가 박스 안으로 침투할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야말로 이들의 최우선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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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프랑스의 한 장면.
여기서 크로스를 시도하는 구즈만이 노리는 선수는
탑의 로로냐가 아닌, 좌측에서 아무도 주시조차 안하고 있는 윙어 곤잘레스 선수다.
<출처: 자체제작>


이런 공격성향을 자주 보이는 팀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이런 상황에서 전방의 투탑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겠지만, 그보단 둘의 움직임에 맞춰 박스 안으로 따라 들어가는 윙어들 – 두 선수 꼽자면 피에로나 곤잘레스 같은 선수들을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팀의 두 풀백들의 책임도 막중하지만, 전방의 윙어들 역시 수비가담을 통해 풀백들을 지원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공략요소 – 심각한 중원 사령관의 부재


툴랑대회의 4경기에 공통적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중원에 두 선수를 배치하는 전술은 둘 중 하나라도 원활한 볼 배급과 완급조절능력, 또는 상대팀의 볼 전개를 사전에 방지하며 수비진을 보호할 능력을 지닌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멕시코 U-23의 중앙 미드필더진은 상기한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본래 포지션이 윙인 선수를 중앙에다 끌어 쓸 정도니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와일드 카드로 이를 보완할 가능성은 높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멕시코의 약한 중원은 우리나라가 필히 공략해야 할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적극적인 압박으로 패스미스를 유도하고, 중앙 2선에서 공격전개를 해나갈 수 있는 선수한테 재빨리 볼을 운반해 주는 게 승리를 위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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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위: 검은색, 아래: 초록색)의 수비상황. 붉은 원의 상대선수에게 누구의 시선도 가있지 않다
얼마나 중원과 수비진 사이에 정돈이 되어있지 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출처: 캡쳐 후 자체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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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카드 – 예상되는 그들의 역할


위에서 짚고 넘어간 약점과 연관 지어서 볼 때, 이번 달 7일에 발표된 와일드카드로 호르헤 토레스 니요 선수를 차출한 점은 꽤나 흥미롭다. 으레 와일드카드로써 차출하는 '한방'이 있는 공격수와 경험 많은 골키퍼 외의 세 번째 카드를, 중원 사령관이란 선택지를 포기하고, 크로스 능력이 있는 측면 수비수로 결정했다는 점은, 구티에레즈 체제에서 보인 중원의 약점을 보완하는 게 아닌, 측면공격을 강점을 강화하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주력이나 드리블 능력이 특출나진 않지만, 다소 정적인 상황에서 여러 종류의 정교한 크로스를 날릴 수 있는 니요 선수의 존재는, 우리나라 대표팀한테 상당히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선수와 주로 대치할 우리나라의 오른쪽 윙어가 얼마나 이 선수한테 공간을 내주지 않느냐에 엘 트리콜로 함락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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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토레스 니요 선수
<이미지 출처 : gettyimages>




결론 – 2012년 엘 트리콜로의 그림자, 과도한 긴장 없이 만전을 가하자


실험성이 강했던 이번 툴랑대회였던 만큼, 멕시코 올림픽 대표팀의 위상도 2012년에 비해 좋지 못하다. 조별리그 4경기 중 1승 1무 2패, 6득점 8실점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과 대대적으로 '물갈이'된 올림픽 대표 명단은 멕시코 팀에게도 충분히 걱정이 될 요소이며, 우리나라 팀한테는 자신감을 부여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팀은 2012년 멤버만큼 완성된 전력은 아니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에. 방심은 절대 금물이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명확한 약점을 찌를 수 있다면, 이번 올림픽 C조 삼파전의 승리는 우리나라 팀의 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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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 Moh Shin


편집 : 딴지일보 cocoa,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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