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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 서장 어디있어? 강서장 데꼬와! 니 내 누군지 아나? 내가 이 쎼끼야 느그 서장이랑 임마!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임마 어저께도 같이 밥묵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이 개쉐끼야 다 했어. 임마 이쎼끼들이 말이야 개쎼끼들이"


영화 <범죄와의 전쟁>(2011) 中




김영란법 시행을 두고 여기저기서 찬반 의견이 나온다. 법안의 골자는 매우 간단하다.


‘부패하지 말자’


부패, 어느 한 집단 혹은 사회‧국가 등이 부패했다는 건, 더럽고 치사하며 억울함이 많은 시대인 거라 생각한다.


‘뽀찌’라는 단어에 대해 알고들 계신가? ‘개평’하고도 비슷한데, 도박판에서 크게 돈 딴 사람한테 조금 얻어간다는 뜻이다. 많이 딴 놈, 번 놈한테 기웃기웃해 작은 덩어리 하나 받아 먹는거다. 근데 이 뽀찌, 혹은 개평을 당연하고 당당하게 받아먹던 세상에서 이걸 먹지말자 하니 거품들 물고 난리가 났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달 28일 김영란 법을 두고, 헌재의 합헌판결 결과에 성명(링크)을 발표했다.


‘김영란법’ 비판언론 재갈물리기 악용 안 된다
-‘김영란법’ 합헌 판결 유감이다-



헌법재판소가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한국기자협회 위헌 청구 각하)


김영란법이 위헌 소지가 다분하고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기자협회는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잘못을 바로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재는 오히려 헌법상 가치를 부정하는 판결을 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최종 포함됨으로써 앞으로 취재 현장은 물론 언론계 전반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해졌다. 3만원이니, 5만원이니 하는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기자들은 취재원을 만나 정상적인 취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취재 활동의 제약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개념도 모호한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직무관련성’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기자들이 취재현장 대신 사정당국에 불려 다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자들이 취재원을 만나는 일상적인 업무 전체가 규제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협회는 무엇보다도 권력이 김영란법을 빌미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을 경계한다. 사정당국이 자의적인 법 적용으로 정상적인 취재·보도활동을 제한하고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김영란법을 악용하지 않는지 똑똑히 감시할 것이다.


기자협회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김영란법의 취지와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기자사회 내부에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엄연히 민간영역에 속하는 언론이 공공성이 크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공직자’로 규정되고 언론활동 전반이 부정청탁 근절을 위한 감시와 규제 대상이 되는 상황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


한국기자협회는 김영란법 시행 여부를 떠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의지에 따라 기자사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취재윤리를 강화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또한 언론의 자유와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제약하고 언론인을 위축시키려는 권력의 검은 의도에 굴하지 않고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묵묵히 제 길을 갈 것이다.


2016년 7월 28일 한국기자협회(기자협회 성명)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최종 포함됨으로써 앞으로 취재 현장은 물론 언론계 전반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해졌다.”


“3만원이니, 5만원이니 하는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기자들은 취재원을 만나 정상적인 취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취재 활동의 제약은 불가피해질 것”


분노와 함께 실소가 흘러나와 주체를 못했다. 얼마나 억울해 미치고 환장할 울부짖음인가? 전처럼 무언가를 받는 것이 ‘정상적인 취재 활동’이었다는 회개의 말인지도 모른단 생각이다. 그간 얼마나 당연하게 얻어먹었기에. 이젠 호사를 못 누리니 얼마나 억울할까.


법‧제도적으로 정해진 기자윤리강령은 따로 없다. 대개 언론사마다 자체적 윤리강령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헌데 그 윤리강령 마다마다 ‘청렴’과 ‘부패’에 관한 구절이 있다.


과연 저들에게 본인의 직업인 ‘기자’에 대한 윤리의식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윤리강령을 빈 깡통 차듯 뻥 차버리는 와중에 공정하고 사실 그대로 국익과 사회의 안녕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술과 음식을 제공받으며 ‘마케터’ 혹은 ‘카피라이터’로 있었던 건 아닌지, 자신에게 물음을 던질 용기가 있는지, 그에 대한 답을 할 양심이 있는지 말이다. 그간의 취재 활동이 공익성이 아닌 어느 누군가의 사적 이익과 부당‧부정을 덮기 위함이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수 11조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한 경제연구원의 발표가 있었다. 11조, 얼마 전 파문이 일었던 모 회장님의 재산과 엇비슷한 수치다. 접대로, 선물로, 내수에서 흐르는 돈의 규모가 11조라고 짐작했을 테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100만 원을 벌기 위해서 50만 원을 접대하는 경우는 잘 없다. 11조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어느 누군가의 뱃속에서 고기와 술로 불태워지는 사이에 우리 사회 구성원이 떠안아야 할 사회적 손실 비용을 계산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짧게 잡아도 11조의 2배의 이익을 위해서 향응이 이루어졌다 해도 22조는 불공정하며 부당한 어느 누군가의 이득으로 들어갔을 텐데.


사회적 손실을 생각도 않은 채 11조의 뽀찌를 못 먹어 울화통 터져하는 사람들은 가족에게, 친척에게, 이웃에게, 본인의 직업을, 여기저기서 ‘대접’ 아닌 ‘접대’ 받는 자신을 얼마나 내세웠을까?


청렴해서 망한 나라는 들어보질 못했는데 마치 우리가 청렴해지면 망하는 첫 사례가 될 듯 호들갑이다. 그런 천박함에 젖어들어 부끄러움을 모른 채 사회의 지도층이네, 오피니언 리더네 한다.


그들의 의사로 사회의 많은 부분이 흐르고 진행되며,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부실‧부정‧부패의 사회적 책임은 일반 국민, 아니지, ‘개돼지’들이 당연하게 져왔다. 그래왔기에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거라며 반발하는 것 아닌가 싶다.


수십 만 원 한우를 남에게 얻어먹진 못해도 재래시장 정육점을 기웃거리며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수입산 삼겹살을 먹는 내가, 저들보다 가진 것 없이 살지만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사는 듯하다. 헌데 저들이 부끄러움을 모른 채 쌓은 부패의 지방덩어리를 우러러보며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은 사회, 그것을 조명하는 사회.


나는 오늘도 가진 것 없는 놈의 정신승리와 개돼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편집부 주


위의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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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투불패 및 자유게시판(그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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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Raspu´tin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