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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블랙베리가 들어온 이후, 거의 모든 블랙베리를 써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녀석은 9900 볼드였고, 9780도 컴팩트한 녀석이 인상적이었지요. (개인적으로는 토치 9800이 젤 맘에 안들었고...) 국내에 정식으로 아이폰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게 블랙베리 Q5였습니다.


폰을 딱 한 대만 쓴다는 생각없이 이리저리 유심 바꿔가며 쓰는 자유를 만끽하던 중이라, 큰 불편은 없었지만, Q5는 메모리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앱 몇 개 깔면 용량부족이었죠. 거기다 안드로이드 앱을 어찌저찌 깔아 놓았지만 버전업이 되면서 실행 안 되는 게 있거나 실행시키고는 20초 가량 기다려야 하는 단점도 치명적이어서 사실상 포기했던 기종이었습니다.


그리고 패스포트로 넘어가서 만족하며 쓰다가 클래식이 나왔습니다. '역시 클래식!'하고 감탄 하면서 저사양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를 구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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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클래식(왼쪽)과 Q5


클래식의 BB OS 10이 안드로이드 앱을 제대로 지원하고, 스마트워치까지 지원했다면 지금까지도 썼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못한 까닭에 결국 이것도 차츰 사용빈도가 낮아졌던 것 같습니다. 

 

클래식의 단단한 모습은 언제봐도 매력적이지만, 얼굴만 뜯어먹고 살 수는 없는 법. 더 빠르고 최신 앱 써볼 수 있고, 사진도 잘 나오는 폰을 찾아 프리브로 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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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것도 잠시. 두껍고, 쓸 때마다 슬라이드를 열어야 하다보니, 어느 순간, 저는 화면의 구글 키보드를 더 많이 쓰고 있더군요. 슬라이드 한 번 여닫는 게 의외로 불편했습니다.


그러면서 후속기종을 기다렸지만 지금 루머에 따르면 내년 2월에나 나온다죠. 그것도 그리 빠르지 않은 스펙으로요. (그저 키보드만 달려 있다는데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 제게, 뜻밖의 즐거움이 생겼으니 블랙베리가 내 놓았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폰을 이제서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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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삼성의 갤럭시 S7입니다. 


갤럭시 S7은 설명이 필요없는 폰이죠. 최고의 사양, 멋진 디자인을 자랑하던 S6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이크로SD 확장이 안되는 한계와 '남들 다 쓰는 갤럭시를 뭐 나까지 써~'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갤럭시 S7와 S7엣지는 전용 키보드 커버가 판매됩니다. (S6랑 노트5도 키보드 커버가 있었지만 국내에 판매되지는 않았습니다.) 크기는 엣지가 조금 더 크지만, 두 커버의 가격은 같습니다. 66,000원 (삼성 회원은 3% 할인 받아 64,020원에 구입이 가능합니다.)

 

두 기종 중 굳이 S7을 선택한 이유는 제가 작은 폰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키보드 커버는 폰의 뒷면을 감싸는 뒷판과 키보드가 있는 앞판이 있는데요, 뒷판을 끼워야만 앞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단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가기 전에, 일단 화면부터 보시죠. 지금 화면은 실제 화면 크기보다 약간 축소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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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클래식보다 조금 더 큰 것으로 보일 뿐이지만, 실제로는 비교가 안되게 S7의 화면이 큽니다. QHD해상도의 갤럭시 S7이기에 픽셀 하나하나 또렷하구요. 키보드를 장착하면 알아서 크기가 줄어들면서 화면 하단의 고정 아이콘이 있는 독까지 그대로 표시됩니다. (감동 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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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판을 떼어냈을 때의 화면입니다. 넓고 쾌적한 원래의 5.2인치 화면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키보드는 뒤로 돌려 끼우면 됩니다.


경우에 따라 끼고 뺄 수 있는 이 키보드커버는 그야말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든 제품입니다. 충전할 필요 없고, 필요 없을 때는 키보드 커버를 분리해서 던져 놓아도 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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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블랙베리의 우아한 키보드는 반발력이 상당해서, 힘주어 눌러야 하지만, 키보드커버는 그에 비해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부드러운 느낌을 싫어하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우아한 터치 느낌으로 손톱이 긴 여성분들도 쉽게 쓸 수 있을 겁니다. (킴 카다시언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이메일을 보내거나 할 때는 (정말 긴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입력해본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블랙베리 키보드가 편하다고 오랫동안 입력하다보면, 엄지에 무리가 갑니다. 손가락보다는 손목쪽에 통증이 오기도 하고요. 전 그래서 나름 고생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딱히 약도 없는 통증이라서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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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본다면 삼성 갤럭시 S7의 키보드가 힘을 주지 않고도 부드럽게 눌리는 특징은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S6 시절의 제품들은 키 독립성이 떨어져서 옆에 것까지 같이 눌리는 듯 하다는 부작용도 있었는데, S7용은 이것도 개선되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내구성이 약해서 헤비 유저가 사용할 경우 얼마나 버틸지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 


해상도는 원래의 화면이 1440x2560 픽셀인데 비해 키보드커버를 끼우면 1440x1748로 바뀝니다. 비율은 대략 3:2로 바뀌는 셈입니다. 그러니 화면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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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경험하며 찾아낸 불편한 점 하나가 있는데 특정 조건에서 키보드 커버를 끼워놓으면 카메라 앱이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알고보니 갤럭시 S7의 카메라 기본 앱은 바탕화면에 아웃포커스, 음식 사진 등으로 바로가기를 만들 수 있는데요, 이 상태에서는 키보드를 빼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아이콘을 누르면 화면에 설명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기본 카메라 앱을 실행시키면 오토모드로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다만 키보드를 끼운 상태에서는 프로모드 진입이 안됩니다. Prisma같은 앱은 문제없이 실행이 됩니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감안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 커버를 씌우고 촬영하니 사진이 3024x3024픽셀, 1:1 비율로 나옵니다. 인스타에 오히려 좋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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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보죠. 


블랙베리는 사실상 BB OS 10제품들의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고, 현재 키보드 달린 안드로이드 폰은 프리브 뿐입니다. 프리브는 슬라이드 방식의 폰이고, 양쪽에 엣지가 있는 폰입니다. 나쁘진 않습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가격이 뚝뚝 떨어진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구입하려면 그래도 제법 돈을 주고 사야 하는 폰입니다. 슬라이더의 사용 편의성도 생각보다는 번거로움이 큽니다. 


반면 갤럭시 S7은 가격은 제법 높지만 가장 최신 성능에 방진방수도 되고,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1위 폰이지요. 이렇게 그냥 써도 충분한 녀석이지만 키보드 커버를 추가하면, 블랙베리 부럽지 않은 녀석으로 변신합니다.


물론 블랙베리 허브도 없고, 아주아주 강력하다는 DTEK도 없지만, 나름 KNOX로 보완하고 있는 갤럭시S7은 가성비로만 따진다면 프리브보다는 경쟁력이 높은, 훨씬 좋은 폰입니다. 


문제는, 저같은 비삼성주의자에게는 '삼성의 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맘 한켠이 걸린다는 겁니다.

 

자, 그럼 단점을 짚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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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키보드 커버를 장착하면 손에 들고 다니는 것 외에는 어디에 넣어도 이쁘지 않습니다. 폰 아랫부분이 뚱뚱해지는, 두께의 변신을 싫어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위 사진처럼 클래식과 나란히 놓으니 확 비교가 됩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단점으로 보기에 어렵다고 보입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결정적인 단점은 키보드를 사용하면 지문인식에 사용되는 홈키를 키보드 커버가 덮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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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유로 삼성페이도 쓰기 힘들어지겠습지다만 이는 키보드 돌려서 뒷면으로 끼우면 바로 해결됩니다.


써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키보드 커버를 씌운 상태에서는 무선 충전이 되는지도 확인해 봐야 겠네요.

 

보호필름의 부착도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방탄필름은 스페이스바가 잘 안눌리고 우레탄 필름이 잘 된다는데인적으로는 갤럭시 S7을 구입하면 아무것도 붙이지 않고 그냥 쓸 작정입니다. 올레포빅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요.


하지만, 이거외에 만약 10가지쯤 단점이 더 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장비가 바로 갤럭시 S7 키보드 커버입니다.


블랙베리가 요번에 알카텔 TCL에서 ODM으로 DTEK50을 가져왔다던데, 주소가 잘못된 듯 합니다. 삼성에서 ODM을 하고, 플래그십 블랙베리는 S7을 키보드커버까지 같이 가져왔으면 바로 해결되는 거 아니었을까요? (어쩌자고 제가 이런 삼성제품 예찬론을 펼치게 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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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결정적인 단점을 빼 놓을 뻔 했네요. 키보드 커버는 백라이트가 없습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쓰기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충전 안 해도 되는 이런 제품의 경우, 백라이트 부재는 충분히 이해될만한 부분이죠. 

 

갤럭시 S7을 쓰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는 키보드 커버를 선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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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선물이 될 것입니다. 평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스에 S7을 쓰고, 기분 좋게 사용하다가, 출장을 가거나, 현장보고가 급할 경우 키보드 커버를 장착해 보라고 하시면, 어디서건 오탈자 없이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블랙베리 생각 나지 않게 완벽한 도구가 되어줄 겁니다. 


전자제품 살 일이 있을 때면 '삼성 것만 빼고 보여주세요~'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던, 삼성 제품을 쓸 이유는 찾지 못하던 제 눈에도 삼성 갤럭시S7의 키보드 커버는 오랜 블랙베리 사용자의 숙원을 풀어주는 제품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결론을 이렇게 내리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5.5인치 엣지가 들어간 갤럭시 S7엣지보다는 5.2인치 작은 크기의 S7이 진짜 블랙베리 후계자라고 해야할듯 합니다.


갤럭시 S7의 키보드 커버는 매력이 충분한, 지르고 싶은 제품입니다.


이제 남은 고민거리는 딱 하나. 갤럭시 S7도 없이 친구가 갤7을 샀다는 이유로 검증을 위해 키보드 커버부터 구입한 제가 과연 갤럭시 S7을 사야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것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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