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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의 신제품인 ‘클라우드 마일드’입니다. 7월 25일에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가 뿌려졌고, 8월 3일 구입해 시음했습니다. 2014년 4월에 클라우드가 나왔으니 대략 2년 4개월 만의 신제품입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 있겠으나 2년 넘는 시간을 단일 제품으로 경쟁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꽤 늦지 않았나 싶군요. 뭐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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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클라우드 마일드(Kloud Mild)
알코올: 5% (기존 클라우드와 동일)
출고가: 330ml(캔) 1350원 / 500ml(캔) 1880원


저는 1490원에 330ml을 구매했습니다. 500ml는 매대에 깔려있지 않은 관계로 모르겠습니다. 대략 1900원에서 2000원 사이일 것이라 예상되는군요. 


여전히 ‘premium’이라는 자기위안에서는 벗어나질 못하네요. 안쓰럽군요. 클라우드가 금색 이미지라면 마일드는 파란색입니다. 카스, 하이트처럼 파란색을 통해 “씨이이원한 맛!!”을 이미징하려는 시도일까요. 제품 자체에 ‘마일드 라거’라는 문구 외에는 제품의 스타일에 대해 설명해주는 게 없습니다. 마일드 라거라는 고정된 스타일은 없는 관계로 롯데주류에서 신문사에 돌린 홍보용 보도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기존의 클라우드보다 더욱 밝은 느낌의 금빛을 띄는 ‘헬레스 라거(Helles Lager)’ 유형의 맥주로 기획됐다.


<국민일보>


‘헬레스 라거’, 정확히는 뮌헨식 헬레스 라거(보통 Munich Helles Larger, München Helles Larger로 표현)를 말하지요.


뮌헨식 헬레스 라거는 ‘필스너 우르켈’의 등장 이후 만연해가던 체코식 필스너와 독일식 필스너의 유행에 저항하고자 했던 뮌헨 지역 양조자들의 산물입니다. 1894년 슈파텐(SPATEN)양조장에서 헬레스 라거를 처음으로 만들어내었지요.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필스너가 진한 금색이라면 헬레스 라거는 그보다 연한(‘Helles’는 밝다, 연하다는 뜻) 금색입니다. 필스너 스타일 보다 홉의 비중을 낮추었죠. 필스너 맥주에 비해 비터가 약한 관계로 맥아의 고소한 맛이 두드러지곤 합니다. 노블 홉에서 기인한 허브, 꽃향기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옅은 정도고, 쓴 맛과 잔미가 적으며, 가벼워서 쉽게 마실 수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음’이라. 상상은 그만하고 일단 마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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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투명한 노란색+금색의 외형. 거품은 나름 풍성했지만 향을 맡고 '이제 사진을 찍어야지'하는 시간에 녹아들었습니다.


향: 무시당해도 좋을 정도로 약한 허브, 레몬 향이 느껴졌습니다. 집중해서 맡지 않는다면 그런 게 있었던가? 싶을 정도랄까요. 애초에 아로마를 강렬히 뿜어내는 스타일은 아니니 그러려니 해도 좋습니다.


맛: 맛의 층위가 그리 다양하진 않습니다. 뭉글뭉글한 느낌이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는 맛의 형태가 유지되네요. 비교용으로 시음했던 슈파텐과 비교하면 내부의 고소한 맛은 적지만 맛이 그리는 모양새 자체는 단단한 느낌이랄까요.


제 머릿속의 이미지를 말로 옮긴다면, 단단한 껍질을 가진, 하지만 내‧외부의 밀도는 낮은 달걀이라 하겠습니다. 중후반부터 상당히 드라이한 전개를 보여주어 끝 맛은 딱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탄산은 중간 정도로 적절한데, 이건 맘에 듭니다. 맛의 무게는 라이트-미디움 바디 정도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의 맛과 함께 쉽게 한 모금 넘기고 바로 다음 한 모금을 끌어당겨주는 느낌입니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가점을 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총평: 마실만한, 그러나 맛있다는 말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군만두와 함께한다면 약간 더 좋은 평을 주었을지도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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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마일드와 동일한 스타일인 뮌헨 헬레스 라거 ‘슈파텐 뮌헨’과 ‘뢰벤브로이 오리지널’입니다. 비교시음을 위해 들고 왔는데 배가 불러서 슈파텐만 마셨습니다. 무리무리요.


클라우드 마일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뭉글뭉글, 고소한 맛이 입천장을 중심으로 넓게 퍼지는 느낌을 준다는 것, 끝부분에서 맛이 바로 사라지지 않고 얕게 남아있다는 것 정도.


(취향의 문제겠지만) 저는 슈파텐을 택하겠습니다.


롯데주류에서 왜 두 번째로 헬레스 라거를 내놓았을까 곰곰이 고민해보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구나 싶네요. 사실 롯데주류의 두 번째 맥주는 아마도 카스, 하이트와 같은 형태의, 재료에 쌀 등의 곡물을 첨가한 꽤나 라이트한 페일 라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첫 번째 맥주였던 클라우드가 오비 필스너, 맥스와 경쟁을 하고 새 제품이 카스, 하이트와 맞서야만 롯데가 원하는 ‘국맥삼분지계’가 이뤄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클라우드 출시때부터 롯데주류가 ‘물타지 않은 맥주’라는 컨셉으로 오리지널 그래비티를 중요시했다는 점입니다. 카스, 하이트 같은 부가물+하이 그래비티를 적용한 맥주에 손대기는 민망한 감이 있을 것 같고(사실 오리지널 그래비티와 올몰트 비어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롯데주류는 물타지 않아!'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카스, 하이트와 경쟁할 수 있는 가벼운 성향의 맥주가 필요했으리라는 가정 하에 헬레스 라거 스타일의 맥주는 나름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가격과 경쟁 맥주를 생각했을 때 클라우드 마일드의 앞날이 썩 밝아보이진 않습니다. 현재 수입되고 있는 동일 스타일의 독일 맥주로 슈파텐 뮌헨, 뢰벤브로이 오리지널, 바이엔슈테판 오리지날 등이 있습니다. 슈파텐과 뢰벤브로이는 오비 맥주(또는 ab-inbev)에서 수입하고 있는 관계로 접근성과 가격경쟁력이 모두 뛰어납니다. 판매처마다 가격차가 있지만 글을 적고 있는 날을 기준으로 양쪽 다 500ml 한 캔에 2000원 정도 입니다. 클라우드 마일드와 비교한다면 가격차는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지요.


헬레스 라거의 원조라 불리는 슈파텐, 옥토버페스트 6대 양조장으로 유명한 뢰벤브로이의 이름값에 가격 경쟁력까지 감안한다면 소비자들이 굳이 클라우드 마일드를 살까요? (클라우드 마일드와 슈파텐, 뢰벤브로이가 같은 스타일이라는 걸 일반 소비자들이 알게 될 날은 꽤나 요원하겠지만) 올림픽 특수에 편승한 애국심 마케팅을 이용하기에는 롯데가….


가격 차(카스 500ml 병 제품의 경우 출고가 1143원)를 생각했을 때, 슈파텐, 뢰벤브로이가 아닌 하이트, 카스와 경쟁하게 될 일반음식점에서 그리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도 않고요. 맛 자체로는 카스, 하이트를 무릎 꿇리고 따귀도 한 대 정도 살짜기 날릴 수 있겠으나 일반 소비자들이 맥주를 구매할 때 클라우드 마일드를 카스, 하이트와 같은 선택지에 올려놓을 것인가엔 쉽게 답하지 못하겠군요.


롯데주류 힘내세요. 아직 이르겠지만 다음 작품은 기대할게요.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쓰다가 급 마무리 하려니 어색하군요. 그냥 호평도, 혹평도 굳이 꺼낼 필요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끄-읏.


+개인의 취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글일 뿐입니다. 본인의 혀를 믿으세요.
+계속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맥주들은 제 돈으로 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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