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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딴지일보>에 올라온 기사다.


[뉴욕시의 한인 네일 업계 때리기 : 미주 한인들이 곤란하다]


글쓴이가 네일업계의 일방적인 주장과 자기 생각을 뒤섞어 놔서 구별하기 어렵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다.


1. 한인들은 특별한 기술 없이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음. 경쟁이 심해져서 사람 구하기도 힘들어 예전 같지는 않아도 아직 단일업종으로는 최대.


2. <뉴욕 타임즈>가 2015년 5월 한인 네일숍의 고용 행태를 비판.


3. 뉴욕시 당국이 강력한 조사 및 단속 등을 시행. 알음알음 주던 급여를 법규에 맞게 지급하고, 환기구 설치를 의무화(기존 업체는 5년간 유예).


4. 한인 업주들은 “못살겠다. 네일 산업이 돈이 되니 이민자를 몰아내고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네일업계 다 망한다.”를 주장.


5. 글쓴이는 원래 교민경제는 어느 나라나 이런 식이며, 본토인들과 똑같이 경쟁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


전반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글이다.


물론 글쓴이는 민중들의 삶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활동해 오신 분이라 순수한 의도로 저 글을 썼을 것이다.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약자들에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법적, 비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미국 사회의 교민들을 일련의 경험에 비추어 바라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민들은 예외인가?


우리가 웹툰, 혹은 드라마 <송곳>에 열광한 대사가 있다.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글쓴이는 교민경제는 본토인과 같은 수준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한다. 글쎄. 미국에 이민자 아닌 사람이 있었는가? 백번 양보해서 지금은 미국 사회에 기득권층이 있고, 새롭게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장벽이 있다고 치자. 교민들에 의한 네일업이 태동하던 시기에 그들의 입지가 좋지 않았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의 말대로 그들은 네일업을 통해 충분히 스스로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랬던 그들이 업‘주’가 되어 근로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데 무슨 변명이 있을 수 있을까? 70대 교민의 전기를 쓰다가 이 기사를 접했다고 했는데, 젊어서 시작한 일의 부조리를 노인이 될 때까지 시정할 수 없다면 거기에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하다.


환기장치에 대한 설명도 어처구니가 없다. 기존 업자들에게는 화학약품의 위해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를 무려 5년이나 유예해줬다. 화학약품이 위독하지 않다고 해명하기에도, 혹은 그 장치를 갖추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물주가 환기구 설치에 협조 안 해줄 테니 쫓겨 날 것이라는 말은 너무 비약이다. 적절한 조치라면 협조해줄 것이고 대개 임차인은 퇴거 시 원상복구가 원칙 아니던가? “나 돈 드는 거 하기 싫어.”라는 핑계밖에 안 된다.


그리고 ‘네일산업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자기들을 쫓아내려는 음모라고 하는데, 신규사업자에 대해서는 그런 5년 유예조지도 없지 않은가? 핸디캡을 인정해준 조치인데도 그런 불만을 한다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돈 되는 사업이라 주류경제가 공권력을 앞세워 빼앗으려는 것인지, 돈도 안 되는데 어려운 교민경제에 타격이니까 하지 말자는 건지. 일관성이 없다.



세금에 대한 이중 잣대


한인 업주들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뉴욕 타임즈>의 기사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 과연 20~30년 전에나 있을 법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믿을 수 있을까? 그걸 믿는다면 바로 아래의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주정부는 이제까지 누이 좋고 매부 좋게 두루뭉술 주급으로 주던 임금을 세밀하게 시급으로 계산해서 주라고 요구했다. 임금을 시급으로 준다고 해서 직원들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더 내야 하고 경영자 입장에서는 회계 관리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바꿔 말하면 근로자들이 내야 할 소득세를 착복해 업주들이 내야 할 인건비를 아끼고 있다는 말이다. 100만 원 지급하면 근로자가 20만 원의 세금을 내야한다고 했을 때, 그냥 78만원 현찰로 주면서 ‘유리한 것도 아니다’라는 셈이다.


이런 주장을 하다가 뒤이어,


“네일산업계가 대자본 위주로 변한다면 당연히 서비스 가격이 상승되어 손님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다. 직업을 잃은 기술자들이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정부의 도움을 신청할 테고, 결과적으로 세금이 지출된다.”



라며 세금걱정을 하고 있다.


만약 글쓴이가 말하는 ‘교민경제’가 동물원처럼 그 안에서만 이뤄지는 사회라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고객엔 주류사회의 구성원도 다수 포함된다. 명백히 하나의 사회를 공유하고 있으면 세금체계도 공유된다. “우리가 세금내면서 일하(다가 망하)면 너희 세금 많이 든다.”는 논리로 보이는데,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이젠 좀 바뀌어야


교민들이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야 나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잘 산다’는 것은 단지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아니다. 이민자가 자리 잡고서 다른 이민자를 착취한다는 말을 듣는 건 돈이 많더라도 결코 ‘잘 사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들은 이 점을 스스로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교민경제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글쓴이가 말하는 ‘교민경제’의 구성원 중 그 신분을 맘에 들어 하는 사람은 없다. 잘 먹고 잘 사는 중이라고 할지라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주류사회’에 편입되기를 바란다. 이미 편입된 2~3세들과 그들의 부모를 우러러 보는 풍토도 분명히 있다. ‘돈 되는’ 네일산업의 업주씩이나 되었으면 세금 제대로 내고 법규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게 싫다고 한글로 미국 애국가 적어서 부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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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국일보>


미국은 한인 이민에서도 선도적인 사회다. 이번 일이 교민사회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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