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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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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동남아시아, 북위 4도 23분 ~ 21도 25분, 동경 116도-127도, GMT+8, 한국과 시차 -1시간


* 면적: 300,000km2(한반도의 1.3배, 7,107개의 섬으로 구성)


* 기후: 고온 다습 아열대성 기후, 건기(11~5월)와 우기(6~10월)로 구분하지만 실제로 기후의 변화는 거의 느끼지 못함.


* 인구: 1억 572만 명(2013년 9월 기준, 세계 12위 / 동남아시아 2위)


* 수도: 메트로 마닐라(Metro Manila), 서울시와 면적 및 인구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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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bu Island, Philippines

 

흔히 세부(CEBU)를 필리핀의 작은 섬이나 도시 이름 정도로 생각한다. 그런데 ‘세부(CEBU)’라는 명칭은 필리핀의 중부지역에 해당하는 '비사야(Visayas) 제도'의 가운데인 ‘센트럴 비사야스(Central Visayas)’에 속해 있는 섬의 이름이자 주(州)의 이름이며 도시의 이름이다.

 

'세부(CEBU)'는 ‘센트럴 비사야스(Central Visayas)’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세부 섬(Cebu Island)'은 그 한가운데 있다. 이곳에는 400만에 가까운 주민이 살고 있고 필리핀 최초의 수도(首都)였던 ‘세부시티(Cebu City)’가 있다. 지금은 필리핀 정치와 경제를 수도인 ‘마닐라(Manila)’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도 '세부(Cebu)는 ‘남쪽의 여왕 도시(Queen's City)’라 불리며 필리핀의 무역과 관광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연간 30만 명 이상의 한국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2천 명 이상의 어학연수생들이 영어 공부를 하고 있으며, 2만 명 이상의 한국 교민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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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tan Island, Lapulapu City

 

세부는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길이가 250Km에 달하는 매우 큰 섬이다. 필리핀은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아홉 번째로 크다. 한국 관광객들이 접하는 세부는 막탄 섬의 리조트 지역과 다리로 연결된 ‘세부시티

(Cebu City)' 일부에 불과하다. 관광객들의 거점인 막탄 섬의 도시 이름은 ‘라푸라푸 시티(Lapulapu City)’이며 현지인들은 지명을 말할 때 ‘막탄(Mactan)’이라는 말도 쓰지만 ‘라푸라푸(Lapulapu)’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차이는 없다.

 

관광객들은 막탄 섬에 국제공항이 있고 큰 리조트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번화한 곳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막탄은 번화한 곳이 아니다. 막탄섬은 세부 섬 전체로 보면 아직 개발이 덜 된 작은 시골에 불과하다. 지리적 조건과 아름다운 환경 때문에 큰 리조트가 많이 있지만 리조트에서 한 발짝만 나오면 깡촌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리조트에서 노는 것이 지루한 관광객들은 다리를 건너 세부 본섬의 ‘세부시티’로 구경을 간다. '세부시티'에는 유적지와 박물관을 비롯해서 화려한 쇼핑몰과 큰 카지노 같은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물론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술집이나 클럽들도 많이 있다. 막탄 섬 '라푸라푸 시티'에 비하면 도시의 면모를 꽤 갖추고 있는 편이다.

 

‘세부시티(Cebu City)’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서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다. 필리핀의 첫 번째 수도였던 곳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 있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필리핀 현지인들도 유적지 탐방이나 성지순례를 위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慶州) 같은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는 막탄 섬 라푸라푸 시티(Lapulapu City)에 살고 있다. 이곳은 많은 주민들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나는 그들 틈에 끼어서 살아남기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살아남기 위한 나의 노력은 현재까지는 성공이다. 아직 살아있으니까.

 

삶의 목적이 살아남기(생존,生存)라면 현대사회에서 참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일단 살아남아야 뭐라도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생존을 위해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이 고달프지만 슬프지만은 않다. ‘살아남는 것’ 그것은 존재의 의무이자 가치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훗날 나를 돌아보며 “음, 참 잘 살았구나.” 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열심히 살 것이다.

 


#02 시작

 

세부에 머물기로 마음먹으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직업을 구하는 일이었다. 통장에 몇 푼 안 남은 돈이 떨어지기 전에 직업을 찾지 못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머물고 있던 친구 집에도 집세는 내야 했고 절약한다고 해도 어쨌든 생활비는 들게 마련이다. 때문에 마음은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직장을 어떻게 구하냐고 물어보면 다들 ‘가이드’ 빼고 뭐든 해도 된다고 했다. 영어 실력도 변변치 않고 현지 언어를 아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직장을 구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고심 끝에 내가 다녔던 어학원의 원장을 찾아가 상담을 했다. 그는 다이빙샵도 가지고 있었고 어학원도 꽤 잘되는 편이었다. 그리고 세부가 관광지로 개발될 초창기의 가이드 출신이다.

 

원장을 찾아가 여기 머물 생각인데 뭘 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원장은 대뜸 “가이드 해야지”라고 대답했다. 내가 웃으며 “남들은 가이드 빼고 뭐든 해도 된다고 하던데요?” 하고 말하자, 웃으면서 “그 사람들 중에 가이드 해 본 사람이 몇이나 돼?”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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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왈, 가이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이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가이드는 좋은 직업이다. 가이드를 하다 보면 현지에 빨리 적응하게 되고 아는 사람들도 많이 생긴다. 거기다 잘만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나이가 많은 것은 가이드에게 장점이지 단점은 아니다. 그러니 한번 시작해 봐라. 몇 달 해보고 아니면 그만 두면 되지 않나?

 

이게 당시 원장이 내게 해 준 말이었다. 난 그 후로 몇 번 더 원장과 면담을 하고 원장이 소개해 주는 랜드사(현지의 가이드 회사를 통칭하는 말)에 간단한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다.

 

첫 번째 회사는 세부에서 가장 많은 가이드를 보유한 회사였다. 패키지관광객 물량도 가장 많은 곳이다. 사장과 면접을 거의 2시간을 하고 나오는 내 뒤통수에 대고 사장이 이런 말을 한다.



“면접을 너무 오래 하는 바람에 내 비밀을 너무 많이 말했네요. 일 할 수 있을지는 전화로 직원이 통보 할 겁니다.”


 

사실 그 날 면접 때 사장은 자기가 어떻게 필리핀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장장 2시간 가까이 내게 자랑을 했었다. 신입 사원 면접 보는데 그런 이야기를 왜 그렇게 오래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자기 말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었나 보다. 아니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었거나. 나는 그곳을 나오면서 합격해도 이 회사 다니는 건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회사에서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불합격 통보 전화를 받으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됐어도 안 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랜드사’에서 가이드 면접 보면서 떨어뜨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랜드사 가이드 면접에서 떨어진 것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는 뜻이다.

 

어쨌든 첫 회사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지고 그 다음 회사를 찾았다. 두 번째 회사는 국내에서 제일 큰 여행사의 지사였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이드 면접은 형식에 불과하다. 가이드는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이력서만 내면 대부분 채용된다. 아니 결격 사유가 있어도 웬만하면 채용한다. 이말은 회사가 책임지는 부분도 없고 가이드도 회사에 애사심 같은 것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끔 가이드들과 술자리에서 말을 나누다 보면 이런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여기가 필리핀인거야!!, 서로 물고 물리고 등치고 그러면서 사는 거지. 그러고도 다음 날 만나면 실실 웃고 그래. 여기는 정글이야! 몰랐어?”


 

어쨌든 이렇게 나의 가이드 생활은 시작됐고 혹독한 교육 기간을 거친 후 첫 손님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주머니의 돈은 점점 줄어들어 버틸 여력이 없었지만 사람이 살아보니 어떻게든 살아졌다. 이미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던 나는 첫 수입이 생길 때까지 지출을 최소화하며 어떻게든 버텼다.

 

길고 긴 3개월의 교육이 끝나고 드디어 혼자서 받는 첫 손님의 바우처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기쁨이라니....

 

이 말은 나의 진짜 세부 살이가 시작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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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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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imes I think I'm fighting for a life I ain't got time to live"
- Dallas Buyers Club, 2013.
가끔은 살려고 애쓰다가 정작 삶을 누릴 시간이 없는 거 같다.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