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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은 의견이지만, 나는 소위 명사라는 사람들이 TV에 나와서 강의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이유는 없고 억하심정도 없다. 그냥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말이 세 번 이상 반복되면 우리는 그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지겨움을 느낀다. 끝내주는 꽁트도 세 번이면 질리는데 허구한날 강사랍시고 나온 양반들이 들려주시는 말씀들은 사족 빼고 거죽 하나면 벗겨내면 내용이 다 똑같으니 어찌 지루하지 않으리오.


마치 모든 가사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나는 다른 여자들과 달라 - 그러나 내가 쉬운 여자라는 뜻은 아님." 요거 한줄로 무한루프를 도는 JYP 걸그룹 노래(박진영 작사 한정)들처럼 말이다. 그래도 걸그룹들은 보기 좋기라도 하지...


그 가운데서, 나를 정말로 현웃터트리게 만든 말씀이 있었으니 바로 다음과 같았다.


"누군가 나에게 와서 내가 평생에 걸쳐 이루어놓은 모든 걸 다 빼앗아 가는 대신, 20대 청년시절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돌아가겠다."


푸하하하하.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근데 말야. 그 강사가 20대로 돌아가는 곳이 지금의 헬조선이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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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가능성이 없는 걸 뻔히 안다고 해도 너무 막 지르지 말자.


무작정 젊음이 엄청난 권력이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은 너무 오래전에 지나버렸다. 그건 요즘의 젊은이들이 나약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복에 겨워서 눈만 높아져서 그런것도 아니다. 사회 구조와 산업이 변화하면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제러미 리프킨이 쓴 <3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읽어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예전같으면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컴퓨터가 있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기름이 얼마 없는 차를 끌고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 10년~15년 전만 해도,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 극장 주차장 입구로 들어가서 - 매표소에서 영화표를 사고 영화를 보러 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3명의 노동력(주유소의 주유원, 주차장의 관리인, 매표소의 매표직원)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단 한명의 사람도 만날 필요가 없다.


단순 업무는 이미 인간의 노동력보다 컴퓨터가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고용하는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은행원을 데려다가 앉혀놓고 월급 주는 것보다 ATM기를 설치하는 것이 훨씬 더 싸게 먹힐 뿐더러 더 합리적이다. ATM기 밤새 돌린다고 얘가 빡쳐서 파업하는 것도 아니니까.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시대, 즉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가 온다면 이런 경향은 더욱 더 심해질 거다. 바둑 둬서 이세돌을 이겨버리는 컴퓨터 말고 나를 고용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 것인가. 인간의 일자리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글쎄, 수싸움 끝내주게 잘 하는 알파고한테나 예측해보라고 해야겠지. 


그러다보니, 인간이 아무리 양질의 노동력을 갖춰도 노동시장에의 진입 자체가 너무나 어려워졌다. 개개인의 노오오오오력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애시당초 필요한 인간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거다. 토익토플을 졸라게 공부해서 만점 가까이 맞고, 쉬는 시간동안 짬짬이 공부해서 일본어, 중국어 하고, 슈바이처 선생님과 테레사 수녀님 뺨을 칠만큼 봉사활동을 하고, 각종 공모전에서 닥치는 대로 입상을 해서 스펙을 빼곡히 채워 넣어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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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쟈게 노오오오력해서 바늘구멍을 통과한 청년들에게는 이런 환경이 기다리고 있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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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젊음은 무한한 가능성인가?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장착되어 있고? 젊음을 준다면 모든 걸 다 버릴 수도 있을까?


솔직히 이제는 아니지 않냐? 가능성은 뭔가 이뤄진다는 확률이 털끝만큼이라도 있어야 가능성이지. 작금의 상황에선 이미 가진 사람도 가진 거 다 버리고 지금 20대로 돌아간다면 그들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아래 사진 속 빈자리에 앉아있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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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2580 - '구준생'의 하루

(구준생 : 9급 공무원 준비생)

이렇게 1년을 보낸 사람들 중에 단 2명이 '직업'을 갖게 된다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박중훈이 읊는 대사를 한번 보자. 


"우리나라 백수애들은 참 착해. 테레비에서 보니까 프랑스 백수 애들은 취직시켜 달라고 다 때려부수고 개지랄들을 떨던데. 우리나라 백수애들은 다 지탓인 줄 알아요. 지가 못나서 그런건 줄 알고. 아효 새끼들.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다 정부가 잘못해서 그러는 건데. 야. 너는 너 욕하고 그러지마 취직 안 된다고. 니탓이 아니니까. 당당하게 살어. 어때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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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명사랍시고 뛰쳐나와 청년들에게 노력 노오력 노오오오력을 울부짖는 스타강사들은 동네 양아치 건달도 단무지 뜯으면서 이야기하는 저거 하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가. 왜 이 말 한마디를 못해주냔 말이다. 우리가 잘못했고 니 탓이 아니라고 말이다.


이렇게 길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들. 그래도 기댈 곳은 부모님 뿐인데... 임금피크제가 등장했다. 부모님도 55세 되면 어찌되실지 모르는 상황이다.


공주가카의 업적은 우리 사는 여기저기 참 깨알같이도 박혀 있고 우리가 사는 사회는 또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희망도 노력도 꿈꾸고 보상받지 못하는 헬조선에서 부모님이 나 때문에 죽싸고 고생하신 걸 두 눈으로 생생하게 목도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나는 이런 거지같은 부모 말고 졸라게 노력해서 부자 부모가 되어야지."일까, 아니면 "애 낳으면 졸라 고생만 하다가 죽는구나. 애 낳지 말아야겠다."일까.


당연히 후자겠지. 어른들 말씀처럼 우리 젊은이들은 패기와 끈기가 부족하잖아. 취직은 못해도 쓸데없이 많이 배웠고. 그렇게 헬조선은 현재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의 위엄을 떨치게 된 거다. 각종 안 좋은 타이틀은 전부 독식하고 다니는 헬조선의 위엄이니 그거야 뭐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조금만 기다려봐라. 세계 모든 국가를 통틀어도 유일무이한 타이틀을 우리가 지금 따내려고 하고 있다. 바로 '세계 유일의 인구소멸국가' 엄청난 타이틀 아닌가? 이건 신인상처럼 딱 한 번 밖에 따낼 수 없는 타이틀인데(따는다는 것은 곧 망한다는 거잖아?), 우리가 첫빠따를 찍으려고 하고 있다. 레알 헬조선 맛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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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이 판타스틱한 미래를 피해가기 위해 정부, 정당은 물론 자치단체의 어른들은 청년수당이란 걸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는 젊은이들을 돌봐줘야 한다는 것, 젊음은 더이상 특권도 아니고 강자의 무기도 아니고 앞장서서 보호해줘야 할 약자의 상징이 되어 버린 것, 젊은이를 약자로 인식하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이것이 현재 청년복지의 목적이다. '나를 동정할 거면 됐고 돈으로 달라는 애들에게 푼돈이라도 쥐어주는 것'.


글을 쓰면서 이눔의 현실을 좀 잊고자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두서없고 분노하기만 했던 1편은 여기서 급하게 마무리한다. 미안타, 걍 프롤로그로 봐주라. 다음편에서 청년복지(수당)를 둘러싼 개싸움을 다뤄보겠다.








거의없다


편집 : 딴지일보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