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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두 동거녀, 그 중 하나를 오늘 소개할까 해.


일단 얼케 생겼는지 보고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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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갈고양이. 3년하고 반년 산 암컷 고양이. 나하고 같이 산 지는 1년 좀 더 지났어. 어때? 이쁘지? 씨익.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고양이를 기른다, 혹은 같이산다라는 지점에서 그렇게 고양이를 접해본 건 난 이 친구가 처음이야. 개는 오래도록 키워봤지만.


그 전까진 길냥이들 사료를 챙겨주며 경계의 거리가 5m, 3m, 1m, ... 어느새 10cm까지 가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깽이(새끼고양이)를 키우는 대학시절 여선배 집에 가서 같이 놀아 본 기억밖에.


1년 동안 고양이를 키우며 겪어보고 느낀 게 있다면, 이 고양이들은 사람하고 너무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거야.


보통의 고양이들은(물론 개체마다 정말 제각각이다) 개 처럼 종마다의 특성이나 성격을 띄고 있다고 하지만 그 신빙성은 내가 딱 이렇다, 저렇다 말 못할 정도로 엉망이야.


해서 우리집 고양이 첫 대면할 때. 도대체 이 동물은 뭐하는 동물인가? 눈 똥그랗고.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고. 숨어서 조용히 쳐다보기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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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고양이 첫 대면하던 날 찍은 사진이야. 열어둔 옷장에 뛰어올라가 나를 관찰하고 있었어. 동물도 감정 표현을 하고, 그 감정이 표정으로 보일 수 있다고. 그렇게 믿거나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어때? 저 표정. 뭔가 탐탁치는 않은 듯 하지?


같은 지붕아래, 먹고 자고 그런 지가 1년이 넘어가면서 흔히 말하는 도도하고 종속의 개념이 없는 이 고양이들도

어느새 지가 좋아하거나, 혹은 익숙해졌거나. 이젠 지가 원해서 쓰다듬어 달라며 발라당 해서 끼를 부리기도 하고 혹은 심심해서 놀아달라며 내가 자고있는 침대에 뛰어 올라와 귀에 대고선 우렁차게 "야~~~옹!!!" 그렇게 지 원하는 걸 요구하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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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닝겐




고양이들이 세상을 보는법.


같은 자리에 둔 물건도 위치가 바뀌거나 방향이 바뀌면. 고양이는 아주 미세한 변화도 눈치채고, 경계의 태세를 갖춰. 마치 포복을 하듯이 아주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그 사물(혹은 사람)에게 조심조심 천천히 다가가서 냄새를 맡으며 그 사물에 대한 정의를 만들어가기 시작해. (이건 내 생각이야.)


고양이 나이로 3년하고도 반. 사람으로 치면 30대를 넘어선 나이. 웬만큼 알 건 알 나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미세한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을 하지. 그리고 조심스레 원래 제가 익숙했던 것의 냄새를 맡고는. '이것이 내가 싫은 것이 아닌가?' '혹은 나를 해하려 하지 않는가?' 생각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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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위치에서 보기에 그저 우스꽝스럽고, 동물이란 이런것인가 싶다가도 조금만 달리 생각을 바꿔보니. 오히려 사람보다 더 많고 적극적인 호기심이. 사뭇 부러워지기도 했어.


우리는 그래. 완벽할 수 없는 존재. 내 경험에서 비롯한, 혹은 내 배움에서 기인하는 나의 생각, 가치관, 판단. 모니터, 혹은 화면으로 들여다보는 세계에서 수많은 주제로 오래동안 내 생각을 피력하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이든 혹은 거리낌이 없이 내 하고자 하는 말을 하기 위해 내 나름의 노력을 해 왔다고 생각을 해.


그래도, 안 되는 것이 있어. 내가 상당히 눈에 익고, 내가 아무렇지 않게 지내온 내 주변의 무언가 하나. 그것이 바뀌거나, 변화하거나, 그 전과 다르다고 느껴질 때. 이 도도하고 고고한 야옹이들은 우스꽝스럽게 그 작은 변화를 캐치하고 그것에 대한 탐색을 시작하고, 그것에 대한 판단을 시작하지만 과연 나는, 내 생각에, 내 눈에 보였던 것에, 내가 알고있던 것에 미세한 변화? 다른 기조? 다른 분위기? 가 있다면 그것을 알려고, 알기위해, 고양이처럼 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본 적 있는가? 아니, 그렇게 해보려 한 생각이나마 한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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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겁~~~나게 도도한 존재인 것 같아.


지 기분이 좋아서, 나를 신뢰하기에. 흔히 말하는 발라당, 배를 까 뒤집어 보이며 뭔가 제 감정을 표현을 해. 그걸 보고 기꺼워서든, 혹은 너와 나의 연결고리가 이토록 탄탄한가 스스로 탄복을 해서든. 또 쓰다듬어 주다가도 지 스스로 느끼기에 과하다, 혹은 불편하다 싶으면 여과없이 내 팔을 물고 할퀴고 그러거든.


참 사람하고 비슷하고, 또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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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에서 우리는 개개인을 구분하고 식별할 수 있는 닉네임을 쓰잖아. 그리고 현재 내가 쓰고 있는 Raspu`tin 이라는 닉네임은 모니터 밖의 나를 정의하고 담을 수 있는 무언가를 닉네임을 통해 내 생각과 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고.


그것을 배설함에 있어 '이봐들, 이런 내 생각이, 내 발언이 잘 된 거야 못 된 거야?' 그런 물음의 의미일수도. 혹은 전적으로 내 생각과 내 판단을 주장하며 다른이들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것일 수도 있어. 내가 건강하고 옳은 판단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치판단을 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도 하고.


그만큼 항상 고민하고 또 몇번을 가다듬길 반복했어. 내 글이 수려한가? 혹은 와 닿는가? 하지만 그런 꾸밈의 형태도 상당히 부질 없다는 걸 알았어. 내가 아! 씨바! 이야기를 해도. 최소한에, 내 부족함 많고 표현이 매끄럽지 못한 글들에서 내가 묻고자, 말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다들 그정도 유추를 하면서 글을 보아주더라고.


당신들은 어떤지 모르겠어. 우리집 고양이를 보면서 배운 게 있다고 한 거 있잖아. 내 생각과, 내가 알던 그 무엇이 조금이라도 위치나 방향이 바뀐 것. 불편해 사실. 그게 내 가치관과 내 생각이 틀린 게 아닐까 하는... 


근데 나는 알고싶어. 아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바뀜으로써. 내 생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내가 붙잡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발버둥친 그 좁은 시각이, 그 껍질을 깨고 나왔을 때 볼 수 있는 세상이란 어떤 모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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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도하고 4가지 없고 종속의 개념조차 없는 고양이도. 제가 원할 때, 제가 바랄 때. 사람에게 배를 까보이며, 관심을 요구해. 내 생각을, 당신들의 생각을. 메세지를 이야기 한다는 것. 열람에 제한도 조건도 없이 공개된 이 마당에서 내 생각을 자신있게 내비친다는 것. 그것 자체가 관심에 대한 갈구요, 그 표현이라 생각해. 해서 난 다른이에게 혹여나 상처, 실례, 불쾌한 하나의 사건이 될까 조심하긴 하는데... 뭐... 지금의 커뮤니티나 SNS 분위기를보면, 내가 아직 덜 적응 된 거던지... 그렇겠지?



다음번엔 정말 일상적인 우리집 고양이 이야기를 해볼게. 술이 들어가니. 몇번을 쓰고, 또 지우고. 이 글이 유려하지 않은 걸 뻔히 알면서도 등록을 누르는 패기가 생겨.


난 오늘도 우리집 고양이처럼 당신들의 생각을, 이야기를 익숙한데도 낯설게 냄새를 킁킁 맡으며 또 조심스레 포복자세로 다가가서 보고 또 읽고 있어. 당신들의 수고에 고맙단 이야기를, 오늘은 하고 마무리할께.







편집부 주


위의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톡투불패 및 자유게시판(그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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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Raspu´tin


편집: 딴지일보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