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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14. 금요일
덕후 카인



오늘은 시작에 앞서, 열분덜이 알아먹었을 거라 생각했던 그러나 실제로는 아닌 거 같은 이 시리즈의 사용설명서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언제 끝날지 나도 모르겠는 이 시리즈는, 우리네 덕후들을 위한 시리즈가 아니다. 아직 덕후가 아니지만 빠지고 싶은 취미를 찾아서 빠져보고 싶은 예비 덕후들을 위한 지침서다. 그러기 위해서 해당 장르에 입문할 때 기초 교양으로 삼기에 적합한 컨텐츠만 권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리즈는 딱히 리뷰라 하기도 애매하며, 비평은 더더욱 아니다. 때문에 난 댓글들이 '배틀스타 갤럭티카 아니면 죽음을, 물론 너의 죽음을' 내지는 '콜옵 안 다루면 너는 역적' 식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입문자에게 그런 거 권하는 것은 수영 초보자에게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 보기 좋던데 너도 시도해보렴' 하는 격이다. 

따라서 모든 명작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장르의 대표작을 다루지도 않는다. 그러려고 했다면 전회에서는 오픈월드의 첫 신기원 [Grand Theft Auto] 시리즈[참고]와 잠입액션의 명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와 아크로바틱 액션 요소의 대표작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를 다뤘을 것이다. 그러나 한 장르나 계열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그 자체로 이미 심원한 역사를 담고 있다. 그 역사를 이해해야 제대로 충만한 경험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제쳐놓고서라도, 지나치게 오래 전의 컨텐츠까지 찾아야 하는 수고를 입문자에게 강요하는 건 사실상 폭력이다. 고작해야 10년 안짝을 권해야 한다. 원더우먼을 알기 위해서는 70년대의 드라마를 봐야 하는데, 원더우먼 하나 즐기기 위해 이 오래 전 것을 찾아봐야 한다면 아무도 알고 싶지 않을 거다.

서론은 이쯤이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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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당시의 원더우먼, 린다 카터의 서비스 짤.
이 누님의 미모에 비교당한 탓에 새로운 원더우먼 드라마가 엎어졌다.
빛도 못 본 뉴 원더우먼 에이드리안 펠리키에게 심심한 위로를.

지난 시간엔 체험을 키워드로 하여 쉽게 익힐 수 있는 튜토리얼을 보유한, 그래서 진입 장벽이 낮은 액션 위주의 게임 두 시리즈를 소개했다. 그런데 순발력이 많이 필요한 장르에는 젬병인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나? 내 경우, 죽어도 격투 게임은 대성하지 못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장기나 바둑 같은 두뇌 플레이를 좋아한다. 박진감 대신 안정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오늘의 키워드는 '운영과 발전'이다. 이 키워드에 어울리는 게임 장르는 전략 게임이다. 그리고 안정감이라는 측면에 맞는 형식은 실시간(Real-Time)이 아닌 턴(Turn)방식 게임이다. 그리하여 턴방식 전략 게임이 이번의 추천 장르다. 그리고 한 가지 아쉽지만, 전략 게임의 조작은 주로 마우스에 특화되어 있어 PC로만 발매된 경우가 많다. 오늘 다룰 게임들도 전부 PC 발매다.





- 안정형 : 급하지 않은 발전과 여유있는 운영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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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이 전설의 작품이었으나 4편에서 제대로 좆망, 5편부터 제작사를 바꿔 발매되었으므로, 5편부터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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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5]
2006년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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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6]
2011년 발매

[마이트 앤 매직]이라는 시리즈가 있다. 1인칭 롤플레잉 게임으로 상당한 명가 브랜드다. 1995년, 한 개발자가 [마이트 앤 매직]의 판타지 세계 설정을 이용해 외전을 만들어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전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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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트 앤 매직]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면 덕질 비기닝 시리즈의 수퍼히어로 편을 세세히 읽었단 증거다.
수퍼히어로 편의 각주 2번엔 이렇게 적혀 있다.
'1998년에 한국에 출시된 게임 <마이트 앤 매직 6>의 전설적인 번역문 때문에 생겨난 드립이다. 원문은 "Hello there! Mighty fine morning! if you ask me, I'm Waldo."다. 고등학교 수준 영어만 할 줄 알아도 이걸 "안녕, 정말 상쾌한 아침이군! 나는 왈도라고 하네."라고 번역하겠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저렇게 번역이 되었다. 요새도 웹툰 등에서 열심히 패러디되고 있는 클래식이다. <마이트 앤 매직 6>의 오역과 발번역은 유명하다. 용의 성채(Dragon's Keep)을 '드라군의 음식물'로 번역했을 정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라는 졸라 긴 제목의 외전은 호평을 받아 시리즈화 된다. 3편이 리즈 시절이었는데, 후속작인 4편은 브랜드 전체를 말아먹은 불효자가 되었다. 얼마나 불효자였는지, 그 여파로 회사마저 망해버렸다. 이 브랜드의 저작권을 지난 주 소개했던 회사 유비소프트가 사들인다. 그리고 유비소프트 내의 제작사가 5편을 만들어 브랜드를 되살렸다.

그런데 비록 독립한 브랜드이긴 하나 본가인 [마이트 앤 매직]의 세계관을 따라가며 뿌리를 잊지 않았던 1~4편의 경우와는 달리 5편은 직접적으로 설정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6편에서 제작사가 바뀌면서 긴 제목을 줄이기 위해서였는지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로 제목을 바꿨다. 그래봐야 한 단어 줄어든 것이지만.(어쨌든 기존에는 HOMM이라 부르던 것을 MMH로 부르게 되었다.) 분수령이 된 5편의 경우, 좆망한 4편의 시스템이 아닌 전설적인 3편의 시스템을 계승했다. 그래, 이 시리즈가 대체 어떻게 진행하는 게임인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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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기본적인 화면이다.
자원을 수집하고, 모은 자원으로 건물을 짓거나 유닛들을 생산 및 향상시키고,
모든 유닛들로 적과 싸운다. (이건 5편의 예)
이 모든 행동을 각자가 동시에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차례가 돌아왔을 때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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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할 때는 이렇게 격자 형태의 전장지도로 전환되어 장기처럼 싸우게 된다.
여기선 격자가 안 보이네? 이런 젠장... (이건 5편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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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격자가 보인다.
아래쪽에 늘어서 있는 유닛 아이콘의 왼쪽부터 먼저 행동을 시작한다.
초록색 격자가 현재 행동할 유닛의 이동 가능 범위다.
오른쪽 아래의 커다란 유닛에 빨간 격자가 있는 걸 보니 현재 턴에 공격 가능한가 보다.
양측 부대의 영웅이 양쪽 끝에 보인다. (이건 6편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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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유닛인 영웅이 이 시리즈의 중심이다.
영웅은 전장지도 내에는 없지만 다양한 특수능력으로 유닛들의 전투를 돕는다.
(이건 5편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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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경우에는 아이템을 장비하여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런 아이템은 맵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고, 이를 찾아 수집하는 것이 MMH의 작은 매력이다.
(이건 5편의 예)

MMH의 판타지 세계는 상당히 스케일이 크다. 이 세계에는 종족이라 하기엔 약간 모자라고 국가라 하기엔 좀 넓은 개념으로, '타운'이라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그냥 맘 편하게 타운이 곧 종족이라고 생각하자. 실시간 전략 게임의 명가 [스타크래프트]에 테란/저그/프로토스 세 종족이 있듯, MMH에는 6개 타운이 있다. 5편의 경우 확장팩 두 번에 걸쳐 2개의 타운을 추가하기도 했지만, 뭐 이런 게 문제가 되랴. 우린 어차피 온라인 안 하고 혼자 놀기 위해 패키지 게임을 선택했다. 따라서 종족의 밸런스는 일단 잊도록 하고, 그냥 타운=종족별 특징이 있고, 이게 꽤 재미나게 다양하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되겠다.

그래도 혹시나 궁금할까 봐서 간단히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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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타운, 헤이븐(Haven)의 기초 건물
(이건 6편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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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븐과 정반대인 지옥의 타운, 인페르노(Inferno)의 기초 건물
(이건 6편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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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도 되살리는 위대한 마법사들의 타운, 네크로폴리스(Necropolis)의 기초 건물
(이건 6편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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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적이고 야만적인 설정의 타운, 스트롱홀드(Stronghold)의 기초 건물
(이건 6편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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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풍의 타운, 생츄어리(Sanctuary)의 기초 건물
(이건 6편의 예)

자원/아이템 수집 - 영웅 성장 및 유닛 생산/업그레이드 - 전투의 프로세스가 MMH의 플레이다.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처럼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빠른 상황 판단과 정교한 마우스 워킹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다. 자기 턴이 왔을 때 내 영웅과 유닛을 움직이고, 내릴 명령 다 내려주고, 턴을 마치면 된다. 한결 플레이가 여유로워진다.

여유로운 플레이가 가능케 하는, 정교한 턴제 전략 게임의 매력 외에도, 방대한 판타지 세계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서사 또한 매력 포인트다. 주로 타운으로 대표되는 종족들끼리의 전쟁과 정치를 소재로 삼고 있으며, 적에게 지배 당해 자기 의사와는 달리 아버지를 살해한 딸, 그런 여동생을 눈물과 함께 베어죽이고는 아버지의 공작위를 계승하는 청년, 등신 같은 남편에게 질려 다른 타운으로 망명하는 귀족 여성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MMH의 단점이라면, 게임 후반으로 갈 수록 점점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타운 간의 상성, 유닛 간의 상성, 스킬 간의 상성 등등을 챙겨야만 진행이 원활해지는 시점이 오는데 이에 대한 게임 내의 안내는 허술한 편이다. 또한 MMH 시리즈 자체가 한국에서는 마이너한 쪽이라서, 이를 매개로 친해질 수 있는 덕후 친구들도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수뇌부의 꾸물 기자와는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픽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상당히 양키 센스에 가까워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아래 동영상은 지금까지 설명한 게임 시스템을 보여주는, 6편의 게임플레이 영상이다.






세틀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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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이라는 평을 받는 것은 97년작인 2편이지만,
5편부터 시리즈의 성격이 변화하였으므로 5편부터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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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틀러 5: 왕들의 유산]
2005년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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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틀러 6: 제국의 부흥]
2007년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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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틀러 7: 패스 투 어 킹덤]
2010년 발매

MMH의 그래픽이 좀 강렬한 편이라 꺼려진다면, [세틀러]를 권한다. 이 시리즈의 그래픽은 아무리 거칠어져도 아기자기함을 쉽게 잃지 않는다. 게다가 분위기와 스토리도 동화스럽다. [세틀러] 시리즈의 정체성은 두 가지에 근거한다. 아기자기함과, 경제가 우선되는 시스템.

전략 게임의 루틴인 수집-생산-전투에서, MMH가 생산-전투에 주로 방점이 찍혀있다면 [세틀러]는 수집-생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세틀러]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는 중세 유럽 분위기를 내는 영지의 영주가 된다. 목표는 영지의 발전이다.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자원을 많이 가져와 여러 생필품을 생산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국력을 바탕으로 경쟁자도 없애야 할 것이다. 자원을 많이 채집해 가공해 경제를 부흥시켜야만 강한 군대가 만들어진다. 전략 게임엔 원래 국가 경영의 기본이 묻어난다지만, [세틀러]는 그것을 정말 극명하게 드러낸 게임이다.

영주가 된 플레이어는 우선 건물부터 건설해 영민들이 살고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영민 유닛 - 일꾼들은 알아서 자동으로 일한다. 자원 채집 건물을 지으면 자원을 채집하고, 자원 가공 건물을 지으면 채집된 자원을 가져와 가공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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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다. 적절한 위치에 건물을 지어놓으면 알아서 일을 한다.
영민들의 노동의 결과물을 이용해 영지를 발전시키고 군대를 양성할 수 있다.
군대는 직접 조작해 적을 칠 수 있다.
(이건 7편의 예)

먼저 아기자기한 그래픽부터 보자. [세틀러] 시리즈는 마우스 휠을 움직여 줌인을 하면 각 유닛들을 세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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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이 열심히 나무하는 모습. (이건 5편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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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깃발제작자를 관찰 중 (이건 6편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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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가 일하고 있는 모습 (이건 7편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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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역시 이렇게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다. (이건 7편의 예)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영민들을 데리고 어떻게 영지를 발전시켜가는가. 대강 이런 식으로 진행하게 된다.

일단 주택을 충분히 지어 영민들의 주거지를 확보한다. 그래놓고 채집 건물을 짓는다. 예를 들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목재와 석재가 필요할 거다. 그럼 제재소와 채석장을, 해당 자원 근처에 짓는 거다. 제재소와 채석장에서 일하는 영민이 생성되고, 이들은 자원을 채집해 마을 창고로 운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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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장을 지었다. 건물을 짓고 업그레이드할 때 필요한 석재를 쭉쭉!
(이건 5편의 예)

그런데 목재를 이용해 다른 가공품을 만들 수도 있을 거다. 예를 들면 6편의 빗자루 같은 위생용품. 빗자루 제작자가 일할 목공소를 지어주자. 그럼 제작자는 창고에 가서 목재를 꺼내와 목공소에서 빗자루로 가공한다. 그런데 이들이 먹을 식량은? 농가를 짓고 주변에 밀밭을 만든다. 농부가 알아서 밀을 재배하고 수확해 창고에 넣는다. 창고 주변에 빵집을 지으면 제빵사가 창고에서 밀을 꺼내와 빵으로 만든다. 그럼 영민들은 제빵사에게 빵을 구입한다. 앗, 그런데 겨울이 되었다. 밀 수확이 될 리가 없다. 어쩌지? 주변 숲에 사슴이 뛰어다니니 근처에 사냥꾼 오두막을 지어주면 사냥꾼이 동물을 사냥해 고기를 창고에 가져온다. 그럼 푸줏간을 창고 근처에 지어주면, 푸줏간 주인이 창고에서 고기를 꺼내다가 소시지로 가공한다. 역시 영민들은 푸줏간에서 소시지를 사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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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보내주는 퀘스트를 해야 하는데, 겨울이라 빵 생산이 안 된다.
빵을 원조해주고 나면 식량이 모자랄지도 모르는데, 어쩌지?
(이건 6편의 예)

돈을 번 영민들은 이제 세금이나 헌금을 낼 수 있게 된다. 돈이 모였으니 군사를 모아볼까? 그런데 군사들이 사용할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철광 주변에 철광소를 지어 광석을 캔다. 창고에 쌓인 광석을 가공하기 위해 무기제작소를 지어 무기를 생산한다. 드디어 군사가 모였다. 적을 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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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군대다! 다 덤벼!
(이건 7편의 예)

이렇게 자원을 채집하고, 가공품을 만들고, 영민들의 경제력과 생산 품목을 향상시켜, 군대를 조성한다. MMH를 비롯한 다른 전략 게임과의 차별성이 드러난다. 전투는, 비록 중요하긴 하지만, 주요 컨텐츠는 아니다. 주요 컨텐츠는 영지의 경제적 발전이다.

따라서 비롯한 전략 게임의 주된 재미 요소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MMH가 방점을 찍은 전투의 재미와, [세틀러] 시리즈가 방점을 찍은 운영 발전의 재미. 이 둘을 합하여 요약하면, 운영과 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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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세틀러]는 운영의 재미, 관조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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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제 게임이 가지는 관조의 즐거움은, 사실 이 5편으로 막을 내렸다.
6편 이후부터는 실시간제로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턴제 게임만 다루는 거 아니냐고 항의할 것을 알지만, 사실 어쩔 수는 없었다. 실시간제로 바뀐 후에도 운영 위주의 특성은 바뀌지 않았고, 그러자 영지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생동감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시간제가 주는 긴장감 - 순발력이 필요한 - 은 이 브랜드의 특성과 어울리지 않지만, 운영에서 오는 관조의 재미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아 있었다. 그리고, [세틀러] 특유의 아기자기한 맛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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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주인공인 조이 공주. [세틀러]의 스토리에는 중세 유럽풍의 묘한 낭만성이 있다.
선하고 정의로우며 명예롭고 유능한 군주와 기사들의 성공적인 정복 스토리.
앞서의 플레이 그래픽과 이런 원화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게임 전체의 분위기다.

언제나 백문이 불여일견. 7편의 첫 미션 플레이 영상이다.







턴 방식에 기반한 전략 게임의 최고봉은, 아마도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다. [삼국지]에는 전략 게임의 기본이 모두 들어있다. 자원(인적/물적)을 수집하고, 자원을 활용해 가공 자원(전투력/경제력)을 만들어내고, 이렇게 향상시킨 힘으로 적을 정복하는 것. 이것을 턴 방식으로 느긋하게 해나가는 길의 끝에는 [문명] 시리즈가 있으며, 실시간으로 빠르고 박진감 있게 반응하는 길의 끝에는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류의 게임이 있다.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시리즈는 전자의 중간에서 입문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세틀러] 시리즈는 양쪽 모두에 걸쳐져 있다.

오늘 소개한 이 두 시리즈 모두, 공교롭게도 유비소프트 발매다. (제작이 아니고) 아마도 유비빠가 아니냐는 비난이 예상되지만, 모두 오해요 우연이다. 나는 사실 블리자드빠에 가깝단 말이다. 그러나 지난 회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제작/발매를 비롯해 이번 회의 두 시리즈의 발매까지, 유비소프트는 분명 좋은 게임을 여럿 제작하고 여럿 발매한 회사다. 이런 회사들은 기억해두는 게 좋다. 경력을 통해 실력이 보증된 작가나 배우가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듯, 게임은 회사나 프로듀서를 통해 고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원초적인 장르를 가지고 오도록 하겠다. 즐거운 주말 되길.


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