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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 미디어와 두테르테


두테르테가 한국 뉴스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필리핀에서 다루는 두테르테와 큰 차이가 없다. 많은 기사들이 두테르테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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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들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두테르테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언론들이 필리핀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제대로 알고 이런 기사들을 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필리핀 현지 주류 언론들이 생산해내는 기사들을 해석한 뒤 치장할 뿐이다.


대한민국 언론이야 그렇다쳐도, 필리핀 현지 언론들이 왜 국민 지지율 90%가 넘는 두테르테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는 것일까? 현재 필리핀의 ‘옐로우 미디어(Yellow Media)’라고 불리는 언론사들은 두테르테가 대선에 출마하고 대통령이 되어서까지 계속 안티 두테르테 프레임을 짜며, 비방과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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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필리핀 자유당(Liberal Party)의 두테르테의 대선 경쟁자였던 대통령 후보 마 로하스,

전 대통령 노이노이 아키노, 부통령 후보 레니 로브레도.


‘옐로우 미디어(Yellow Media)’들은 필리핀의 기득권이자 극우파 보수 세력인 필리핀 자유당 소속 기득권 세력이 소유하고 있다.



필리핀의 올리가키(Olig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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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la Times>


이 기사는 두테르테가 필리핀 자유당의 마 로하스의 인맥이자 사설 온라인 도박장을 하는 옹핀의 사업허가를 취소하며, 올리가키(소수의 인원이 국가의 모든 것을 독점하는 과두정치 그룹)를 맹비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테르테가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올리가키의 비즈니스에 정면으로 칼을 겨눈 것이다.


그럼 올리가키에 해당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필리핀은 스페인 식민지이던 시절부터 하시엔다 (Hacienda)라고 불리는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을 운영해 왔는데, 대규모 농장주들을 하시엔데로(Haciendero)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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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가장 대표적인 작물이자 주요수출품은 사탕수수였다.
사진은 필리핀 중부 네그로스섬의 사탕수수 추수용 증기기관차로,

추수를 위해 기관차를 사용했을 정도니 재배 농장의 규모가 컸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하시엔데로의 생활은 어떠했을까? 농장의 크기는 수 천, 수 만 헥터였으며, 자원은 넘쳐났다. 수백 년간 이어져왔던 사탕수수 농장시스템은 추수 때만 되면 돈이 쏟아지는 비즈니스였다. 거기다 사탕수수는 작물 자체가 질병, 충해, 홍수, 가뭄 등에 매우 강해 다른 농사에 비해 리스크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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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시골 지역 군청소재지 주변에는 이런 구조의 고급 가옥들이 아직도 많다.


필리핀 시골 농촌지대에 가보면 목재로 지어진 초호화 주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하시엔데로들의 농사 관리용 시골집 정도로 사용된 집들이다. 이런 집들은 유럽식 음주 가무인 왈츠와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지어졌다. 이들이 특별히 무슨 할 일이 있었겠는가? 사탕수수 추수 때 수금하러 오는 게 유일한 일이었다. 이들의 집안엔 돈이 넘쳐났다. 헤프게 써대도 돈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가 커져만 가는 시스템이었으니까.


하시엔데로의 일부는 정치권에 몸을 담기 시작했다. 필리핀의 기득권 세력이 되며 필리핀의 정치그룹을 형성했다. 미국은 식민국을 지배할 때 엘리트 기득권 세력들에게 정치적 힘을 실어준다. 그들은 올리가키를 미국의 개로 만들어 기득권 세력화를 가속시켰다.



두테르테의 마약전쟁과 올리가키


최근 ‘올리가키와 마약 세력 간에 연계가 있다’는 뉴스가 등장하고 있다.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두 달 간의 마약과의 전쟁이 결실을 보이기 시작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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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마닐라의 가장 큰 감옥인 빌리비드 감옥의 마약왕(빨간 동그라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레일라 딜리마 전 법무부 장관(마약왕과 마주보고 있는 사람)


레일라 딜리마는 이번 2016년 대선/총선/지방선거에서 필리핀 자유당의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이 의원은 최근 구설수에 올라 있다. 노이노이 아키노 정권 시절 마닐라 문팅루파의 가장 큰 감옥인 빌리비드 교도소에서 마약왕과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비디오가 페이스북에 퍼졌기 때문이다.


이 빌리비드 감옥 안에서 생산된 마약이 외부로 팔려나가고 마약왕은 감옥에서 마약 장사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필리핀 교도소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법무부가 관리하고 있다. 법무부에서 봐주지 않으면 마약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해당 페이스북 동영상은 딜리마 법무부 장관이 마약왕으로부터 꾸준히 보호세를 받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테르테는 이미 딜리마 상원의원의 구설수에 대해 인터뷰를 하였다. 그녀의 마약 범죄에 대한 모든 증거를 갖고 있다는 말을 하며 <Killing me softly>를 살짝 불렀다.




두테르테는 이 노래를 통해 딜리마 상원의원을 ‘살살’ 죽여주겠다고 선언했다. 전 정권인 노이노이 대통령 시절 내내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딜리마 상원의원을 당장 잡아 족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끼다. 한 정권에서 6년 내내 법무부 장관을 지낸 딜리마가 올리가키 정권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두테르테는 이전 정권에 붙어 있었던 올리가키들이 딜리마라는 미끼를 물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딜리마 전 법무부 장관의 마약 이슈는 검찰과 이민국을 통제하는 법무부장관, 경찰을 통제하는 마 로하스 전 내무부 장관, 군인을 통제하는 몇몇의 장성들과의 커넥션을 보여준다. 필리핀 정치가 가난한 국민들의 피를 뽑아먹는 마약왕들을 보호하며 그들로부터 정치 자금을 수수하고 있는 그림이다. 지방에서는 필리핀 자유당 소속 군수, 시장들이 마약상을 보호해주는 대신 보호세를 받아 정치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두테르테는 이러한 필리핀 자유당그룹의 ‘마약 정치(NARCO POLITICS)’를 퇴치할 첫 번째 열쇠를 잡은 것이다.


필리핀은 마약에 있어서 동남아의 멕시코나 콜롬비아 정도로 부르면 적절하다. 일부 빈민 지역에서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대놓고 마약을 판매하기도 한다. 당연히 필리핀엔 마약쟁이가 많다. 이런 마약쟁이들이 돈이 떨어져 마약을 못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약을 사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이 피해는 서민들에게 돌아기 마련이다. 이게 필리핀 서민들이 두테르테의 마약전쟁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이유다.




삐약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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