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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1편이 올라가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딴지 수뇌부의 편집을 거치면서 수정된 부분도 있고 반박하고 싶은 것도 좀 있으니 몇 가지 밝히고 가겠다. 


첫 번째, 나는 청년이 아니다. 제법 웃기는 이야기를 해도 아재 개그라는 말을 듣는 나이다. 간신히 어떻게 살 수 있을 정도의 형편은 어찌어찌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20대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렇게 말한 놈에게 "그 좋은 청춘 너나 하셈"이라고 말할 거다.


기약 없는 불안함, 막막함,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자존감의 붕괴를 겪으며 이력서를 표창 뿌리듯 뿌려대야 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도대체 왜 기업마다 자소서 양식이 다 다른 거냐. 아직도 미스테리다. 니들 그거 다 읽지도 않잖아)추호도 없다. 뭐 빠지게 헤엄쳐서 간신히 반대쪽 편에 도착했는데, 다시 중간으로 돌아가라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한 애들은 평온하게 살더라."라는 댓글도 봤다. 음, 그래. 내가 부모님 말씀을 좀 안 듣긴 했다. 근데 내 친구 중에 나보다 한 열 배 정도 착실하고 성실하고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칼같이 지키던 친구가 있다. 근데 그 친구, 공부 머리가 아주 조금 떨어졌다. 그 친구는 왜 지금 나보다 평온하게 못 살지? 성실하고 착실했는데. 수학공식 이해하는 능력 좀 떨어진다고 그런 식으로 개인의 삶이 재단 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우리가 스파르타에 살고 있는 건가, 지금? 


공부를 못해서 그렇다고? 그래?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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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마저 잘해서 사람이 미래라던 대기업에 들어간 애들은 왜 20대에 명퇴를 당한 건가? 얘들은 칠거지악이라도 저질러서 그런 건가? 십계명이라도 어겼나? 


그래도 대한민국이니까 이 정도 살면서 불평불만도 하는 거라고? 그게 억울하면 개발도상국가서 막 굴러보라고? 그런 비슷한 말씀 하신 분이 한 분 계셨드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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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분. 현재 장년백수시다. 

개발도상국 가시면 일자리 많을텐데 안 가시데.


그러니까. 


제발 인정 좀 하자. 아무리 우리가 냉혹, 무자비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끝없는 경쟁을 펼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말 잘 들은 애들은 구해주고 안 그런 애들은 내팽개쳐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하지 않나. 그런 말 하려면 말 잘 들은 애들이나 확실하게 구해주고 그러던지. 


그러지도 못했으면서.


청년들이 나라를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닌 만큼, 이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고 숨쉬면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자리를 얻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정부는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줘야 한다. 


라고 이미 오래 전, 그러니까 2011년 12월에 말씀하셨다. 누가? 바로 이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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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말씀도 또박또박 잘하셨다. 뭐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말은 딱히 아니다.

(기사 원문 - 뉴시스)


지금 성남시와 서울시의 청년정책을 보고 '아편이다', '마약이다', '청년의 표심을 돈으로 사겠다는 무책임한 역병과 같은 포퓰리즘' 기타 등등 창의력 넘치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던 분들 그때 다 저기 계셨다. 아, 이 놀라운 방향전환. 시바 우디르도 한 수 접어줄 판이다. 


오해는 말자. 그렇다고 우리 공주님, 아니, 각하께옵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은 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나라를 이끌어갈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갖고있는 사람이 나라의 미래라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하지 않았을 리가 있나? 각하께옵서도 청년들을 위해 엄청 노력하셨다. 다만 그 노력이 별로 효과가 없어서 그렇지. 노력은 하셨다. 진짜다. 


정부는 현재도 67개의 청년 사업을 실제로 실시하고 있고 올해만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각하께서는 규제를 없애려고 하셨고, 중동으로 가라는 말씀도 하셨고, 노동개혁을 소리높여 주장하기도 하셨으며, 직장이 없으면 니가 직접 만들어 보라는 말씀까지 하셨다(뭘 하긴 하셨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렇게 때려 붓는데도 청년실업 문제가 매년 악화만 되고 있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한 마디로, 현 정부의 청년취업 정책은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물론, 학생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성적이 안 나오는 건 뭐 어쩔 수 없다. 그럴 때 우리 주변 사람들은 기술이라도 배워라, 이렇게 말하곤 한다. 문제는 대통령은 그러면 안 된다는 거다. 너무너무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 정책 하나에 나라의 미래와 방향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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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러면 안 된다고. 

(부제 : 증세없는 복지의 마법)



위대하옵신 반인반신 원조각하께옵서 작은 결정이라도 하나 내릴라치면 며칠 밤을 새워가며 귀하신 머리가 터져나가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말이다. 그 결정의 무거움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정렬의 회고록 '아, 박정희'에서 발췌.)


그런데 영 발 디딜 곳을 잘못 짚은 분이 한 분이 아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한 국가가 지옥불반도라는 말을 듣는 것도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므로. 이쯤에서 등장해야 하는 분이 또 한 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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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4대강 사업을 하실 때 하신 말씀을 다시 한 번 짚어보자. 4대강 공사 사업으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무려, 34만 개라고 하셨다. 강 수질도 좋아지고, 홍수 걱정도 덜고, 건설업체들 경기도 좋아지고, 부동산 업계도 살아나고, 거기다가 청년고용 34만 명까지! 기가 멕히는 사업이다. 이거야말로 21세기 뉴딜정책 아니겠나. 그런데 21세기가 왜 21세기냐면 뉴딜정책 같은 삽질 정책이 더이상 안 먹히니까 21세기라는 것을 이분께서는 미처 생각을 못 하셨던 거다. (생각을 하셨는데 딱히 신경을 안 썼을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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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상주보 건설 당시 현장의 일자리 현황이다. 

중장비, 노동, 관리직 다 합친 거다. 

이렇게 34만 명 채우려면 약 3505개의 보를 세우면 된다. 

이 정도야 뭐 할 수 있잖아. 그치? 


일단 '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면 건설업이 짱짱맨!'을 외치시며 우직하게 밀어붙이신 컴도저께서는 탄력을 받아가고 있던 IT산업을 화끈하게 밀어버리시고 강바닥을 파헤치는 클래식한 건설업에 올인하셨고 그 결과 우리의 IT 산업은 일등 잠깐 찍고 휴가를 떠났다. 갈라파고스로. 


그분들이 잃어버린 10년을 차근차근 되찾았던 9년 동안 우리는 이렇게 지냈다. 그리고 그 댓가는 엉뚱하게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폭풍이 되어 돌아왔다. 


욕하고 싶은가? 욕하자. 그런데 잊지는 말자. 저분들이 쿠테타 일으켜서 정권 잡은 거 아니라는 걸. 내 집 값 올려준다는 말에 혹해서 혹은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는 말에 혹해서 저분들 손에 정권을 쥐여준 건 우리다. 난 안 찍었다고는 하지 말자. 찍고 안 찍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뒷수습은 우리가 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마저 발 빼면 진짜 지옥이 될 테니까. 




그래서, 청년복지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나라에서 안하면 내가 하겠음! 하고 나서신 두 분이 계시다. 성남의 이재명 시장과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 어떤 내용인지는 5분만 검색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니까 말하지 않겠다. 방식의 차이가 약간 있다면, 성남의 이재명 시장의 청년정책은 '성남시에 살고있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무차별적인 방식이고 서울시 박원순 시장의 청년정책은 '서울에 살고있는 청년들 중 적극적인 취업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선별적으로 지급된다는 점 정도다.

 

사실 이 차이점은 복지에서 언제나 화두가 되는 지점이다. 카테고리를 어디까지 잡을 것인가 하는 점 말이다. 이걸 갖고 싸우는 걸 우리는 참 많이도 봐 왔다. (누구는 이것 때문에 시장직까지 걸었다지?) 


무차별적인 복지를 하자니 아빠가 졸업선물로 건물 하나 떡 쥐어준 금수저들한테까지 해줘야 하나? 고른다고 한다면 어떻게 고르나? 실업자이거나 취준생인 애들만 주면 된다고? 그럼 최저임금도 못받고 일하고 있는 애들은 어떻게 하지? 어쨌든 일하고 돈 받고 있으니까 모른 척?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의문도 한 번 가져본다. 


'근데 성남시나 서울시에 안 사는 청년들은 어떻게 하나?'


진짜 형평성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내가 원해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게 아니듯, 내가 원해서 성남시나 서울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니잖은가. 근데 왜 나는 청년수당을 못 받나? 왜 우리 시장은 이런 거 안 해주나? 


응. 안 해줘. 아니 못 해줘. 왜냐면 돈이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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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고들 있는 사실이지만 지자체 살림은 지금 아주 어렵다. 얼마나 어렵냐면, 졸라게 어렵다. 


중앙정부가 걷는 세금이 78.8%, 지방정부가 걷는 세금이 21.2%인데 재정 사용액은 42.5%를 지방정부가 쓰고 있단다. (나도 숫자에 약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자.) 어쨌든 적게 걷는 주제에 돈은 많이 쓰니까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판에, 안 그래도 점점 얇아지는 지방정부의 지갑을 거덜내는 중앙정부의 깜놀 이벤트가 몇번 있었다. 


① 꼼꼼한 MB가카께서 부동산 세금을 화끈하게 깎아주셨을 때(부동산 관련 세금은 대부분 지방세) 꼼꼼하신 가카답게 생색은 이빠이 내고 부담은 적게 지는 좋은 한 수를 두셨다. 


② 창조적인 현 가카의 증세 없는 누리과정 예산 지자체로 떠넘기기. (복지해줄께. 니 돈으로...)


그런 것이다. 뭐 100% 이것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안 그래도 휘청휘청하는 지방 재정에 일격을 날린 건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는 세수가 많아서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저~언혀 없는 곳도 있다. 한마디로, 금수저 지자체 말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천당 밑에 분당을 끼고 있다는 성남시같은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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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럴 수 있는 거다.


현재 중앙정부에서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을 것이 분명한 있는 성남시의 청년배당(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을 막 들이받을 수 있는 것 또한)바로 성남시의 안정적인 재정자립도를 기반으로 가능했던 거다. 아쉬운 게 없거든. 역시 지갑이 빵빵해야 할 말을 하고 산다. 


그런데, 지갑이 빵빵하면 안 좋은 점도 있으니 굳이 이재명 시장이 단식까지 했어야 했던 이유가 있다. 여기서 잘 설명하고 있으니 확인하자. 친절하게 네 줄 요약까지 해준다.


① 박근혜 정부가 돈 한 푼 주지 않고 시·군에 복지 정책을 떠넘김


② 시·군에 4조 7000억 원 주겠다 약속했는데 돈이 없네?


③ 마침 돈 좀 있는 수원, 용인, 화성, 과천, 성남, 고양시를 털어 갚겠다. 오~ 


④ 빡친 이재명 시장은 거-절-한-다 를 시전하며 단식 시작. 



박원순 시장도 청년 배당에 나섰다. 추측건대 현 정권이 가장 싫어하는 (혹은 무서워하는) 인물 BEST 3 안에 들어갈 것이 분명한 인물 중 2명이 비슷한 짓을 하며 청년들, 나아가서는 국민들의 환심을 크게 사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의 청년 배당을 직권취소로 막아서고 정부가 직접 빼든 고용부의 청년 배당 카드와, 궁극적으로 우리가 향해야 하는 청년복지의 방향에 대해서는 마지막 3부에 다루겠다. 


사실 2부로 끝내려고 했는데, 나도 고용부에서 또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서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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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젊음의 가능성? 자신감? 일단 X 까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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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