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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치를 간단히 말하자면, 중국에 더 붙을 것이냐(친중파),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냐(친민파), 독립할 것이냐(로칼리스트)의 문제다. 2014년 우산혁명은 친중파가 당선되기 유리한 선거 구조에 반발해 일어난 것이었다. 


2년이 지나, 2016년 9월 4일 일요일. 홍콩에서 국회의원 선거라고 할 수 있는 '입법회' 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홍콩은 국가는 아니지만, 중국 당국의 일국양제(一国两制 1국가 2체제) 정책에 따라 홍콩은 중국과 독자적인 정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 입법회는 직능대표(functional constituency)와 지역대표(geographical constituency)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입법회 의원 70명 중 35명이 직능대표로 선출되고, 35명이 지역대표로 선출된다.

 

지역대표 35명과 직능대표 5명은 직접선거로 선출되고, 직능대표 30명은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직선제 선출 35명은 지역구 의원이고, 직능대표 5명은 전국구로 뽑히지만 비례대표는 아니다. 뭔가 좀 복잡한 얘긴 것 같은데 직능대표에 대한 분석은 다음에 하겠다.

 

그리고 중선거구 비례대표제를 표방하고 있어서 정당이 무지하게 많다. 참고로 홍콩에는 '정치정당'이 없다. 이것도 나중에 설명

 

지역구대표 35명은 중(中)선거구인 홍콩섬 (6명), 서구룡 (6명), 동구룡 (5명), 서신계 (9명), 동신계 (9명)에서 선출이 된다. 요 지역별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1. 홍콩섬(6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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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생 만 22세 Nathan Law가 13.49%의 득표율을 얻고 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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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가 Nathan Law다

 

Nathan Law가 아니라 우산혁명의 주도자 Joshua Wong(죠슈아 웡)이 출마했다면(나이 제한으로 출마 못했음. 너무 어려서) Regina Ip보다도 더 높은 득표율을 얻을 수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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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있는 친구가 Joshua Wong이고 오른쪽에 있는 친구가 Agnes Chow다. 둘 다 만 19세가 되지 못해서 입후보 자격이 없다. 자원봉사자들이 아니다. Joshua Wong은 정당 총무이고 Agnes Chow는 부총무다.

 

참고로 여론조사에서는 Demosisto(홍콩중지 香港众志)가 1~2%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다고 나오기도 했었다. 


Demosisto를 홍콩 로칼리스트 정당으로 보는 건 부적절한데, Demosisto는 우산 혁명 이후 생겨난 신생정당 중 가장 온건한 정당이다.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홍콩이 독립하건 말건은 '홍콩 사람'이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홍콩인들이 독립에 반대하면, Demosisto도 어쩔 수 없다는 거.

 

로칼리스트와 친중의 길 가운데에서 '제 3의 길'을 외치던 Ronny Tong의 민주사로는 2.66%밖에 득표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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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람이 민주사로의 Raymond Mak 후보. 그 왼쪽이 대표 Ronny Tong.

 

작년 여름, Ronny Tong은 홍콩 민주주의와 독립에 대한 문제에 관한 이견차를 정당과 좁히지 못하고 입법회의원 직에서 사퇴했다. 그리고 올해 2월에 있던 재보궐선거와 이번 선거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왔다. 이 얘기도 나중에..

 

근데 자기 자신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는 정신적 지주로써 남고 청년 후보를 내세운 점을 주목해야 한다. 동영과는 다르다!

 


2. 서규룡 (6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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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파 후보들이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30대의 홍콩 이공대 젊은 여강사 Lau Siu Lai와 25세 우산혁명 '여신 女神' Yau Wai Ching이 당선된 것은 주목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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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된 Lau Siu Lai (劉小麗 유소려) 의원


근데 정당 이름이 웃기다. 자기 이름을 딴 '소려민주교실'. 물론 '정당정치'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근데 그렇다고 정당이 없는 건 아니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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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혁명의 여신 Yau Wai Ching (游蕙禎 유혜정)

 

이분들이 약진하는 바람에 '범민주' 진영의 약소정당들 (공민당, 민주당을 제외 한)은 죽 쒀서 남 줬다.



3. 동규룡(5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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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서는 로칼리스트들이 '대세'를 이루었지만, 막상 표를 까보니 친중파들의 굳건함이 확인되었을 뿐이다. 동구룡에서는 5석 중 3석이 친중파에게 돌아갔다. 이는 '세대차'가 반영되었다고 해석되는데,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20~30대들이 보는 홍콩과 20~30대를 중국에서 보내다가 홍콩으로 이주해온 '홍콩 1세'들이 보는 홍콩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심리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노년층의 결집'이 이루어졌다!(정확한 자료는 찾는 중이다. 저번에 본 자료에 의하면 60대 이상에서 투표율이 13% 올랐다고 한다. 20대에서는 3~4%오름)

 

참고로 Paul Tse 의원은 '최저임금'에 반대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아래의 사진 때문에 변호사 자격을 1년 동안 중지 먹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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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 보호를 위해 이미지는 작은 걸로..

 

 

4. 서신계 (9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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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계 지역도 친중파들이 굳건하다. 이는 서신계 지역 집값이 제일 저렴하여 홍콩 거주 1세들이 여기에 많이 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노동당과 사회민주연선 같은 '범민주 약소 정당'들은 아쉽게 낙선했다. 

 

기자 출신 사회운동가 Eddie Chu가 13.94%라는 기록으로 1위를 했는데, 아주 눈여겨 볼 대목이다.

 

 

5. 동신계 (9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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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주 후보가 강한 동신계 지역에서는 몇 달 전 보궐 선거로 당선된 공민당의 Alvin Yeung이 9.03%를 득표하며 재선에 성공했고, 로칼리스트 정당인 인민역량과 청년신정의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이는 홍콩민주전선의 Edward Leung이 입후보 자격이 박탈된 것에 따른 반발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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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재보궐 선거. 이번 선거에서 Edward Leung은 입후보 심사에서 떨어졌다.


기존의 입법회 의원들이 본인을 정당명부 2번으로 등록함으로써 '기득권 내려놓기'를 몸소 실천한 반면(1번은 대부분이 20~30대 젊은 후보들이다. 젊은이들이 거리에 나가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다)사회민주연선의 3선 Leung Kwok Hung 'Long Hair'(양국웅 梁国雄)후보는 당당히(?) 본인을 정당명부 1번으로 등록했다.

 

항상 체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선거 운동을 하는 Leung Kwok Hung은 70년대부터 홍콩에서 사회민주주의 운동을 한 '정통' 재야 인사이며, 천안문 사태에 대해 중국 정부가 사과하는 날까지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 해서 Long Hair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연히 중국의 사회주의를 체 게바라의 사회주의와 같다고 보지 않으며 그런 면에서 '범민주' 진영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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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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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의 전체 결과는 이렇다. 직능대표를 제외한 순수 투표로 당선된 입법회의원들은 각 진영별로 18(친중), 15(범민주), 7(로칼리스트) 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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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능대표가 30명이나 되고 대부분이 친중파 인사들이라, 그 떠들썩했던 우산혁명을 거쳤음에도 입법회 구조는 2012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친중파가 2~3명 줄고, 반중파가 그만큼 늘어났는데, 로칼리스트 후보들이 7명이나 들어오는 바람에 기존의 '범민주파'의 입법회의원들이 7~8명 줄었다! 


지금까지 선거 결과를 드라이하게 살펴봤다. 다음 편에서는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지, 기존 입법회의원들이 사퇴했어야 하는 이유와 20~30대의 약진에 대해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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