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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총동원령인가

2013-07-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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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15 비추천0

2013. 07. 16. 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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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2013년 7월 16일 오전

 

갑작스런 속보가 떴다. '검찰, 전두환 일가 12곳 전격 압수수색, 압류 절차 진행중.'


오오... 대단한걸...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 10년간에도 하지 못했던 전두환 털기가 시작되는 신호잖아.


그러고보니 심상치가 않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야당에게 '지금 선거불복 하는 거냐'고 막 다그치듯이 묻고 있고, 조중동은 선거불복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거라고 일제히 입을 맞추고. 또 한편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귀태'발언으로 오래 전에 돌아가신 박정희 각하 욕보이지 말라고 노년층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검찰이 나서서 전두환을 턴다...


이것은 아무리 봐도 총동원령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라는 불길에 NLL을 끌어다 대 봐도, 개성공단 등 북한 문제를 끌어다 대 봐도, 중국 정상외교를 끌어다 대 봐도, 세상 어떤 물을 들이 부어 물타기를 시도해 봐도 불길이 잡히기는 커녕 고등학생들까지 나서서 시국 선언을 해 대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메이저 언론에서는 단 한 줄의 보도도 나오고 있지 않지만 이 장대비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주말마다 서울 시청앞에서는 촛불이 타오르기 시작하고 있기도 하다.


촛불.jpg

 

결국, 이러한 총동원령은 '이 상황을 초기에 제압하지 못하면 진짜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정권 차원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거라고 밖에는 보기 힘들다.

 

그래서 총동원령을 내린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자. 과연 잘 될까?


다행한 것은, 이 총동원령이 진짜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찌질한 물타기로 끝나고 정국은 여전히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에 집중될 것인지가 오로지 '여론'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방송을 장악해도, 사람들이 제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해도, 언젠가는 폭발하는 것이 여론이다.

 

4,19 때는 언론들이 이승만의 치부를 앞장서서 까발렸나? 87년 6월에는 신문들이 전두환 물러나라고 보도했나? 다 여론이 먼저 폭발하고 대세가 기울자 뒷북만 쳐 대는 것들이 언론이었다.


구질구질하게 긴 얘기도 필요 없다. 사람들의 뇌리에 이 한 마디만 떠오르면 게임은 끝난다.

 

"이거, 좀 심하잖아.. "

 

그렇게 되는 순간 세상은 바뀌기 시작하는 법이다. 이것은 역사 속에서 한두 번 벌어진 일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게 되어 왔던 철칙과도 같은 것이다.

 

문제는 과연 지금의 상황이 길거리의 장삼이사, 여론을 구성하는 조용한 다수의 머리 속에 '이거 좀 심한데...' 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상황인가 하는 것 뿐이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다. 과연 총동원령에 의해 등장한 대형 물통의 물들이 과연 제대로 된 물인가를 따져보는 일.

 

첫째, 선거불복

 

선거에 불복하는 것은 나쁜 짓이다. 우리가 이인제를 비웃는 것이 무슨 이유였던가. 멀쩡하게 잘 치러진 경선에 불복하고 판 깨고 나가버리는 그 조잡한 버릇을 비웃는 것 아니었나?

 

그만큼 서로 약속을 하고 규칙을 정해 치러진 게임에는 패배자의 승복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불복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에 너무 쫄지 말자. 선거불복이 나쁜 짓이 되려면 매우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당연하잖아.

 

'선거가 제대로 치러졌는지 여부'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지 않았다면, 불복을 안하는 게 바보고, 승복을 하는 게 바보짓이다. 제대로 치러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상적으로 치러졌다면 선거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거가 뭔가에 의해 간섭을 받는 순간, 즉 서로간에 약속해서 정한 규칙이 깨지는 순간 이미 선거의 결과는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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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 아무도 그녀의 불복을 욕하지 않았다.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검찰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밝혀내고 전 국정원장과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했다.

 

이거면 충분하잖아. 국가 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그 선거에 개입한 정황증거를 경찰이 무시하고 거짓말로 발표를 했다. 이거 말고 뭐가 더 필요해?

 

지난 선거는 국가 기관이 공권력을 동원해 개입했던 부정선거란 말이다. 여기에 그깟 댓글 몇 개 달았다고 문재인이 당선되었겠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누가 될지 어찌 알아? 이미 선거는 오염되었고, 그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 버린 것이다.

 

그러니 이쯤 되면 그런 오염된 선거에는 불복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청와대에서 야당에게 선거에 불복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나라도 대신 대답해 주겠다.


니들이 오염시킨 선거에는 불복하겠다.



둘째, 귀태 발언

 

맞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자꾸 돌아가신 예전 대통령을 욕보이는 거, 우리 얼굴에 스스로 침뱉는 행동이다. 좀 품위있게 살자.

 

좀 오바스럽긴 해도, 그 일로 대변인이 사퇴를 하고 당대표가 사과했다. 그러면 된거지.


자기 부하가 쏜 총 맞고 죽은 독재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현직 대통령의 육친 부모인데 말이다. 귀태(난 이 단어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라고 불렀으니 사과할만 했다고 치자. 그래서 사과하고 대변인 물러났으니 퉁쳐도 된다.

 

거기서 더 뭐라 그러면, 씨바, 니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뭐라고 불렀었냐고 맞대거리좀 해라. 지들이 한 짓은 까맣게 잊어 버리고, 야당이 한 짓만 가지고 길길이 뛰는 거, 유아틱한 짓거리다.

 

큰 틀에서 보면 정치판에서 서로에게 사용하는 어휘의 강도를 좀 낮출 필요는 있다.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냐. 정치판에서 하도 험악한 소리가 오가니까 일베 같은 곳에서 홍어타령이 나오는 거지, 걔들이 누구한테 그런 개짓거리를 배웠겠냐.

 

그러나 겨우 귀태 발언 한 개 가지고 정국에 물타기가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이건 누가 다시 꺼내면, 그거 다 끝난 일인데 자꾸 꺼내면 더 심한 욕을 해 주겠다고 맞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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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전두환 압수수색

 

이거 대단하게 들린다. 민주정부 십 년간 못한 일을 드디어 박근혜 각하가 하시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이거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다. 법치국가를 표방했던 이명박도 했어야 하는 일이다. 사형선고 받고 죽을 뻔한 인간을 살려준 것도 부족해서 법정에서 내린 추징금 조차 안 갚고 개기면서 재산은 몽땅 가족들 앞으로 분산해서 숨겨놓고 맨날 골프나 치면서 떵떵거리는 인간의 돈도 빼앗지 못한다면 이 땅의 법질서는 어떻게 지키란 말인가.

 

놀랍게 잘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걸 가지고 무슨 물을 타. 거기다가 지켜보면 알겠지만, 압수수색 하고 압류했다고 수천 억의 추징금이 당장 어디서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다. 압류는 개뿔, 그깟 집 한채, 티비, 냉장고, 가구들 빼았는다고 전두환 위세가 죽나?

 

결국 검찰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뒤졌으나, 29만 원은 조금 넘는 290만 원 밖에 못 찾았습니다. 졸라 잘 숨겼네요. 죄송합니다." 이걸로 땡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수작으로 물타기가 성공되어서는 안된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라는 사건은 그만큼 위중한 것이니 말이다.


총동원령이라도 내린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기는 하지만, 물타기에 동원된 사안들이 까보니 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 이런 것들로 연일 신문과 방송을 뒤덮고 호들갑을 떨겠지. 그러려고 동원된 이슈들이다. 이해해주자.

 

거기다가 슬그머니 끼워 넣을 소식도 있잖은가. 정부는 이렇게 전두환을 압수수색 해가며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줌도 안되는 야당과 일부 불순분자들은 연일 시청광장에 모여 선거불복하려고 촛불난동을 부리고 있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쯔쯔쯔...

 

뻔한 수순이며 안봐도 비디오인 진행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시라.

 

지금 우리가, 또 야당이, 또 학생들이, 여태껏 해 온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닌 걸로 보이기 쉽지만, 어찌어찌 우리는 미약하게나마 여기까지 끌고 왔다.

 

이렇게까지 저항하지 않았다면, 이런 총동원령이나마 나왔겠는가? 이런 사안들이 물 위로 떠올랐겠는가? 우리는 잘 하고 있는 거다. 이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저항이 생기면,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한다. 저항이 생기니까 전두환 집이라도 털어 보는 거지, 국으로 가마니 쓰고 앉아 있으면 누가 감히 전두환 각하의 집에 쳐들어 갔겠는가. 이상호 기자 같은 사람이나 쳐들어 갔다가 문 앞에도 못가고 공무집행방해로 재판이나 받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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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 하고 있는 거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핵심만 잊지 말고 계속 가면 된다. 핵심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직접적으로 대선에, 정치에 개입한 헌정 파괴 시도이며,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유린한 국기 문란 사건이다.

 

다른 거 다 소용없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한 사건, 이 사건에 대해 6하원칙에 맞춰,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도대체 왜 개입했는지에 대해 밝히라고 요구하면 된다. 이걸 못 밝히는 상태에서 나오는 다른 모든 소리는 물타기일 뿐이다.

 

이제 나올 것은 다 나왔고, 단 한 가지 남았다. 둘 사이에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저 쪽에서 내밀 수 있는 최후의 카드는 이명박만 남았다.


미리 요구하고 싶다. 이명박을 감방에 보내고 수천 억, 수조 원을 추징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건은 덮어 줄 수가 없다. 그걸로도 물타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타협도 싫다. 협상도 싫다. 무조건 끝까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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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개입하기 전에 휴가들이나 잘 다녀오시라.

싸울 땐 싸워도 놀 땐 놀아야 한다.

휴가 갈 때 <더딴지>라도 하나 사서 폰에 넣고 가서 읽고 오시면 더 좋고...


http://market.ddanzi.com/

 

 

 




정치부장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