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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7. 18. 목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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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에 대해 쓰자니 후달리기도 하고 염전에 대한 썰을 한참 풀었지만 옥구염전 문 닫고는 한 번도 염전에 가보질 않아서 지난 봄에, 요즘 염전은 어떤가 구경이나 할 겸 곰소에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오후, 날이 좋았습니다. 바람도 좋고 해도 좋아서 봄소금이 나기에 제격이었죠. 염전은 어딜 가나 그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나봅니다. 곰소항을 조금 못미처 자리한 곰소염전은 옥구염전의 축소판처럼 보였습니다. 허름한 창고, 평평하게 잘 다져진 염전, 그 사이사이로 자리한 염수창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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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와본 곰소염전이었지만 낯설지 않더군요. 이제 수차는 없어지고 모터펌프가 그 자리에 들어 앉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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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발수레 대신 창고와 염전사이에 레일을 깔고 그 위에 수레를 올린 모습 만이 변한 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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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경. 소금이 앉기를 기다리는 시간이지요. 사람들은 염전에 없었고 한 염부만 남아 소금창고에서 간수가 흘러나오는 파이프를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A: 이제 수차는 안쓰네요.


염부: 옛날에 썼지. 지금이야 뭐. 펌프로 올린게 편하지.


A: 염전에 레일도 깔고. 예전엔 외발수레로 했었잖아요.


염부: 더 전에는 어깨에 걸어 매는 바구니로 날랐지. 그러다 외발수레로 하다 인자는 저걸로 헌게 편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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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가마로 힘자랑질 중. 삼촌임


A: 소금 값은 어때요?


염부: 요새 소금금(가격) 좋아졌잖어. 염전이 많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서 나는 소금이 좋다잖여.


A: 한 가마니에 얼마씩이나 해요?


염부: 좋아졌다 혀도 값이 천차만별여. 염전마다 값이 다르기도 허고 소금이 나는 철마다 값이 달라지기도 허고, 몇 년 묵었냐에 따라 달부기도 허고.


A: 식품으로 바뀌고 위생검사며 그런 게 철저해지기도 했겠네요.


염부: 얄짤없어. 철두철미혀. 소금 나는 날마다 와서 샘플가져가. 합격하면 출하. 불합격하면 땡. 그건 출하 못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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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2009년부터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후 염전들은 위생설비를 갖춰 소금을 생산했습니다.

광물로 분류되던 시절엔 희면 소금, 검으면 흙이었지요. 하지만 그때도 사람이 먹을 것이니 흙발로 소금창고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염부들의 윤리의식만은 살아있었습니다.


어릴 때 염전을 휘젓고 다니며 오만 말짓을 다해도 뭐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소금창고만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흙발로 소금창고에 들어갔다간 졸 쳐 맞았죠. 니새끼 내새끼 상관없이 등짝을 후려갈겼습니다. 네. 이제는 염전두렁을 나무판자로 둘러치고 소금창고 바닥까지 나무바닥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깨끗한 소금을 만들려는 노력들이죠. 소금을 출하할 때는 깨끗한 장화를 신고 창고와 염전 사이에 놓인 나무판 위만 오가 흙이 묻어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소금은 바로 옆 곰소항 인근에서 젓갈을 만들 때 사용됩니다. 곰소항으로 발길을 돌리기 전에 소금에 대해 조금 더 디벼보지요.


소금은 간을 맞추거나 재료를 보전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재료에 탄력을 주거나 성질을 변화시키는 데도 많이 사용됩니다.


가령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절이는 이유는 간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배추를 절이는 이유는 배추의 쓴맛을 없애고 부서지고 찢어지기 쉬운 배추를 탄력있게 변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썩지 않고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배추에 남아있는 수분을 빼내는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죠.


매실을 소금에 절이면 우메보시가 됩니다. 소금에 절인 매실은 쓴 맛이 사라지고 꼬들꼬들한 식감을 가진 새콤짭짜롬한(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글로 옮기자니 참 어렵네요) 맛을 갖게 됩니다. 여름철 입맛 없을 때 우메보시와 물에 말은 밥은 입맛 돌게하는 특효. 심야식당에서 오차즈께시스터즈가 먹는 밥이 녹차에 밥을 말고 우메보시를 올린 것입니다.


곧 매실을 수확하는 때입니다. 마트에 가면 설탕과 소주가 산처럼 쌓이는 때이기도 하지요. 설탕과 소주에 매실을 절일 때 몇 알 소금에 굴려 그릇에 담아둬보세요. 2~3일 후면 소금에 절인 우메보시를 맛볼 수 있습니다. 연중 이때뿐이니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자는 개몽(犬夢)운동 쯤으로 이해하삼.


풀떼기만 절이나? 오리알도 절입니다. 재작년에 조선족 아줌마와 일을 하며 배운 중국 음식 쉬안우 쉔야단은 소금에 절인 오리알입니다. 매우 독특한 음식이었는데, 소금이 오리알의 성질을 완전히 바꿔놓더군요.


우선 오리알에 물을 발라요. 물이 묻은 오리알을 소금에 굴립니다. 다닥다닥 소금이 묻은 오리알을 통에 차곡차곡 담데요. 보름에서 한 달 가량 상온에서 보관합니다. 한 달 후에 뚜껑을 열어보니 소금만 사라진 오리알이더군요.

뭥미 했죠. 아줌마는 오리알을 도마에 올리고 껍질채 칼로 반을 뚝 자르는거에요. 뭔짓일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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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나니 이 모양이더군요. 오리알을 삶았나... 이걸 숟가락으로 밤 까먹듯이 떠 먹더라구요.


먹어봤죠. 상당히 짭니다. 삶은 오리알 정도로 생각하고 먹었다 쌀 뻔했네요. 그래서 밥과 함께 먹었더니 매우 맛있더군요. 식감도 매우 독특하고 좋았습니다.


생선을 찔 때도 소금은 유용합니다. 말리지 않은 신선한 생선을 찌면 생선이 부서지고 흐물흐물해 집니다. 모냥이 빠지죠. 이때 소금이 모양을 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찜통 바닥에 소금을 뿌리고 생선을 올리세요. 생선 위에도 소금을 솔솔 뿌려줍니다. 그렇게 해서 쪄낸 생선은 단단하고 탄력있게 모양을 유지합니다. 명절이나 제삿날 활용해 보세요.


이처럼 소금은 재료가 가진 나쁜 성질을 죽이기도 하고 좋은 성질을 살리기도 하며 형태를 변화시키거나 형태를 견고하게 보존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 할 '젓갈'은 이러한 소금의 역할들이 총체적으로 활용되는 음식입니다.


액젓은 소금으로 생선을 녹여 진국을 빼내는 것이고 어리굴젓, 소라젓, 전복젓 같은 것들은 소금을 이용해 재료의 특징을 부각시킵니다. 시간, 소금의 양, 온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는 젓갈에 대해 디벼봅시다.


젓갈은 소금과 생선, 시간만 있으면 만들어지는 매우 단순한 음식이지만 그 단순함이 사람을 말려 죽입니다. 젓갈은 레시피가 통용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얼추’이고 실패만이 성공을 보장합니다.


새우젓을 예로들어 볼게요. 아주 단순히 새우와 소금의 비율을 7:3으로 하고 13~20도 내외의 그늘진 곳에서 숙성시키면 새우젓이 짜잔 하고 나올 것 같지만 변수는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젓갈을 담는 새우의 종류는 얼추 10여 가지가 넘습니다. 계절에 따라 오젓, 육젓, 추젓, 백화젓, 새화젓으로 나뉘고, 같은 육젓이지만 신안에서 잡히는 새우와 강화에서 잡히는 새우가 다릅니다. 보름에 잡힌 새우냐, 그믐에 잡힌 새우냐에 따라 다르고 비오는 날 잡힌 새우냐, 맑은 날 잡힌 새우냐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소금의 질이 젓갈의 특성을 바꾸기도 합니다. 묵은 소금이냐, 햇소금이냐, 봄소금이냐, 가을소금이냐.


억지로 이렇게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새우젓이 새우젓이지 뭘..."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 상품의 값이 천차만별로 바뀝니다. 새우젓은 6월에 잡힌 육젓을 최고로 치는데 강화에서 잡은 새우로 만든 육젓과

신안에서 잡은 새우로 만든 육젓은 상품임에도 세 배가 넘는 가격차이가 납니다.


저 같은 핫바리가 레시피대로 만든 새우젓은 그 값이 똥값입니다. 100kg 한 드럼에 8만 원.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해 지역의 특징과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고수가 만든 새우젓은 100kg 한 드럼에 10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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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잡힌 새우로 만든 추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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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산 오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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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 중 최고로 치는 강화산 육젓입니다. 색이 하얗고 살이 통통하게 올랐네요.


 

그렇담 어쩌란 말이냐? 8만 원짜리와 100만 원 짜리를 어떻게 구분한단 말이냐?

 

풍월은 못해도 귀명창이 있고 칼질은 못해도 식도락이 있습니다. 자주 맛을 보고 식재료로 다양하게 활용하다 보면 구분이 가능해지는 때가 옵니다. 적은 양이라도 젓갈을 담아보며 실패와 성공을 경험해 보기도 하고 말이죠.


곰소에 가게되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수많은 젓갈집들의 간판입니다. 전체 상가의 절반은 젓갈집 간판이 걸려있는 듯 보입니다. 새만금 공사 이후 호황이 시작되었고, 많은 외지인들이 새만금 관광을 마치고 곰소젓갈을 사기 위해 곰소항을 찾는다고 합니다.


솔까 이 말 듣고 기분이 좋진 않았습니다. 87년 금강하구둑이 완공된 이후 국내 최대 젓갈 산지였던 강경은 유명무실화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2009년 새만금방조제 완공 이후 군산은 젓갈 생산에서 닭쫒던 개가 되었습니다.

그치만 여전히 강경이 젓갈로 명맥을 이어가는 이유는 바다와 강이 하나일 때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노하우를 쌓은 고수와 고수의 후손들이 젓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겠죠. 곰소의 유명세도 새만금의 후광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수대에 걸쳐 쌓아온 노하우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죠.


울화’는 거둬 들이고 젓갈집이 이렇게 많으니 들어가서 맛을 봐야겠지요. 우선 맛보는 방법부터 알아보지요. 젓갈을 맛보고 고르기 이전에 현지 시장을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곰소항을 바로 옆에 두고 수산물시장이 열립니다. 일단 시장을 어슬렁거려 보세요. 가장 많이 거래되고 저렴한 해산물이 그 곳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해산물입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건어물 상점에 걸려있는 풀치네요. 이집 저집 풀치들이 가득가득 걸려있는 것을 보니 갈치속젓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풀치는 상품으로 낼 수 없는 작은 갈치를 말합니다. 갈치는 내장을 걷어내지 않고 구이를 하거나 찜으로 요리를 하는데, 풀치는 내장을 걷어내야만 썩지 않게 말릴 수 있기 때문에 갈치 내장을 모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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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치


이런 식으로 시장을 둘러봅니다. 키조개 가공공장에 키조개가 가득했습니다. 패주는 상품으로 팔고 부산물을 젓갈로 만들 것입니다. 키조개젓이 있다면 그것도 믿고 살 수 있겠네요.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어패류들이 가득합니다. 곰소는 생선보다 패류나 갑각류가 많이 나는 포구입니다. 살이 오른 바지락도 보이고 제철 맞은 꽃게도 탐스러워 보입니다. 소라가 탐스러워 값을 물었더니 너무 비쌉니다. 소라젓은 꿈도 못꾸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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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장을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젓갈집으로 들어갑니다. 곰소에 있는 대부분의 젓갈집들의 분위기는 대동소이 합니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까나리액젓과 멸치액젓이 상점의 절반을 차지하고 한쪽으로 새우젓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액젓과 새우젓은 김치 담을 때 필수여서 가장 많이 소비됩니다. 그래서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지요. 그리고 한쪽 코너 쇼케이스에 양념된 젓갈들이 진열되어 있네요. 어리굴젓, 낙지젓, 오징어젓, 키조개젓, 가리비젓, 토하젓, 갈치속젓, 바지락젓, 황새기젓, 갈치젓, 아가미젓, 창란젓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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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된 젓갈은 보기에도 좋고 막 먹기에도 좋지만 되도록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양념이 후지거나 어떤 장난을 쳐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활용도가 매우 떨어집니다. 양념한 젓갈을 구입하면 그 상태로만 주구장창 먹어야 합니다. 다른 요리에 사용할 수 없지요. 500g 한 통을 사면 몇 번 먹고 냉장고에서 발효되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젓갈의 활용에 대해서 뒤에서 몇 가지 예를 들겠지만 양념 안한 젓갈로 요리의 간을 맞추거나 향을 더할 때 매우 훌륭한 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선택한 젓갈집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찝적거려 보세요. 이쑤시개로 하나씩 찍어 먹어보고 짜다 달다 한마디씩 추임새도 넣구요. 그러다 어떤 젓갈에 꽂히면 물어보세요. “이거 양념 안한 것도 있어요?” 있다고 하면 얼추 그 집에서 직접 담은 젓갈입니다. “양념한 것 밖에 없는데요”하면 네~ 하고 마세요. 전국 동일 신라면급입니다.


이렇게 물어보고 맛을 보고  양념 안 한 삼삼한 바지락젓과 조금은 골탕한 황새기젓을 한 통씩 샀습니다. 갈치속젓은 집에 아직 남아 있고 키조개젓은 짜서 그만 뒀습니다. 이 두 가지 젓갈 모두 바로 무쳐먹기에도 좋고 다른 요리의 베이스로 활용하기에도 좋습니다.


곰소에도 특별한 어떤 젓갈이 있어보이진 않았습니다. 사실 정말 특별한 젓갈들은 어딘가 구석에 박혀있습니다.

시골 장터의 먼지 쌓인 허름한 단지 안이거나, 시골집 뒤란 땅 속에 박혀있지요. 오래된 시장 낡은 젓갈집에도 특별한 것들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액젓은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을 생각하지만 단연 최고는 가자미액젓입니다. 가자미액젓을 상업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면에서 취약합니다. 살이 단단해 잘 삭지도 않고 잘 삭지 않으니 상하기도 쉽지요.

또한 단백질이 많아 액즙이 많이 나오질 않습니다. 멸치나 까나리에 비해 절반도 나오지 않지요.


하지만 오래된 시장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간혹 가자미액젓을 만나게 됩니다. 가자미액젓을 마주하게 되면 주저 말고 한 통 사 두세요. 김치와 국, 찌개의 맛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조미료입니다.


젊었던 엄마는 연중 대여섯 가지의 젓갈을 끊이지 않고 담았었습니다. 싱싱하고 값싼 생선이 시장에 나와 있으면 한 궤짝씩 사다 젓갈을 담았는데요, 황새기철에는 황새기젓을 담고 갈치 철에는 갈치젓을 담았습니다. 꼴뚜기나 조개, 새우처럼 가시가 없는 해산물들은 무젓을 담아 밥상에 올렸습니다. 무젓은 소금을 아주 조금 넣고 담는 젓갈로 담아서 2~3일 후에 먹습니다.


얼마 전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슈퍼피쉬-스시오딧세이>에서 소금에 절여 숙성한 생선으로 만든 스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무젓이 생각나더군요. 소금에 절여 며칠간 발효시켜 스시로 만들어 먹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무젓은 골탕한 젓갈의 맛을 짜지 않게 맛보고 싶어서 만든 요리법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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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피쉬> 3편, 스시 오디세이 中


어릴 땐 엄마, 아빠, 할머니가 상했는데도 아까워 먹는 줄 알았습니다. 자라며 한 두 번 깔짝 깔짝 맛보던 무젓이 이제는 혀에 착 앵기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짭짜롬, 골탕, 쫀득한 맛이 삭힌 홍어의 그 맛과 비슷하다 할까요?

네. 무척 맛있습니다.


또 엄마는 잡젓을 많이 담았습니다. 잡젓은 이런저런 생선들이 뒤섞인 것으로 담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젓갈로 담은 김치가 제일 맛있더군요.


잡어는 경매에 부치지 못한 생선들인데요, 잡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때는 음력 6월 조금입니다. 조금은 음력 15일과 30일 사이에 낀 7일, 21일경을 말하는데 이때는 밀물과 썰물의 차가 심하지 않아 배들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때이고 음력 6월은 강물이 가장 범람하는 시기여서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부근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몰려 어장을 형성하는 때입니다. 어장이 형성된 바다가 조금을 맞아 물살이 약해졌을 때 배를 띄워 잡어를 잡아들입니다.


잡어 안에는 작은 새우부터 1미터가 넘는 농어, 꽃게, 가제, 멸치등 수많은 생선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여기서 쓸만한 생선들은 골라내 경매에 부치고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은 한 궤짝씩 담아 판매합니다. 오만 잡것이 다 들었으니 알아서 드시라는 얘기죠.


엄마는 이것을 한두 궤짝 사와 또 골라 냅니다. 찌개로 끓일 것도 골라내고 무젓을 담을 새우, 꼴뚜기도 골라냅니다. 이제 더 이상 고를 게 없다 싶으면 소금에 절입니다. 이 잡젓은 이듬해 김장을 담을 때 봉인을 풀게 됩니다. 보통 김치를 담을 때 맑은 액젓을 사용하지만 엄마는 잡젓을 소쿠리에 놓고 꾹꾹 짜낸 탁한 액젓을 사용합니다. 김치를 막 담았을 땐 비린내가 심해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기가 어렵지만 익은 김장김치는 어떤 김치보다 맛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들어가 맛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튼 이걸로 김치를 담으면 참 맛있더라구요.


이제 엄마는 잡젓과 무젓만 가끔 담습니다. “기운없어 못혀. 글고 먹을 사람도 없는디 그것을 담어서 뭣허게”라고 말씀하시죠.


곰소를 나와 시골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젓갈의 고수는 엄마다 싶어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A: 엄마, 젓갈 담는 법 좀 알켜주쇼.

 

엄마: 야야. 그거시 말같이 쉬운 줄 아냐. 조금 때 맞춰 새벽이 해망동(군산수산물시장)나가서 성헌놈(싱싱 한 것) 골라다가 물 빼서 담을라믄 보통 일이냐. 담았다 쳐도 곯고 버럭지(구더기)끼는 일이 예사지.

 

A: 왜 골아?


엄마: 암만 성헌놈으로 골라온다 쳐도 그 새백이(사이) 썩은 놈이 섞어 들어가믄 골탕허니 안허냐. 긍게 담 그기 전에 잘 골라야 혀. 귀젓(게장)담는데도 안그냐. 골은 귀(게) 하나 들어가믄 고리팅 해져. 귀젓이야 곤 내 나믄 간장 대려 다시 부으믄 그나마 나서도(나아도) 젓은 한 번 잘못 담으믄 그런줄 알고 먹어야 혀. 긍게 쉽덜(쉽지) 안허지. 근디 뭐던다고(무엇하러) 그것을 물어본댜. 집이서 담게? 그것을 뭐더러 집이서 담어. 사다먹지. 요새는 배여서 잡자마자 바로 담는단다. 긍게 그것 사먹는 것이 좋지. 성허고.(싱싱하고)


A: 좋은 놈은 좋은디 어떤 놈은 소금을 오지게 는게(넣으니까) 짜서 못먹것데.


엄마: 그려 젓 살적으는 꼭 먹어보고 사야혀. 소금을 많이 느믄(넣으면) 잘 상허덜 안헌게 봄새(보기에는)는 좋다. 잉? 근디 그것이 봄새만 좋지. 하이구 짜서 못먹어. 저번 날 어디 놀러갔다 넘들도 한 통씩 사걸래(사 길래) 먹어보도 않고 사와서 봤댕(봤더니) 봄새만 뽀얀허니 좋지. 짜서, 지미(지미보지의 줄임말)...

 

A: 젓은 언제 담어?

 

엄마: 아무 때나 싼 놈 얻어걸리면 담는거지 담는 때가 어딨어.


A: 언제 나랑 해망동 한 번 가세.


엄마: 그려... 주말에 조금 걸리믄 한 번 가보던가. 그것 한 번 본다고 아는 것이간디. 소금 늫고 생것(생선) 느믄 젓되는 것이지 뭐. 그런거슬 알켜달라고 헌댜.(어렵다고 했다, 쉽다고 했다)


A: 어믄소리 하지말고 알켜달라고 할 때 알켜줘. 엄마 죽으믄 귀신도 모르는 것인게.


엄마: 참나. 외악손잡이(왼손잡이)가 그전부터(오래전부터) 뭐슬 헌다고 혀싸. 그려. 한 번 와봐. 새벽으 해 망동 나가 보게.


엄마는 이렇게 투덜대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왼손잡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우리 집에선 아직도 음식을 할 때 반거충이신세입니다. 왼손잡이라는 것이죠. 왼손으로 칼질을 하면 보는 사람이 무지 불안한 모양입니다. 왼손잡이가 무슨 칼질이냐는 핀잔을 주면 저는 버럭합니다. “내가 엄마보다 칼질 더 잘하거든!! 이짓으로 밥 벌어 먹고 살았던 거 모르는가?!”


위에 대화에서도 그렇지만 칼질이 아니어도 음식에 관련된 일에서는 ‘외악손잡이’를 들이댑니다. 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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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엄마는 그렇게 말하시고 관광버스 타고 태안으로 꽃구경을 떠나셨습니다. 도착해서야 태안인줄 아셨다데요. 묻지마 관광의 모범사례입니다.


저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곰소를 돌아 군산을 거쳐 집에 도착하니 일요일 오후더군요. 점심시간이 지나 출출했습니다. 그래서 바지락젓을 넣은 계란찜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곰소에서 산 바지락젓은 소금을 적게 넣고 3달 정도 숙성시킨 젓갈이었는데, 살이 탱탱하게 살아있고 국물도 깔끔해 계란찜을 하기에 제격이었죠. 


우선 보온 밥솥에 쌀을 씻어 앉히고 밥을 하기 시작합니다. 밥이 되는 중간에 계란 세 알에 물 반 컵 정도를 넣고 잘 풀어 줍니다. 마늘 한 알을 다져 넣고 대파도 송송 썰어 넣습니다. 그리고 곰소에서 사온 바지락젓을 잘게 다져 넣고 젓국도 한 숟가락 떠 넣습니다. 바지락살이 잘 풀어지게 잘 저어줍니다. 그릇에 계란을 담고 뚜겅을 덮습니다. 밥솥에서 밥이 끓고 있을 때 뚜껑을 열고 계란을 넣습니다. 밥이 다 되면 계란찜도 함께 완성 되겠죠. 


계란찜이 되는 사이에 황새기젓을 한 마리 꺼내 살을 발라 잘 다집니다. 여기에 청양고추와 마늘을 다져 넣고 발사믹식초를 살작 넣었습니다. 통깨도 몇알 넣구요. 냉장고에 찐 양배추가 남아있어 만든 양배추 쌈장입니다. 밥, 계란찜, 양배추쌈이면 뭐. ㅎ


이렇게 만드는 계란찜 방법은 어릴 때 할머니에게 배운 것입니다. 어릴 때 시골집은 아궁이에 불을 때 밥을 했습니다. 가마솥에 밥을 하면 솥이 울기 시작하는 때가 있습니다. 뜨거운 수증기가 솥뚜껑에 고여 흘러내리는 것이죠. 이때 솥뚜껑을 열고 계란이 담긴 양재기를 솥에 넣고 밥이 뜸 들기를 기다리면 부드럽고 탄력 있는 계란찜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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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란찜을 할 때 간을 맞췄던 것이 젓국이었습니다. 새우젓을 넣으면 진한 새우 맛이, 밴댕이젓을 넣으면 고소한 밴댕이 맛이 나는 계란찜이 되어 있었죠. 밥을 할 때 계란찜만 했던 것이 아니라, 말린 생선을 넣어 쪄내기도 했고 덜 삭은 조기젓을 양재기에 넣어 쪄내기도 했었습니다.


요즘은 보온 밥솥도 없고 대부분 쿠쿠를 쓰잖습니까. 밥 될 때 솥뚜껑 열었다간 큰일이죠. 보온 밥솥이 없다면 찜통에 쪄내도 맛은 비슷합니다.


계란찜을 할 때 주의할 점은 너무 오래 찌면 계란이 뒤집어 진다는 것입니다. 물과 단백질이 엉겨있다 열을 계속가하면 분리가 되버려요. 그러면 국물 따로 계란 따로인 계란국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밥이 되는 중간에 넣어 쪄내는 것입니다.


일식당에 가면 식전에 자모시라는 계란찜을 내줍니다. 찜을 하는 방법은 동일하지만 다시마와 가다랑어를 우려낸 육수를 넣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가다랑어와 다시마에는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나트륨이 많이 들어있어서 육수를 낼 때 많이 사용하는데, 조개젓이나 새우젓에도 글루탐산나트륨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젓갈을 사용하면 육수와 소금을 넣지 않아도 맛을 낼 수 있으니 더욱더 간편하게 계란찜을 할 수 있습니다. 조개의 진한 맛도 함께 할 수 있구요. 계란찜 할 때 젓갈을 이용해 보세요.


이것 말고도 젓갈을 이용할 수 있는 요리는 무지무지 많습니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은 찰떡궁합?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일 때 새우젓으로 간을 해 보세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젓갈은 천연조미료입니다. 다시다 넣지 않아도 맛있습니다.


오리엔탈 드레싱에 까나리액젓을 조금 넣으면 맛이 매우 풍부해집니다. 상추, 무, 배추등 겉절이 할 때 가자미액젓을 넣으면 묵직한 감칠맛이 느껴질 것입니다. 생선탕이나 김치찌개처럼 무거운 국물요리에는 젓국을 이용하면 좋고 소고기국이나 갈비탕, 지리 등 맑고 가벼운 국물 요리에는 국간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안가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런 저런 젓갈들을 사 모아 보세요. 각 지역마다 독특한 젓갈들이 숨어있습니다. 모은 젓갈을 이 음식에도 넣어보고 저 음식에도 넣어보세요. 간장과 소금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젓갈을 이용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요리편에서 다양하게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간을 하기 위한 식재료, 된장, 간장, 고추장, 소금, 젓갈, 그리고 고기를 애독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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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젓됐네... 젓같다...





Ath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