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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클래식 면도기 구매기와 피땀(진짜 피와 땀-_-) 흘러가며 7일간 사용한 후기입니다. 일상의 감도를 올려줬다고 자부하는 면도기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1. 지름의 시작(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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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dwin Jagger Safety Razor Set>


처음 클래식 면도기를 봤을 때는 이쁘고 (´ ∀`)♡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와 저런 물건도 있구나 하고 지나갔지, 쓸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안경을 바꾸면서 수염이 격하게 안 어울리는 일이 발생해 버리고, 안경에 맞는 아쌀한 깔끔함을 추구하며 면도기를 찾게 되었습니다. 전기 면도기는 면도 후에도 꺼끌꺼끌해서 깔끔함에서는 제외, 요즘 많이 사용하는 5중날, 7중날은 카트리지 날 값이 감당 안 되어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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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쌀래야 쌀 수가 없는 저 복잡함


'어? 난 날 하나로 1년 쓰는데?'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오늘 얼굴의 왼쪽만 먼저 해보시고 새 카트리지 날로 교체해서 오른쪽을 해보세유. 헐? (◉.◉) 합니다.


게다가 다중 카트리지 날은 좀만 오래 쓰면 수염을 적당하게 당기고 끊어주는 것이 아니라 첫 칼날이 수염을 끊지 못한 채 과하게 당기고, 함께 당겨진 살을 다음 칼날이 잡수십니다. 그래서 결국 카트리지를 자주 갈아야 하는데, 카트리지 날 하나가 2000-4000원 근처를 오가니 피눈물이 나유.


또 다른 핑계는 그래도 저한테는 덜했던 면도 후 피부 트러블입니다. 다중날은 들고 당겨진 수염을 잘라내는 구조인데, 잘려진 수염이 이후 피부 속으로 돌아가 다시 자라날 때 그 뾰족한 단면으로 피부 안쪽을 찌르거나 심한 곱슬 수염의 경우 피부 밑에서 꼬이기 시작하는 거쥬. 저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기에 이 핑계는 패스. 


그렇게 클래식 면도기를 접하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2. 클래식 면도기란 녀석


한국은 신체발부 수지부모의 오래된 가르침에 따라 면도가 늦은 편이고, 아버지와 아들 간의 면도 테크닉 전수도 없어요. 아니, 면도 토크고 자시고, 수염이 나기 시작한 아들은 아빠랑 잘 이야기 안 한다는... 주변의 제보가 잦습니다.


해서 기본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은 후 세부 정보를 해외에서, 그리고 필요한 후기를 한국에서 찾아봤쥬.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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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한번 밀고 들고온 Edwin Jagger

 

이 물건을 뭐라고 부르느냐. 한국에서는 양날 면도기 / 안전 면도기 / 클래식 면도기라 하고, 해외에서는 주로 Safety Razor / Double Edge Razor라 합니다.


모든 안전 면도기는 동일한 규격의 날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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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래야 비싸기 어려운 생김새


무션 언니들이 씹는다는 그 네모난 면도날입니다. 이 날이 하나에 100~200원입니다!! 카트리지 날에 비하면 크아아아아아 엄청 싸쥬. 아마존에는 100개들이로 파는 물건이 한국까지 직배송도 되는 것도 있어유. 


모두 동일한 날을 쓰는데, 지르기 점에 참고해야 할 사항이 딱히 있남? 당근. 있쥬. 날의 브랜드마다 절삭력과 내구성이 다르고, 면도기의 브랜드마다 공격적이거나(Aggresive) 순하거나(Mild) 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면도기는 날을 잡아두는 홀더 같은 건데, 왜 격하고 순하고의 정도가 있지? 알아보니, 날을 고정할 때,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정도나 각도가 브랜드마다 달라유.



3. 면도날을 선택하자


날은 대강 검색해보니 Personna 퍼소나/페르소나 날이 절삭력과 내구성의 가성비가 좋다 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미국산보다는 이스라엘산으로.

 

일본의 날 중에 Feather 페더 날은 수술 메스 만드는 브랜드라 그 절삭력이 어마어마 하대유. 한국의 도루코도 양날을 만드는데 으음, 평은 그닥입니다. 나중에 한번 기회되면 써보겠습니다.


숱이 많고 격한 유저들은 최상의 커팅과 피부, 위생을 위해 4-5회 쓰고 날을 교체한다고 해유. 저는 그래도 일주일은 넘게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므로, 100개 사면 2년은 쓰겠지 싶었습니다. 100개가 만 원대이니 유지비는 이거 하나로 땡.



4. 면도기를 선택하자

 

앞서 말한 면도기의 공격성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브랜드도 머쿠어(Merkur), 파커(Parker)가 국내에 잘 알려져 있고, 그외에도 뮬(Muhle), 에드윈 재거(Edwin Jagger), 중국의 웨이쉬(Weishi) 등등 이걸 쓰는 사람들이 국내에 다양할 거 같지가 여엉 아닌데 말입니다요. 

그래서 해외를 뒤져보니. 캬. 공격성 랭크가 있었어유.
http://wiki.badgerandblade.com/Modern_Double-Edged_Safety_Razors_Ranked_by_Aggressiveness 

저는 피부가 민감한 초짜므로 저으기 아래 공격성 2.5 의 Edwin Jagger의 모델을 골랐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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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위의 Edwin Jagger DE87

대표모델인 DE89 와 같은 헤드입니다. 짧고 아이보리색 몸통입니다



5. 기타 용품은?

 

거품의 소스인 쉐이빙 솝이나 쉐이빙 크림은 따로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쉐이빙 젤이 있으니 그걸로 하면 되겠지 하는 잘못된 생각을 했거든요. 쉐이빙 브러시도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쥬.


다만 날이 튀어나와 있으니 아무 데나 막 굴릴 수 없어서 거치대가 필요하다고 판단, 질렀습니다.



6. 클래식 면도기를 잡다


해외 직구로 서슬 퍼런 칼날 400개가 뭉테기로 날아오기를 며칠, 회사에서 반가운 한마디를 들었습니다. 

 

'택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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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서 책상위에 놓고 한장. Edwin Jagger DE-87

 

퇴근이 기다려집니다 아아 기다려져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면도! 집에 가서! 면도면도! 하앍'하면서 퇴근합니다.


집에 도착해 물건들을 늘어놓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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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슬쩍 사이에 낀 퍼소나(Personna) 날

 

칼날, 본체뿐, 스탠드는 알리에서 날아오고 있구요.

자. 다음 사항을 염두에 두고 클래식 면도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① 하루 이틀 해본 것으로는 그 사용법을 익힐 수가 없으므로 열흘간 진득하게 써보자.


② 이것을 메인으로는 할 수 없다. 바쁜데 이거 붙들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필요할 때 익숙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당분간 손에 익을 때까지 이 녀석을 메인으로 한다.



1일차

우선 입 주변을 뜨신 물로 찹찹 여러 번 적시고, 잘 쓰던 질레트 쉐이빙 젤로 거품을 올립니다. 그리고 입 주변에 래더링(거품을 칠함). 그냥 뭐 발랐습니다.


유튜브에서 본 제일 정석대로 순방향, 측방향, 역방향 순으로 가봅니다.


코 밑 수염부터 핸들 안 미끄러지게 꽉 잡고.


정방향 ↓↓↓↓슥슥↓↓↓슥↓↓↓


으음... 뭔가 영..


측 방향 →→→    ←←←←  →→→     ←←←←

비디딕 디디디딕 하면서 약간 깎이는 느낌이 들어요.


마지막 역박향 ↑↑↑↑ 드득 ↑↑↑↑↑드드듯드득 ↑↑


호오. 브드드득 드드드드득 손에 후두둑 깎이는 그 느낌이 납니다.


턱까지 열심히 문지르고 난 후 거울에는 입술 주변에 이쁘고 빨간 방울이 송글한 아재가ㅠㅠ
일단 뜨신 물로 닦고, 스킨을 발라보니, 끄아아아아아아!!! 케빈. 케빈이야. '나 홀로 집에'의 케빈이다.


와 부었어요. 수염이 있던 자리가 부븟 부었어요. 게다가 턱선을 따라 화큰거려요. 욱신거리네요. 으어어.

# 질레트 쉐이빙젤 - 양날 면도기 / 안전 면도기 / 클래식 면도기와 맞지 않음
# 벅벅북북 - 이래서는 안됨 ㅠㅠ 정말 안됨.



2일차

몇 년째 우리 집의 메인 기름, 로션, 기타 등등으로 활동 중인 코코넛 오일로 다시 시도해봤습니다. 어제에 비해서 매우 부드럽게 미끄러지니 한결 수월하네유. 하지만, 아직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턱은 여전히 후끈.

# 코코넛 오일 - 쉐이빙 젤보다는 나음. 근데 흡수가 빨라서 다시 발라줘야 하고 면도기도 미끌미끌;;
# 면도기의 무게로 해야지 힘으로 하면 안 된다.



3일차


아침

정말 까딱까닥 움직일 정도로만 잡고 살살 맡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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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 잡고..

 

이렇게 해보니, 와. 확실히 스킨 바를 때 덜 쨍하네유. 하지만 아직도 턱을 만져보면 약간의 얼얼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알리에서 주문한 스탠드가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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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오 생각보다 짧다

 

그리고 그날 저녁, 생각 없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 브러시랑 솝 세트를 만납니다! 오오 유한양행. 개념찬 기업이라더니 역시- 눈 뒤집고 득템.

저녁

그래도 거품 만드는 래더링 연습은 해봅니다. '아 이거구나 이게 손목에 쥐가 나는 느낌인 거구나' 하도록 돌려도 거품이 잘 안나고 금방 꺼져요. 미숙해서겠지...ㅇㅇ 내가 미숙해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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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이템



4일차


아침

후후후후후 자라났는가 수염.
그럼 작별이다 수염.

밥그릇-_-에 거품을 어찌어찌 내서 했습니다. 우와, 스킨할 때도 안 아프고, 다 끝나서 시간이 지나도 안 얼얼해요, 어쩌다 각을 잘 찾은 건지 입 주변에 굳은살이 베긴건지 모르겠지만, 이거 좋네유(브러시에서 털이 왜 이리 빠지지;;;).


저녁


거품 연습을 손목에서 흐규흐규 소리 나도록 하다가, 그래! 아침엔 코를, 저녁엔 턱을 하면 두 번 연습을 할 수 있겠군! 해서 턱만 밉니다.

오늘은 보울을 좀 크고 미끈한 걸로 해봤더니 수월. 거품이 조금 마르면 면도기가 피부랑 붙어서 안 미끄러지는 느낌.



5일차


아침

콧수염 면도 연습. 찾아보니 보울 없이 바로 얼굴에 래더링 하는 방법이 있다 해서 시도. 이제 솔이 좀 거칠다고 느껴져유. 얼굴에 바를 때 조금 찔린단 말이야.. 이 솔...

저녁

샤워하면서 바로 해보기! 우와 샤워 물줄기나 습기 때문에 거품이 한눈팔면 없어져유.

그리고 이 유한양행 제품이 사람들이 극구 말리는 제품이라는 걸 알게됐어유. 그래도 다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써보렵니다. ㅠㅠㅠ




6일차

바쁜 날을 대비한 훈련!

스킨은 쌔 했지만, 그래도 이젠 하루 종일 얼얼하고 그랬던 느낌은 없어유. 나 이제 좀 미는 듯.
 
자 이번에는, 극상의 쉐이빙감을 위해 6일차 저녁을 건너뛰고, 7일차 아침도 참고, 7일차 저녁에 해봅니다.




7일차

거품 드럽게 안 나는 놈으로 어떻게든 얼굴에 바로 거품을 내고, 순방향 횡방향 역방향을 스......흡!!! 스......흡!! 하는 느낌으로 쳐내 갑니다. 스킨도 살짝 쌔한 정도. 아아. 이 느낌인 거 같습니다. 해낸 거 같아유.

그리고 그날,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브러시와 쉐이빙 크림을 지르고야 맙니다. Semogue 1305 브러시와 Palmolive의 쉐이빙 크림을.. ㅠㅠ 킄...크킄..




그래서 결론은?

7일간 클래식 면도기를 사용한 제 후기는 요렇습니다.


· 절삭력
- 절삭력은 높은데, 맨송맨송함은 전기 면도기보다는 높고 카트리지보다는 낮은 거 같습니다.
- 제 테크닉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맨송맨송함은 아직 털을 잡아당겨 끊어주는 카트리지보다는 낮은 듯.
- 절삭력은 그 절단해 나가는 스무스 함으로 판단할 때, 다중날 카트리지에 뒤지지 않습니다.


· 피부 트러블

- 초기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화큰했어유.
-일주일 정도 요령이 붙고 나면, 알게 됩니다. 요렇게 하면 뭐가 어느 정도 깎이는지.

· 비용
- 칼날로 아끼는 카트리지 비용만큼 다른 것에 쓰게 된다. - 고 하지만, 쉐이빙젤이나 지금 주문한 팜올리브 쉐이빙 크림이나 가격은 비슷해요. 브러시가 추가 지출이라면 추가 지출입니다.

- 유행이나 기술을 타지 않고, 규격이 딱 한 개라서, 꽤 오랫동안 쓰게 될 거 같고, 그렇게 되면 아마도 2년내 비용은 앞설 거 같네요.

- 면도기 본체 : 1-3만 원대
- 면도날 100개 :  1만 원대 
- 쉐이빙 크림 : 6천 원대
- 브러쉬 : 1.5만 원대
- 스탠드 : 4천 원대
- 직구 비용 : 5천 원대 

* 회사에서 공구 했을 때 저 정도로, 제일 최소한으로 구비한 사람이 3만 원대. 저같이 이거저거 사 모은 사람이 7만 원대로 구비가 가능했네요.

** 이제 저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거 써보자 저거 써보자 하면 그때부터 큰일이 시작될 듯.


클래식 면도기가 기존 면도기에 비해 몇 분이 더 걸리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전에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얻어유. 커피를 직접 갈고, 내려 먹는 그 귀찮음이 맛있는 분들, 어차피 매일 해야 하는 의식, 조금 더 재미있게 해보시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조금 더 귀찮게, 조금 더 재밌게.

아침에 바쁠 때는 전기로 붕붕- 하고 나가지만, 조금 시간이 있을 때면 꼭 거품을 만듭니다. 왜냐면, 진짜 재미있거든요. 면도잼.






위의 글은 리뷰 게시판에서 납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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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및 자유게시판(그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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