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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7일(현지시간)에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이례적으로 언론과 대중 앞에서 화성 식민지 개척을 위한 행성 간 운송 시스템(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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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행성 간 운송 시스템을 발표하는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는 2027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2024년까지 보내겠다고 일정을 앞당기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포부이므로 공식적인 일정 발표라고 보긴 어렵지만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의 CEO라는 직책 때문에 그의 발언이 가지는 무게감은 남다를 것이다. 아무튼 스페이스X는 2020년대에 화성 정복을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며, 이것은 NASA의 목표보다도 10년 이상 앞선 것으로 실제 성취된다면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이 자명하다.

 

기존의 화성 정복 계획에서는 스페이스X가 실용화하고 있는 무인 우주선 드래건 V1을 발전시킨 유인우주선 드래건 V2를 이용해서 지구 저궤도에 미리 준비된 화성 운송선(Mars Transporter)까지 사람을 보낸 뒤에, 화성에 도착해서도 다시 화성 착륙 용의 드래건 V2에 옮겨 탄 뒤에 착륙하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스페이스X측의 홍보에서도 그렇게 비쳤고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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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X의 새로운 로켓(컨셉)과 새턴V 로켓의 비교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화성 운송선의 개념은 기존의 상식과 규모를 가뿐하게 뛰어넘는 우주적 스케일에 이르렀다. 행성 간 운송 시스템의 핵심인 로켓에 있어서 지구에서의 발사 중량이 무려 1만 톤을 넘어가게 된다. 아폴로 계획에 사용된 새턴 V 로켓의 3천 톤에 비해 3.5배 더 무거운 셈이다. 또한 현재 인류가 사용 중인 가장 무거운 로켓인 델타 IV Heavy에 비해선 무려 14배 무겁다. 로켓의 발사 중량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서 갖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생긴다. 인간이 만든 1만 톤짜리 구조물이 하늘을 날아서 우주까지 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찔한 일이다.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개념의 거대 우주선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수십~수백 명을 화성에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수백 톤의 물자를 같이 화성에 보내게 된다. 또한 번거로운 지구 저궤도 랑데부, 화성 궤도 랑데부 등을 생략하여 지상에서 우주선에 탑승한 채로 그대로 화성까지 직행한다. 한마디로 효율과 경제성을 극한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그간 인간이 화성에 가는 데 최대의 걸림돌 중에 하나로 꼽혔던 문제, 비행 기간을 단축시킨다는 계획이다. 무려 7~8개월에 이르는 오랜 우주비행은 우주 방사능, 무중력 등의 문제로 인체에 어느 정도 건강상 위협을 야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단 3개월간의 우주비행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고 치더라도 문제점과 난관은 없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역시 일론 머스크 발표 수준의 예상으로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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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성 간 운송시스템의 우주선 부분, 무게가 2,000톤을 넘는다.

 

 

1만 톤 급 로켓, 과연 가능할까?


9월 27일의 발표에 앞서 하루 전, 스페이스X는 차기 주력 로켓엔진인 랩터 엔진의 시험 연소에 성공했다. 현재 스페이스X는 86톤 추력의 멀린 1D 엔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여러 가지 엔진보다는 단일 엔진에 집중해서 목적에 따라 클러스터링과 변형에 의지하는 규모의 경제학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쓸만한 로켓엔진 하나를 개발해서 상용화시키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리고 어렵기에 대추력 엔진을 개발할 여력이 되지 못했던 스페이스X의 기술적 한계를 우회적으로 돌파한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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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 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311톤 추력의 랩터 엔진 시험연소 장면


이번에 연소실험에 성공한 랩터 엔진은 추력이 311톤 급으로 기존의 멀린 엔진에 비해 3.6배가량 더 높다. 연소효율을 뜻하는 비추력에 있어서도 20% 이상 향상되었다. 이런 차이는 연료의 변화에 기인하는데, 기존의 멀린 엔진은 전통적으로 로켓연료로 많이 쓰이는 케로신(등유) 계열의 연료를 사용했다. 반면에 랩터 엔진은 여태껏 인류가 로켓연료로 본격적으론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연료인 액화 메탄을 사용하게 된다. 당초 랩터 엔진은 우주왕복선 등에 사용된 고효율의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액화 메탄 쪽으로 변경되었다.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팔콘 9 로켓은 9개의 멀린 엔진을 클러스터링하여 큰 추력을 내는 로켓으로 유명하다. 랩터 엔진을 사용하면 단 2개만 사용해도 높아진 엔진 효율 덕분에 기존에 쓰던 팔콘 9 로켓 정도의 성능을 낼 수 있다. 팔콘 9처럼 9개의 랩터 엔진을 클러스터링하면 2천 톤 중량의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는데 그런 랩터 엔진을 한꺼번에 42개 클러스터링하여 1만 톤의 로켓을 발사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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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의 랩터 엔진을 클러스터링한 배치도, 구소련의 N1 로켓이 30개를 클러스터링했다가 망했었다.


1단 로켓엔진을 몇 개씩 묶어서 발사하는 것은 단일 엔진에 비해서 더 복잡한 편이다. 그럼에도 복수의 엔진 클러스터링을 추구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대량생산을 통한 경제성을 추구하면서, 대추력 엔진 개발의 기술적 난점을 우회하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여태껏 스페이스X가 9개의 엔진을 사용하는 로켓으로 큰 사고 없이 지내왔지만, 금년 말에 9 x 3 = 27개의 멀린 엔진을 동시에 사용하는 팔콘 Heavy의 시험비행이 예정되어 있다. 아직 개발 중인 27개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을 뛰어넘는, 42개 엔진의 클러스터링을 당연시하며 1만 톤 급 로켓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다소 무모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자만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것도 개별 엔진치고는 비교적 대형에 속하는 300톤 급의 로켓엔진을 클러스터링하므로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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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톤의 거대한 1단 발사체가 지상으로 재귀환 예정


핵심적인 로켓엔진 분야에 국한해서 스케일과 숫자에 따른 클러스터링의 난관이 급증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1만 톤이나 되는 거대한 깡통에 가까운 구조물을 과연 무사히 우주로 보내고 다시 재활용하는 것은 기술적 난이도에서 감당하기 힘든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 지금 스페이스X는 1단 발사체를 회수하여 재활용하기 위한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회수한 1단 발사체는 발사 중량이 400톤대, 회수 중량은 고작 30톤 미만. 이번에 발표된 행성 간 운송 시스템 발사체는 1단 발사 중량만 6,700톤, 회수 중량은 275톤이다. 그나마 새로운 신소재를 사용했을 때 가능한 수치라고 하지만 기존의 발사체 회수기술에 비해 스케일 면에서 10배 이상 커졌다. 재활용 횟수 또한 1,000회 이상으로 목표를 잡는다니까 현재의 팔콘 9 재활용 목표치인 10회에 비해 100배 더 향상되는 셈이다.

 

발사체는 아주 사소한 결함으로도 공중에서 폭발하기 쉽기 때문에 매우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일회용이 대부분인 발사체들이 길어야 수백 초간의 연소만 견디면 되었지만, 재활용시에는 그 수십 배에 달하는 내구성을 보장해야 한다. 물론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하는 멀린 엔진에 비해, 액화 메탄을 사용하는 랩터 엔진은 정비성이 더 좋다고 여겨진다. 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터보펌프와 같은 부품들이 과연 수십 시간의 내구성을 갖게 될지는 의문이다. 설령 주요 부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한다고 쳐도, 그러한 교체 정비로 인한 문제점이 없을지는 공학적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해볼 문제다.

 

 

초대형 로켓의 문제점

 

미국은 1960년대에 달을 정복하기 위해서 단 한 번의 발사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3천 톤 급의 로켓을 개발했었다. 이전에 수백 톤 급의 로켓을 여러 차례 발사하여 우주에서 랑데부를 통해 결합하는 방식도 제안되었으나, 당시에는 우주정거장과 같은 본격적인 궤도 조립의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기에 시간상 문제로 대형 로켓을 통해 한 방에 해결했다. 현재는 궤도 조립기술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 고비용의 대형 로켓보다는 저비용의 중형 로켓으로 여러 번 나눠서 발사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사람이 화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중량물을 우주로 보내야 하기에 다시금 2천 톤이 넘는 대형 로켓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를 위해서 미국의 SLS와 같은 대형 로켓이 개발 중이기도 하지만 1만 톤 급 로켓이라면 여러 대의 대형 로켓을 발사하지 않고, 단 한 번에 화성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달까지 한 번에 가기 위해 3천 톤 급 발사체가 필요했다면, 화성까지 한 번에 가려면 1만 톤 급이 필요하다. 만약 2천 톤 급 로켓이라면 여러 대를 한꺼번에 쏴서 우주에서 랑데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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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발사체는 100명이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탑승할 수 있다.


그런데 한 방에 보낸다는 것은, 단 한 차례의 발사 실패로 인해서 발생하는 피해가 치명적이 된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사람이 탑승한 유인 모듈의 경우, 기존의 신뢰성이 입증된 중형의 로켓으로 우주에 보내는 것이 안전하다. 무인 모듈은 경제적인 대형 로켓으로 발사하되, 사람은 보다 엄격한 안전 절차를 통해 중형 로켓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은 한꺼번에 7명의 사람과, 24톤의 화물을 우주로 동시에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탑승하는 관계로 무인 화물조차도 사람이 탑승하는 것에 준하는 안전 절차를 거쳐야 했기에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져서 결국 고비용 문제로 퇴역하게 된 전례가 있다.

 

만약 새로운 행성 간 운송 시스템이 지상에서 100명의 사람을 동시에 우주로 보낸다고 치면, 발사 실패시에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인 로켓은 1~2%의 발사 실패율이더라도 어느 정도 쓸만하다고 할 수 있지만, 유인 로켓의 경우엔 단 0.1%의 발사 실패율도 치명적이 되므로 초대형 로켓을 통해 수십 명 이상의 사람을 한꺼번에 우주로 보내는 방식에 대한 확률적 안정성을 진지하게 고찰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는 스페이스X의 팔콘 9 로켓이 더욱 많은 발사를 통해 신뢰성이 입증되면 7인승 유인우주선으로 우주까지 사람을 태워 나르고, 화성 운송선과 물자와 같은 무인 화물은 대형 로켓인 팔콘 헤비로 우주로 보낸 뒤에 랑데부하는 방식이 거론되었다. 지상에서 화성 운송선에 사람이 탑승한 상태로 바로 우주로 갈 수도 있지만,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발사체를 혼용하는 방식이 검토된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발표처럼 1만 톤 급 초대형 로켓에 화성 운송선을 장착하고 백여 명의 사람이 직접 탑승한 채로 우주로 바로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초대형 발사체의 안정성을 확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난관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대에 초대형 발사체로 화성까지 대규모 인원을 한 방에 보낸다는 계획은 시간상 매우 촉박하여 불가능하리라 여겨지는 한 가지 원인이기도 하다. 

 

1만 톤 급의 발사체가 개발되더라도, 어느 정도 기간은 신뢰성이 입증된 비교적 작은 발사체로 사람을 우주로 보낸 뒤에 랑데부를 통해서 옮겨타는 방식이 유력하다. 화성에 착륙하는 과정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 발표 영상을 보면 거대한 우주선이 그대로 화성에 돌입하여 직접 착륙하는 방식이다. 화성 탐사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 바로 화성 착륙이다. 인류가 화성에 도달하더라도 당분간은 작은 우주선으로 갈아탄 뒤에 착륙하여 유사시 피해율을 줄이는 방식이 될 여지가 크다.

 

 

화성까지 단 3개월에 도착한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장 경제적으로 날아가기 위해서는 약 25개월마다 도래하는 최적의 시점에 지구를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호만 전이 궤도에 따라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두 행성 간을 지나 수억 km를 비행해야 하며 최적의 코스일 때 약 7.5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더 빠르게 도달할 수도 있으며, 실제로 인류의 화성 탐사 초기에는 강력한 로켓에 매우 작은 탐사선을 탑재하여 남아도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화성까지 고작 3~4개월 만에 도달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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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간 운송시스템은 지구-화성을 마하 100이 넘는 속도로 이동한다.


빨리 화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구를 출발할 때 가속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로 인해서 연료의 소모량이 증가하므로 화성에 도달하는 최종 화물 중량이 감소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다. 또한 화성에 도착시에는 매우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화성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에는 상관이 없지만, 화성의 위성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속한 것에 비례해서 더 많은 감속이 필요하게 되므로 이중으로 연료의 소모가 늘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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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에 도착한 거대한 우주선은 대기권 진입을 하며 1,700도까지 가열된다.


하지만 위성 궤도에 먼저 진입한 뒤에 화성을 빙빙 돌다가 원하는 곳에 착륙하는 것이 아닌, 그대로 화성에 충돌 코스처럼 바로 진입하는 방식도 있다. 화성은 미세 대기를 가지고 있어서 대기권에 진입시 에어로 브레이킹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태양계 행성이다. 아마도 스페이스X의 새로운 화성 운송선은 그러한 방식으로 빠른 속도 에너지를 마찰 에너지로 바꿔서 감속 연료를 절약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형 우주선으로 에어로 브레이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구조적, 기술적인 난관은 늘어난다.

 

사람을 탑승시킨 우주선이라면 위와 같은 방식으로 다소의 연료 소모량이 증가하더라도 비행시간을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화물이라면 경제성이 더욱 중요하므로 별도의 화물 우주선을 통해서 최소량의 연료를 써서 가급적 많은 화물을 화성에 보내는 방식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예상 방식들은 모두 제한적인 화성 운송선 중량 때문에 더 빨리 화성에 도달하는 코스를 잡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고 예상했지만, 1만 톤 급의 초대형 로켓이라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 사람을 저렇게 많이 화성에 보내려 하는가?

 

이 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더욱 가열차게 토론될 것이다. 왜 화성에 가려 하는가, 꼭 인간이 직접 가야 하는가 등 철학적 논쟁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설명해볼 예정이다. 원래 먼저 쓰려고 했는데, 마침 일론 머스크의 발표 덕분에 필자가 쓰고 있던 소설의 큰 줄기가 무너졌고 여러 가지 가정을 다시 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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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드시 화성에 사람을 보내야 할 이유가?


한가지 언급하자면, 화성은 인간이 직접 체류하기엔 너무 위험한 환경이며 생존을 위한 물자는 여전히 지구로부터 대부분 보급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미래의 행성 개척에서 사람이 설령 직접 간다고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인 필수불가결한 인력만 가게 되고, 작업 등은 주로 무인로봇의 역할이 극대화되리라 보는 편이다. 지구처럼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무거운 로봇들의 활동이 제한되지만, 우주공간이나 화성처럼 중력이 약하거나 거의 없는 곳에서는 로봇의 활동이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상대적 개념이지만 우주공간, 화성에서 사람은 거추장스러운 우주복 등이 필요해서 활동성이 크게 제약받게 되는 편이다.

 

일론 머스크의 구상으로 볼 때, 그가 인간을 화성에 보내는 목적은 결국 돈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개척자들, 관광객들의 돈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자금을 사용하는 NASA는 결코 구상할 수 없는 방식이며, 인간의 희생은 정부자금 지원의 단절로 이어지기에 특히 안전성에 신경 쓰게 된다. 반면에 스페이스X는 민간의 자금을 통해서 화성에 가려고 하기에 대중적 관심과 흥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돈 많은 부자들의 투자금으로 만든 로봇이 화성을 거닐기보다는, 그들이 직접 화성에 가는 상품을 개발하려 하는 게 아닌가 짐작된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자기 돈으로 화성에 간다는데 어떻게 말리냐고?"

 


왜 인간이 직접 화성에 가는가에 대한 철학적 모순이 아주 간단히 해소되는 답변이기도 하다. 골치 아픈 이유는 없다. 그냥 돈 내고 가고 싶으니까 가는 거다.

 

하지만 실제로 이번에 발표한 방식의 화성여행이 가능해지려면 기술적으로 10년이 아니라 수십 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성공 가능성은 둘째 치더라도) 기술적 난관 이외에 경제적인 문제, 신뢰성의 문제까지 겹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론 머스크가 지금까지 민간 기술로 우주에 도달하는 혁신을 이뤘고 화성에 식민지를 세우겠다는 놀라운 포부를 보여준 것도 매우 급진적이데, 이번 발표는 그것을 뛰어넘어 마치 몽상처럼 보일 정도로 공격적이며 과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모터스를 통해서 얻은 인지도를 감안하면 그의 이번 비전 발표가 많은 이의 관심을 얻고 인류의 화성행에 대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스페이스X는 아직 1,420톤 급으로 여겨지는 팔콘 헤비의 시험발사조차도 성공하지 못한 상태다. 벌써 몇 년째 발사가 미뤄지다가 금년 말에야 발사할 예정이다. 물론 일론 머스크는 행성 간 운송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마도 일론 머스크의 이번 발표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확실히 제공하여,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짐작된다.

 

개인적으로는 팔콘 헤비가 만약 금년 내로 시험발사에 성공한다면 인류의 우주개척에 전환점이 될 큰 사건이라고 본다. 그러나 새로운 행성 간 운송 시스템에 비하면, 팔콘 헤비는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스페이스X의 행성 간 운송 시스템(ITS)은 혁신을 넘어서는 파격이며, 기술자들 입장에선 미친 짓으로 보일 수 있다. 반면에 비전 제시 측면에서는 아폴로 계획을 능가하는 혁명이 될 수도 있다.






엘랑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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