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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언론을 통해 보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은 이렇다. '마약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지만 언론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그의 마약 캠페인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


허나 현지 기사들을 살펴보면 마약 캠페인은 처음과 같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더 많은 성과들 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마약 캠페인을 진행하며 일어난 일들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1. 옐로우 그룹의 쿠데타 모의


두테르테 캐비넷의 Evasco 관방장관(우리나라 총리와 비슷한 위치)이 Liberal Party와 Trillianes 상원의원이 일부 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두테르테 정권에 대한 쿠데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인터뷰를 하였다. 당연히 한국에서는 나오지 않은 뉴스이고, 필리핀에서도 일부 마이너 신문에서만 기사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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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은 두테르테 정권의 정책에 의해 계속 당할 수밖에 없는 옐로우 그룹들이 민다나오 출신의 비주류 정권에 자존심을 세우고, 두테르테를 무너뜨리기 위해 군/경 그룹을 설득하며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테르테가 시장을 지냈던 민다나오 Davao시는 무슬림/공산 반군이 넘쳐나고, 필리핀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에 속하는 곳과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은 필리핀 내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로 야간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걸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에서 필리핀 국민들은 비주류 정치권 소속인 두테르테 그룹이 보유한 강력한 정치력이 필리핀 전국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이다.


이 기사에선 이런 정치력을 소유한 두테르테 내각 스스로가 기존의 엘리트 그룹들이 갖추지 못한 경험, 학습, 새로운 시각으로 이런 주류 옐로우 그룹의 어설픈 모반에는 절대 걸려들지 않을 것임을 주장한 것이며, 동시에 이들에 대한 강력한 선전포고를 날렸다고 했다.



2. 마약과의 전쟁은 계속


두테르테 정권이 이들 기득권 세력인 옐로우 그룹에 정면으로 선전포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약속한 공약과 정책은 매우 간단하다.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마약과 범죄를 뿌리 뽑고, 넘쳐나는 부정부패를 없애 청렴한 나라를 만들며, 가난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서민들을 위해 적정한 부의 분배를 이루도록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요 공약들은 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당연히 이끌어나가야 하는 류의 정책이다.


지금은 그중 1단계인 마약과의 전쟁을 중심으로 정책을 진행 중에 있으며, 공약으로 약속했던 6개월 이내 완전한 마약 청산이 불가하여 추가로 2차 마약과의 전쟁을 지속할 것을 선포하였다. 그러면서 마약 전쟁의 업적으로서 앙헬레스 한인타운 인근 아라얏(Arayat)산에서 검거한 초대형 마약 공장에 대한 뉴스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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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hilippine National Police>

 
Laila De Lima 상원의원이 깊숙이 관여한 문틴루파(Muntinlupa)시 New Bilibid 교도소 내 마약 생산도 경악할 뉴스였지만, 이 아랴얏산의 양돈장식 마약 공장은 규모 면에서 더욱 큰 충격을 주는 기사이다. 이 마약 공장은 아랴얏산 중턱에 위치한 중국인 화교가 운영하던 양돈장 내 설치된 것으로 일일 400kg의 Shabu(한국명 필로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일반적으로 Shabu 생산시설은 실내에 감춰지도록 만들거나, 심지어는 땅굴을 파서 생산시설 감춰 운영한다. 그렇지만 Mega Shabu Lab은 실내 경기장만큼 큰 오픈 공간에 커튼만 쳐놓고 시설을 운영했다. 양돈장으로 위장했으니 사료 자재와 양돈 출하 트럭에 마약 자재와 최종품이 같이 들락날락했음은 불 보듯 뻔하다.


동영상은 관련 뉴스로 Mega Shabu Lab의 내부 시설을 볼 수 있다


Mega Shabu Lab의 일일 생산량 400kg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구글을 열심히 뒤져 보았다. 복용량으로 따져보면 Shabu 1회 일반 복용량은 10mg(0.01g) 정도로 400kg, 즉 400,000g은 4천만 회의 복용량이다. 생산량을 금액으로 환산하기 위해 필리핀 시세인 1g당 10,000페소(230,000원)를 적용해 보면 4십억 페소, 한국 돈으로는 920억 원에 해당한다. 일일 생산량 금액이 무슨 우리나라 대기업 전자제품 공장 생산량과 맞먹고, 복용량을 따지면 인구 1억의 필리핀에선 절대 소진될 수 있는 물량이 아니다. 이 생산량은 내수뿐만이 아니라 주변국 또는 전 세계로 수출할 물량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마도 마약 청정국이 아닌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두테르테의 정책에 쌩큐를 외쳐야 할 판인 거다.



3. NPA는 누군가


한낮 외국인이 이 거대한 공장을 어떻게 운영을 할 수 있었을까? 현지인도 Shabu Lab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 뒤에서 봐줘야만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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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인 앙헬레스와 30분 내외 거리로 마닐라 -> 앙헬레스 고속도로를 타면 앙헬레스 부근에서 오른쪽에 홀로 서 있는 산을 볼 수 있다.

출처 - <Pinoy Mountaineer>


아랴얏산과 주변 농사지역은 모두 NPA가 점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NPA는 New People's Army로 해석하자면, '신 인민군' 정도다. 이들은 마오쩌뚱의 공산주의 사상을 배경으로 형성된 민간반군이었다.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많은 도서 지역의 마을마다 존재하며 실제 다른 농부들과 마찬가지로 농사를 지으며 삶을 영위한다.


농촌 지역에서 NPA가 악의 존재인 것은 아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의 정기 모임/소집이나 비밀스런 임무 수행을 볼 수 있는데, 주로 비밀회의에서 선정된 문제 있는 기업가나 정치인을 암살하거나, 다른 마을에서의 저질 범죄자마약상에 대한 제거요청을 받아 정기적으로 처리하는, 한마디로 두테르테의 마약 전쟁을 작게나마 진행하고 있던 그룹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NPA는 그들의 기본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사업가들에게 NPA 운영비인 혁명세(Revolutionary Tax)를 받아가며 그들만의 스페셜 경호용 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인들과 연계하여 운영자금을 받기도 한다. 국유지 무단 사용과 억지 농자재 기부를 통해 플랜테이션 식 농사를 짓는 그룹은 그나마 봐줄만 한 곳이다. 간단히, 정치권과 놀아나는 지역 조폭 정도로 생각하면 딱이다. 



4. 옐로우 그룹과 Narco Politics(마약정치)


문제는 Mega Shabu Lab이 속한 지역의 NPA의 상부그룹이 누군가이다. 아랴얏의 상부 NPA는 Tarlac CAPAS 최초 NPA 창시자 그룹인 COMMANDER DANTE(본명: Bernabe Buscayno)이다. Bernabe Buscayno는 소작농 출신의 부모를 가진 농부 출신으로 마오쩌뚱의 공산주의를 기반으로 Tarlac Capas에서 NPA그룹을 만들게 된다. 전 대통령 Noynoy Aquino의 아버지인 Ninoy Aquino는 Tarlac시를 기반으로 한 정치인으로 이들 NPA그룹을 이용해 공산주의 진영을 대변하며 당시의 마르코스 정권과 대립하며 민주열사의 상징이 되었던 인물이다. 1977년 이들은 동시에 마르코스 정권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Ninoy는 마닐라 공항 복귀 중 암살당했으나 그의 정치적 동반자인 Bernabe Buscayno는 Ninoy의 아내인 Corazon Aquino가 피플파워 혁명으로 대통령 왕좌에 오른 후 사면으로 풀려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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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모반, 살인, 불법무기 소지로 사형을 받은 Ninoy Aquino(맨 오른쪽)과 Bernabe Buscayno(중간)

출처 - <choose philippines>


그의 아들이며 타를락(Tarlac)에서 정치 생활을 시작해 대통령까지 오른 Noynoy는 불법적 행위(예: Hacienda Luisita Massacre)를 위한 말 잘 듣는 행동대장을 보유하기 위해 그들과 지속적인 연을 맺어왔다(여기서 Luisita Massacre는 Aquino-Cojuangco가문이 소유한 Hacienda Luisita 농장에서 농지개혁을 주장하는 소작농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다시 말하면 이 Arayat Mega Shabu Lab은 이 지역 NPA의 마스터인 옐로우 그룹의 수장 Noynoy 전 대통령과의 연관 관계가 추정되고 있는 이유다.



5. 마침


두테르테는 부정부패 근절 공약을 아직 시작하지도 못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마약과의 전쟁이 연장되었고, 빅피쉬가 잡힐 때마다 LP와의 연계성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옐로우 미디어들은 그들의 주인이 곤경에 빠질수록 점점 더 강하게 두테르테 압박용 뉴스를 쏟아내고 있으며, 자국민과 전 세계에 두테르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기 위한 발악을 하고 있다.


두테르테도 처음부터 이들 엘리트 옐로우 그룹을 정적으로 몰아붙이기 위해 이런 반 마약/부패 정책을 진행한 것이 아니다. 그가 이런 정책을 추진해 나가며 줄줄이 끌려 나오는 그들의 마약과의 연관성에 자신 스스로도 놀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지속적인 무차별 공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물리치지 않을 수 없으며, 결국 그들과의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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