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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의 변>>

보험 2편을 시작함에 앞서, 먼저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읽어주실 거라고 생각치 않았는데 뜻밖의 반응에 매우 당황했다는 말씀부터 드린다. 1편에서도 밝혔고 앞으로도 꾸준히 밝힐 테지만 나는 그 업계 밥을 좀 먹었을 뿐 보험학 박사학위도 없고 한국 보험의 역사연혁을 줄줄 외우고 있지도 못한다. 물 샐 틈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사실만 있는 글보다는 쉽게 잘 읽히면서 은근히 도움이 되는 글을 쓰려고 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일을 미리 밝힌다. (사실 내가 직업 기자도 아니고, 팩트가 딱딱 맞는 글을 쓰고싶어도 못 쓴다.)


내 글이 거슬리는 분들은 읽지 않으셔도 좋고, 읽으시고 틀린 부분은 바로잡아주시면 더 좋고, 그냥 보험쟁이들 욕하고 싶은 분들은 그냥 댓글로 욕만 해주셔도 좋다. 맘대로 하시라. 가장 좋은 방법은 대충 읽고 몇가지만 참고하시는 게 제일 좋다.


몇가지만 수정하고 넘어가자.


앞편에서 뉘앙스가 부족했는지 몰라도 내가 보험회사 편드는 걸로 오해하실 수도 있겠다 싶더라. 미안하지만 완전 틀리셨다. 보험회사는 잘 모르고 보면 사기꾼들 같지만 알고 보면 볼수록 하는 짓은 별 차이 없는데 사기꾼이라고 부를 수도 없어서 더욱 정떨어지는 존재들이다. 나 보험회사들 엄청 싫어하고 월급날만 조금 덜 싫어한다. 그건 뭐... 월급쟁이들 공통일 거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알고 샀든 모르고 샀든 어쨌든 니 책임’이라는 XX차 블루핸즈같은 말을 되풀이하려는 게 아니다. ‘쟤들은 이런저런 걸 준비해 놨으니 안 당하게 이거이거는 꼭 확인합시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진짜 목적이다. 솔까말 내가 여기서 영업할 것도 아니고 보험회사 편 들려면 굳이 뭐하러 이런 글을 쓰겠나? 그냥 충성하면 되지.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양아치 보험회사들도 싫어하지만 죄 없는 상담원들 쥐 잡듯 잡으며(주로 여성들이다)말도 안 되는 협박에 성희롱에 쌍욕까지 퍼붓는 인종들을 조금 더 싫어하는 것뿐이다.


이런 인간들 대부분이 소비자보호원이나 보험협회까지 직접 찾아가가엔 귀찮고 복잡하고(실은 본인이 이기지 못할것도 알고 있고) 본인을 가입시킨 설계사를 찾아 따지자니 연락이 안되는 경우도 많아서 그냥 눈앞에 약하고 만만한 상대를 찾았을 때 슈퍼갑으로 변신하는 게 고작인 인간들이다. 당장 윗대가리 바꾸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쌍욕 시전하시던 분들이 남자 민원담당자가 굵은 목소리로 전화하면 바로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말을 높이는 것을 보고 어찌 실소가 터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게는 되지 말자는 이야기고, 그렇게 안 되려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기울여서 가입전에 내가 뭐에 가입을 하는지 정도는 확인하고 넘어가자는 이야기다. 


잡썰이 길어지면서 더욱 더 사기꾼같은 인상을 풍길 것 같으니 서론은 이쯤 하고 넘어가자. 이번 편에는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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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라는 직업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아주머니 부대는 그렇다 치고, 지금 보험설계사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생각해도 되나?”


이런 질문을 한번에 싸잡아 대답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주머니 설계사라고 무조건 우습게 볼 것도 아니고(실제로 그 바닥에서 오래 일하시다 보니 실무적인 부분에선 어설픈 전문가들 보다 훨씬 나은 아주머니들도 많이 계신다) 젊은 남자, 혹은 여자 설계사라고 해서 무조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내가 설계사들을 몽땅 만나서 테스트 해 본 것도 아니잖은가?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보통 이렇게 대답한다.


“제대로 된 설계사들이 나오기 힘든 시스템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 사실은 헬조선 사회 중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그렇듯, 이 시스템이라는 놈이 상당히 문제가 많다. 내가 설계사 교육을 받고 설계사가 되어 필드에서 뛰었던 게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게 전이니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나.. 여기저기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도 현실이라.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수가 없다. 한국의 보험업계를 제대로 뜯어 고치려면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보험회사는 보통 영업조직을 따로 둔다. 경쟁해야 하는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데 가만히 앉아서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오기를 기다렸다간 내가 앞장서서 한번 망해보겠다는 꼴밖에 안되니, 전문적으로 영업만을 하는 조직을 따로 만들어서 굴린다. 당연한 일이다. 


이 영업조직의 일은 당연히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신계약을 발생시키고, 신계약을 발생시킬 설계사들을 리쿠르팅하고 이들에게 상품 판매에 필요한 기본적인 금융지식과 본사 상품에 대한 교육을 시켜서 필드로 내보낸다. 이것 또한 매우 당연한 일인데... 문제는 이걸 제대로 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사실은 할 의지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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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들어봤을 것이다. '택시회사의 고객은 사실 택시운전사들'이라고. 경제가 어려워서 택시에 대한 수요가 줄고, 얼마 안 남은 손님들을 가지고 택시들끼리 박터지게 경쟁을 하는 바람에 택시기사들의 하루종일 뭐 빠지게 일해봐야 사납금 제하면 손에 떨어지는 게 별로 없으니, 공생 차원에서 사납금을 줄여주는 택시회사를 본 적이 있나? 아마 없을 껄? 택시회사는 어차피 택시기사만 뽑아서 핸들 잡게 해주면 그 수만큼 사납금은 꼬박꼬박 들어오고 그걸로 운영되니까. 택시기사 쪽수만 늘리면 될 일이지 그들이 사납금 채우려고 기사가 제살을 깎아먹든 사채를 쓰든 알게 뭔가.


보험회사도 마찬가지다. 대면영업사원을 뽑는 보험회사들은 ‘원칙적으로는’ 본인의 회사에 입사한 설계사들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자세로 1)회사차원에서 기획하는 각종 행사나 이벤트를 활용해서 이들이 꾸준히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고, 2)진짜 금융전문가까지는 안 되더라도 반 전문가 정도는 되서 가입자의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주고 뭐가 좋은 상품이고 가입자에게 필요한 상품인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 정도는 충분히 배양 해줘야 한다. 물론 교육받는 동안 설계사들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말이다. 


제대로 된 설계사를 육성하는 일은 쉽지도 않거니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어떨까. 어떻긴 어때. 당연히... 1)번과 2)번이 다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제대로 안 되는 걸 모를까? 그걸 모를리가 있나. 그렇다면 제대로 할 생각은 있나? 


아니. 


그럼 왜? 책임도 못 질 사람들을 이렇게 뽑아대는 건가? 구인공고란 보면 온통 보험설계사 모집하는 광고밖에 없던데?(자산관리사, 금융컨설턴트, 금융전문가, 관리자 후보, 재무설계사, 보험상품 판매, 보험사업가 (FSR), (보험사) 근로자 퇴직금 유치 컨설턴트, FP, FC, RC, FM 기타 등등 듣기 좋게 말해도 결국은 보험설계사를 모집하는 공고가 엄청나게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보험회사의 진짜 고객이 바로 설계사들이기 때문이다. (자체 음향효과 하나 넣자. 두둥~ 하고.)


영업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별 생각도 없는 사람을 찾아가서 상품의 필요성을 납득시키고 수많은 회사의 수많은 상품들 중 우리회사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어지간한 강심장, 철판이 아니고서는 생판 남을 붙잡고 이 짓을 하지는 못한다. 그럼 누구를 붙잡고 하게 되는가? 당연히 가족 친지 친구 동기동창 등등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는 약속을 잡게 된다. 이른바 ‘지인영업’이 영업의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지인영업의 성공률은 생각보다 괜찮다.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라면 제법 여기저기 안면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엄마 아빠 형제 기타 등등 친척들은 있겠지. 신입 보험설계사들은 영업 초반에 자기 지인들을 붙잡고 영업을 하게 된다. 회사에서 신입연수기간이랍시고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한두 달까지 교육을 받긴 했지만 뭔가 자신있게 말할만한 내공을 쌓지는 못했고 대충 주워들은 몇가지 금융지식과 선배들이 전수한 영업스킬 몇가지로 밀어붙여도 기본적으로는 ‘나를 봐서 하나 해라, 도와줘라’는 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보험아줌마 수준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그렇게 지인영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다 보면 결국 몇 달을 못 버티고 영업거리가 바닥나게 되고 할일도 갈 곳도 없게 된다. 소득은 점점 떨어지는데 영업거리가 없다. 그렇다고 이제 길거리로 나가서 생판 남을 붙잡고 영업을 하느냐? 그게 그렇게 안 되지... 지인영업의 쉬운 맛을 봤는데 이제와서 그게 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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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급도 없으며 있다고 해도 입에 풀칠도 못한 수준이고 계약이 없으면 월급도 없는 상황이 되면 결국 자기 계약을 ‘그리게’ 된다. (월 정산 전에 본인 이름으로 계약을 넣고 1회 보험료만 납입한 다음 다음달에 바로 계약을 취소해 버리는 것을 계약을 ‘그린다’라고 표현한다. 한마디로 짝퉁 후루꾸 계약이라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서 당월 신계약 갯수를 맞춰야 하는 경우, 보험료 납입금 액수를 맞춰야 하는 경우 등등 아주 많은 상황에서 계약을 그리게 된다.)


보험회사는 이 신입설계사가 지인들을 탈탈 털어 가져오는 계약, 잘 유지되고 있던 가족들 계약 다 부수고 다시 설계한 계약들을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본인이 ‘그리는’ 계약이라고 안 먹을 쏘냐? 다음달에 바로 취소되면 어때? 어차피 계약이 개시되면서 1회 보험료는 납입됐고 다음달엔 낸 보험료 돌려줄 필요도 없는데. 


신입설계사는 엄하게 보험회사 배만 실컷 불려주다가 얼마 못 버티고 퇴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보험회사는 또 다른 설계사를 뽑아 신입연수를 보낸다. 보험설계사의 안정적인 정착률을 위해 이들이 취하는 조치는 신입설계사를 리쿠르팅하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이나 될까.


이 사이클이 계속 반복되면서 보험회사들은 신계약을 잔뜩 만들어내게 되지만 연봉 1억의 헛된꿈을 꾸던 햇병아리 설계사들은 잠깐 푼돈 좀 만져보고 진짜 이득은 보험회사 아가리에 쳐 넣음은 물론 주변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따가운 눈총까지 받게 된다. 


이 사이클에서 벗어나서 성공적인 설계사의 길을 가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정말로 신의 말빨과 엄청난 끈기를 타고난 영업형 인간과, 발이 엄청 넓어서 지인이 정~말정말정말 많은 사람이 그렇다. 예를 들면 ROCT장교 출신이라던가, 혹은 부모님이 사업을 크게 하는 집안의 자식이라거나... 이런 분들은 센터장급의 인물이 직접 영입하려고 만나서 밥을 사먹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게 아니라면?  대략 90% 확률로 위의 사이클을 타는 거다.


안그래도 각 보험회사들이 ‘이 일은 개나소나 다 하는 일이 아님’이라는 인상을 팍팍 풍기며 대학졸업자로 학력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아서 가끔 친구나 후배, 지인들 중에 "보험영업을 해보려는데 조언을 좀 달라."라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살면서 저 사람은 보험 영업을 해도 먹고살겠다 싶은 사람을 몇 봤는데 그분들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 다 성공하고 있더라.”


실제로 보험 영업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나서도 그 일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은 30%정도밖에 안 된다. 말이 영업사원이지 사이드잡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영업을 거의 멈추다시피 하고 이름만 걸어놓은 설계사들까지 포함한 숫자이니 진짜로 살아남았다고 말할 수 있는 숫자는 아마 훨씬 더 겸손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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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돈은 많이 버나? 영업사원의 평균월급이 전 회사 통틀어서 평균 220만원정도 되는데, 이는 당장 누구나 일을 하기만 하면 적어도 220만원은 번다는 말이 아니다. 상위 5%정도 인간들의 연봉이 1억 가까우니 평균값에서 이를 제하면 상당히 비참한 숫자가 나오게 된다.


판단은 알아서 하는 거지만 명심하자. 취업사이트에 구인공고 올리는 거 공짜 아니다. 강남에 사무실 임대료 역시 공짜 아니다. 보험회사 영업조직의 진짜 고객은 설계사다.


...많이 과격하게 말하긴 했는데 대부분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보험설계사는 하나같이 다 X도 모르고 호구찾기에만 열을 올리는 사기꾼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험난한 필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가입자에게 어떤 계약을 내밀게 될까. 가입자에게 절실하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계약일까, 설계사 본인한테 도움이 되는 계약일까? 한 번 생각해 봐야하는 문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설계사를 할 무렵엔 종신보험이 크게 유행했다. 1편에서 이야기했던 “10억을 받았습니다.”역시 당시 보험업계에서 화재였던 종신보험을 테마로 한 광고였고 광고의 이야기가 실제인 만큼 누군가는 그 종신보험의 혜택을 크게 받았다. 당시 10억이라면 지금도 그렇지만 남아있는 가족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금액은 되고도 남았다.


종신보험은 당시까지의 보험과는 다른 강렬한 포인트가 하나 있었다.


바로 사망의 원인을 따지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병에 걸려 죽건, 사고로 죽건, 심지어 자살로 생을 마감하건 간에 종신보험의 보험금은 가입 후 일정기간이 지나고 그 기간동안 보험료를 제대로 납입했다면 어떤 사유로 피보험자가 사망을 했든, 따지지 않고 약속한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납입기간이 끝나도 사망보장은 계속되며 당시 보통 보장만기는 100살이었다. 어쨌든 100살이 되기 전에 죽기만 하면 남은 가족에게 거액의, 혹은 납입하는 보험료에 따라 금액은 각각일지라도 적지 않은 돈을 남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보통 사망보험금은 1억에서 시작)


물론 그 대신 보험회사는 그 리스크(가입자에게 반드시 한번은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를 그대로 안아야 하므로 보험료가 일반 보험보다 높았다. 즉, 매달 나가는 돈이 비쌌다는 말이다. 지금 종신보험 가입된 분들 아마도 최소 10만원 이상, 많은 경우에는 20만원도 넘는 금액을 매달 보험회사에 꼬박꼬박 납부하고 계실 게다. 좋다. 남겨진 가족을 생각한다면 나쁠 것 없다.


그런데 생각을 달리 해 본다면, 가장이 사망했을 때 가정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아 기둥뿌리 굴착을 하게 되는 시기가 언제일까? 당연히 가장이 몸 건강하게 펄펄 살아서 열심히 돈을 벌어오는 30대~60대 사이의 시기다. 정년피크제도 생겼으니 그 후로는 돈을 벌어오는 액수가 점점 줄어들거나 없어져서 자녀들의 부양을 받거나 하게 될 거다. 그런 경우 가장의 사망은 가정경제의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게 된다. 물론 사랑하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니 슬프겠지만 그건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고. 


그렇다면 가장의 죽음이 가정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시기에 사망보장을 집중시키고 매달 나가는 보험료를 줄일 수는 없나? 그러니까 30대에서 60,70대까지는 사망보장금을 빵빵하게 설계해 놓고 그 후로는 사망 보다는 질병이나 재해로 인해서 치료비를 까먹게 되는 상황을 막는 식으로 말이다.


애시당초 사망보험금에 별로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은 어떤가. 나 죽은 다음에 돈이 무슨 소용이랴. 나는 내가 살아있을 때 치료비 내느라 등골 빠지는 일만 없으면 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굳이 사망보험금이 필요없잖아? 본인이 싫다는데.


당시 다수의 생명보험 회사들과 설계사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모두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보험회사는 종신보험에 각종 특약을 양념처럼 찹찹 추가해서 월납입 보험금 대충 10~20만원 정도 내면 사망부터 질병, 재해까지 두루두루 보상받을 수 있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이거 하나면 ‘대충 다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서 종신보험상품을 만들어냈고 설계사들은 이걸 또 열나게 팔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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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지만 설계사 입장에서는, 가입자가 희망하는 보장의 형태를 알아내고 -> 이에 맞는 상품을 적절하게 설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종신보험 하나로 밀면서 “이거면 다 된다.”라고 설명하는 게 훨씬 간단했고 무엇보다 납입보험료가 높은 만큼 쏠쏠하게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꽤 많은 수의  설계사들은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한 새내기 직장인이건 지긋한 어르신이건 간에 일단 “내가 보험이 없으니 보험 하나 가입해야겠다.”는 사람에게는 일단 이 종신보험부터 들이밀고 봤다.  안 되면 마는 거고. 되면 좋은 걸 테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양심적으로 설계사 하신 분들은 열받지 마시라)


그런식으로 지인영업을 통해 떠안은 종신보험 상품들은 보험료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매달 20만원씩 따박따박 나가는 종신보험료를 턱턱 전혀 부담없이 낼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그런 사람들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직을 하기도 하고 정리해고를 당하는 일도 생기니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면 매달 나가는 보험료도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또 무시 못할 숫자의 종신보험 계약이 중도해지되었다. 보험회사는 쾌재를 부를 일이다. 보험료는 실컷 받아먹고 보험금 지급할 일이 생기기도 전에 알아서 해지를 해주니 얼마나 땡스얼랏인가?  다들 아시다시피 만기가 되기 전에 해지를 하는 경우에 가입자는 낸 보험료의 50%를 돌려받기도 쉽지 않다. 


이런 식으로 돌아갔던 거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에, 이 종신보험이라는 놈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가 많다. 내 몸에 생기는 질병과 사고만이 리스크가 아니다. 꼼짝없이 매달 나가는 돈도 리스크다. 그리고 정말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내가 사는 동안 잘 살기 위함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되더라도 남아있는 내 가족들에게 그 짐을 지우고 싶지 않음인가.


위 두 개의 케이스는 목적이 분명히 다르고 그에 따른 적절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설계가 이루어지는 바탕은 당장 가입자가 치러야 하는 ‘보험료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즉 가입자가 최소한의 돈을 내고 최대한의 보장을 챙길 수 있게 해야 하는 노력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제대로 교육을 받고 올바로 행동하는 설계사라면 그렇게 했겠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못했고 그 수많은 설계사들이 전부 다 사기꾼이라기 보단, 알게 모르게 뒤에서 강력하게 종용하던 보험회사들의 속내가 또 있었다. 알고 보면 설계사들은 또 회사에서 판매하라고 압력을 넣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고. 만만한 지인들 붙잡고 판매할 수밖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거고.


그러니까, 내 일은 내가 조금이라고 알아보고 공부해야 한다니까...




글이 너무 길어지니 3부에서 이어 쓰겠다.






지난 기사


"10억을 받았습니다"의 진실과 한국식 보험 영업의 폐해





거의없다 


편집: 딴지일보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