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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비통하도다.

 

올해도 박근혜 대통령께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하셨다. 애통한 마음에 본인은 나흘째 낮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취임 후 발표하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은 일부 불편러들의 흠집내기에도 불구하고 통일 한국의 청사진으로 우뚝 솟았고, 대통령께서 직접 입을 세간의 언어로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설파한 '통일 대박' 역시 감동 그 자체였다.

 

하지만 뭣보다도 꽃 중의 꽃~ 근혜님 꽃~ 정책 중의 정책, 근혜님 통일 정책 중 단연 으뜸은 '드레스덴 선언'이다. "뷔a 진t 아인 폴ㅋ" 대통령의 입에서 독일어로 '우리는 한 민족이다'를 선언하신 바로 그 순간, 응어리진 민족의 한이 봄날의 마지막 눈송이처럼 스르르 녹아내렸음은 모두가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생각난 김에..


그럼에도 2016년 노벨 평화상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라는 콜롬비아 대통령이 수상하게 됐다. 반군과 평화협정을 잘 맺은 공로가 있다나 뭐라나. 평소 같았으면 불순 세력과 타협하는 이런 치 정도는 가뿐히 넘어섰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좌절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주의 기운이 돌아서기라도 한 걸까.


일이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걸 직감으로 알아차린 본 기자, 
급히 전화기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 노벨 평화상 추진의 첨병에 섰던 '박근혜대통령노벨평화상추진본부'와 접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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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명의 정예멤버가 활약하고 있는 '박근혜대통령노별평화상추진본부' (링크)


모든 언론이 밥 딜런 노벨상 수상에 집중하고 있는 바로 이 순간, 본지는 우리의 핵심 목표는 이것이다 정신으로 박근혜대통령노벨평화상추진본부(졸라 길다)의 인터뷰를 따냈다. 그것도 단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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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코코아 : , 박근혜대통령노벨평화상추진본부 정호선 위원장 : )




코: 안녕하세요.


정: 딴지일보 기자님이시라고?


코: 네. 박근혜대통령노벨평화상추진본부 위원장님 맞으신가요?

 

정: 네. 한 2년 전에.

 


어라?

 


코: 아, 지금은 아닌가요?

 

정: 지금은 한국노벨재단 이사장이고, 제가 2년 전에 대구에서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하고 김정은하고 공동 노벨상 타도록 하자 했었죠.

 

코: 그러면 더이상 박근혜 대통령 노벨상은 추진하지 않는 건가요?

 

정: 한국노벨재단에서 (노벨상) 6개 분야를 추진하는데, 우리가 박 대통령하고 김정은 위원장하고 반기문 총장하고 셋이 정상회담을 해라. 그러면 노벨상을 탈 수 있다. 그렇게 제안하고 있어요.

 


휴우. 시작부터 망한 줄 알았다. 다행히 박근혜대통령노벨평화상추진본부는 노벨상 전 분야를 커버하는 노벨재단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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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정확한 명칭은 한국노벨상지원재단. 포부가 커진만큼, 회원수도 늘었다. (링크)



재단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는 넘기고, 바로 노벨상으로. 

 


코: 박근혜 대통령께서 2014년에 드레스덴 선언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정: 네, 드레스덴.

 

코: 드레스덴 선언 큰 줄기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북한과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거고, 박근혜대통령노벨평화상추진본부(여전히 졸라 길다)에서도 북한과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 그렇죠.

 

코: 지금은 정책 기조가 교류보다는 북한을 압박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대통령께서 노벨 평화상을 타는 게 더 어려워지신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정: 그렇죠. 어려워지죠. 정부 기조가 그렇게 바뀌었는데, 평화상을 탈 수 있겠냐, 이거지. 못 타는 거지.



못 탄다.


 

정: 근데 그 기조도 어느 날 한순간에 바뀔 수 있어요. 왜냐면 우리가 전쟁을 원하진 않잖아요. 전쟁 원하면 박근혜 대통령도 다 죽는데? 청와대는 가만두겠어요? (웃음)

 

코: (웃음)

 

정: 그러니까 이걸 이슈화 해서 노벨상 타도록 해야지요. 이게 국민들에게 전환점이 될 수가 있지. 사실 우리는 평화운동을 해야 하거든요. 평화를.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으면? 평화 운동을 해라.

 


코: 이번 정권의 대북정책, 예컨대 개성공단을 폐쇄나 사드 배치나 모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들인데, 그런 정책과는 다른 의견인 거네요.

 

정: 그러니까, 개성공단도 언론을 보면 미국에 전화 한 통 받고 철수해 버린 거 아니에요. 우리가 우리 맘대로 못하는 거예요. 북한 대북 제제도 하려면 국회에서 토론도 하고 해야 하는데, 토론 자체를 못하게 하는 거 아니에요. 어제 외교 위원장이 북한의 핵에 대해서 이야기하니까 새누리당이 벌 때 같이 반대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이거 큰일 났어. 큰일.

 

코: 그러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 북한 핵을 없애야 하는데, 제가 핵을 없애는 방안을 가지고 있어요. 민통선 지역을 개발하자는 거지. DMZ 밑에.

 

코: CCZ(Civilian Control Zone, 민통선)?

 

정: CCZ. 그것도 제가 발표했죠. 지금은 통일 방안에 대해서 연구를 해야 되거든요. 제가 주장하는 건 1 국가 2 체제에요. 북한하고 남한하고 각각 나라잖아요. 유럽연합처럼 한반도 연합국가를 만들자 이거지. 그래서 판문점에다가 수도를 두고...



수도를 두고, 반기문 총장을 데리고 와서 김정은-반기문-박근혜 회담을 하고, 계룡시에 신도시를 만드는 원대한 계획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본 기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차마 따라갈 수 없어 과감하게 패스.


 

코: 어쨌든 올해 노벨상은..

 

정: 올해 노벨상은 지나가 버렸고.

 

코: 콜롬비아 대통령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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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그 양반도, 뭡니까, 그..

 

코: 콜롬비아 반군하고..

 

정: 네. 평화 협정을 맺었잖아요. 우리도 북한하고 미국하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하잖아요. 우리가 주장해야 돼. 우리는 지금 중재의 역할도 없어요. 만일에 북한하고 미국하고 평화협정 맺어 버리면 우리가 뭐가 돼.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 정책이 엉망이라는 거지. 고립외교라는 거지. 북한하고도 고립, 일본하고도 고립, 중국하고도 고립. 모든 게 지금 엉망 아닙니까. 중국도 이번에 서해안에서 완전히 반대로 가잖아요. 우리가 사드 배치 하는데, 자기가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할 게 뭐가 있어요. 저는 사드도 반대에요. 북한 핵 있기 때문에 사드도 하는 거 아니에요.



엉망. 고립. 톤이 조금 올라갔다.


 

코: 박근혜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해야 한다?

 

정: 경제 협력 가지고는 안 되고, 통일을 화두로 해야 돼. 1 국가 2 체제 하자. 북한 오케이 해요. 그럼 남한도 오케이. 그 다음에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민통선 개발하자. 개성공단 한 2천만 평 늘리자. 해외에 나가 있는 회사들 개성공단에 다 넣어주고. 우리나라도 지금 중국 때문에 가격경쟁이 안 되잖아요. 그거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면 우리 경제가 살지. 우리도 살고, 북한도 살고. 통일도 되고.


그러면 퇴임 후에, 이제 금년은 안 되고 퇴임 후에 박근혜 대통령하고 김정은하고 반기문 총장하고 노벨상 탈 수 있다 이거지.

 

코: 지금 같은 기조로는?

 

정: 지금 기조로 되겠어요? 지금 기조로는 도저히 안 돼지. 응. 안돼. 퇴임 후라도 잘해서 타면 박 대통령은 세종대왕보다도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되는 거야.

 

코: 통일 대통령이 되는 거니까.

 

정: 그렇지. 통일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책인데.

 

코: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하는 건 실패했고... 예전에 통일대박 이야기 나오고 할 땐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었는데.

 

정: 그때 그 기조로 나갔으면 탔지.



아깝다, 받을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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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도 잘 세우시는데 노벨상 정도야.


 

코: 콜롬비아 대통령은 탔는데.

 

정: 그러니까. 지금도 안 늦었어. 지금도 안 늦고, 오늘이라도 선언해서 딱 하면 내년에 되면 되지.

 

코: 네. 알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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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터뷰가 끝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노벨상 수상을 위해 청와대에 청원하고, 국회를 누비셨던 위원장님의 깊은 근심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취임 초기에 뱉은 말 대로만 했어도 올해 노벨상은 따 놓은 당상이었던 것을. 박근혜대통령노벨평화상추진본부의 제안만 따라갔어도 노벨 평화상은, 한반도 역사에 길이 남을 세종대왕보다 위대한 평화 대통령이 되실 수 있는 거였는데..


안타깝다. 안타깝고 비통하다. 애초에 눈에 보이지도 않았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을, 줬다 뺏는 거 만큼 치사한 게 없듯, 거진 다 가졌다가 놓친 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다.


대통령께서는 어째서 다 잡으신 노벨상을 놓으신 걸까. 마음속에 메트로놈 하나놓고 달그닥, 훅하면 받을 수 있었던 것을. 그리도 맑고 정정하신 정신을 가지신 분께서 대체 왜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신 걸까. 어쩌다 대통령 손에 노벨상을 쥐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분들의 입에서 '엉망이다',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냐는 말이다.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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