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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 않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의미>


2016년에 있었던 선거라면 물론 20대 총선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새누리당이 200석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조차 허황되어 보이지 않았으나 뚜껑을 열었을 때는 뻔한 닭백숙 대신 실한 꿩고기가 들어 있었다. 지금 미르재단이니 백남기씨니 두드려 볼 수 있는 분위기도 그 연장선에 서 있는 덕분은 아니겠는가?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 선거는 따로 있다. 바로 1월 12일에 있었던 농협중앙회장 선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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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도 선거로 뽑나?'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도시 생활자가 대다수인 오늘날, 농촌사회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농협 조직에 대한 이해는 왠지 그들만의 리그로 느껴지기도 한다. 농협에 대한 이해와 어느정도의 지식은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간단하게 해도 그 설명은 재미가 없다. 그 전에 왜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살펴봐야 하는지 굳이 흥미로울 만한 포인트를 찾아 아주 짧게 집어보자면 이런 거다.


"호남출신 당선자의 부정선거 의혹 때문에 낙선한 영남지역 경쟁자가 구속되었다?"


이상하지? 김대중이랑 김영삼이랑 붙어서 김대중이 당선됐는데, 김대중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때문에 김영삼이 구속된 상황이다. 부정선거로 당선된 김대중이 구속되고 김영삼이 어부지리를 가져가야 맞는 거 아닌가? 이쯤 되면 좀 흥미가 생기려나?

우리가 흔히 "농협"이라고 부르는 명칭은 "농업협동조합"의 줄임말이다. 협동조합은 국어사전에 나오는 그 "협동조합"이 맞다. 최근에 법이 바뀌고 다섯명만 모이면 쉽게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 서울시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직접 챙기는 등 한때 붐이 일었었다.

협동조합의 정의는 찾아보니 이렇다.
"협동조합(協同組合, 영어: cooperative (coop), co-operative (co-op), coöperative (coöp))은 경제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소생산자나 소비자가 서로 협력,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켜 상호복리를 도모할 목적으로 공동출자에 의해 형성된 기업이다."(위키백과)

농업이 타 산업에 비해 오랜시간 곤궁한 처지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니 협동조합이 생기는 것이야 당연할 텐데 사실 우리나라 농협은 엄밀히 메스를 들이대면 협동조합이라고 말할 수 없는 조직이다. 해방 직후, 일본의 농협 조직을 베껴 정권이 협동조합의 형태를 빌어 농촌사회를 통제하려는 목적이 더 강했었다. 군사정권이 무너지고서는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 지방 사회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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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농업"협동조합"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농협'과 생산품을 중심으로 뭉친 '품목농협'으로 나뉜다. 생소하지만 '서울우유'같은 기업도 사실은 품목농협이다. 하나의 농업협동조합을 '단위농협'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농협중앙회는 그 단위농협이 만든, 말하자면 협의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농협을 은행이라고 알고 있지?

신경분리가 원칙인 대한민국이지만 농협은 산업과 은행금융이 유착되어 있는 괴물로 존재한다. 산업화 이후 한국인들은 대부분 어느정도 농촌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을 가지고 산다. 이번에 작고하신 백남기 씨가 금속노조원이었다면 같은 이념을 가졌어도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등에 업고 '농촌 지원'이라는 명분 위에 금융사업이 벌어다주는 막대한 돈놀이 수익을 영위한다. 그리고 그 돈이 자아내는 권력이 집중된 '농협중앙회'의 회장은 '농촌대통령'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 국회의원 정원인 300명에도 미치지 않는 유권자가 뽑는 자리지만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것이다. 아 짧게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 정말 죄송하다. 대충 분위기만 알면 된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그리고 올해의 회장선거에서 일어난 일은 대한민국 정치 지형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3파전이었다. 서울경기를 기반으로 하는 이성희 후보와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최덕규 후보, 그리고 호남의 김병원 후보가 각축을 벌였다. 지금 소개한 순서는 여론조사의 순위와 대략 같았다. 최덕규 후보가 이성희 후보보다 앞서는 결과도 있었지만 김병원 후보는 늘 단연 3위였다. 농촌사회는 영남과 호남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고 인구는 영남이 많다. 영남의 최덕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지만 농협중앙회장의 선출방식은 '결선투표'라는 변수가 있었다.

영남은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았다. 군소 후보들이 최덕규 후보의 표를 갉아먹었다. 결국 결선투표에는 가장 유력했던 이성희 후보와 김병원 후보가 올라갔다. 김병원 후보는 여러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좋은 성적을 내 왔지만 늘 고배를 마셨다. 전남을 기반으로 하는 부족한 인구가 늘 걸림돌이었다. 투표권을 가진 영남지역 대의원 조합장들은 공공연히 "호남은 투표권이 적은데 김병원 후보가 용을 써 봐야 절대 안돼"라고 선을 그었다.

이제부터 다가올 빅 이슈, 대선을 놓고 이 상황을 생각해 보자. 서울사람과 영남사람, 호남사람이 후보로 나섰는데 막판에 영남사람이 사퇴했다. 그럼 영남의 새누리당 지지세력은 누구를 뽑을까? 호남사람을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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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지역 유권자들은 호남사람을 뽑았다. 가장 당선가능성의 희박하다고 봤던 김병원 후보는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호남사람 표는 그대로 받고, 영남사람 표까지 받아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3위로 떨어진 최덕규 후보는 낙선까지 해 놓고서는 김병원 후보에 대한 부당선거운동 혐의로 구속까지 당했다. 비교하자면 김영삼이 김대중 지지운동 하다가 구속당했다는 이야기다. 농협중앙회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했지만 검찰은 댓가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찾지 못해 김병원 회장을 구속시키지는 못했다. 영남사람이 호남사람을 그냥 도와줬다는 거다. 그리고 만약 최덕규 후보가 결선투표에 나갔으면 호남사람들이 영남사람들에게 조건없이 투표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건 당신의 상식과 일치하는 일인가?

나도 농촌 인심은 잘 모른다.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호남사람도 영남사람도 서울경기 사람은 싫었다는 것이다. 같은 농협인이라도 영호남과 서울경기는 결이 많이 다르다.

농협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호남 지역은 물론 대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 농업 활동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된 서울경기 농협은 비록 농협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농업활동 종사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서울우유도 원래는 서울지역 낙농농가가 만들었겠지만 지금 서울에서 젖소키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면 뻔한 일이다. 하지만 서울경기 지역의 농협은 과거보다 오히려 입김이 세졌다. 돈 안되는 농업보다는 대도시 인구를 기반으로 금융사업에 치중하다 보니 부유하고 훨씬 세련됐다.

그 두 집단이 중앙회라는 곳에서 만나면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시골 촌놈"과 "도시 샌님"이라며 서로 무시했을 것 같다고 하면 너무 심했나? 결국 "도시"와 "농촌"이라는 지역사회의 이해관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친 것이 이번 선거의 결과인 셈이다. 한국, 중국 서로 무시해도 일제시대 이야기 나오면 뭉치듯이. 결국 핵심은 영남과 호남이라는 전선은 더 이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아니라는 것. 그저 선거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요소 중의 하나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20대 총선과 지역주의의 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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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은 지역주의로만 모든 것을 볼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더불어민주당 123
새누리당 122
국민의당 38
정의당 6
무소속 11

이걸 기존 지역주의의 틀로 환산하면 이렇게 된다.

호남 161(민주+국민)
영남 122
기타 17

말이 안되는 숫자다. 호남이 인구가 모자라서 늘 손해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지역주의로 설명되지 않는 요인이 지역주의와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농협중앙회 선거에서 일어난 양상이 바로 그렇다. 남쪽과 북쪽. 분배에 대한 정치성향 등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노예를 해방하려는 북부의 고매한 뜻에 의해 발발했다고 보는 사람이 아직도 있을까? 북부의 신흥 공업과 남쪽의 대농장이라는 먹고사니즘의 충돌이라고 하는 견해가 정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20대 총선에서 호남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당황하고 흥분하고 배신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마치 노예 해방에 서명한 북부의 정치인이 길에서 흑인을 멸시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는 말 같았다. 호남은 그냥 원래 그런곳이 아니다.

20대 총선의 지역주의 규모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국민의당이 가져간 38석이다. "국민의당은 왜 선전했을까"라는 질문은 어리석다. 국민의당이 외인부대로 이뤄진 신설 정당이라는 인식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국민의당은 사실 우리가 알던 진정한 '호남당'인 민주당의 정통성을 가진다. 국민의당을 선택한 사람들의 기호는 분명하다. '호남'이라는 깃발을 걸고 있는 곳이다. '우덜'의 세계. 그들에게는 김대중이나 광주 5월의 정신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호남의 지지에 정치생명을 걸어버린 문재인은 너무 순진했다. 광주항쟁 유공자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호남의 지역주의 유권자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결론은 "그래서 너는 호남편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부산에서 후보를 내고 당선시키려는 문재인이 그들의 편으로 분류될 수는 없었다.

길게 말할 것 없이 영남의 지역주의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스펙트럼은 지역주의 말고도 또 있다. 노무현이 싫은 사람들. 북한이 무서운 사람들, 집값이 올라야 하는 사람들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북한에 돈을 퍼줘서 핵개발을 할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과 살고있는 집값이 상투가 아닐까 불안한 사람들이 영남당에 가세했다. 그들의 세력은 또한 어느정도 이상 존재한다. 만약 새누리당이 순전히 영남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이었다면 50~60석 정도에 머물렀을 것이다.

아까 나눠본 의석수를 기준을 세분화해서 대충 다시 나누면 이렇다.

다르게 먹고살자-_-+ 129(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지금처럼 먹고살고 북한 시져>.< 약62~72(새누리당 일부, 추정치)
우린 호남이여 38
우린 영남이여 약50~60(새누리당 일부, 추정치)
기타등등 11

20대 총선은 지역주의가 이제 태풍이 아닌 고작 비를 많이 뿌리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작아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지역주의도 아니고 새누리당과 반대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모였다. 농협선거에서 서울경기를 기반으로 한 이성희 후보자가 1차투표에서 1위를 한 것처럼 수도권을 지배함으로써 승자가 되었다. 1석 차이의 신승은 비둘기가 노아의 방주로 물고 온 작은 잎사귀와도 같았다. 영남이 호남보다도 지역주의에서 더 자유로워졌다는 신호도 있었다. 부산에서 5석, 마치 상징처럼 대구에서 1석이 왔다. 호남에도 빨간 색은 몇군데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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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선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대선의 다른점은 결선투표가 없다는 점이다. 대선이었다면 서울경기를 기반으로 한 이성희 후보는 분열된 영남과 적은 인구의 호남을 제치고 당선되었을 것이다.

총선과 대선의 다른점은 당선자가 1명이라는 것이다.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했지만 득표가 0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선이라면 그 표를 가져올 수 있다.

아직도 야권 대통합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 정당에 소속된 모든 정치인이 정권의 창출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공화당의 국회의원들은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 이미 트럼프로 이어가던 대선을 포기한 분위기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서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제 밥그릇이 중요한 것이다. 대통합은 호남에 밥그릇을 남겨둔 사람들이 원하는 노름이다. 밥그릇을 늘리겠다고 성추행 전력이 속속 드러나는 트럼프 편에 서는 것은 지금 정치적 자살행위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국민의당을 범야권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역주의는 이제 태풍이 아니라 열대성 저기압이다. 그정도 강수량은 장마로도 나고 게릴라성 호우로도 난다.

더불어민주당이든 정의당이든 심지어 새누리당이든 정권을 잡겠다고 한다면 그런 어설픈 야합은 역사의 뒤로 내려놓아야 한다. 동네 밥그릇은 동네 똥개가 먹게 놔둬야 하는 법. 내가 키우는 애완견이 길거리 쓰레기통 속 쉰내나는 음식을 먹고 들어오는 꼴을 보고 견딜 견주가 있겠는가? 새누리와 국민의당이 합당해야 할 수 있는 소리인 '영호남의 화합'은 이제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프로농구가 시작했는데 아직도 농구대잔치 우승팀이 우리나라 최강팀이라고 주장할 바보는 없다.

그렇다고 갈라 서서도 안 될 일이다. 이재명 시장이 대권에 뜻이 있는데 성남시민 표로 대통령 할 수 있는것도 아니다. 강남표도 없는 박원순 시장이 서울 시민의 표로 대통령을 할 수 있겠는가? 손학규 씨도 움막집 이웃들이 대통령을 추대하지 못한다. 그런데 문재인 씨는 어디서 그 많은 표를 나서 2012년에 2등이나 했을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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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선명하게, 선명하게>

냉정하게 말해 광주 5월의 정신같은 것으로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는다. 5월항쟁이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폭동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투표는 어제 일한 것에 댓가를 지불하기 보다는 내일 일할 것을 고르는 행위다. 정권을 잡으려고 한다면 앞으로 하려는 것을 선명하게 해야한다.

비록 공수표였지만 새누리당의 현수막은 강렬했다. 신림동에서는 사법고시 존치를 외쳤고 농촌에서는 쌀 수매가격 인상을 말했다. 엄마가 많은 곳에서는 누리예산을 들이밀었다. 유권자들은 세부적인 것을 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포풀리즘이라고 반박한 민주당의 말은 먹히지 않았다. 747이 뭔진 모르겠지만 주가지수가 3천 5천을 가니까 부자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이미 제대로 속은 뒤다. 그 배신감이 더불어민주당 123석에 녹아있는 것이다.

경선을 하든 대통합을 하든 그 결과도 선명해야 한다. "흰색 1이랑 빨강 3이랑 파랑2가 섞인 색"이라고 어설프게 뭉치지 말고 "우린 '핫핑크'다"라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 문재인이든, 이재명이든, 박원순이든, 김어준이든 덤비고 싶으면 덤벼도 된다. 하지만 후보 하나가 정해진 뒤 나중에 꼴사납게 "우리 파랑2는 그냥 빠져서 따로 갈게요"할 때는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전제를 미리 합의서에 적어두어야 한다. 지금 미국의 혼란 속에서 테드크루즈나 샌더스가 왜 나서기 싫겠는가? 그래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렇다. 우린 이인제로 대표되는 그런 사람이 여럿 있어왔다.

차기 대통령의 앞날은 험난하다.

딴지일보에 조선시대의 소빙하로 인한 경신대기근을 설명한 글이 연재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프랑스혁명도 기후문제로 인한 식량난이 한 몫 했음을 떠올리면 자유 평등 박애 같은 거 훗날 살아남은 사람들이 읊는 추도사 같은 느낌이다. 정치의 문제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겠지만 의외로 정치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 않나?

정말 그렇다. 요즘의 나날들을 살펴보면 대통령이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억만금을 줘도 안 하고 싶을 감투가 차기 대통령이다. 전통적인 격변의 요인인 기후변화에 해당하는 온난화는 차라리 귀엽다. 얽히고 설킨 글로벌 정세 속에서 개별 국가가 이 난국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과거보다 부유해졌으나 과거에 대해 박탈감을 느끼며 산다.

양질의 일자리는 얻기 힘든데 좋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안락한 삶을 산다. 안락하지 않은 사람의 불만이야 당연히 위태롭다. 그런데 안락한 자들 조차 그것이 계속 유지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고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니 가진사람이 가진 것을 빼았아 모순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너무 순진해 보인다. 이 문제들을 쾌적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나서는 정치인은 안타깝게도 거짓말쟁이라고 봐야 한다. 그냥 뭔가 노력해줬으면 하는 것이 내 최대한의 바람일 뿐이다.

그럼에도 내년에 정권을 잡고 싶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우리를 속여야 한다. 가진것이 분말스프와 건더기스프밖에 없어도 버섯과 불고기와 왕새우와 색색깔의 채소가 고명으로 올라간 라면봉지의 사진처럼 아주 선명하게 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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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헤게모니인 지역주의는 끝났다. 새누리당에는 연거푸 속았다. 지금 그 두 축 밖에서 우리를 혹하게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 대통령의 자격은 능력이나 인격이 아니다. 그저 표를 많이 얻는 게 자격임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보장한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말의 선명함도 그런 거다. 내가 시멘트 회사 사장이라면 그 말에 가슴이 얼마나 뛰겠어? 나는 트럼프가 아직도 자격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성한그곳


편집: 딴지일보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