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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7일 오전에 발사된 중국의 7번째 유인우주선 선저우 11호는 이틀간의 랑데뷰 과정을 거쳐서 이미 400km 고도에 머물고 있는 텐궁 2 우주정거장에 도킹하게 됩니다. 평소 중국의 로켓 발사 등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국내 언론에서도 일제히 중국의 '우주 굴기'를 소개하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는데 꽤 어색한 모습이 아닐 수 없네요. ^^;;


아무튼 본 글에서는 선저우 11호 유인우주선과 텐궁 2 우주정거장에 대해서 무수히 쏟아져 나온 국내 기사들, 설명글들이 빠트린 부분을 설명해보려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선저우 11호의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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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중국의 첫 우주 도킹에 성공한 선저우 8호와 텐궁 1 우주실험실 프라모델


중국의 유인 우주기술에 대해서는 먼저 그 기술의 원천을 이해해야 합니다. 중국은 과거 구소련의 협조로 초보적인 탄도미사일 기술을 얻었지만 중소 분쟁으로 기술교류가 단절되면서 독자적으로 우주공학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비록 1960년대 말에 첫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긴 했어도 이후 기술발전 속도는 상당히 느린 편이었죠. 그러다가 1990년대 초반에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중국은 본격적으로 구소련의 우주공학 기술을 쇼핑하게 됩니다.
 

일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들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남겨진 구소련의 우주항공업체들로부터 신형 로켓엔진의 기술력을 입수했고, 유인우주선 기술 등은 러시아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꽤 폭넓게 얻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러시아가 핵심 로켓 기술의 이전은 거부했기에 로켓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소유즈 우주선, 우주정거장 등)의 기술만 제공받고, 부족한 로켓 기술은 우크라이나에서 따로 입수한 셈이지요.


현재 중국이 보유한 유인우주선 발사체인 창정 2 로켓은 외형상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4개의 부스터와 1단 로켓이 그러한데요, 정작 이 로켓은 소유즈 로켓과 별다른 기술적 연관성이 없습니다. 로켓의 구성 방식만 흡사할 뿐, 중요한 엔진은 소유즈와 전혀 다른 것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선저우 우주선의 경우, 소유즈 우주선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게다가 적용된 기술도 소유즈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선저우와 소유즈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하면 따로 한 분량이 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중국은 1999년부터 선저우 1~5호를 무인 발사하여 시험했고, 2005년에 이르러서 첫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 6호를 발사합니다. 러시아 기술에 뿌리를 둔 우주선답게 비행 과정은 거의 자동화되어 우주비행사가 직접 탑승하지 않아도 우주로 다녀올 수 있다는 뜻이죠. 2008년에 선저우 7호를 통해서 첫 우주유영을 성공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터넷상으로 의혹 제기가 많지만 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2011년에는 드디어 우주정거장(이라 하지만 공식적으론 우주실험실입니다. Space Lab!) 텐궁 1호를 발사하고 무인 우주선 선저우 8호를 성공적으로 도킹시킵니다. 유인 우주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들인 우주유영, 랑데뷰, 도킹을 모두 성공시킨 것이죠. 텐궁 1호는 구소련의 초기형 샬류트 우주정거장처럼 단 모듈 우주실험실입니다. 텐궁 1호에는 동시에 1대만 도킹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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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궁 1호 조감도, 한쪽에 도킹 포트가 있고 반대쪽에는 추진부가 존재한다


구소련의 우주정거장 샬류트 1~5호는 텐궁 1호처럼 도킹 포트가 하나만 있었습니다. 샬류트는 무게가 18톤 가량이었지만 텐궁 1호는 8.5톤에 불과하다는 점만 제외하면 비슷한 형식입니다. 반면에 샬류트 6, 7호는 도킹 포트가 양쪽에 붙어 있었습니다. 소유즈 우주선과 프로그레스 화물선이 동시에 접속하기도 했죠. 이런 다중 도킹 기술은 곧 멀티 모듈 우주정거장 기술로 이어지게 됩니다. 샬류트 7호 이후에 구소련은 미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소련은 망했고, 미국의 자본에 힘입어서 미르 우주정거장이 완공된 덕분에 관련 기술은 고스란히 서방세계에도 전해졌죠. 이후 국제우주정거장 역시 샬류트 6, 7호에서 비롯된 다중 도킹 기술과 미르 우주정거장의 멀티 모듈 우주정거장 개념이 확장되어 현재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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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저우 우주선과 도킹한 텐궁 2호의 축소 모델,

텐궁 2호의 양쪽에 도킹 포트가 장착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중국은 첫 유인 우주비행, 우주유영, 랑데뷰와 도킹을 거치면서 6대의 유인 선저우 우주선을 발사했었습니다. 이번에 7번째로 발사된 선저우 11호는 텐궁 2 우주정거장과 도킹하면서 멀티 모듈 우주정거장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를 수행하게 됩니다. 뉴스에서는 선저우 11호 승무원들이 새로운 우주정거장인 텐궁 2호에서 30일간의 장기간 우주 체류 실험과 여러 가지 과학실험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멀티 도킹 능력을 지닌 텐궁 2호의 양측 도킹 포트에 번갈아가면서 도킹하는 실험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것이 이번 선저우 11호의 가장 큰 임무가 될 것입니다.

텐궁 2호 역시 아직 중국의 신형 발사체가 배치되지 못한 관계로 8.6톤에 불과한 작은 우주실험실 수준입니다. 그냥 우주정거장 형식만 갖춘 것이죠. 십여 톤이 넘어가는 모듈 여러 개를 이어붙인 우주정거장에 비하면 매우 작습니다. 하지만 텐궁 1호가 도킹 연습에 치중한 목적이라면, 텐궁 2호는 멀티 모듈을 결합하여 더 큰 우주 구조물을 만들기 위한 실습용입니다. 아마도 중국은 머지않아서 텐궁 2호의 양쪽에 우주선 2대를 동시 도킹시키는 실험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는 유인 우주선, 한 대는 무인 우주선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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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텐궁 우주정거장이 여러 모듈의 도킹을 통해서 확장하는 컨셉 이미지


도킹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은 바로 도킹 포트입니다. 중국은 90년대 초반에 러시아로부터 소유즈 우주선과 관련 기술을 배워오면서 도킹에 대한 기술도 그대로 전수받았습니다. 러시아는 크게 두 가지의 도킹 포트 관련 규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SSVP-G4000 (Probe and Drogue 방식)


소유즈 우주선에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이 도킹 규격은 암/수 분리가 되어 있습니다. 숫놈인 소유즈 우주선 측의 도킹 포트는 길쭉한 탐침(Probe)이 있고, 암놈인 우주정거장의 도킹 포트는 원뿔 모양 홈(Drogue)이 있습니다. 같은 극성끼리는 서로 도킹을 할 수 없지만, 일단 탐침이 원뿔 홈에 걸치기만 하면 결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공중급유기의 주유관과 비슷한 원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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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즈 우주선이 앞쪽 도킹 포트에 길쭉한 탐침(Probe)을 내밀고 있다. 도킹시에만 탐침을 내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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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원뿔 홈, 왼쪽이 탐침. 아주 정확하게 결합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도킹이 된다


국제우주정거장에는 러시아 측 모듈들에 이러한 SSVP-G4000 도킹 포트의 홈(Drogue) 부분이 4개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곳을 통해서 소유즈 우주선, 프로그레스 화물선, 그리고 유럽의 ATV가 도킹합니다. 이 방식은 우주선이 능동적으로 도킹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기도 합니다.

SSVP-G4000 방식은 샬류트 우주정거장 초기부터 사용되어온 방식이지만 현재는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 도킹할 때만 주로 사용합니다. 만약 우주선끼리 도킹한다면 이 방식으로는 미리 우주선의 성별을 역할 분담하여 도킹 포트를 부착해야 합니다. 즉, 범용성에서는 약간 떨어진다고 봐야겠죠.


아폴로 우주선의 도킹 포트(사령선-달 착륙선)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었습니다.



APAS (Androgynous Peripheral Attach System)


이 방식의 특징은 양성 도킹 포트라는 것입니다. 즉, 암/수 구별이 없어서 범용성이 매우 높습니다. 만약 우주정거장 모듈의 양쪽에 APAS 방식의 도킹 포트를 설치하면 어떤 모듈이든 이리저리 떼었다가 붙였다가 해도 됩니다. APAS 방식은 1975년에 정식 규격으로 제정되었고 이후 미르 우주정거장 건설 시에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APAS-75 규격이 처음 나왔으며, 미르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APAS-89 규격이 나왔었습니다. 그리고 구소련이 해체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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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왕복선에 장착된 APAS-95 도킹 포트, 미르 우주정거장에 도킹하기 위해 장착되었다


중국은 바로 이 시점에 기술 쇼핑을 통해서 러시아로부터 APAS-89 규격의 도킹 포트 기술을 입수합니다. 이어서 미르 우주정거장이 미국 자본으로 재건설 되면서 미국 우주왕복선이 미르 우주정거장에 수시로 도킹하게 되죠. APAS-95 규격이 이 무렵에 나왔고 국제우주정거장 건설까지 이어져서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의 러시아 측 모듈들은 APAS-95 규격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지 우주선들과 도킹을 위해서 별도로 외부에 SSVP-G4000 Drogue 포트를 장착하고 있지만, 정작 우주정거장 모듈의 결속은 APAS-95 포트로 되어 있습니다.


CBM (Common Berthing Mechanism)


미국은 CBM 규격의 도킹 포트를 사용했습니다. 러시아의 APAS 방식은 통로의 직경이 0.8m인데 반해, CBM 방식은 직경 1.2m로 매우 넓어서 큰 물건을 옮기는 데 유리하죠. 하지만 APAS 방식이나 소유즈 도킹 포트에 비해서 도킹 작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유즈 방식은 탐침을 이용해서 도킹을 수월하게 해주고 APAS 방식은 도킹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며 양성 도킹이 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CBM 방식은 매우 정확하고 느리게 도킹을 시켜야 합니다. 현재는 로보암을 통해서 스페이스X 등의 무인 화물선을 잡아서 수동적으로 도킹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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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도킹 포트도 암/수 구별이 있다, 통로 직경이 1.2미터로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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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의 Tranquility 모듈이다, 앞/뒤/상하좌우에 커다란 CBM 도킹 포트가 장착되어 있다


국제우주정거장 건립에 동원된 미국 우주왕복선은 미국 측 모듈의 CBM 도킹 포트에 접안하곤 했었습니다. 미르 시절에는 APAS 도킹 포트를 장착하고 미르로 뻔질나게 도킹하더니,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자국 표준 규격으로 도킹했었죠.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우주선 중에서 스페이스X의 드래건V1 화물우주선, 오비탈ATK의 시그너스 화물우주선, 일본의 HTV가 CBM 규격의 도킹 포트를 장착한 덕분에 능동 도킹을 못하고 로보암의 도움으로 수동 도킹을 하게 됩니다. 대신에 통로가 넓어서 큰 물건을 옮기기 편하다고 하네요.


반면에 유럽의 ATV, 러시아의 우주선들은 SSVP-G4000 방식으로 러시아 측 모듈에 능동 도킹을 하고 있습니다. APAS 도킹 포트는 이미 러시아 측 모듈 간의 연결과 SSVP-G4000 어댑터 연결부에 적용되어서 별도로 도킹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IDSS (International Docking System Standard)


국제우주정거장에는 결국 세 가지 도킹 포트 형식이 존재합니다. APAS-95, SSVP-G4000, CBM으로 혼재되어 있기에 얼마 전에 새로운 통합 도킹 규격인 IDSS(International Docking System Standard)을 제정하여 IDSS 규격의 도킹 포트를 국제우주정거장의 기존 CBM 도킹 포트 2곳에 어댑터를 통해서 설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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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국제 규격 IDSS,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모양이다


그런데 IDSS 규격 자체는 사실 APAS-95 규격의 개량형입니다. 양성 도킹이 가능하며 기존의 APAS 방식 도킹 포트와도 호환이 됩니다. IDSS 방식은 국제우주정거장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국가들에 기술 정보가 공유되어 앞으로 각국의 우주선, 모듈들이 우주에서 협업하는 데 통일된 규격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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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오리온 우주선, 드래곤V2 우주선 등은 모두 IDSS 규격을 사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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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의 우주선들 도킹 포트 영상, APAS 방식과 흡사하다

IDSS보다 구식으로 보인다


국제우주정거장의 CBM 도킹 포트 일부를 IDSS 방식으로 변경한 이유는 곧 있을 스페이스X, 보잉의 새로운 민간위탁 유인우주선들이 미국 측 모듈에 접안하기 위함입니다. 새로운 민간 우주선들은 모두 IDSS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미국의 우주선들에 기존 소유즈 도킹 방식을 채용하진 않은 것이죠.


선저우 우주선과 텐궁 모듈의 도킹 방식


중국이 90년대 초반에 러시아로부터 APAS-89 규격의 도킹 포트 기술을 습득했다고 위에서 설명했습니다. 현재 중국은 APAS-89 규격을 계속 발전시켜서 독자적인 도킹 포트를 사용 중인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APAS-89, 95 방식과도 호환이 되는 것으로 추정 되고 있습니다. 중국 측이 정확한 공개를 하지 않고 있지만, 각국의 여러 전문가들은 선저우 우주선과 텐궁의 도킹 포트를 보면 APAS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아마도 APAS 방식의 후계자인 IDSS와도 호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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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궁 2호의 도킹 시스템 실험 장면, APAS-89에서 진화(?)한 중국의 도킹 시스템이다


텐궁 1호의 도킹 시스템 관련 영상, 꽤 빠른 속도의 하드 도킹에도 견딜 수 있다


선저우 우주선은 앞쪽의 도킹 포트가 소유즈 우주선과 다르게 아예 APAS-89의 중국판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측 입장에서는 SSVP-G4000, APAS를 나눠서 복잡하게 도킹 포트를 구성하기 보다는 아예 우주정거장 모듈의 접합용으로 개발된 APAS 도킹 포트를 우주선에도 채용해서 일원화 시킨 거죠.

예전에는 불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선저우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직접 도킹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측의 도킹 포트 규격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었다면 안 되겠지만...)


여담이지만 영화 '그래비티'에서 주인공이 탄 소유즈 우주선이 중국의 텐궁 우주정거장으로 날아가죠. 만약 제대로 도착했더라도 도킹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소유즈 우주선의 도킹 포트와 텐궁 우주정거장의 도킹 포트 규격이 다르기 때문이죠.


앞으로 2024년에 국제우주정거장은 해체가 된다고 합니다. 서방세계의 모듈은 모두 대기권에 재진입시켜서 소각 처리하거나, 민간에 매각되어 관광상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에 러시아 측 모듈들은 대부분 APAS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중국 측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의 러시아 측 모듈을 중국에 매각한다면?


선저우 11호와 텐궁 2호는 이러한 기술의 연장선에서 국제적인 우주공학 흐름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의 야심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현재 미국 등은 중국의 우주 굴기에 극심한 반감을 가지고 어떠한 우주기술도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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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궁 우주실험실과 선저우 우주선의 도킹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중국이 우주 굴기를 위해 하나씩 전진하는 모습은 우리에겐 부러울 따름이다.






엘랑


편집: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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