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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23. 금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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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생강은 약재와 식재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정확하게 가운데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마늘이나 파도 때론 약재로 활용되지만 채소라 말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강은 약이라고 말해도 옳고 채소라고 말해도 옳습니다. 향신료라 말해도 정확한 표현입니다.


생강은 감초와 더불어 약재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수많은 음식에 감미료로 사용됩니다. 또한 생강편, 생강주, 생강차처럼 스스로 음식이 되기도 합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율곡 이이는 제자들에게, “화합할 줄 알며 자기 색을 잃지 않는 생강이 되어라.”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언론이란 무릇 생강과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칩니다. 


시장에 나가면 다양한 모양의 생강들이 있습니다. 쪽 하나가 어린 아이 손 보다 큰 생강도 있고 꼬불꼬불 까먹기 곤란하게 생긴 생강도 있지요. 붉은 빛이 도는 생강도 있고 하얗거나 회색의 생강도 있고 흑회색의 생강도 있습니다.


어떤 생강이 나에게 필요한 생강일까요. 생강이 그저 생강일 테지만 종류에 따라 조금씩 맛도 다르고 쓰임도 다릅니다. 오늘은 다양한 생강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쓰임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생강은 고려시대에 처음 들어왔다더군요. 어떤 할배가 중국에서 생강 몇 쪽을 들여와 이곳 저곳에 심어 봤지만 잘 자라지 않았는데 완주 봉동에 심었더니 잘 자랐다 카더라... 뭐 그래서 이 나라에서 처음으로 생강이 재배된 곳이 완주 봉동이고, 어쨌든 지금까지도 봉동 생강을 최고로 알아줍니다.


봉동생강.jpg

<봉동생강>


현재 생강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은 충남서산과 태안 일대입니다. 서산 부석사로 가는 길가엔 생강한과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길 옆으로 댓잎처럼 푸른 잎이 쭉쭉 뻗어 있는 넓은 생강 밭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생강밭.JPG



서산시와 태안군은 생강을 특화상품으로 키워냈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지만 완주 봉동은 20여 년 전 공단이 조성되고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생강식물도감.JPG


본디 생강은 열대지방에서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뿌리를 내리고 2년이 지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종의 변형을 이루는데 한국은 겨울이 있어서 꽃을 피우기 전에 수확을 합니다. 매년 땅속줄기만 길러내고 그 줄기의 쪽을 나눠 다시 심으면 또 다시 땅속줄기만 길러내는 식이죠.


이런 식으로 고려시대 초기부터 지금까지 번식해 왔기 때문에 종의 변형은 0.1%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전국에서 자생하고 있는 생강은 고려시대 처음 들여온 생강의 한 조각이라는 얘기입니다. 고려시대부터 무성 생식하는 그램린 생강?? ......호...혹시... 사도??


그러니 이 땅에서 생강은 토종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차라리 봉동생강, 서산생강, 나주생강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이 옳겠지요. 이렇게 종은 하나일지 모르지만 그 맛은 지역마다 다른데, 이유는 토질에 있다고 봅니다.


전주에서 차를 타고 20여 분 가면 봉동이 나옵니다. 봉동공단 주변으로 아직도 많은 농가에서 생강을 재배하고 있는데 이곳의 토양은 황토가 주를 이룹니다. 봉동에서부터 김제백구까지 붉은 황토가 주요 토양인데 봉동은 분지를 이루고 있고 바람이 적어 생강 농사에 적합했고 김제백구는 바람이 잘 통하는 들판에 있어 포도농사에 적합했습니다. 그래서 백구는 여전히 포도로 유명합니다. 


황토는 영양분은 적지만 작물을 길러내면 단 맛을 냅니다. 그래서 황토에 퇴비를 많이 주고 농사를 지으면 어떤 작물이건 맛이 좋지요. 봉동생강도 이런 이유로 향이 좋고 단 맛이 많아 사람들의 입에 오랫동안 오르내린 것입니다.


생강은 병충해는 적지만 재배하기 까다로운 작물 중 하나입니다. 알칼리성 토양에 토질이 매우 비옥해야 하고 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물 빠짐도 좋아야 잘 자랍니다. 이런 까탈쟁이가 있나... 물을 좋아하는데 물 빠짐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물을 자주 줘야 한다는 말인데 물을 자주 주면 퇴비와 석회질이 그만큼 씻겨 나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생강은 계속해서 웃거름을 줘야 됩니다. 온도에도 매우 민감해서 조금이라도 추위를 타게 되면 얼어 죽거나 땅속줄기를 키워내지 않습니다. 그러니 파종과 수확시기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고 바람이 타는 곳에서는 또 생장이 느려요. 젠장. 그래서 바람이 적은 곳에서 키워야 합니다.


봉동이 이런 생장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지역은 아니었습니다. 황토질에 영양분도 적은 토양이었지만 물 빠짐이 좋았고 바람을 타지 않고 기후의 변화 폭이 좁은 지역였던 것이죠. 말하자면 죽지 않을 만큼 갈구기 좋은 지역였죠. 살긴 사는데 얼마나 살기가 괴롭겠어요. 그러니 쭈굴쭈굴 결구가 많이 생기고 작게 자라게 된 것이죠. 이렇게 작고 볼품 없긴 해도 황토에서 자라 깊은 향고 단 맛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봉동생강이 (보기는 흉해도)맛은 좋다고들 하는 것이죠.


이 봉동생강이 이강주(배와 생강으로 빚은 술)의 재료가 되었고 생강차를 끓여 마실 때 그 향이 매우 깊습니다. 또한 김치양념으로 넣으면 여러 재료의 잡내를 잡아주고 젓갈의 비린내를 물리치는 데도 적합합니다.


서산에 갔을 때 서산의 토질을 유심히 관찰해 보진 않았지만 이곳도 만만찮은 황토질의 토양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울창한 소나무숲이 장관이었던 것으로 미뤄봐도 그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봉동보다는 토양이 비옥한 듯합니다. 봉동생강보다 크기가 크고 결구가 적었습니다. 단 맛은 봉동생강에 미치지 못하지만 향은 매우 좋고 섬유질이 부드러워 한과나 생강편을 만들기에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산의 한과가 유명세를 탈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


생강한~1.JPG


최근에는 개량종 생강을 많이 재배합니다. 국내산이긴 한데 크기가 크고 하얀빛깔이 많이 나는 생강이 개량종 생강입니다. 이 개량종 생강은 새로운 종자를 중국이나 동남아, 인도 등지에서 들여와 국내의 토양과 기후에 맞게 개량(몇 해를 키워내 적응시킨)해 농가에 보급한 종입니다. 맛과 향에서는 봉동, 서산생강에 뒤지지만 크기가 크고 잘 자라 소출량이 많습니다. 농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재배가 까다로운 토종생강보다 개량종 생강을 재배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고 수입도 늘리는, 일석이조. 허나 개량종 생강은 토종 생강에 비해 맛과 향이 덜합니다.


개량종 이전에 중국에서 많은 양의 생강이 수입됐었습니다. 일부에선 이 수입된 생강을 종자로 이용해 재배를 시도해 보았지만 성공적으로 토착화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중국산 생강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최홍만 손바닥 보다도 크고 두꺼울 것입니다. 그래서 업자들 사이에서는 곰발바닥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국내산 생강에 비해 단 맛과 향이 덜하고 섬유질이 질기지만 수분이 많아 생강즙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생강즙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진저에일, 짜이 같은 음료를 만들거나 적당한 향을 낼 수 있는 제과에 주로 이용됩니다.


몇 차례 중국산 생강으로 김치도 담아보고 요리에 사용해 봤지만 향도 덜하고 다져 넣었을 때 씹히는 맛이 좋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중국산 생강이나 미국산 생강은 생강즙이 필요한 요리나 생강의 옅은 향이 필요한 요리에 즙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국생강.jpg


90년대 초반에 전북과 충남 일대에서 생강 재배 붐이 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붐이 일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짐작으로는 어느 해에 냉해를 입고 생강 값이 폭등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무튼 그 붐에 편승해 우리 집도 생강농사를 지었었습니다. 사실 생강 농사는 매년 조금씩 지어왔지만 그 해는 유난히 생강농사를 많이 지었다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농사를 많이 지었으니 어린 것 손도 필요했을 겁니다. 그 때 배웠던 재배 방법은 여전히 유효한 듯 보입니다. 생강은 작은 화단이나 화분에서 재배해도 한 해 먹을 양을 키워낼 수 있으니 지금부터 이야기 할 재배 방법으로 각 가정에서 조금씩 재배해 본다면 김장철은 물론이고 겨울철 생강차로도 두루 사용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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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된 씨생강>


봄이 되면 재래시장에 씨생강이 나옵니다. 뾰족하게 새순이 올라온 씨생강... 씨생강으로 시장에 나온 것들은 5도씨 이상의 장소에서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며 지켜낸 것들입니다. 생강은 5도씨 이하의 장소에서 2~3일이 경과되면 이듬해 싹을 잘 틔워내질 않습니다. 0도씨 이하로 내려간 곳에서 1시간만 지나도 그대로 조직이 파괴되고 썩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시골에서는 가을에 수확한 생강을 단지에 담고 흙을 덮어 아랫목에 잘 모셔 둡니다. 흙에 수분이 많으면 썩어버리고 수분이 없으면 말라버리죠. 적당한 수분을 유지시켜야 하는데 말이 쉽지 봄이 될 때까지 1/3도 건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빠는 곡괭이로 동굴을 팠습니다. 곡괭이로 5m 정도의 동굴을 파는데 한 달이 걸리더군요ㅋㅋㅋㅋ


그렇게 판 동굴에 생강을 넣고 흙으로 잘 덮어두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이듬해 봄까지 싱싱하게 유지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지나지 않아 동굴이 무너져 내리고 그 후로는 동굴 팔 생각을 하지 않으시더라구요. 쩝.


요즘 엄마는 가을이 되면 씨생강이 될 생강을 제가 사는 집으로 가져갔다 봄이 되면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노인네가 겨울 동안 기름값 아깝다고 전기장판으로 연명하고 며칠씩 집을 비우기라도 하면 아무리 아랫목여도 생강이 배겨내질 못하더군요. 추위를 피해 겨울동안 우리집에 와 있던 생강은 봄이 되면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갑니다.


새순이 나지 않은 생강을 바로 밭에 심으면 새순이 올라 올 때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새 순을 미리 틔우는 작업을 합니다. 땅을 30cm 정도 파고 그 안에 생강을 덩어리로 넣습니다. 그 위에 흙을 덮고 볏짚을 덮고 담요를 덮어 줍니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뾰족한 새순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렇게 새순이 나온 생강을 마디마디 자른 것이 씨생강입니다.


씨생강이 나오기 1~2주 전에 밭에 닭똥퇴비를 넉넉히 뿌리고 땅을 갈아 줍니다. 밭에 닭똥을 바로 뿌리고 생강을 심으면 생강이 썩을 수 있으므로 1~2주전에 생강 심을 밭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죠. 도시에서 화단이나 화분에 생강을 심을 때는 물 빠짐이 좋은 사질 토양에 황토흙을 조금 넣고 퇴비를 넉넉하게 섞에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밭에 씨생강을 사방 한 뼘 정도의 간격으로 심어 줍니다. 생강을 심고 그 위에 볏짚을 덮어주는데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하고 퇴비가 물에 싯겨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생강은 초기 이식하는 봄철에 추위만 주의하면 병충해도 적고 여름 동안 발육도 좋아서 큰 어려움 없이 키워낼 수 있습니다. 단지 가뭄이 심할 때 종종 물을 한 번씩 줘야 하지만 향이 강하고 단 맛이 강한 생강을 원한다면 생강을 괴롭히세요. ㅋㅋㅋ 물도 죽기 직전에 한 번씩만 주고 웃거름도 주지 마세요. 그러면 가을에 매우 작지만 맛있는 생강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을에 생강을 캐다 보면 신강과 함께 구강을 볼 수 있습니다. 구강은 봄에 심었던 씨생강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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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거무틔틔하고 뭉툭한데 껍질을 벗겨 보면 노란 생강이 들어 있습니다. 구강은 약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차로 끓였을 때 향이 매우 좋아 개인적으로는 구강으로 생강차를 끓여 마십니다. 구강은 향이 너무 강해 음식의 맛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를 끓이거나 찍어 먹는 양념간장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생강은 김치에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생선과 육류요리에도 빠질 수 없는 재료입니다. 특히 생선요리를 할 때 비린내를 잡는 최고의 향신료인데 김치에 사용하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도 젓갈의 비린내를 잡기 위함이지요.


일반적으로 육류요리에서는 마늘로 대체하거나 아주 미량만 첨가하지만 생선요리는 마늘과 생강의 비율을 1:1 혹은 2:1의 비율 정도로 많이 첨가합니다. 사실 이렇게 생강을 많이 넣는다고 해봐야 생선의 맛있는 비린내를 모두 날려 버리는 미친 짓 일 수 있지만 갯가에 살던 사람들이나 비린내를 좋아하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비린내가 심하면 음식점을 찾지 않으니 생강을 많이 사용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아쉬운 일이지만 요즘 순대에도 생강을 많이 사용해 뒷 맛에 생강향이 느껴집니다. 깔끔해서 좋기도 합니다만 순대의 누린내가 밥 맛과 술 맛을 높여주기도 했었거덩요.


전주 모래내 시장에는 끝내 그 누린내를 고수하는 순대국밥집이 남아있습니다. 아주 가끔 그 누린내가 그리워질 때 한 번씩 들러 맛을 보는데 모든 맛은 버려질 이유 없음을 갈 때 마다 깨닫게 만들어 줍니다. 그 국밥의 누린내를 가시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소주만한 것이 없겠죠. 네. 그렇다구요... 쩝 ㅎㅎㅎ


감기에 걸렸을 때나 몸이 추울 때 생강차를 끓여먹는데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몸에 열이 많은 편인데 감기에 걸렸을 때 생강차를 마시면 목이 따끔거리고 온몸에 열꽃이 피기까지 하더군요. 생강의 향과 맛을 좋아해서 평소에는 생강편도 자주 먹고 생강차도 종종 끓여 먹지만 감기에 걸렸을 때라던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생강차를 마시지 않습니다.


생강은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만병통치약 급의 약효를 발휘하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몸의 열을 더욱더 올려 시력이 나빠진다거나 기관지 질환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기에 결렸을 때는 생강차 대신에 무즙을 따뜻하게 데워 먹는데, 발군의 효과를 발휘하더군요. 몸에 열이 많은 분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 생강차 대신에 무즙을 드시라.


생강까지 왔으니 간단한 요리팁 한 가지를 전하고 생강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집에서 국 좀 끓이고 밥 좀 해 맥인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이름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심영순.


요리연구가이고 최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향신즙, 향신간장, 향신기름 등을 개발하고 브랜드화 해 판매하고 있는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중 향신즙은 아주 간단한 조합으로 음식의 맛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니 딴지 덕후들도 한 번 사용해 보시라능.


무, 배, 마늘, 양파, 생강을 1:1:1:1:0.2의 비율로 믹서기에 넣고 갈아줍니다. 생강을 좋아하거나 생선요리를 하겠다면 조금 더 넣어도 좋습니다. 이것을 오랫동안 갈면 죽처럼 변합니다. 조금 지저분해도 괜찮은 음식에는 이걸 그대로 넣어도 상관없지만 나물이나 맑은 국에 넣으면 탁해지니 면보에 맑은 즙을 걸러 사용하면 좋습니다. 향신즙 자체의 맛은 상당히 역한 맛을 내지만 일단 음식에 조미료로 사용되면 대부분의 음식의 맛을 살리는데 훌륭한 역할을 해 냅니다. 지금까지 맛본 대체 조미료 중 가장 훌륭한 맛을 낸다고 생각해서 추천해 드립니다.


향신즙.jpg




크기변환_갓 copy.jpg


어떤 면에서 보자면 갓과 생강은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작물입니다. 갓도 생강처럼 종을 분류하기가 대단히 어려운데, 그 이유는 너무나도 많은 변종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번식력이 좋아 전국 어디서건 씨만 떨어지만 잘 자라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지방마다 변종이 생겨납니다. 우리집 갓과 이웃집 갓이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들에 자생하는 갓들도 여러 종류인데 종 안에서 교배가 자유롭게 이뤄지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갓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편의상 김장철에 주로 사용하는 얼청갓, 여수 갓김치로 유명한 청색갓, 봄철 겉절이로 활용되는 적색갓으로 이름을 나누지만 청색갓이 길이가 짧은 것도 있고 적색갓이 얼청갓처럼 두툼하게 옆으로 퍼져 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갓은 식물계의 자유영혼~ 길냥이.


종을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고 생강처럼 애지중지 키우지 않아도 저 알아서 잘 자라는 녀석입니다. 황 화합물로 매운 맛을 내기 때문에 병충해도 적고 추위에도 강해 서리 맞고 눈 맞아도 야무지게 잘 버티죠. 생강은 외동딸, 외아들 같다면 갓은 뭐... 4남 7녀중 8째 정도...?


이렇게 흔해빠진 갓이라지만 그 맛과 실용적인 측면에선 생강에 버금 갑니다. 어쩌면 식재료로서는 생강 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머스터드라고 알고 있는 겨자는 갓의 씨앗입니다.


겨자씨.jpg

<겨자 - 갓의 씨앗>


머스터드 소스가 맵지 않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이유는 겨자를 60도 이상 가열 했을 때 매운맛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겨자가루를 60도 이상의 따뜻한 물에 개고 마요네즈와 벌꿀 등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매운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냉채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겨자소스는 미지근한 물에 갠 것이어서 매운 맛을 유지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겨자소스는 차가운 음식에서 매콤한 맛을 낼 때 사용됩니다. 한국에서는 겨자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갓의 잎과 줄기를 식용으로 사용하지만 서양에선 겨자 씨앗을 더욱 더 선호하는 듯 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머스터드 소스들이 수입 제품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홀그레인 머스터드나 디종 머스터드도 심심찮게 눈에 띄더군요. 이런 제품들은 겨자 씨앗 본연의 톡 쏘는 맛을 유지하면서 부드럽과 달콤한 맛을 가미했기 때문에 다양한 요리들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를 기웃거리다 홀그레인 머스터드가 눈에 띄면 한 병 사뒀다 여러 가지 요리들에 매콤한 맛을 더하고 싶을 때 활용해 보세요. 씹히는 맛이 후추나 고추와는 사뭇 다른 매콤함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홀그레인 머스터드.jpg


한국에서 갓은 김장김치를 담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일뿐만 아니라 갓김치 자체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겸둥이입니다. 특히 여수 돌산 갓김치는 김치계의 스테디셀러가 된지 오래. 여수의 어떤 식당엘 가던 맛있는 갓김치와 물갓김치의 맛을 볼 수 있으니 올 여름은 여수 밤바다를 즐기며 갓김치를 맛보시라.


갓김치.JPG


갓까지 김장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양념들을 알아봤습니다. 여기까지 김장로드를 걸어온 샘이죠. 김치에 들어갈 젓갈과 각종 향신료를 알아 봤으니 다음 편에선 배추와 무를 알아보고 끝으로 김장김치, 동치미를 비롯해 각종 김치의 종류와 담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몇 가지의 향신료들이 아직 남아 있지만 좀 지겹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패스. 김장이 끝나면 곧장 바다로 떠나겠습니다. 풀은 이제 그만 먹자. 사람 되겠다. 바다로 가자.


밥상머리에 비린 것 한 가지는 있어야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시는 분들. 기대하시라.








Ath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