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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02. 금요일

방망이 깎는 카인






두 달 연속으로 [더딴지]에 원고가 킬당하고 나서는 대체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하고 우울증에 빠졌더랬다. (편집자 주 : 문제가 있는 곳에 항상 누가 있는지 생각해 보길)그러나 아무리 고민해봐도 인성과 뱃살과 덕력 외에는 단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내 원고는 진지할 때는 진지한대로 괜찮았고 허망할 때는 허망한대로 나쁘지 않았다. 재수 없는 거 안다. 이건 니덜이 이해해라. 역심리학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방어 기제일 뿐이다.


어쨌든 [더딴지] 9호의 주제가 통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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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그리고 내게는 평소의 덕력을 살려 수퍼히어로 장르의 양대 산맥인 DC와 마블을 붙여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가 왔다. 그냥 무기력하고 우울할 뿐인 나는 그러노라고 했다. 그게 무슨 상황을 불러오게 될지 상상도 못한 채.


애초에 방대함을 자랑하는 두 회사의 세계를 대결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수였다. 물론 나도 한계가 있는 일개 잉간인지라 덕력이 그 모든 세계를 속속들이 아우를 정도가 되지는 못했으므로, 대강 일곱 개 정도의 부문을 마련하고 양쪽 세계의 선수를 선정해 대결시키는 구도를 잡았다. 일곱 부문도 힘겹게 추려내었다.


그러나 그조차도 너무 많다는 걸 원고를 쓰면서도 깨닫지 못했다. 신들의 전쟁, 라그나로크를 쓰는 기분을 느꼈으면서도 말이다.


마침내... 내 원고는 A4 용지로 74페이지를 채워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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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단행본을 쓰지 그랬냐", "원고를 쓴다더니 방망이 깎는 노인 코스프레냐", "넌 왜 맨날 오바야" 이런 반응에 직면했고 나는 눈물을 흘리며 뼈 같은 원고를 깎아내기 시작했다.


우선, 총 일곱 챕터에서 둘을 빼 다섯 챕터로 만들었다. 들어간 이미지들의 사이즈와 위치를 조절하고 문단 구성을 다시 했다. 실로 내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 내용에 있어 한 문단이라도 빠지면 글이 삐걱댈 수준이었는데도 더 줄일 곳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줄였건만... 한계는 46페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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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46페이지 버전을 송고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함께 실릴 다른 훌륭한 기사들을 분량으로 엿먹이는 나쁜 짓을 했다는 걸. 당연히 "이거 도저히 안 되겠는데..." 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목 매달고 죽어버릴까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진 문장은 "...이거 별책부록으로 가자!"


이렇게 [더딴지] 최초의 별책부록은 내가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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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개 덕후에게는 작은 만족이지만 [더딴지]에게는 컨텐츠의 큰 충실함이다.


그러나 영예의 순간도 잠시, 나는 이내 잘라낸 두 챕터의 아까움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잘 썼건 못 썼건 다 내 자식인데... 힘겹게 배 곯으며 밤 새서 썼는데... 읽히지도 못한다니 이건 너무해...!


그리하여 독자 니덜에게 잘려나간 두 챕터를 맛보기로 쏴준다. 나머지 다섯 챕터는 살아남아 무사히 [더딴지] 9호에 별책부록으로 합류하였으니 거기서 확인하라.






"DC vs Marvel"


(원래 세 번째 챕터였던)

서포트 부문


알프레드 vs 자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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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필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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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페니워스 (DC)

배트맨의 집사. 죽지 않는 집사.

 

능력 :

 소시적에 배우, 군의관 등 다양한 경험을 해 꼰대질이 용서된다. 풍부한 경험을 통해 탁월한 임기응변 능력과 야전 의료 능력이 있다.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강박증에 빠진 어린 주인 브루스 웨인을 혼자 기르고 브루스가 가출했을 때는 충직하게 저택과 자산을 관리하며 기다린 초인적인 인내력.

 정보 처리와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 수시로 배트맨에게 실전 조언 가능.

 

약점 :

 브루스 웨인에게 사실상의 아버지 역할을 한 탓에 과도한 감정 소모.

 가끔 트라우마 탓에 괴팍해지는 주인을 서포트하다 보니 이따금 인내의 한계를 보임.

 신체적 능력은 다소 떨어짐.

 늙음. 언제나 늙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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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자비스 (마블)

아이언맨의 집사. 인간이다가 아니다가?

 

능력 :

 만화에선 인간, 영화에선 인공지능(AI).

 인간의 경우엔, 2차 대전에 공군으로 참전한 베테랑 군인에 복싱 챔피언 출신. 집사 근속 중에 캡틴 아메리카에게 고도로 훈련 받은 경험.

 아이언맨에게 원격 서포트도 하지만 왕년의 경험을 살려 수시로 현장 활동.

 토르, 헐크 같은 난폭한 손님들이 떼로 와있어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손님들이 적일 경우에도 침착하게 쥐어패는 배짱. 늙었지만 노익장.

 아이언맨도 모자라 어벤저스 전체의 집사일까지 수행.

 AI의 경우엔, 주인의 감정과 상태에 걸맞는 농담이나 문제 해결 방식을 제안할 정도의 프로세스 수준.

 위성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언맨 수트의 활동 유지는 물론 다수의 수트를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기능.

 

약점 :

 인간의 경우엔, 가끔 다혈질.

 AI의 경우엔, 결국 프로그램.


누가 뒷바라지를 제일 잘할까?


알프레드와 자비스는 수퍼히어로는 아니지만 배트맨과 아이언맨, 나아가 저스티스 리그와 어벤저스에 빠지면 섭섭한 캐릭터다. 그들이 배트맨과 아이언맨, 즉 저스티스 리그와 어벤저스의 한 축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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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페니워스는 그야말로 전설적인 집사다. 끝도 없이 샘솟는 경험담에, 온갖 실용적인 분야에 해박하며, 브루스 웨인이 청년기에 가출했던 시기에는 웨인 가문의 자산을 외부의 손길로부터 온전히 지켜냈다.


부모를 일찍 잃은 브루스 웨인에게 믿고 기댈 집안의 어른은 집사 알프레드뿐이었으며, 둘의 관계는 유사 부자 관계가 된다. 따라서 배트맨은 알프레드가 키워냈다고 할 수 있다. 알프레드는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배트맨이 거두는 로빈들과 배트걸들의 교육/훈련도 도맡는다. 배트맨과 배트 패밀리의 아버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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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로빈 출신들과 배트걸 출신들은 모두 알프레드를 존경한다.


재미있는 것은, 배트맨 자신이 초능력 하나 없지만 탁월한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저스티스 리그에서 리더 내지는 참모급의 리더십을 발휘한 것처럼, 로빈과 배트걸 출신들도 각자의 고유 영역에서 그런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1대 로빈 딕 그레이슨과 3대 로빈 팀 드레이크는 각각 10대 히어로들의 모임인 ‘틴 타이탄즈’에 소속돼 있을 당시, 유일한 초능력 미보유자였지만 리더 역할을 했다.

2대 로빈 제이슨 토드 역시 부활하여 레드후드가 된 후 자신의 팀 ‘아웃로즈’에서 두 초능력 히어로를 거느린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1대 배트걸 바바라 고든은 여성 히어로들이 팀을 이룬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리더 역할이다.


도덕적 판단과 전략전술 판단, 개인 전투능력에 있어서 초능력을 가진 인물들보다 훨씬 균형 잡힌 인재를, 알프레드는 몇 명씩이나 길러냈다. 그야말로 박쥐 조련사.


때문에 알프레드는 배트맨과 배트 패밀리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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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이 죽었던 때. 방문한 수퍼맨과 원더우먼에게 알프레드는 평소 같이 접대한다.

 괜찮은 거냐고 묻는 수퍼맨에게 알프레드는,

"괜찮냐고요? 아뇨, 괜찮지 않습니다. 제 아들이 죽었으니까요." 라고 대답한다.

그는 바바라 고든의 반신불수 부상 때도, 제이슨 토드와 데미안 웨인의 죽음 때도

조용히 아버지 혹은 교사의 눈물을 짓는다.


집사를 넘어 교육전문가를 노리는 알프레드 선생과는 달리, 에드윈 자비스 선생은 좀 더 과격한 행동파 집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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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노인이 무식한 사람은 아니다. 행동하는 것을 선호할 뿐.


일단 2차 대전 당시 공군 특무부대 소속 참전 용사였던데다가 복싱 챔피언 출신이다. 어느 자리에 가서도 꿇리지 않을 터프한 이력의 소유자답게, 온갖 초능력으로 갖가지 사선을 넘어온 수퍼히어로들 앞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한다.


자비스가 전설적인 집사인 이유는, 한 명의 집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벤저스가 설립된 후, 토니 스타크의 저택이 어벤저스의 본부가 되고 멤버들 중에는 본부에 사실상 거주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자비스는 그 모든 멤버들에게 깍듯이 존칭을 써가면서 '모두의 집사'로서 수발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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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토니 스타크가 자기중심적인 망나니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제각각 개성이 충만하다 못해 제멋대로인 인간들이 떼로 들어왔음에도, 그는 전설적인 집사 타이틀을 놓지 않는다.


오히려 기력이 남는지 수시로 아이언맨과 어벤저스의 현장에 뛰어들어 크고 작은 도움도 준다. 나중에는 캡틴 아메리카가 손수 전투 훈련을 시켜주는데, 이걸 최고 단계까지 모두 통과했다. 노년의 나이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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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네 괴력일세.


행동파 집사 에드윈 자비스는, 영화에서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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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인 자비스는 3차원 홀로그램 터치와 음성인식 입력으로 조작되는 시스템이며, 자체 판단 기능이 있다.


토니 스타크의 작업실과 아이언맨 수트 내부에 동시 설치되어 있으며, 각종 센서를 통해 유일한 주인인 토니 스타크의 신체 상태와 감정 상태를 스캔하여 반응한다. 반응의 수준은 보통 인간 정도의 수준이다. 게다가 간단한 감정 학습 알고리듬이 있는지 인간을 흉내낸 농담까지 구사 가능하다.


당연히 현실 기술로는 불가능 하지만, 왠지 어디엔가 존재하면서 억대의 돈을 들이면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자비스 시스템은, 'Just A Rather Very Intelligent System'의 약자다. 즉 '그냥 짱 좋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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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스는 아이언맨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정밀하고 복잡한 아이언맨 수트의 경우, 세세한 통신이나 출력 및 균형의 문제를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 역할을 자비스가 한다. 토니 스타크가 "기동력이 필요하니 다른 부분에 쓸 동력을 모조리 리펄서에 돌려."라고 육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자비스가 알아서 이 명령을 수행한다. 때문에 아이언맨의 액션은 여러 모로 화려하다. 손발을 동원해 싸우면서 입으로는 자비스에게 관련한 지원을 명령하고 귀로는 보고를 접수한다.


게다가, 자비스는 절정의 위성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해 다수의 수트를 통제하여 집단 행동을 수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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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훌륭한 멘토이자 위대한 교육자인 알프레드 페니워스 선생은, 안타깝지만 패배하셔야겠다.


한 명도 아니고 십수 명의 집사를 동시에 해내면서도 현장에 가끔 얼굴을 비추는 에드윈 자비스 선생의 멀티 플레이를 당해내기 힘들며, 인공지능이면서 농담 알고리듬까지 갖고서 실제적으로 아이언맨 수트를 운행 및 유지하는 자비스는 필수 요소라 이길 수가 없다.


알프레드가 없어도 배트맨과 배트 패밀리는 어찌어찌 잠시나마 굴러가겠지만, 자비스가 없으면 어벤저스 혹은 아이언맨 수트에 커다란 지장이 생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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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스 승리!


<DC : 마블 = 0 : 1>





(원래 네 번째 챕터였던)

또라이 부문


조커 vs 데드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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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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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Joker (DC)

미친놈의 대명사. 변덕과 혼돈의 사도.

 

능력 :

 천재적인 두뇌. 수십, 수백 가지의 범죄 계획을 세우고는 그 계획들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시켜 머릿속에 방대한 혼돈의 계획 지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

 화학에 능해 각종 효과를 내는 독극물을 제조해 사용한다.

 언변이 뛰어나 말로 사람을 혼란시키는 데 능하다.

 

약점 :

 전투능력은 보통 수준.

 나름의 철학에 근거한 극단적인 쇼맨십이 있어 모든 범죄를 미학적으로 꾸미려 애쓰는 강박증이 있다.

 배트맨을 철학적인 의미로 짝사랑하는데 이 역시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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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Deadpool (마블)

미친놈의 전형. 개그 사이코패스.

 

능력 :

 절정의 전투능력. 쌍검을 이용한 근접전도 총기를 이용한 원거리 전투도 모두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암살자.

 무한 재생이 되는 유전자, 힐링 팩터의 소유자.(다른 힐링 팩터 소유자가 울버린)

 우주적 존재인 타노스가 사랑하는, 역시 우주적 존재인 데스에게 반해버려, 타노스에게 ‘불사의 저주’를 받았다.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죽지 않는다.

 그린 고블린이 개발한 순간이동장치를 훔쳐서 순간이동, 나아가 차원이동까지도 가능.

 차원이동을 하다가 만화책 밖의 현실 세계까지 나오는 데 성공해 자신이 만화 캐릭터라는 것을 자각.

 죽을 때도 쉬지 않는 농담.

 

약점 :

 머릿속에 뇌종양이 있어 뇌세포가 계속 죽는데 이를 힐링 팩터가 재생시키고 있어서 정신이 불안정하며 다중인격.

 지나친 외골수에 여자를 밝히는 색골.


유능한 광인(狂人)은 위험하다. 미쳤기에 무엇을 할 지 알 수 없는데, 유능하다면 그가 하는 ‘무엇’이 성공하거나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친 사람은 사회 시스템이나 질서를 혐오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미친 사람이 영향을 끼치게 되면 상당히 두려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커는 최악의 광인이다.


그가 갱단의 두목으로 등장하든, 거리의 해결사로 등장하든, 아무도 그의 속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수시로 웃어제끼며 농담과 복잡한 비유를 통해 진의를 숨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이 끝난 후에야 조커가 무엇을 추진했던 건지 알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래도 모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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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어때? 세상은 혼돈이야~


조커가 보는 세상은 질서를 추구하지만 결코 질서가 될 수 없는, 위선적인 혼돈의 세계다. 조커가 보는 세상의 모순을 집약한 대상은, 그 자신이 트라우마라는 정신적 혼돈에 시달리면서 법 질서가 정연한 세계를 추구하는 배트맨이다. 그리고 조커는 세계의 모순을 즐기기 때문에, 배트맨을 사랑하고 기꺼이 반대항에 선다. 조커의 삶은 배트맨의 반대인 혼돈과 범죄의 영역에서 배트맨을 괴롭히며 사랑하는, 장대한 게임이다.


데드풀 역시 조커만큼 고약하다. 조커는 스스로의 개성을 운명의 이끎이나 자신의 선택으로 여기지만, 데드풀의 경우엔 조금 다르다. 광증의 원인은 상당 부분이 그가 받은 힐링 팩터 이식 수술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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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린이 거의 노화하지 않으며 오랜 세월을 살고 있는 게 힐링 팩터 유전자의 재생 능력 덕인데, 데드풀은 이 유전자를 이식 받아 자기화에 성공했다. 문제는 그가 시술 받던 당시 암, 정확히는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뇌종양을 앓고 있었던 것.


종양은 자라나 뇌세포를 죽이고 힐링 팩터는 죽은 뇌세포 자리에 새로운 뇌세포를 재생시킨다. 암세포를 없애면 힐링 팩터 덕에 암세포가 즉석 재생된다. 뇌세포가 사라졌다 생겼다를 반복하다 보니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고, 다중인격과 환각/환청에 시달린다. 아니, 정확히는 이 모든 광증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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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은 힐링 팩터 이식의 부작용으로 온몸이 곪아터져 있다.

"인생 참 아름답죠?"


데드풀에게는 죽음도 따분할 뿐이다. 그가 처음 죽었을 때, 우주적 존재로서 ‘죽음 그 자체’인 인물, 데스를 만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반했다. 그리고 데스는 역시 우주적 존재인 타노스의 짝. 타노스는 데드풀의 무덤에 오줌을 갈기며 ‘불사의 저주’를 내렸고, 이후 데드풀의 취미 중 하나에 자살이 들어가게 되었다. (자살 방법 중에는 헐크나 울버린에게 무작정 덤비는 것도 있다.)


그러나 데드풀의 개성을 규정짓는 것은 ‘차원여행자’라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데드풀은 차원이동 도중에, 가상과 현실의 벽을 넘어 만화책 바깥에까지 가닿는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만화 속에 존재하는 가상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데드풀의 기행은 업그레이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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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내가 생각할 때 노란 말풍선이 뜰까?"

"그렇네."

"오오오, 그리웠다, 노란 말풍선아! 우리 같이 재미 좀 보자!"

이런 식의 재귀적(再歸的) 개그.


이후, 데드풀은 자신이 등장하는 게임에서도 수시로 플레이어에게 말을 건다. 자기가 공격 받아 다운 되면 "야! 너! 버튼 잘못 누르고 있어!"라고 호통을 친다던지, 승리하고 나면 "지금 녹화했냐? 왜 안 해!"라며 즐거워 한다던지.


자기가 만화 캐릭터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을 상상해보자. 그가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그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데드풀에게 일어난 일이 그러했다. 원래 정신 상태가 심각했는데, 더 심각해진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 혼자 노는 일이 많아진 데드풀은, 평행우주를 돌아다니며 또 다른 자신들을 모아, 팀을 결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성 버전의 '또 다른 자신'과는 연애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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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연애는 누군가에겐 다른 의미로 현실일 수도...


정신이 오락가락 혼미하다 보니 데드풀은 히어로 그룹에 넣기도 빌런 그룹에 넣기도 애매하다. 데드풀의 독단적인 삶의 방식은, 그를 안티-히어로 캐릭터로 부르게 한다. 그에게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삶의 기준이다.


데드풀도, 조커도, 최악의 사이코패스다. 조커에게 세상은 자신이 갖고 놀, 혹은 망쳐버릴 장기말과 장기판이다. 데드풀에게 세상은 어차피 가상일 뿐이니 상관없고 그저 죽어서 데스를 보고 싶을 뿐이다. 그럼 누가 더 위험할까?


조커는 어느 날 갑자기 이 혼돈의 세계 따위 질려버렸으니 모든 장기판과 말을 망쳐버리겠다며 세계멸망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도 있다. 혼돈뿐인 조커를 예측한다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위험한 사람은 데드풀이다. 그 이유는 최근 데드풀의 활동이 보여준다.


데드풀은 영원히 죽어서 데스 곁으로 가기 위해, 자신을 창조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직접 가닿으려 했고, 그 방법으로 마블 코믹스의 모든 캐릭터를 죽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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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pool Kills Marvel Universe]에서는 데드풀이

마블 코믹스의 작가들을 불러내기 위해 그들의 캐릭터를 모두 살해했다.


하지만 수많은 평행우주에는 아직도 캐릭터들이 득시글거렸고, 그들을 죽이는 순간에도 작가들은 또 다른 세계와 인물을 창조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끝이 없다는 생각에 데드풀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고전의 캐릭터들을 죽이기로 한다. [Deadpool Kilustrated]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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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스머프도 있...? (출처 : 팬아트)


돈키호테, 모비 딕, 모비 딕을 잡으러 온 피콰드 호, 이런 식으로 고전 작품을 넘나들며 죽여나가던 데드풀의 계획은 셜록 홈즈에게 저지 당하게 된다. 그러자 다음 계획으로, 평행우주에 있는 모든 자기 자신을 죽여 데드풀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말살해버리려 한다. 이게 [Deadpool Kills Marvel Universe]와 [Deadpool Killustrated]에 이어, 데드풀이 최근 진행하고 있는 [Deadpool Kills Deadpool]의 이야기다.


자살은 취미, 학살은 별미. 이렇게 제대로 미친놈이라면 혼돈의 사도인 조커를 제치고 위험도 1순위가 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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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맡는 372,844개의 팬케이크 냄새는 최고야. 승리의 냄새 같다니까."

데드풀 승리!


<DC : 마블 = 0 : 2>





이상으로, [더 딴지] 9호에서 아쉽게(?) 빠진 부분을 공개했다.


위 두 챕터, 장담컨대 다른 챕터에 비해 제일 재미없다. 방망이 깎는 심정으로 다듬은 다섯 챕터의 원고가, 이번 [더 딴지]의 별책부록이다. 현대의 신화, 수퍼히어로들의 가상 대결을 다룬 신 라그나로크 이야기다.


더군다나 이 분량 폭력의 기사를 격리 수용한 덕에, 다른 좋은 기사들이 눌리지 않고 살아날 것이다. 주옥 같은 글로 채워진 e북 매거진 [더 딴지] 9호가 오늘(8월 2일) 발매다.


뭐하는가. 당장 딴쥐마켓 클릭해 날아가서 죽돌이 죽순이 놀이하지 않고.




 


편집부 주



나날이 발전을 거듭,

독자덜에게 대놓고 자랑질까지 늘어놓는

딴지일보 무규칙 2종 매거진 <더딴지>

이번 달은 'Battle' 특집이다.

너님들이 상상하던 것들을 모두 쌈 붙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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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딴지 9호]


[지마켓에서 구입하기]


 




카인

트위터 : @Kain_Sul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