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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암 ‘4기’와 ‘말기’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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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는 암세포가 원래 있던 장기를 떠나 혈관이나 임파선을 타고 다른 장기에 퍼져있는 상태를 말하고, 말기는 모든 치료를 시도 후 더 이상 치료 반응이 없고 암이 악화되어 여명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암은 병기가 올라갈수록 예후가 좋지 못하고 생존율이 감소하는데, 4기는 3기에 비해 더욱 그렇습니다.


암이 원 장기에만 국한된 경우 수술로 완전히 도려내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 있는 전이암의 경우 외과적인 방법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이암 환자를 치료할 때에는 전신의 암세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약물치료를 주로 합니다. 하지만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을 하는 치료법의 개발은 이전에 언급한대로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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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암 환자 중에서도 갑상선, 유방, 대장암 환자는 다른 암들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편입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요? 세 가지 암은 다른 암과 다른 치료에 있어 차이점이 있습니다.



(1) 갑상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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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의 갑상선 세포는 혈중의 요오드를 흡수해서 갑상선 호르몬을 합성하는 기관입니다. 갑상선암 중에서 유두선암과 여포선암은 요오드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이를 치료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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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물질을 부착한 요오드를 환자로 하여금 복용하게 합니다. 전신에 퍼져 있는 갑상선암 세포들은 요오드를 폭식하고 방사능 물질도 덩달아 먹어, 갑상선암 세포들만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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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이된 갑상선암(유두선암, 여포선암) 환자에게 방사선 요오드 치료는 꽤 좋은 치료 성적을 보여줍니다. 수술 후 재발하거나 전이가 있는 환자 중 50% 이상에서 완치가 가능합니다.



(2) 유방암


유방암의 경우 전이암에 대한 치료 옵션이 꽤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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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같은 다른 암 치료에 사용되는 방법들 외에 호르몬 치료와 표적 치료를 합니다. 유방의 유선 세포는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암세포 역시 호르몬 수용체가 있는 경우 호르몬 치료에 반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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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을 합성하는 효소를 억제해서 에스트로겐을 감소시키거나 암세포의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억제, 조절해서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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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목시펜이라는 이 약제는 2번에 있는 SERM(Selective estrogen receptor modulator)에 해당되는 녀석으로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에스트로겐 대신 달라붙어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합니다.


특정 유전자나 물질을 가지는 유방암의 경우 표적 치료의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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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셉틴’으로 잘 알려진 표적 치료 항암제인 ‘trastuzumab’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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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의 25%는 세포막의 HER2가 과발현되는데 허셉틴은 이 HER2를 억제해서 암세포를 죽게 합니다.



(3) 대장암


대장암은 전이가 있는 경우에도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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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적으로 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은 간에서 해독 및 합성‧분해의 과정을 거치는데, 대장암에서 암세포가 혈관을 통해 떠내려가다가 간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어가 남대천을 타고 올라오다가 그물에 걸려서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암세포가 간문맥을 타고 올라가다가 간에 걸려서 다른 곳으로 퍼지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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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처럼 대장암 환자에서 간전이가 한두 개 있는 경우는 대장암에 대한 수술을 하고, 간에 있는 전이 부위에 대해서도 수술을 하는 게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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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렇게 간전이가 많은 경우는 간 전체를 다 떼어낼 수도 없을 뿐더러 이미 간 이외의 장기에 전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술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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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전이가 있는 대장암 환자에서 간의 전이 부위에 대해 수술을 한 환자군과 하지 않은 환자군을 비교한 것입니다.


평균 생존 기간: 25.3개월 vs 14.6개월
3년 생존율: 76.9% vs 14.6%


수술을 시행했을 때 예후가 비교가 안 되게 좋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이암에서 예후가 좋은 갑상선암, 유방암, 간암의 경우를 통해 향후 전이암의 치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대략 유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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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것은 표적 치료제입니다. 100% 암세포에만 있는 물질을 찾고, 그 물질만 억제하는 걸 개발하는 것이 전이암을 정복하는데 주요한 열쇠가 될 겁니다.


고형암은 주로 수술로 치료를 하고 수술이 불가능할 때 약물치료를 하지만, 혈액암은 진단 당시에 이미 전신에 암세포가 있어서 약물치료가 주가 되기 때문에 표적치료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활발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때문에 표적치료의 완치율이 고형암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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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에만 있는 물질 뿐만 아니라 각 개개인에게 있는 물질을 찾아서 맞춤형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진다면 암의 정복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저런 치료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가급적 조기 검진을 통해 작은 덩어리 일 때 수술로 떼어 버리는 것이 좋죠.


가장 대표적인 만성골수성백혈병(CML)에서의 글리벡(스위스의 노바르티스가 개발한 골수암 치료제)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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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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