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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elSeong 추천11 비추천0

2013. 08. 13. 화요일

SameulSeong






말복에 에어컨도 못 틀게 하는 정권이 들어선 판국에 가정 주부들 뚜껑을 와이드하게 열어 주는 기사가 하나 떴다. 바로 이거.


음식물 쓰레기, 분리해 배출했더니…'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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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927685



그런데 이 기사, 문제가 좀 있다.


일단 저 현실은 몇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데, 가장 쉬운 것부터 정리해보자.


우리나라의 각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기물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한 생활 폐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뭘까? 가연성 폐기물이다. 약 90% 정도는 그래서 소각하고 그 열은 지역 난방 등으로 이용하며, 재활용되는 건 재활용한다.


그런데 소각처리의 전제는 얘네들이 태울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그래서 종량제 봉투에 집어넣는다. 문제는 이렇게 가져온 폐기물 상태가 너무 좋다는 거. 1Kg의 코크스가 대략 7000~9000Kcal, 경유가 10300Kcal, 등유가 10400Kcal 정도의 열량을 가진다. 그런데 한국의 생활 폐기물은 최대 9000~10,000Kcal 를 쉽게 찍는다.


반면 폐기물 소각로는 좀 안타는 애들을 기준으로 설계된 넘들. 그래서 생활폐기물만 주리줄창 태우면 보일러 터지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일부러 집어넣는다. 많은 주부님들이 분리수거 왜 하냐고 댓글로 분노를 터트리시는데... 이게 분리수거가 안 되어 있으면? 안 탄다. 안 타면 석탄을 태우든 LNG를 쓰든 여튼 보조연료를 집어넣어서 태워야 하고 이거, 다시 각종 고지서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러니 화내시는 건 일단 그만들 하시라.


해당 공무원의 잘못된 대답 때문에 더 화들 많이 내시는데, 대한민국 공무원은 순환보직이라 실제 문제의 전체를 조망하기 보단 자기 업무 영역의 파편화된 부분만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진짜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다.


한국 음식이 국물이 많고 맵고 짜서 처리가 안 된다는 이야기는 잘 모르는 공무원의 개드립 되겠다. 다 처리할 수 있다. 남아시아가 우리보다 덜 맵게 먹고 덜 짜게 먹을 것 같은가? 거기 음식물 쓰레기로도 퇴비화 설비 돌리는데 우리가 안 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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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처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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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처리시설


걔네는 되는데 우리는 안 되는 이유가 있겠지?


가공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우리가 뭘 먹었건 생명체였던 넘들이다. 어떻게 처리를 하든, 그게 소각용 연료로 만드는 것이든 퇴비화시키든, 일단 수분처리부터 해야 한다. 문제는 이게 단위 세포막을 파괴해야 수분이 나온다는 거지. 사료화의 경우엔 수작업으로 철저하게 분리해낼 수 없다면 동종식육의 문제(스팸을 돼지에게 먹인다고 생각해보시라)가 걸려서 대규모로 처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박테리아를 이용해 발효시킨다.


이 박테리아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산소를 좋아하는 놈(호기성 박테리아), 산소를 싫어하는 놈(혐기성 박테리아). 그런데 산소는 박테리아 수준의 생명체에게 사실 독으로 작용한다. 그 독을 이기는 정도가 아니라 좋아하는 박테리아면? 얘네 좀 쎈 넘들이다(이렇게 설명하면 미생물 전공 혹은 의사선생님들이 코멘트 꼭 다시는데, 우리 중학 물상과 생물 수준에서 설명을 하자는 거니까 그렇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여튼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는 능력은 호기성 박테리아가 혐기성 박테리아보다 훨씬 좋다. 근데 얘가 결정적인 약점이 있으니, 엄청난 악취를 뿜어내는 설비가 된다는 것. 2천도 이상에서 소각해 남기는 것이 거의 없는 화장터 만드는 것도 지역 주민의 저항이 터져나가는데, 이런 거 대한민국에서 지을 수 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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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그래서 한국에선 못 쓴다. 대한민국에 호기성 박테리아를 이용해서 음식물 처리하는 곳들은 냄새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혐기성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시설을 많이들 만드는 건데, 일단 얘... 호기성보다 약하다. 어느 정도로 약하냐면 모 지자체 설비에 인스턴트 식품들이 대거 유입되자마자 모든 박테리아가 죽어버리는 엽기적인 사태가 몇 년 전에 벌어진 바 있다. 요즘 음식물에 들어가는 보존제는 박테리아를 잡아 죽이는 넘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다 죽어나갔던 것.


더불어 산소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시설비가 졸라리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제한된 예산으로 충분한 처리시설, 못 짓는다. 그래서 매립하거나 대충 처리하고 있는 거지 뭐. 그리고 이런 설비라고 하더라도 외장을 엄청나게 화려하게 만들고 지역 주민 여가 공간이라고 포장하지 않으면...? 지역 민원 때문에 못 짓는다.


돈 졸라 많이 들어가는 넘도 제대로 못 짓는 상태가 되니까 기왕 태우는 거에 더 태우게 되는거다. 거의 경유 급의 열량이 나오는 애들을 태우는데 과열되어서 집어넣기 시작했던 음식물 쓰레기가 처리방법이 없다보니 거꾸로 태울 수 있는 열량이 나오는 만큼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한 집어넣고 있는거지 뭐.


이해가 안된다고? 대한민국 중산층의 정줄을 리셋하는 단 하나의 단어, '아파트 값' 때문이라니까?


문제는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하고 있는 우리들 자신에 있는 거지 기술이 아니다. 무엇보다 요즘과 같은 대한민국 경제규모에서 뭔가 야매스러운 일들이 진행되면 그건 특정 지자체의 무능이나 책임회피 때문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조정이라는 것을 도대체 할 줄 모르는 한국사회 전체에게 물어봐야 하는 이야기라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저 기사 덕택에 '분리배출하지 말아야겠네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 되는데,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해줬기 때문에 그나마 저 정도라도 소각처리할 수 있는거다. 분리 수거가 안 된 젖은 상태라고 하면 탈 거 열심히 집어 넣어줘야 탄다. 그러면 처리비용은 몇 십 배 늘어난다. 실제로 경기도의 모 지역에서 LNG로 분리수거 안 된 생활폐기물을 태우고 있는데 거기 어마 무식한 폐기물 처리비용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1개 사단 병력이 지나갔던 본지 기자들 중에서 YS칭송하는 뇬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잘 한 것 중에 하나로 본 기자는 분리수거를 꼽는다. 이게 되니까 그나마 90%를 태울 수 있는 거라고.


잘하고 있는 것에서의 삽질은 그 부분만 고치면 된다만... 솔직히 이게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되는 사람들이 90%가 넘음에도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집 값 떨어진다고 아우성인 나라에서 이견 조정이라는 게 말처럼 쉽겠음? 정치를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느냐 마느냐'로만 이해하는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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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eul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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