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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14. 수요일

이작가

 

 






작가의 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호는 모두 가상의 명칭을 사용했으며 사건의 전개에는 허구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의 인물이 벌이는 허구의 사건들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채권추심원 김철수의 하루를 통해 대부업계 노동자로서 채권추심원의 업무와 일상을 살펴보고, 그의 시선을 통해 경제적으로 최하층에 있는 채무자의 삶을 살펴보려 합니다. 또한 부채가 있거나 생길 가능성이 있는 독자에게는 채무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모색할 기회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장기불황의 시대에 과도한 채무로 고통 받는 채무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버텨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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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수의 아침

 

2013년 5월 1일 아침, 오늘도 철수는 알람시계가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깼다. 이미 정신을 차렸지만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진저리가 났다. 여섯 시 알람이 울리자마자 손을 뻗어 시끄러운 시계소리를 멈추게 했다. 그러고도 몇 분이 지난 뒤에야 눈을 떴다. 오늘도 길고 지루한 하루가 되겠지. 철수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일어났다.

 

 

철수는 경기도 남부의 소도시에 살고 있었다. 교통체증이 시작되기 전에 회사가 있는 강남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출근을 준비했다. 강남역에 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쯤이었다. 철수는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사들고 회사로 갔다. 출근시간은 9시였지만 사장이 30분 먼저 회사에 나타났기 때문에 대부분 8시 30분까지 출근을 했다. 철수 처럼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은 그보다 서둘렀다. 출근시간에는 더 멀리 사는 사람들이 더 빨리 도착하고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이 가장 늦게 도착하는 경향이 있다. 철수가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추심1과 과장과 동료 두 명이 도착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철수는 와이캐피탈대부(주)에서 채권추심원으로 일했다. 와이캐피탈은 사금융 대부업체 캐시앤머니의 자회사로 본사의 채권 중 부실채권(NPL)을 매입해서 채권을 회수하는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본사에 있던 채권추심팀이 오 년 전 독립해서 생긴 법인이었다. 업종은 대출·캐피탈·여신으로 분류되고 실제로 하는 일은 빚독촉 전담이다. 철수는 와이캐피탈에서 일 년 삼 개월 동안 근무했다.

 

 

와이캐피탈과 모회사 캐시앤머니가 일본계 자본이 투자되어 설립된 회사였기 때문인지 사내문화도 군대식이었다. 상급자 앞에서 하급자가 말을 할 때는 문장을 종결하는 어미로 ‘다, 나, 까’ 만이 허용되었지만 반대로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반말을 썼다. 남자직원 사이에서는 폭력에 가까운 욕설도 일상적으로 오갔다. 복장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정이 있었다. 직원들은 모두 아무런 무늬 없는 흰 색 와이셔츠에 단정한 넥타이를 매고 남색이나 검정색 바지를 입었다. 사규에는 구두에 대해서 아무 언급이 없었지만 대부분 검정색을 신었다. 사장이나 과장은 가끔 갈색 구두를 신기도 했지만 철수는 감히 갈색 구두를 신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철수가 하는 일은 모든 자리를 돌아다니며 컴퓨터 본체의 전원을 켜는 것이었다. 사장은 컴퓨터가 부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아까워해서 자기 자리에 앉았을 때 전원이 켜져 있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했다. 또한 간혹 사장보다 출근이 늦거나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직원들은 컴퓨터가 작동되기 전까지 사장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도착하는 직원이 미리 컴퓨터를 켜는 관습이 생겼다. 철수가 입사하기 전에는 같은 과의 막내 둘이 번갈아가며 이 일을 했고 지금은 철수가 모든 데스크탑을 켜놓는 일을 도맡게 되었다. 사장의 컴퓨터는 모니터까지 켜고 부팅이 되었는지 한 번 더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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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업무를 마친 뒤 철수는 탕비실로 들어가 컵라면 포장을 뜯었다. 과장 박치훈도 손에 컵라면을 들고 따라 들어왔다.

 

 

“뭐 먹냐?”

 

“참깨라면입니다.”

 

“아침부터 느끼하게 이런 걸 먹냐.”

 

 

박치훈이 탁자에 내려놓은 컵라면은 신라면이었다. 박치훈은 철수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두고 놀리기를 좋아했다. 철수는 과장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보탰다.

 

 

“신라면은 못 먹지만 진라면 매운맛은 먹을 수 있습니다.”

 

 

몇 번이고 반복했던 이야기를 듣고 박치훈은 또 웃었다. 사실 철수는 진라면을 살 때는 순한맛을 골랐다. 철수는 순하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했지만 원하는 것만 먹고 살 수는 없었다. 견딜 수 없이 매운 음식을 꾹 참고 삼키는 것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 모두 철수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씹새끼 객기 부리기는. 눈물 콧물 빼지 말고 참깨나 먹어.”

 

 

박치훈이 철수의 뒤통수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았다. 철수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담아 와서 맞은편에 앉았다. 박치훈은 철수가 컵라면 뚜껑이 열리지 않게 움켜쥐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라면 냄새를 맡으니 허기가 돌았다. 그도 보통은 아침을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사장과 함께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박치훈의 목울대가 울리며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철수는 어색함을 깨려고 박치훈에게 말을 걸었다.

 

 

“과장님, 어제 몇 차까지 드셨습니까?”

 

“삼 차. 별로 안 마시고 안마 갔어.”

 

 

월급은 매월 말일에 들어왔다. 말일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전체회식을 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철수는 술자리의 분위기를 보다가 이 차 정도에서 적당히 빠져 나왔다. 박치훈 과장은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만취하기 전까지 멈추는 법이 없었고 마지막에는 성매매 업소로 향했다. 그는 서른아홉 살이었고 미혼이었다. 사장은 과장보다 한 살이 어렸는데 결혼을 했지만 종종 과장과 함께 안마시술소에 간다고 했다. 철수는 과장이 사장과 끝까지 갔을까 궁금했지만 더 묻지 않고 나무젓가락을 쪼갰다. 과장은 과의 막내인 철수가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것을 타박하지는 않았다. 철수는 그 점에 대해서 과장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했다.

 

 

8시가 넘자 직원들이 하나 둘 사무실로 들어왔다. 8시 25분이 되자 사장이 출근했다. 남자 직원은 사장보다 늦으면 욕을 먹었고, 여직원의 경우는 9시까지만 출근하면 대놓고 욕을 먹지는 않았다. 사장은 여자라면 회사에 오기 전에 반드시 화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남자보다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 나름대로는 공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민낯으로 회사에 나오는 여직원은 하루 종일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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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30분이 되어야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업무용 프로그램 와이어넷이 가동되었다. 본격적인 업무는 이제 시작이었다. 먼저 전날의 마감 실적과 그동안의 추심액을 누적한 결과를 취합했다. 월초부터의 성적표는 과 별로 모아서 본사로 전송했다. 그리고 부채를 모두 해결한 완납자를 파악한 뒤 완납증명서를 출력해 우편물로 발송할 준비를 했다. 그 날의 업무를 위해서는 그 날에 납부할 것을 약속했던 약속자를 파악하고 명단을 출력했다. 오늘 입금하기로 약속한 사람들에게 마지막 확인 전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최근에는 채무자의 부채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업무가 늘어났다. 2013년 4월부터 박근혜 정부의 야심작, 국민행복기금 접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국민행복기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금융회사와 대부업체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대신하는 제도였다. 이 제도가 알려지면서 장기 연체 중인 채무자로부터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하겠다며 부채증명서(잔고증명서) 발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채무자 본인이 신청할 경우에는 신분증 사본을, 법무사를 통해 대리인이 신청할 경우에는 발급신청서, 채무자 인감증명서, 신분증 사본, 위임장, 대리인의 신분증 사본과 재직증명서를 받았다.

 

 

와이캐피탈에서 채무자의 부채증명서를 발송해주는 일은 개인회생과장 조황진이 담당했다. 이전에도 해왔던 일이었지만 국민행복기금 제도가 시작된 뒤로 매일 아침 그에게 쏟아지는 업무량이 늘어나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로부터 부채증명서 발급 신청자 명단을 모아본 뒤 조황진은 갑자기 걱정이 들었다. 자기의 업무량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회사에 위기가 닥쳐온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었다.

 

 

조황진은 명단을 들고 잰 걸음으로 사장에게 다가갔다. 사장은 박치훈과 한담을 하고 있었다. 과원들이 그동안의 실적을 조회하고 그 날의 업무를 준비하느라 바쁜 동안에 사장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 추심2과장 박치훈의 주요 일과였다. 누구나 사장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이 시간에 두 사람을 방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조황진은 이들 사이에 급하게 끼어들어 사장에게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우리 채권 다 국민행복기금으로 넘어가면 어떡합니까?"

 

"그럼 다 넘기고 우리는 말뚝박기 하는 거지 뭐."

 

“말뚝박기가 뭡니까?”

 

 

사장이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옆에 서있던 박치훈의 엉덩이를 툭 쳤다. 그러자 박치훈은 잽싸게 양 손으로 무릎을 잡으며 허리를 구부렸다. 사장은 박치훈의 등판에 양 손을 얹고 풀쩍 뛰는 시늉을 했다.

 

 

“인천 애들은 말뚝박기도 모르냐?”

 

 

인천 출신의 조황진은 여전히 사장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는 말뚝박기가 자신이 미처 몰랐던 채권추심 업계의 은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박치훈이 허리를 펴고 일어서 사장의 말을 거들었다.

 

 

“저 새끼가 어디 제대로 박아본 적이 있겠습니까.”

 

 

사장은 박치훈의 음담패설에 킬킬 웃다가 정색을 하고는 모든 직원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조까라 그래. 국민행복기금이나 이명박 때 신용회복기금이나 뭐가 달라? 이름만 다르지 도찐개찐이야. 캠코가 우리 채권 대신 받아주면 잠깐 일 안하고 좋지 뭐. 근데 걔들이 암만 조정해도 어차피 빚 지는 놈들은 또 생기게 돼 있어.”

 


국민행복기금이 시행되고 나서 대부업체는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다. 캠코가 부실채권을 인수해서 이자를 전액 감면하고 원금의 50%만 환수하다니, 금융기관에서 합법적으로 대출한 채무관계에 국가가 이렇게 깊숙하게 개입하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국민행복기금은 은행에 수익배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도였다. 금융감독원은 제1금융권의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비율을 1.3% 수준으로 제시했고 은행권은 이 비율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해 왔다. 제도권 은행의 부실채권은 원금의 10% 이하로 낙찰되는데 캠코에서도 시장가격을 고려해 연체채권을 매입했다. 또한 이후에 이익이 생기면 금융권과 수익을 분배하기로 했으니 은행에서는 손해 볼 리 없는 장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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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금융권에서 팔린 부실채권은 일괄매각 되어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져 일종의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쳐 유통된다. 와이캐피탈 같은 추심전문 대부업체는 중간도매상 정도의 규모에 해당된다. 이런 채권유통에 캠코가 끼어들고 추심업무도 대신하겠다고 하니 대부업체에는 손해가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불황일수록 은행에서 부실채권 비율은 올라가 매각하기 때문에 NPL채권시장은 반대로 호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채권추심 업계에서 십삼 년 동안 일해 잔뼈가 굵은 사장은 국민행복기금을 진심으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장이 처음 캐시앤머니에 입사해서 채권추심을 시작했을 때 했던 일은 깡패들이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사장은 가끔 술을 마시고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직원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채무자가 일하는 식당에 추심원 여러 명이 찾아가서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서는 일인분 씩 음식을 시켜 놓고는 고기가 이게 뭐냐거나 음식이 짜다거나 하는 식으로 불평을 해서 영업을 방해해서 돈을 받아내기도 했다. 식당 전화기로 또 다른 채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씨발 새끼가 남의 빚 갚을 생각이 없네. 확 불 싸지르고 끝낼까?’ 하는 식으로 위협한 적도 있었다. 한 번은 채무자의 집으로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아줌마네 빨랫줄 보니까 애 있나봐. 여기 신발도 있네. 운동화가 나이키네. 야, 좋다. 내 새끼도 나이키 못 신는데. 아줌마 애는 여기 학교 다녀? 애 나이키 운동화는 사주고 나한테 줄 돈은 없어?’ 철수는 사장이 그 이야기를 하면서 검지로 허공에 나이키 마크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소름이 돋았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그런 협박이 통했던 시절에 했던 일들이 사장에게는 청춘의 추억이었다. 사장은 자기 아래서 일하는 직원들을 한심하게 여겼다. 사무실에 앉아 전화나 돌리고 수화기를 붙잡고서는 빚을 깎아줄 테니 돈을 달라고 애원하는 채권추심원이라니 구질구질한 꼴이었다. 지금은 사장 자신도 하루 종일 전화로 채무자와 협상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젊은 시절 사장과 함께 현장을 뛰었던 오른팔 박치훈은 지금도 죽이 잘 맞는 부하였고 추심1과의 과장 한승철은 그가 아끼는 동생이었다. 하지만 그 아래 있는 스무살 남짓한 녀석들은 형편없었다. 오진성은 눈치 없는 얼바리 새끼, 이민호는 대가리가 나빠서 답이 안 나오는 돌대가리, 나머지는 더 엉망이라 실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김철수는 실적이 좋은 편이었지만 욕 한 마디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반편이라 사장이 보기엔 똑같은 놈이었다.

 

 

9시가 되자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었다. 보통은 이 시간부터 전화기를 붙잡고 집중적으로 독촉을 시작하지만, 월초라 조회시간을 가졌다. 사장은 말이 나온 김에 불황기의 대부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그리고서 젊은 직원들에게 새로 나온 스마트폰 게임에 대해 물어보았다. 오진성과 이민호가 같은 게임을 하고 있어서 사장에게 포인트를 쉽게 모으는 방법과 최단시간에 보스몹을 공략하는 방법을 앞 다투어 알려주었다. 신규게임에 대한 심층토론이 끝나고 조회를 마무리하면서 사장이 말했다.

 

 

“우리 오랜만에 달성 한 번 할까?”

 

 

와이캐피탈에 근무하는 채권추심원의 초봉은 월 180만원 정도, 기본급 120만원에 식대와 기본적인 수당이 붙었다. 직급이 올라가면 기본급이 10만원 씩 올라간다.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승진이 어렵지는 않아서 철수도 1년이 지나자 승진을 해 월급이 올랐다. 1월과 7월에는 기본급 100%에 해당하는 보너스도 나왔다. 하지만 기본급보다 중요한 부분이 성과급이다. 한 달에 1억원 내외의 채권을 추심하면 80만원에 가까운 수당이 붙는데 이를 두고 달성한다고 한다. 개인에게 할당되는 달성 목표금액은 회사의 채권보유액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월 8천만원에서 3억원 사이를 오갔다.

 

 

개인 달성만이 아니라 과의 목표액을 채우면 과 달성, 회사 전체가 목표액을 넘기면 전체 달성으로 수당이 따로 붙었다. 이론적으로 보너스가 들어오는 달에 개인 달성, 과 달성, 전체 달성을 해낸다면 신입이라도 400만원이 넘는 월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 적은 철수가 일하면서 한 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와이캐피탈은 대부업계에서는 기본급이 높은 편이었다. 회사에 따라서는 기본급이 훨씬 적거나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채권추심원 개인의 실적에 따라서 수입이 크게 들쭉날쭉한 신용정보사 같은 회사라면 훨씬 더 압박이 심했을 것이다.

 

 

개인회생과장 조황진은 특전사 출신이었는데 회사 일을 자기 일 같이 생각했고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우직하게 해서 사장의 신뢰를 받았다. 국민행복기금이 와이캐피탈의 채권을 반강제로 매입해가는 사태에 대한 걱정은 사장의 연설을 듣고 사라졌다. ‘달성 한 번 할까?’라고 말하며 사장은 조황진과 눈을 마주쳤다. 조황진이 굵은 팔을 높이 들고 힘차게 움켜쥔 주먹을 흔들며 우렁찬 목소리로 선창했다. 직원들이 뒤따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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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달성” “목표달성”

 

 

“1억달성” “1억달성”

 

 

“10억달성” “10억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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