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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19. 월요일

워크홀릭







8월 16일 아침, 트윗을 켜보니 인턴에 대한 얘기가 타임라인에 흘러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검색해 보니 뉴스타파에서 올린 인턴사원 모집공고가 문제가 되고 있었다. 언뜻 박원순의 희망제작소 무급인턴 급여 논란이 떠올랐다.


'NGO가 계속 이래선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부랴부랴 찾아 들어간 뉴스타파의 모집공고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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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뉴스타파의 모집공고 팝업창]


이 모집 공고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이 몇 가지 있다.


하나. 인턴


뉴스타파는 인턴이라는 단어의 풀이가 청년 구직자들에게 해석되는 것과 사용자(기업주)가 하는 해석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세밀히 살피지 못했다. 이러한 괴리는 IMF 사태 이후 벤처버블의 붕괴를 겪어가며 점점 더 비열해진(?) 인턴제도가 청년구직자에게 낮은 급여에서 가혹한 노동을 이끌어 내는데 악용되어온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예전에 희망제작소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미 우리사회가 확인했던 현상임에도 청년 구직자의 눈높이와 그들에게 내재된 상처를 애써 무시하며 상호 소통이 곤란한 ‘인턴’이란 단어를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또한 인턴이란 단어 자체는 근로기준법을 통해 해석하기 어려운 변수적인(Variable) 단어이기도 하기에 그 사용이 권장할 만한 것이 아니다. 인턴 제도가 우리 사회에 나타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시대와 경제 상황에 따라 그 제도가 큰 차이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IMF 사태 이전, 국내 기업들 전반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이와 함께 튼실한 중소기업이 경제를 떠받치던 시대의 인턴제도는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의 인재들을 기업들이 앞 다투어 ‘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이 시대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에게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 놀라울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인턴제도는 나라에서 청년실업자들의 아우성을 봉합하기 위해, 또는 좋게 봐줘도 약간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시행되거나, 상대적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업이 구직자와 불공정한 노동계약을 하는데 악용되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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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는 해외 유수기업의 인턴쉽을 경험하게 해준다며 돈을 뜯어내는 사기행각까지 보도된 바 있다.


뉴스타파가 아니더라도 ‘인턴’이란 단어를 선택하는 기업이나 단체는 채용조건이나 급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사용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둘. 소정의 급여 제공


기업들이 채용공고에서 급여액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들의 구인광고를 보면 간혹 ‘사내규정에 따름’과 같은 모집공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아마추어임을 내보이는 행위이다. 대외적인 인지도가 있고, 기업의 급여수준이 삼척동자도 알 수준의 스타기업이 아니고서야 이것은 결국 ‘얼마 못 줌’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소정의 급여 제공’ 이란 표현에서 구직자들이 유추하는 것, ‘낮은 급여’, ‘인턴은 무상으로 일해야 하나 조금은 주겠음’ 과 같은 네거티브를 연상하게 된다. ‘소정’이라는 나름 인간적인 대우를 위한 급여를 고심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단어 선택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된 것이다.


이 부분은 구직사이트에 타 기관이나 단체들이 내는 제대로 된 모집공고만 눈여겨 살펴보았어도 피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셋. 인턴 3개월 후 채용 여부 결정


이 또한 해석의 문제를 낳게 되는데, 좋은 쪽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을 꼬아 놓고 말았다. 트위터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뉴스타파의 설립배경이나 단체의 성격을 봤을 때 해고를 밥 먹듯 하거나 노동자의 고용 유지에 수전노 같은 행태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 문장은 3개월의 수습기간 후 정규직 전환을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인턴쉽이 인턴기간 동안 치열한 경쟁을 강요해 소수의 승자만 기업에 남게 하거나 실제 지급되는 인건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의 요구 수준에 다다르지 못하는 경우 해고의 사유로 사용되어 왔기에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높다.


한 번 맞대어 비교해보자. 그 어감의 차이를.

 

인턴 3개월 후 채용 여부 결정 Vs. 3개월의 수습기간 후 정규직 전환

 

분명한 차이를 볼 수 있다. 내친 김에 모집 공고문을 가다듬어 본다면, 아래와 같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모집 공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인턴 사원을 아래와 같이 모집합니다. 뉴스타파와 함께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에 헌신하는 저널리즘을 추구하시길 원하는 분들의 많은 지원을 기대합니다.

 

1. 모집 부문

가. 인턴 촬영기자 0명

나. 인턴 편집요원 0명

 

2. 급여 및 채용조건

가. 급여: 연봉 XX백만 원(세전), 퇴직금 별도 적립

나. 채용조건 : 3개월의 수습기간 후 무기 계약직(정규직) 전환, 수습기간은 근속년수에 포함

 

#제출 서류

1. 이력서

2. 자기소개서

 

(※ 제출서류는 newstapa@newstapa.org로 보내주십시오.)

 

접수 마감: 8월 17일 오후 6시

면접: 개별 통보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수면 아래 남아 있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1. 노동법은 비영리법인도 지켜야 한다.

 

뉴스타파의 사업자등록번호는 1**-82-***35 이다.


사업자 등록번호의 두 번째 필드, 두 자리 숫자는 사업장의 형태를 구분하게 해준다. ‘82’는 수익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비영리법인이나 단체가 부여받는 코드이다.

 

그렇다. 뉴스타파는 비영리법인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에 속한다. 뉴스타파가 후원금을 받아 운영되는 단체로 그 재정이 열악하고 아직 사업 초기임을 감안했을 때 너무 잔인한 비판이 아닌가라는 말이 들려온다.


중요한 것은 비영리법인이라도 노동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법의 기초가 되는 근로기준법은 적용범위를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으로 규정하고 있다.(4명 이하인 경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적용하고 있다.)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③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신설 2008.3.21 또한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수에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어야 함을 정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이라도,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장이라도, 사회적 헌신을 수행하는 단체라도 노동법은 지켜야 한다. 전태일 이후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의 외침이 한결 같이 ‘근로기준법(노동법)을 준수하라.’ 였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 자신의 신념에 매몰된 것은 아닌가?


결국 문제는 '돈'이었다. 후원 성금이 재원의 전부인 뉴스타파와 같은 단체에서 일반 언론사가 지급하는 수준의 급여는커녕 최저임금을 맞춰주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일에 대한 소명의식은 모집 공고에서 밝힌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에 헌신하는 저널리즘을 추구’를 통해 드러나듯 결연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명이 원하는 인재는 ‘능력 있고, 성실하고 올바른 사람’이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돈은 없다. 이 지점에서 선택한 것이 인턴이었을 것이다. 이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다. 왜냐하면 쉬운 선택이었으니까. 일명 꼰대로 비하되는 기성세대의 수많은 구태 중 하나를 답습한 것이니까.


대중의 비판에 발끈했던 당사자들, 또한 그들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판일 수도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어퓨굿맨>을 더듬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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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을 명대사, "그래 내가 했다. 이 개자식아!"]


영화의 클라이막스, 캐피 중위는 법정에 선 제셉 대령에게 코드레드(가혹행위)를 했냐고 묻는다. 제셉 대령은 ‘나는 너 따위는 감히 이해할 수조차도 없는 엄청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캐피 중위는 코드레드를 했냐고 재차 묻는다. 제셉 대령은 자유를 위해 명예와 충성을 지켜왔노라고 너희가 누리는 자유를 내가 제공했다고 맞선다.


캐피 중위는 코드레드를 했냐고 또 묻는다. 결국, 제셉 대령은 욕설을 하며, 내가 코드레드를 지시했다고 외친다.

 

신념, 그 신념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던 군인, 그러나 그는 옳은 행동을 했는가? 자신의 신념으로 위법을 정당화하려 했고, 누군가를 죽음에 몰고 가기까지 했다. 그것을 옳다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우리 사회의 NGO에서 나는 영화 속 제셉 대령의 그릇된 신념을 자주 발견한다. 그 중 하나는 2011년 무급인턴 사태에서 해명 자료 중 박원순 대표가 보인 반응이다.

 

“저에게 돌을 던져 주세요. 수많은 젊은이들을 착취하고 수많은 시민들의 주머니를 턴 소매치기죄로 말입니다. 

저는 이미 천국에 가기는 글렀다고 생각합니다. 이 죄많은 사람이 어찌 천국을 갈 생각을 하겠습니까. 저는 지옥에 가서 아름다운재단을 만들고 희망제작소를 만들어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을 착취하고 소매치기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시간은 흘러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희망제작소에서도 아픈 곳을 찔렸다며, 내부 제도 개선을 약속했고, NGO들에게 큰 교훈이 되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2013년 뉴스타파에서 다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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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최경영 기자의 트윗]


2011년 박원순, 2013년의 최경영, 두 사람은 무서우리만큼 제셉 대령의 그것과 같은 분노를 뿜어내고 있다. 그들의 분노는 헌신으로 쌓아온 명예에 대한 대중의 무차별적 훼손, 자신들의 척박한 환경을 함께 보아 주지 않는 사람들의 근시안적 행태에 치가 떨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민들의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고 있다. 시민들은 캐피중위처럼 집요하게 하나만 따져 묻고 있다.


“노동법을 준수했습니까?”

“노동법을 준수했습니까?”

“노동법을 준수했습니까?”


3. 제대로 된 경영이 우선이다.


뉴스타파에 돈은 계속 부족할 것이다. 어떤 NGO이던 비슷한 상황을 반복할 것이다. 이 문제는 비단 NGO뿐 아니라 선도적 기술을 무기로 창업한 벤처기업이던, 지역의 특산물을 주상품으로 시작한 영농회사 법인이던, 갈고 닦은 요리기술로 창업하는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이던 공평하게 만나는 죽음의 계곡이다.


그 죽음의 계곡을 넘는 방법은 값 싼 노동력을 계곡에 던져 넣어 메운 후 건너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계곡 위로 다리를 놓던, 열기구를 타고 하늘 길을 만들던 정도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경영’이다.

 

경영의 영역에서 제일 먼저 꼽아야 할 것은 인사, 분명히 드러나는 문제는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급여다. 감히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준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법정최저임금인 월급 1,015,740원 이상을 지급할 것,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노동자의 평균월급인 2,995,000원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


최저임금은 2013년 시급 4,860원을 주5일 근무기준의 월급으로 환산한 것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인상요구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건만, 최소한의 기준을 결국 최저임금법에 맞춰 제시할 수 밖에 없었음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 전체근로자의 연간 월 평균 임금총액(2,995,000원)은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13년 <고용노동백서>를 참고했다. 평균에 의한 착시 때문에 정말 저렇게 많은가 싶을 수 있을 것이다. 


첨부하는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용 근로자'는 3,178,000원이고, '임시, 일용 근로자'는 1,293,000원이다. 평균임금을 끌어올린 것은 결국 상용 근로자의 급여였다. 또한 인턴, 기간제 계약직 등으로 대표되는 임시, 일용 근로자의 급여는 숨길 수 없는 우리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이다.


단순히 화폐로 지급된 명목임금이 아닌 물가 상승율 등을 포함한 실질임금에서 임시, 일용 근로자의 곤궁함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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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경영자가 근로자의 임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철학을 가슴 속에 세웠다면 그는 경영자가 갖춰야 할 역량의 절반을 채웠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가 제공한 노동에 그만큼의 대가로 화답하라. 언론이라면 쉼 없이 특종이 보도 될 것이고, 벤처기업이라면 신기술과 신상품이 개발될 것이다. 식당이라면 손님들이 줄을 설 것이다. 이 모든 기적은 노동자가 함께 이루어 줄 것이다.

 

결국, 언제나 어디서나 그렇듯 사람이 우선이다.


뉴스타파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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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홀릭

트위터 : @ceojeonghoo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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