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5. 06. 16. 화요일

편집부 홀짝






 

 







인터뷰 전날 종영한 <초인시대> 이야기를 꺼내봤다.



홀: <초인시대> 얘기를 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게...


유: 안할 수 없나요?


(일동 웃음)


홀: <초인시대>, 일단 종영한 소감을.


유: 어, 일단은 끝나서 되게 시원섭섭하고, 아 이거 너무 뻔한 얘긴데,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한 것도 너무 많고 일단은 근데 너무 물리적으로도 좀 힘겨웠던 것들이 많이 있어서 시원하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좀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 때문에 섭섭하기도 하고.


홀: 어제 스페셜 편에서도 방송 자체(초인시대)가 언급이 되더라구요. 우리 조기조영됐다고. 근데 그 여파 때문인지 결말이 약간 급작스러운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거니까 아쉽기도 하시겠어요.


유: 아쉬운데, 누구를 탓할 순 없는 것 같고. 이게 그, 초반부터 보셨으면 제가 이런 씬이 나와요. "죄송합니다. 제 잘못은 아닙니다. 작가 잘못입니다." 근데 작가도 저고, "막내 작가도 잘못이 있습니다." 막내 작가도 저고, "돈 많이 받아간 놈이 있습니다." 돈 많이 받아간 놈도 저고. 그게 진짜 얘기하고 싶었던 거라서. 그 안에서는 계속 막 '내 책임 아니다. 니 잘못이다' 이렇게 약간 꽁트처럼 상황이 갔는데 진짜 느끼는 건, 제가 정말 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1.jpg

출처 - tvN <초인시대>


이야기들이 개연성이라할지 재미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 같고, 진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서, 아까도 계속 했던 주제지만, 어떤 분들한테는 민폐가 됐던 것 같아서. 준비가 많이 된 상태에서 들어갔었어야 되는데 그런 것들 때문에 좀 공부를 해야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관심에 비례해서 제가 뭐를 표출하는 것보다 제 역량에 비례해서 뭔가를 표현하고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진짜 배우긴 많이 배웠어요. 뻔한 얘기이긴 하지만. 많이 배웠어요. 이게 만약에 없었으면 안하무인으로 그냥 '내가 무조건 재밌어, 내가 무조건 옳아' 이런 식으로 갔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많이 공부한 시간이 됐었던 것 같습니다.


홀: 방송가 자체가 본의아니게, 사실 뭐 어쩔 수 없으면서도 당연히 그런 거기도 하지만, 결과 자체를 시청률로 평가 받는 시스템이잖아요. 그런 면에선 1회가 굉장히 주목도가 높았고 시청률이 잘나왔다가 이제 나중에 좀 꺽인... 그러다보니까 어제 방송에서도 그런 느낌의 뉘앙스(반성 분위기의 꽁트를 말하는 것임 - 편집부 주)가 나왔을 것 같긴한데 이것(시청률 저조) 때문에 혹시나 하고 싶은 거에 대한 기회가 제한된다거나, 그런 거에 대한 부담감은 있으세요?


유: 그거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 같아서, 뭐 저 개인의 일은 개인이 풀어나가야될 것 같고, 그 작품 안에서 좀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은, 다음 거는 제가 하기나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꼭 방송을 딱히 안해도 돼서, 예를 들어서 코미디를 좋아하는 거지 방송을 하고 싶고 이런 건 아니어가지고, 기회를 잘 못 받고 이런 거에 대한 걱정은 사실 크게는 없는 편인 것 같아요.



<초인시대>의 기본 설정은 남자가 스물 다섯 살까지 동정을 지키면 초능력을 얻는다는 거다. 극중 병재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홀: 스물 다섯 살까지 동정을 지킨 남자가 이제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설정... 유병재 씨는 스물 다섯 살까지 동정을...


유: 근데 이게 제가 알기로는 법이 바뀌어서 제가 기분 나쁘면 성희롱이거든요?


(일동 웃음)


유: 뭐, 아니셨어도 제가 불쾌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으면 성희롱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거 대답해요?


홀: 아, 수치심이 느껴지시나요?


유: 아니요, 아니요. (웃음) 동정아니었습니다.


홀: 아니었어요?


유: 네, 그 설정 가져왔던 이유는 이제 히어로물을 좀 하고 싶었었는데, 루저들이 주인공이 되는 히어로물을 하고 싶었었는데 물론 요게 그냥 말로만 들으면 좀 새로워 보일 수도 있는데 코미디 장르에서는 좀 많이 했던 시도들이에요. 거기에 맞을려면 능력의 기원부터 조금 찌질한 데부터 출발해야 될 것 같아서. 근데 저도 되게 인기없는 남자고 그렇게 평생 살아왔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해 재밌어 하는 코드가 있어요. 여자들한테 인기없고, 관심 못받는 남자들. 그래서 그런 거를 루저로 설정해야겠다 싶어가지고 뭐 어떤 일정라인까지 여성과 관계를 갖지 못한 설정을 해보면 괜찮겠다 싶어가지고, 그런 마이너한 부분이 오히려 초능력의 기원이 되면 재밌겠다 싶어서 출발을 했습니다.


2.jpg

출처 - tvN <초인시대>


<초인시대>에 쓰인 대부분의 OST.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다. 타이틀 곡 'Show me the money'를 비롯, '절룩거리네', '요정은 간다', '치킨런', '유리' 등 그의 많은 노래들이 드라마의 상황에 따라 쓰여졌다.



본 기자, 개인적으로 달빛요정의 팬이기에(참고 - [찌질한 위인전]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上[찌질한 위인전]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下), <초인시대>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유병재 이 사람도 엄청 좋아하는구나, 달빛요정.   



홀: 그래서 여쭤보고 싶었던 게 <초인시대>라는 드라마 안에서 그런, 동정을 지키는 남자가 초능력을 얻게 되고, 기본적으로 루저들이 등장하는 내용들이다보니까. 그런 면에서 OST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그 가수의 많은 노래들을 OST로 사용을 하셨잖아요. 달빛요정 노래의 정서가 그렇기도 하고. 원래 많이 좋아하셨었어요?


유: 네, 진짜 진짜 좋아했어요. 한 2007년, 8년 쯤에 접했던 것 같구요, 어... 이야기를 해보자면은 2007년, 제가 07학번인데 군대가기 전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아까도 얘기했지만 대학교 때 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요. 거의... 그래서, 대학교 수업은 늦게 끝나지도 않잖아요. 자취했었는데, 자취를 학교 후문 옆에 한 3평짜리 4평짜리 방이 있는데, 하숙집인데 밥 안주는 하숙집이에요. 그냥 자취방인데 좁은 데서 그때는 또 스마트폰도 없고 할 때라. TV도 없고 아무 것도 없어요 진짜. 방에 저만 있어요. 컴퓨터도 없고. 아무 것도 없고. 그냥 누워 있는 거에요. 학교 끝나고. 대학교는 늦게 안끝나잖아요. 한 12시, 2시 이때쯤이면 끝나잖아요. 2시쯤에 날 밝을 때 집에 와가지고 이불 안에 누워있는 거에요.


그냥 그래가지고 '액션퍼즐패밀리'라고 폴더폰에 게임이 있었는데 그걸 하루종일, 그거만 하고 있어요. 배터리 다 될 때까지. 충전해서 또 그 게임하고. 그 때 피씨방에서 우연히 mp3를 하나 주웠어요. 아이리버에서 나온 1기가짜리 액정없는. 노래 그냥 랜덤으로 나오는 건데 거기에 달빛요정 노래 '절룩거리네’가 있어가지고 하루종일 들었어요. 하루만 들은 게 아니고 거의 몇 달, 몇 년 동안 그거를.


홀: 그 노래 하나를요?


유: 네네. 그 가사가... 노래 아시나요? 가사가 되게 좀 저하고 맞는 것 같고 막 그래가지고.


홀: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


유: 네네. 하루종일 그 노래만, 방안에 누워가지고... 또 그 방이 여섯 면이 있으면 한 네 면정도는 다 곰팡이 거든요. 이불이 젖어있어요. 습기가 너무 많아가지고. 진짜로 이렇게 손으로 하면 물기가 나오고 이런 집이었는데 거기에서 누워가지고 계속 그 노래만 듣고 있다보니깐 본의아니게 어떻게 영향을, 살면서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원래 그 노래로 처음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을 접하게 됐는데 다른 노래들도 찾아서 들어봤는데 다 그런 얘기...


3.JPG


근데 노래 자체는 너무 좋고 가사가 예술이잖아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곡들을 이번 작품에 다 썼어요. 사실 이거 하면서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하나요? 어떤, 아바의 <맘마미아>나 뭐 이런 것들처럼, 김광석 씨의 <그날들> 이런 것처럼 한 사람의 노래로 전체 극을 이끌어가는 그런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어서 이번에 썻던 노래들이 '절룩거리네', '쇼미더머니' 타이틀로 썼고, 그 담에 '치킨런', '요정은 간다', '유리', 이런 노래들 다 전체적으로. 그 작업도 사실 개인적으로 작가로서재밌었어요. 노랫말하고 상황을 맞춰서 이야기를 좀 전개시키는.


홀: 그래서 꼭 드리고 싶었던 질문이 그거였거든요. 몇몇 장면들 보면은 그, 물론은 극에서 아예 동떨어지진 않았지만 이 노래를 살리기 위해서 설정한 것 같은, 특히나 '치킨런' 나오는 장면에서 약간 그런 게 있었어요.


유: '치킨런' 같은 경우는 제가 진짜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여서. 가사 너무 좋지 않아요?


홀: 그렇죠. '내 인생의 영토는 여기까지'.


유: 그게 <초인시대>라는 극하고, 극 전체하고도 되게 잘 맞아서. '세상은 내게 감사하라네. 그래 알았어. 그냥 찌그러져있을게' 요런 톤이. 사실, 그 연기를 제가 하고 싶었었는데 제가 원동기 면허가 없어가지고 김창환 씨라는 배우한테 드렸고... 그만큼 되게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어요. 노래를 좀 담고 싶은.


홀: 그게 참 뭐 공교롭게도 (달빛요정의 노래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 나왔어요. 그거 아세요?


유: 아, 알아요. 공연도 그래서 <초인시대>하기 전에 봤었고, 아마 그리고 내일도 아마, 내일이 막공연이거든요. 내일도 아마 시간이 맞으면 보러갈 것 같아요. 그 동생분이랑 어떻게 연락이 닿아가지고 <초인시대> 하면서도 좀 연락을 했었고. 어제도 통화를 했었는데 뭐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는 못나눴지만 그래도 내일도 한 번 찾아뵐려고 생각중이에요.


홀: 이런 질문도 사실 다른 인터뷰 매체에서 보기는 했었는데, 저도 궁금한 점이 있어서 여쭤볼게요. 지금까지 루저 혹은 패배자 뭐 이런 코드, 뭐 달빛요정 음악과 비슷한... 점점 그런 거에 공감할만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근데 이제는 유병재 씨 자체는 거기서 벗어, 벗어났다고 하면 좀 그런데 잘 되고 계시는 거잖아요. 그런 걸로 공감을 얻기가 점점 더 힘들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유: 네 맞아요.



4.jpg


게다가, 인터뷰 일주일쯤 뒤에는 유병재가 YG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나왔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또다른 뉴스에서는 YG가 유병재에게 아파트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어찌됐건 이런 소식들이, 실재하는 인간 유병재와 그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주된 주제 사이의 간극을 더욱 넓히게 될 것은 분명하다.



홀: 아마 계속 그런 코드로 하실 생각이 있으시겠지만, 그런 거에서 오는 괴리(감) 같은 것도 약간은 있으실지.


유: 네. 느껴요, 느껴요. 뭐 좀 듣기도 했고, 저는 저 이전에 이런 일 하기 전에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왜냐하면 주성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좀 했었는데. 그 사람은 맨날 하는 게 그런거잖아요. 뭐 거지, 못나가는 이런 역할들 하는데 사실 실제 주성치는 제가 잘 알진 못하지만 박스오피스에서 항상 상위권에 있고, 돈도 많고 명예도 있고, 잘나가는 여자 스타들하고 염문설도 있고. 잘나가는데 극 안에서는 굉장히 루저고 이런 것들의 괴리에 대해서 저도 생각을, 이게 뭐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갭에는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어렸을 때 개인적으로 좀 했었어요.


그리고 제 생각은 아니고 가끔 인터넷 댓글 같은 거에서 몇 번 봤는데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도 사실 출발을 대한민국 평균 이하 이런 걸로 했지만은 사실 거기 나오시는 분들의 면면을 보면 다 네임밸류나 능력이나 역량 같은 걸 보면 개개인이 다 대한민국 예능에서 탑이잖아요.


홀: 평균 이하라는 말을 하기가 사실 어렵죠.


유: 네 그래서 가끔 뭐 인터넷 같은 거 댓글이나 이런 거 보면은 "야 쟤들이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으려고 저렇게 하는 게 말이되냐 출연료를 얼마를 받고 하는 애들인데."


그 말이 보면은 일견 좀 바보 같으면서도 또 일견 이해는 되거든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 저도 만약에 그런 평가를 받는다면은 그건 들어야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알았어. 나 그지될게" 이렇게 할 순 없는 것 같고. 그냥 들으면서 그 자세를 유지하는 정도일 것 같아요. 사실 이게 조금 다른 얘기지만은 그런 얘기가 나오면 사실 이길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그거 비슷한 것 같아요. '가난 배틀'이라는 것처럼 "아, 나 여기까지 가난해봤어." 근데 이런 얘기 나오면 되게 재밌어 하긴 하는데 친구들이랑도 그런 얘기 하잖아요. "야 너 간장에 밥 비벼 먹어봤어? 너 뭐 해봤어?" 이런 얘기 나오면은 이긴놈도 패배자고, 되게 소모적이고 이길 수가 없어요. 사실은 그렇게 나오면은.


그래서 그게 뭐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저는 그냥 들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아무리 실제로 못난놈이어도 누군가는 또 그 얘기 할 수 있단 말이에요. "너는 못났다고 하지만 어쨌든 니가 지금 TV에 나오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는 뭐가 아니야. 너는 나보다는 잘났어." 이렇게 얘길하면 그건 뭐 이길 수 없는 얘기기 때문에 그냥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너무 위선만 아니게, 아 위선? 가식만 아니게,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냥 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라고 한다.



홀: <초인시대>, 특히 1회 극 초반에 그런 반응들이 되게 좋았던 게, 그 20대들... 딱 고때 느낄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고민들? 혹은 공감대들? 근데 사실 본인은 취업준비를 한다거나 스펙을 쌓는다거나 그러진 않으셨잖아요.


유: 네네, 그런... 일반적이라고 해야되나? 그러니까 좀 많은 분들이 하시는 그런 루트로는 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홀: 근데 그 리얼함이 되게 살아있어서... 혹시 그런 것들은 어떻게 얻으셨는지...


유: 상황 같은 건 사실 뭐 그냥 제가 직접 겪진 않았어도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넣었었고, 실제로 문제가 되는 열정페이라든지 그런 것들, 조별과제하면서 나오는 그런 것들도 많이 넣었고, 연기로 봤을 때는 사실 다른 루트를 걷긴 했지만은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비슷하다고 보거든요 저는. 취업전선을 제가, 뭐 학점을 잘 받고 어디 뭐 공모전에 뭘하고, 마케터 알바를 하고, 마케터가 알반가? 아무튼 뭐 그런 걸 안했을 뿐이지 저도 거기 뛰어들기 전에 방송일을 시작하면서 받았던 정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가지고...


그거 하면서도 좀 뭐랄까, 발로 걷어차이고 꽁트가 아닌데도 실제로도 걷어차이고 맞기도 하고 막 이런 것들이. 그냥 뭐 초반엔 맨날 집에와서 울었어요.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그런 것들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가끔 인터넷에 올렸던 ucc 같은 것도 저는 그런 거를 올리는 게 물론 당장 내 얘기 하고 싶은 거 하는 것도 있었지만은 보고서 연락오라고 하는 거, 저 나름의 이력서를 만들고 저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나간다 생각으로 했던 거기 때문에 그냥 뭐 조금 형태가 다른 거지 느꼈던 정서 같은 거는 비슷하지 않았을까. 저도 그런 생각, 거기(초인시대)에도 비슷한 대사들이 나오는데 일하면서 초반에 '내 존재 자체가 사족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많이 들고, 뭐 이런 정서 같은 거는 좀 많이 다르다고 생각을 안해서 그게 부끄럽진 않은 것 같아요.



'내 존재 자체가 사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 달빛요정의 노래 '절룩거리네'의 가사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게 아니라면'과도 맞닿는 면이 있다. 유병재는 <초인시대>를 통해 '세상에 쓸모 없는 사람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다른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5.jpg



홀: 그러보니까 주연 배우이자 작가이시잖아요. 본인 분량 없으셨을 때도 계속 촬영장에 있었던 거에요?


유: 아니요. 그럴려고 했는데 못그랬어요. 원래 처음 생각은 그리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대본을 써야 되니까, 이게 대본을 반 정도 완성해서 갔거든요. 원래 8부작이었으니까 4부 정도까지 완성을 해놓고 촬영을 들어갔는데 그래도 조금 물리더라구요. 왜냐하면 후반 작업을 계속 촬영하면서 해야되는데 제가 게속 촬영장에 있으니까 촬영도 거의 밤새, 아침에 끝나고 막 이래요. 아침에 시작해서 새벽에 끝나고 이러니까 일주일에 3일 정도 촬영을 했는데 이게 한 중반부 정도 가니까 연기할 때는 대본 생각하고 있고, 대본 쓸 땐 연기 생각하고 있고, 이게 잘 안되더라구요. 체력적으로도 많이 딸리고 집중이 안되서. 그래서 분량, 다른 촬영장에 못갔어요. 그리고 저 없는 촬영이 많지가 않았어요. 제가 거의 다 나와가지고...


홀: 원래는 (극 중에서) 삼각관계였잖아요 처음에는...


유: 네.


홀: 결말 직전까지만 해도 배누리 씨랑 송지은 씨 사이에서... 근데 원래 개인적으로는 배누리 씨가 (본인) 스타일이라고...


유: 제가요? 아~ 그거 기자간담회 때 했었는데, 진짜 별 생각없이 답변... 전 솔직히 그런 질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아니 여자들 앞에 앉혀 놓구서 누구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게, 근데 그 분위기에서 제가 기자분들한테 '그거 폭력 아닙니까?' 그렇게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가지고 그냥 하긴했는데 딱히 모 그래서 배누리 씨 싫다는 게 아니라 딱히 뭐, 그래서 그런 건 아니고 대답을 해야되니까 한 건데 그런 건 좀 결례 같아요.


6.JPG



홀: 그 극본을 본인이 쓰시니까 사심도 채우셨을 법도 한데 일부러 여자친구 때문에 피해간 건가요


유: 아, 아니요. 근데 그렇게 질문해주셨는데 요렇게 답변드리는 게 실례일 수도 있겠지만은 거기서 사심 채우는 거는 조금 일차원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예를 들어서 제가 거기서 뭐 스킨쉽하는 장면을 넣는다거나 나랑 연애한다거나 이런 거를 넣는다거나 하는 게 그렇게 유쾌한 아이디어도 아닌 것 같고, 고차원적으로 재밌는 것도 아닌 것 같아가지고. 그런 생각을 조금은 하긴 했었어요. 왜냐면 이렇게 하면 재밌을까? 작가를 하고 주연을 하는 경우는 많이 없으니까. 또 그런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 그래서... 재밌을까 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또 생각하는 거니까 요건 또 피해가는 게 맞겠다 싶기도 하고, 그분들한테 좀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가지고.


홀: 하긴, 그 극중에서 병재 캐릭터가 누군가랑 잘되는 것도,


유: 네, 좀 이상한것 같아요.


홀: 그렇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유: 네~그랬습니다.



<초인시대>에서 주인공 병재는 악당 역을 맡은 김수용과 맺어지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사랑의 힘.



홀: 20대들한테 공감 얻을 만한 것들이 되게 많았는데, 지금 20대이시기도 하고. <초인시대>가 그것의 집약체 같은 느낌도 있고 혹시 30대나 40대 때는 어떤 내용이나 어떤 거 한 번 다뤄보고 싶으세요?


유: 글쎄요. 안되어봐서 전혀 모르겠지만, 오 진짜 모르겠는데요 안돼봐서? 어... 되어봐야 알 것 같은데. 근데 뭐 나이 먹고 결혼 얘기나 그런 얘기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저하고 전혀 상관없는 얘기 할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홀: 좀 이렇게 공감을 얻을 만한 나이대의 소재로 그런 것들 계속 하시고 싶은 생각은?


유: 네, 그런 건 아무래도 일하면서 바뀐 생각이, 저는 원래는 처음이라고 해봐야 3, 4년 전이지만 처음에 제가 했을 때 약간 잘못된 생각...으로, 아집으로 '나는 100명이 만약에 있으면 나는 이 중에 한 명만 웃거나 한 명도 안웃어도 돼', '내가 하고 싶은 코미디만 하면 돼', 이런 생각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바뀐 게 그러면 너무 자기 위안하는 그런 일인 것 같아서, 이게 대중예술인데 어쨌든 이 절대다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런 거를 건드려야 된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SNL>하면서 많이 배운 건데... 그래서 내가 만약에 이해가 좀 덜 되더라도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나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그런 걸 해야되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래서 항상 조사도 하고 제가 모르는 이야기도 하고...


예를 들어서 막장 드라마라든지, 뭐 예전에 귀여니 소설이라든지 최근엔 전 먹방이라는 걸 들었는데 약간 저 스스로는 이해가 안되는데, 인기가 있는 컨텐츠들이 있으면은 그걸 좀 따라간다고 생각을 해요. 내가 좀 이해가 안되도 공부를 하고 어디에서 좋아할까? 귀여니 소설 같은 것도 읽어보고. 읽으면 재밌더라구요. 그리고 막장드라마 같은 것도 보면, 그게 보게 되더라구요. 뭐가 이렇게 극적으로 탄탄하건 뭐가 없건 그냥 보게 되더라구요. 뭐 먹방 같은 것도 솔직히... 전 아직 먹방까진 (인기를 얻는 지점이) 이해가 좀 안되는데 그런 걸 왜 별풍선을 쏴주고 이런 것도 이해가 안되도 이거를 만든 사람들을 좀 봐야된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런 것들도 좀... 요새 그런 것들 또 뭐 있죠?


홀: 저도 먹방이 제일...


유: 그래요. 저도 요새 예능프로에서 요리하고 이런 건 재밌어요. 백종원 씨 나오고 쉐프들 나와가지고 <냉장고를 부탁해> 이런 거는 재밌고, 만드는 과정도 보여주고 얘기도 하고 먹고 뭐 이렇게 하니까 버라이어티하고 재밌단 생각이 드는데 그냥 아프리카tv 같은 거는 솔직히 아직까진 이해 안돼요. 근데 제가 그걸 이해 못하고 있으면 좀 뒤떨어지는 것 같고... 요새 제가 <마이리틀텔레비전> 보면서 생각이 드는 게 아직은 방송이 제일 큰 매체잖아요. 사실... 인터넷이나 이런 게 발달했어도. 인터넷 모바일이 계속 방송을 이길 것처럼, 이길 것처럼 하다가 계속 아직도 지금 (방송) 밑에 있다고 보고, 이기지 못한다고 보거든요. 


근데 <마이리틀텔레비전>을 처음 보고 아, 요거는 잘하면 이게 그 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지금 반응도 좋잖아요. 요새는 백종원 씨 때문에 그게 좀 있지만은 잘하면은 진짜 모바일이나 인터넷이 방송 매체를 넘어서는 선두주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요새는 그런 쪽 많이 보고 있어요. 피키캐스트라든지 몬캐스트, 페이스북의 페이지 같은 거 그런 것들을 유심히 봐야겠다는 생각. 뭔가를 연구해서 저도 뭐 하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변화가 조금조금씩 수면 위로 올락말락 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인터뷰 내용을 보아 알 수 있듯 코미디를 대하는 그의 자세, 졸라 진지하다. 뭐 진지한 자세가 반드시 '성공'이나 '롱런'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만 적어도 그가 코미디 분야에서 '업자'나 '꾼'이 되려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홀: 그런 일종의 촉을 세우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점점 시간이 없어지니까 예전에 비해서,


유: 아 저 스스로의 시간이요? 네, 그렇죠.


홀: 그래서 예전에 음악하시는 분들이나 방송하시는 분들, 재충전의 시간을 갖거나 그런 거에 대한 부담, 불안?


유: 네, 맞아요. 그래서 아까도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초인시대> 끝나고 계속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2012년부터 <SNL>을 시작했는데 한 3년 그 정도 한 것 같아요. 근데 <SNL>이 사실 아이템 소모율이 높은 프로그램이에요. 저희가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6일 정도 회의를 하는데 한 회 차 할 때 마다 몇 십 개씩 아이템을 내니까 이게 사실 아이템 재밌는 거 하나 뽑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데 제가 갖고 있는 거, 바닥난 거 이미 오래 전이고 근데 거기서 또 계속 충전을 또 채워가면서 바닥나고 또 채워가면서 바닥나고 이런 식으로 되야 하거든요.


어쨌든 뭔가를 제가 받아들이는, 따로 영화를 보든, 노래를 듣든, 뭐 코미디를 보든 뭔가를 받아들여야 뭐가 나오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계속 하니까 중간 중간에 계속 쉬고싶다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그게 잘 안받아들여져서 극한직업 같은 것도 사실 끝까진 아니었지만 좀 격주? 몇 주 쉬었다가 했던 게 이게 연달아서 하면 재미가 분명 떨어지더라구요. 그래가지고 잘 못 쉬었어요. 그런데 이거 끝나고는 조금 쉬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거 끝나고는 뭐 재충전이란 단어가 굉장히 오글거리긴 한데 좀 뭔가 받아들여야되는 시간이, 똥을 싸더래도 밥을 먹어야 뭐가 나오니까 뭔가 받아들일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영화 같은 것도 하나도 못보고.


홀: 말씀들어보면, 보통 대중에게 막 알려지신 분들이 가장, 그 뭐랄까 불안해 하거나 두려워하는 게 잊혀지는 것에 대한 그런 게 좀 클 것 같거든요? 유병재 씨는 그거에 대해서는 그렇게 커보이진 않는데.


유: 아니 뭐 저도 그런 거에 대한 불안이 있긴 있는데, 어... 글쎄요. 근데 뭐 계속 한다고 해서 안잊혀지는 건 아닌 것 같고, 오히려 내가 준비가 안됐는데 계속 노출이 되면은 거기서 잊혀지는 거. 잊혀진다는 게 사실은 안나가서 잊혀진다기보다 재미없어지면 잊혀지는 거잖아요. 필요가 없어지면 잊혀지는 거기 때문에 준비 안된 상태에서 계속 노출되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한 것 같고. 제가 준비만 되어있고 자신만 있으면 충분히 어느 정도의 공백이 있어도, 그렇다고해서 제가 뭐 2000년대 이럴 때 한석규 씨처럼 뭘 이뤄놓은 것도 아니고. 요 정도 잊혀지는 거는 크게 뭐 상관없을 것... 아깝진 않은 것 같아요. 공부가 되어야 자신감이 생길 것 같고.


홀: 이런 쪽에서 욕심 같은 거 있으세요?


유: 어떤 욕심이요?


홀: 뭘 이루고 싶다. 어느 정도까지는 가고 싶다.


유: 그런 것들이 원래 구체적은 아니어도 처음에는 좀 있었는데, 예를 들면 막연하게 '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웃긴놈이 될 거야', 뭐 '아시아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 될 거야' 이런 거라든지. 그런 것들은 막연하게 있기는 했었는데 그런 것들도 아까 롤모델처럼 얘기한 게 있으면 조금 불안할 것 같아요. 이뤄도 조금 안좋을 것 같고, 못이루면 당연히 못이룬 거대로 그럴 것 같고. 요거는 유세윤 씨하고 그나마 좀 친하니까 얘길 가끔 들었는데 그분도 가끔 그런 얘길 방송에서도 하고 저한테도 하고, 뭐를 이뤄놓고 나니까 나의 내일이 궁금하지 않게 됐다. 이런 것들이 사실 못이룬 사람이 듣기에는 같잖고 막 배부른 소린데, 막상 저도 제가 뭘 이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근데 제가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은 그럴 것 같더라구요. 내일이 궁금해야되고 내가 뭐가 될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런 게 좀 궁금해야 되는데 제가 목표를 스스로 선정해버리면은 이뤄도 문제고 안이뤄도 문제일 것 같아서 그런 건 좀 약간 의도적으로도 꿈꾸지 않고 있어요.


홀: <SNL>작가 활동은 계속 하시는 건가요?


유: 그거를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지. 그 얘기도 <SNL>제작진들한테 몇 번 듣고 했는데, 아직 계획이 불투명해서 일단 제 개인적인 욕구는, 좀 뭔가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는 욕구가 크고 그래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SNL> 작가를 하려면은 snl이건 snl작가건 뭐가 됐건 올인을 해야될 것 같거든요. 


7.jpg

출처 - <SNL> '극한직업'



홀: 작가와 연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거를 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는것 같긴한데, 어느 쪽에 그래도 더 마음이 가요?


유: 저는 재미로는 작가가 더 재밌는것 같아요. 이것도 사실 처음 일 시작했을 때와는 좀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되게 바보 같은 생각으로, 그땐 '극한직업' 같은 거 안하고 작가로 대본만 쓸 때, 되게 바보 같은 생각이 있었어요, 공명심에. 예들 들어 재밌는 대사를 한 줄 썼어요. 뭐 '딴지카페 커피 맛있다' 이런 재밌는 대사를 하나 썼으면은, 그거 연기를 만약에 신동엽 선배가 해요. 근데 사람들이 막 웃어요. 아 신동엽 넘 재밌다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그게 너무 억울한 거에요. 그때 처음 시작할 때는. '아이 이거 내가 재밌게 생각한 건데 저 분이 재밌게 얘기해가지고 나는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니까 좀 억울하다' 바보 같은 생각이 있었는데 그거는 진짜 어리석은 생각인 것 같고.


연기할 때 오는 재미 같은 건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직접 말 해가지고 하니까 사람들이 재밌다 해주는 게 뿌듯함도 있고 약간 성취감이랄까 이런 것도 오는 것 같은데 그런게 사실 없어도 집에서 아무도 모르게 대본만 써도, 사실 전 '내가 언제 제일 즐겁지?' 생각해보면 집에서 재미난 아이디어 생각나고 대본도 쓰고, 막 대사 쓸 때 혼자도 웃어요. 대사 쓰면서. 재밌는 거 나오면 그런 것들이 되게 신나는 것 같아요. 방안에 아무도 없고 나만 혼자 알고 있어도 만드는 재미를 많이 느껴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지금은 굳이 뭐 카메라 앞이냐 뒤냐 따지면 뒤에 가 있는 게 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조금 반 농담으로 얘기하면 책임도 안져도 되고 얼굴 안팔리니까.


홀: 근데 지금까지는 대부분 본인이 쓰신 대본에 본인이 등장하셨었죠? 거의.


유: 네, 그니까 제가 연기한 거는 비중 문젠데, 어떤 게 먼저냐 문젠데. 제가 연기한 거는 거의 다 제가 쓴 거였고, 제가 쓴건데 다른분들이 많이 하신 것도 있고,


홀: 코너 같은 경우도요?


유: 네네. 제가 뭐 다른 분이 쓰신 거에 나온 경우는 많진 않았어요. 제가 '아이 나 그거 안해'라기보다 못살려요, 제가 그거를. 훌륭한 배우면 어떤 역할 어떤 상황이어도 그에 맞게 연기를 딱딱 잘 해낼텐데 그렇지 않다보니까 뭐 가끔 <SNL>에서도 다른 작가분이 쓰신 꽁트에서도 잠깐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조금 미리 말씀을 드려서 아, 요런 상황에서 요렇게 가는 게 제 스타일인 것 같고 이렇게, 이렇게 가는 게 더 웃기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씀드려가지고 좀 상황에 맞게 바꿔서 하는 거라.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까 다른분들이 해주시는 걸로 좀... 잘 못하겠더라구요.


코코아: 글쓰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잖아요. 창작을 한다는 게... 글쓰다가 막힐 때 그럴땐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유: 막힐 때는 사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글쓰다 막힌다기보다 아이디어 안 떠오를 때는 이것도 가끔 인터뷰 때 몇 번 했던 얘기이긴한데 일단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보거나 이렇게 하는데 좀 나쁜 생각이긴 하지만 일부러 좀 재미없는 거를 보는 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재미없는 영화를 보고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는 작품들을 봐야 '아 요거를 이렇게 비꼬아야 재밌겠다' 이런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경우도 있고, 또 더 나쁜 경우를 생각해보면 일부러 재미없는 코미디를 보면 약간 자신감이 생겨서 좀 더 재밌는 게 나오는 경우도 있는 거...


코미디는 진짜 자신감이 굉장히 중요한 거라서 아이디어 안나오고 그러면 되게 막 자괴감에 빠져들거든요. '아이씨 이 일 왜 하는 걸까. 난 진짜 재능 없는 것 같다' 생각이 드는데 진짜 재미 없는 거, 코미디 공연 같은 거 있어요. 몇 개. 그런 거 가서 보면 '아이씨 (나는) 쟤보다 낫지'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코미디는, 자신감.



홀: 이제 거의 준비한 질문은 거의 다 드렸는데요. 많이 고생스러우셨죠.


: 아니요. 말하는 거 재밌어요. 맨날 똑같은 거 물어보고,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제가 뭐가 없기 때문에 물어보시긴하는데 근데 평소보다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 이거 공식질문이라고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이 질문을 예전에 총수님께서도 많이 하셨던 질문이라.


코코아: 회원가입할 때도 들어갔던 거라.


유: 회원가입할 때도 이게 들어가요?


홀: 삼각팬티랑 사각팬티 중에 어떤 팬티를 어떤 쪽을 더 선호하시는지?


유: 저는 사각 입습니다.



8.jpg

글타, 그는 사각파



홀: 그럼 오늘 입고 오신 것도 사각...


유: 딱히 분류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는데 박스브리프라고 하나요? 달라붙는 사각 위주로.


박새로미: 드로즈?


유: 아, 드로즈 그거. 유니클로 같은 데서 파는 거 있잖아요. 요샌 트렁크 같은 거 입으면 약간 불편하더라구요. 바지 위로 좀 나오나? 겉옷 바깥으로 나오고 그래가지고.


홀: 그럼 오늘 속옷 색깔은?


유: 오늘 색깔이 없구요. 그 무늬 많이 들어간 화려한 저거 입었어요. 드로즈. (웃음) 아~ 이게 필수질문이에요? 아, 들었던 것 같은데 왠지?


홀: 저도 이거를 여쭤보면서 이게 도대체 이 질문을 통해서 뭘 얘기를 이어가야 할지. (웃음)


유: 아... (웃음) 이렇게 끝나는 건가요? 빤쓰 색깔 물어보다가? 아니죠? 아니죠?


(일동 웃음)


홀: 이렇게 끝내도 재밌긴 하겠다. 어, 사실 제가 여기서 말문이 자꾸 막히는 이유가 마지막 질문으로 드릴만한 게 너무 뻔하니까.


유: 아이 괜찮아요. 꿈이요?


홀: 아니 그건 안할래요.


유: 청춘에게 한마디? 유병재 씨의 최종꿈이란?


홀: 아, 이런 거 못하겠어요 저는.


유: 열 번하면 아홉 번은 '청춘에게 한마디'인 것 같아요.


코코아: 저 궁금한 게 총수님의 개그감이 어떤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유: 저는 되게 재밌어요. 저는 처음에 나꼼수들었던 게 2011년인가 12년 이때 쯤에 대선시즌에 했었잖아요.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뭐 딴지를 좋아해서 들었다기보다 아저씨들이 농담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처음에 듣기 시작했어요. '실패!' 이렇게 하면 자기들끼리 뭐 이렇게 하는 게... 제가 원래 아저씨 코드가 조금 있거든요. 그게 너무 재밌어서 듣기 시작해가지고, 총수님 개그감이나 이런 거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순발력이 되게 좋으신것 같아요. 머리가 진짜 좋으셔서 순간순간 파악해가지고 딱딱 들어가시고 하는 게. 


그리고 되게 좋아하는 거는 그 자세는 되게 좋아해요. 이건 코미디를 물어보셨으니까 대답하는 건데, 제가 또 싫어하는 코미디언 중에 약간 이런 게 있거든요. 얘기하다가 말하면 안되는 불문율 같은 게 있어요. 코미디언들한테. 동료가 있는데, 걔가 좀 재미 없는 말 하면은 "야, 너 재미 없다." 이 얘기는 사실 하면 안되는 말들 중에 하나거든요. 예의상도 그렇고 서로 cheer up 해줘야 되기 때문에. 근데 총수님도 가끔 보면 다른 사람들 나와서 재미 없는 말 하거나 무리수 던지면은 재미 없단 얘긴 잘 안하더라구요. 사람이 좀 호탕하셔서 그런가?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은 웃으면서. '실패!' 뭐 이런 건 하긴 하지만. 그런 자세도 개인적으로 호감이었던 것 같아요. 누가 좀 재미 없어도 웃어주고 하는 게. 


홀: 기왕 그런 김에 별점으로.


유: 4개 드리겠습니다.


홀: 5개 만점...


유: 100개 만점입니다.


(일동 웃음)



즐겨 듣는 팟캐스트가 있냐고 물었다. 주욱 나열하는 게 <노유진의 정치카페>, <파파이스>, <그것은 알기 싫다>, <불금쇼> 등등.



홀: 팟캐스트 욕심은 없으세요?


유: 그냥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사실 자신이 없어서 안하는 것 같아요. 팟캐스트 처음 나올 때부터 이런 거 해보고싶다. 이런 건 좀 있었는데 사실 뭐 제가 한 시간이 됐건 40분이 됐건, 20분이 됐건 떠들 수 있는 컨텐츠가 있어야 뭘 할텐데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주제가 있잖아요. 정치 팟캐스트는 정치 얘기를 하거나, 연애 팟캐스트는 연애 얘기를 하거나 뭐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되는데 제가 뭐 계속 한 시간 내내 혼자 떠들거나 누굴 앉힌다고 해도 물어보면 대답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좀 부족한 것 같아가지고.


홀: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맨 앞에 가카에 대해 말씀하신 거랑 즐겨듣는 팟캐스트 목록 나열하시는 것만해도 종북좌빨...


유: 아 그런가요? 제가 가카라 그랬나요? 언제? 비문 얘기한 거요? 아~ 그러네.


홀: 그건 작가 입장에서 말씀하신 걸로 치죠. (웃음)


유: 아니 뭐 저는, 그렇게 말하면 저는 제가 그렇다고 생각을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종북좌빨하겠습니다.



11.jpg



홀: 개인적으로 불편한 사람이랑 같이 작업 하거나 연기하거나 이럴 때, 뭐 당연히 프로시니깐 그런 거를 감수하고 하셔야만하는 거잖아요 사실.


유: 그쵸


홀: 근데 그런 경우도 있긴 있으시죠?


유: 저는 아직은 없었어요.


홀: 혹은 '이 사람하고는 안하고 싶다' 이런 거 있잖아요.


유: 아니요, 아니요 진짜 거짓말 아니고 아직은 진짜 없어요.


홀: 저는 누군가를 염두해두고 말씀드리는 거긴 한데...


유: 어 진짜요?



하면서 입모양으로 OOO? 하는 유병재.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 사람 정확히 짚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하니 고개짓을 도리도리 하길래,



홀: 에에에에에이~


유: 아니요 없었어요. 그런 건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홀: 궁금했어요. 만약에 그분이랑 같이 하게 되면 어떠실까. 하긴 그분도 뭐 이렇게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면... 알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 네, 나왔나요? 청춘에게 한마디 할까요?


홀: 제발 그것만은. (웃음) 유병재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유: 저한테요? 아... 존댓말로 해도 되죠.


홀: 네.


유: 어... 병재 씨, 그니까 나는 니가 좀 그랬으면 좋겠어. 뭐를 하더래도 끝까지. 남들이 인정을 안할 수도 있고 뭐 어떤 지금 살고 있는 환경이 만족도가 높지 않을 수도 있지만 끝까지 좀 부끄럽게는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도 알고 있잖아.


아 이게 진짜 심리치료처럼...


(일동웃음)



유: 그냥 편하게 얘기할게요. 아까 했던 얘긴데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 굉장한 돈이 없고, 뭐 사랑도 못하고 사람들한테 인정도 못받고 손가락질 받고 그런 삶이어도 스스로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수치심이라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난데 요걸 잊어버려도 이상한 놈이 되는 것 같고 너무 갖고 있어도 힘든 것 같고, 사실 수치심만 버리면 진짜 살기 편하잖아요. 쪽 팔린 것만 없으면. 어디가서 말바꿔도 되고 나쁜짓 해도 되고 근데 사실 버리냐 안버리냐 차이 같은데 너무 힘들어도 그건 좀 안버리고 쪽 팔린 짓 안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게 좀 약간 꿈하고도 연관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후지게? 부끄럽게?'는 안살았으면 좋겠어 스스로 느끼기에. 오천만 명?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날 다 싫어한다고 해도 나는 끝까지 나를 좀 좋아하거나, 좋아하진 못해도 적어도 내가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근데 요건 좀 힘든 것 같더라구요, 제가. 나 싫어질 때가 되게 많이 있잖아요. 뭐 남들도 있다고 할 순 없어도 저는 좀 있어서... 그런 순간들이 있으면은 자기혐오가 제가 생각하는 끝인 것 같아요. 사업에 실패하고, 시험에 떨어지고,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도, 다 극복이 가능한 문젠데 이 혐오에 빠지면 이거는 진짜 좀 끝인 것 같아가지고요. 끈은 끝까지 안놓았으면 좋겠는데.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9.jpg



홀: 어떻게 빠져나오셨어요?


유: 지금 뭐 빠져나왔다기보다는 지금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뭐, 이게 잘 모르겠어요. 아직까진 깊이 빠진 것 같진 않은데 스스로 약간 최면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뭐 내가 제일 좋아. 나는 날 사랑해. 넌 최고야. 이런 것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잘 안돼요. 저는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제가 예를 들어서 나쁜짓을 해도 나는 나를 좋아해야 되는 것 같거든요? 남들한테 내가 피해를 끼쳐도 나는 나를 좋아해야될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사실 잘 안되니까. 아무튼 뭐 그런 게 좀 소망입니다.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께 한마디.



유: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웃긴 거를 기대하셨을 수도 있고, 제가 항상 인터뷰 할 때도 그렇고, 보통 인터뷰할 때 재밌는 대답은 잘 안나와요. 왜냐하면은 인터뷰는 진짜 자기 솔직한 뭐, 진짜 내가 나와야 되는데 괜히 거기서 웃길려고 하면은, 사실 방송출연할 때 그런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다른 연예인 분들한테 얘기 듣는 게, '내가 진짜 나쁜놈인가' 이런 생각이 드신데요. 웃긴 얘길 하려면 거짓말이어도 진짜로 내가 그렇게 생각 안해도 거짓말로 웃겨야하는 상황들이 있으니까. 저도 가끔 막 누가 물어볼 때마다 '아, 여기서 내가 화를 낼까? 진짜 나는 화가 안나지만 웃기니까. 욕을 할까? 난 욕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인터뷰에서는 저는 아직까지 그런 것들은 안하는 게. 


안웃겨도. 뭐 이렇게 진실된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그래서 궁금하실지 안 궁금하실지 모르겠지만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좀 했는데 어떻게 들으셨는지 잘 모르겠고, 그리고 편집해달라는 건 다 편집해주셨으면 좋겠고, (일동 웃음) 오줌이 너무 마려워요. 아까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못가가지고. 끝나자마자 소변을 볼 생각이고. 그렇습니다.


P5300871 (1).JPG



인터뷰는 여기까지. 끝에다가 이런 저런 소회나 유병재와의 대화를 통해 느낀점 따위 등을 적어놓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인터뷰에서 그가 말들을 보면서 열분덜도 각자 생각하는 바가 있을 테니까. 그러고보니 유독 그는 대중이 자신에게 갖는, 혹은 가질 법한 편견이나 오해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도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건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라는 대답을 했다. 그러니, 이 인터뷰 기사를 보고 열분덜이 유병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역시, 그건 자유.


마지막으로, 얼마 전 대기업에 입사한 청년 유병재에게 응원을 전하면서.


끝.






편집부 홀짝

트위터 : @holjjak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