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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수술방 이야기

2013-08-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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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22. 목요일

raksumi













딴지의 여러 글을 읽다 보니 우리는 매일 부딪히는 일상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참 재미겠다 싶은 글들이 많더군요(7급 공무원 그리고 교육 공무원 이야기 등). 그래서 저도 제 분야의 글을 써 보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한 달 전부터 생각한 건데 많이 바빠서... 암튼 첫 빠따로 수술방입니다. 며칠 전 수술방에서 생긴 일을 소개 드리면서 수술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적어 봅니다.


수술을 하신 분이라면 수술방에 들어가 보셨을 줄 압니다. 그러나 수술을 하려면 마취가 되어야 하니까 그 후에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병원 직원이 아니라면-병원 직원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만- 아마 잘 모를 것입니다.


수술방 _2.png


 

수술방배치도.png


대략적이지만 수술방은 인원은 다음과 같이 배치 됩니다(참고로 사각형에 누워 있는 것이 환자입니다. 이거 그리느라 힘들었습니다). 위쪽 사진에 있는 사람에 숫자를 넣었습니다.  


일단 환자 왼쪽으로 두 사람이 있습니다(2번, 4번). 대개는 환자 머릿쪽으로 있는 사람이 주치의사입니다(2번). 여러분이 외래에 가면 만나는 그 사람입니다. 과장이라고도 하고, 대학 병원이라면 교수입니다. 그러니까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에 해당 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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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의 사람은 고년차 레지던트가 섭니다(3번). 영어로는 'chief 레지던트'라고 하는데 '1st assit'라고 하며 주치의와 손을 맞추어 수술 시 주치의를 도와 줍니다. 주치의에게 가장 많이 깨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수술을 하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있는 데 그럴 때 방패막이가 됩니다. 바꿔 말하면 chief 레지던트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술방 분위기가 좌지우지 되고 암튼 굉장히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주치의 바로 옆에 저년차 레지던트(4번)가 주치의를 도와줍니다. 피를 닦아주기도 하며 '2nd assist'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1st assist 보다는 덜 중요하고, 당연하게도 수술장의 모습은 주치의나 chief 레지던트에 비해 잘 안 보여서 가끔씩 집중력을 잃고 졸기도 합니다(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피곤한 상태라면 많이 졸립겠죠).


제가 처음 레지던트 할 때 우리 chief가 말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1년차 잠은 수술방에서 자는 거야"

 

대개 병원에서는 가장 바닥에 있는 사람이 항상 잠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환자의 수술이 stable(안정적인)하게 진행되면 서서 자는 놀라운 솜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저는 곱게 커서 그런지 서서는 못 자겠더라구요).


그리고 5번, 주치의 대각선으로 보이는 간호사는 '스크럽 너스(nurse)'라고 해서 수술 시 의사들이 필요한 것을 건네 주는 사람으로 수술장 내에서 수술 기구를 건네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간호사는 오염되면 안 되므로 의사와 똑같이 수술장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분홍색을 입은 간호사는 'circulating 너스'라고 해서 혹시 수술장 내에 없는 기구를 구해다 주거나 바깥과 연락을 하는 역할을 합니다. 수술을 할 때 그 방에는 없는 기구나 재료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환자 보호자에게 설명이 필요하면 외부와 연락을 해서 보호자를 수술방 내로 데려 오기도 합니다. 수술방이 많이 열려 바쁠 때에는 한 circulating 간호사가 여러 방을 책임지기도 합니다. 뭔가 필요할 때 circulating 간호사가 없으면 스크럽 너스가 자기 방 번호를 크게 부릅니다. '3번!' 이런 식으로 부르면 그 소리를 듣고 서큐레이팅 간호사가 3번 방으로 득달 같이 달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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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 자주색 옷이 서큐레이팅 간호사, 바로 오른편 스크럽 간호사


흔히 서큐레이팅 간호사가 옷도 소독 된 거 안 입고 주치의 옆에 있지 않고, 그냥 왔다 갔다 하고 허드렛일처럼 보이는 일을 하니까 스크럽 간호사가 expert인 줄 알지만 그 반대입니다. 스크럽은 대개는 초짜, 서큐레이팅이 expert입니다. 서큐레이팅은 시간이 쌓이고 관록이 생겨야 할 수 있습니다. 수술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조율하고 책임지기 때문에 수간호사가 합니다.

 

아, 물론 수술방에서 욕은 스크럽 너스가 더 많이 먹습니다(기구를 빨리 빨리 안 주고 딴 거 주고 그러면 짜증 나기도 하고 또 초짜이고 대개는 어려서 혼내는 게 좀 부담이 덜 한 것도 사실입니다). 끝으로 사진 제일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1번, 마취과 의사입니다. 사실 마취과 의사는 마취 할 때가 가장 중요하고 마취가 끝난 후에는 아무래도 긴장이 풀리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많은 병원에서 마취가 끝난 후에는 인턴 선생님이 대신 들어오고 이상이 발견되면 마취과 의사를 부릅니다.


당연하게도 그 일에 좀 서툴고 환자가 stable하면 마취과 의사 선생님 들어온 인턴 선생님이 조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군다나 앉아 있고 워낙 바쁘고 그래서 피곤하기도 하고 .


산부인과 제왕절개 시에는 태어난 아기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소아과 간호사 선생님과 레지던트 선생님도 수술 방에 들어 옵니다. 그래서 제왕절개 할 때는 참 수술방이 북적입니다.


암튼 그러던 어느날 쌍둥이 엄마가 조산으로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하게 된 수술이었는데 문제가 된 것은 그 수술방에 있는 사람들의 성비(性比)였습니다. 원래가 저희 산부인과는 여자 레지던트가 많은데 암튼 그 날 저희 chief 레지던트 그리고 1년차 모두 여자였습니다.


그리고 마취를 하러 마취과 선생님 두 분이 들어 오셨는 데 두 분 다 역시 여자 선생님. 스크럽 너스 그리고 서큐레이팅 너스 역시 모두 여자. 결정적으로 소아과에서 레지던트 2명 간호사 2명 모두 4명이 들어왔는데, 간호사는 모두 여자였고 레지던트 선생님(쌍둥이여서 2명이 필요하답니다) 역시 모두 여자 선생님이었습니다(소아과도 산부인과 만큼이나 여자가 많습니다).


그리고 누워 있는 산모는 아주 당연하게도 여자. 그래서 수술을 1:11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첫 번째로 태어난 아이까지도 여자였다는 것. 다행히도 둘째 녀석이 아들이어서 저의 외로움을 달래 주었습니다(원래 이런 내용이 쓰려고 한 것이 아닌데 암튼). 주위에 여자가 없어서 고민하시는 분은 수술방에 들어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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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산모 중에서 조금 통통한 산모가 있었습니다. 아주 뚱뚱한 것은 아니었고, 결혼한 지 4년쯤 되었는데 시댁에서 아기를  많이 원한다고 하던군요. 그래서 뭐 시험관 아기를 했습니다. 한 번에 임신이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쌍둥이 임신이 됐지 뭡니까.

 

한 5월부터 저한테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 때도 몹시 더웠는데 참 많이 더워 하더군요. 공무원이었는데 출장도 많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이 정말 더웠잖습니까? 좀 걱정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진단서 해 드릴테니 좀 쉬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 봤습니다. 


그런데 안 된다네요... 일 할 사람도 없고 눈치가 많이 보인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인 중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제가 아는 직업군에서는 하나 있긴 하지만)... 그러다가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지난주 참다 참다 휴가를 내려고 그랬는데 상사가 좀 인상을 썼나봐요. 사실 공무원은 법대로 하면 그게 가능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말처럼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 다음 날 바로 병원에 왔습니다. 이제 20주 인데 자궁이 거의 다 열렸더군요. 전력 부족으로 공무원들 에어컨 못 틀게 하는 거 다 아실 겁니다. 그게 유산과 상관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결국 5일 정도 있다가 그만 유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태아가 20주 정도 되면 완전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5주만 더 늦게 나왔어도 살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개인적으로 원전 비리 저지른 인간들 감옥에 쳐 넣고 자전거 바퀴를 돌리게 해서 전기 만들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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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울고 친정 엄마도 울고 너무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사실 이번 여름이 너무 덥지요.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외래도 상당히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도 사람들이 워낙 왔다 갔다 하니 별 효과가 없는 거 같기도 합니다. 환자도 힘들지만 의사도 참 힘듭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진료를 하게 되니까요.

 

그렇다면 병원에서 가장 시원한 곳은 어디일까요? 아마 짐작하신대로 중환자실과 수술방입니다. 중환자실이야 환자들 상태가 위중하고 좀 긴장감이 흐르고 그러지만 수술방은 의외로 안 그렇습니다. 의외로 상당히 여유가 있다고 할까요? 뭐 레지던트들이야 많이 바쁘지만 저 같은 사람은 사실 딱 수술만 하면 되니까요.


무슨 말이냐면, 일단 환자가 수술방에 들어오면 대기실에 있다가(20분), 수술방으로 옮기고(10분), 수술하려는 자세를 잡고(10분), 마취를 하고(약 30분-1시간), 환자  수술할 부분 소독을 하고(10분), 환자 수술을 하고(이게 메인이죠), 수술이 끝나고 마취를 깨우고(10분), 회복실로 옮기고(10분), 회복실에서 회복하고(1시간) 이런 식입니다.


그러니까 환자 자신은 수술방에 들어간지 꽤 오래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수술 받는 시간은 반도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레지던트 저년차들이야 환자 이송하고 마취과 의사가 마취 할 때도 옆에 붙어 있고 그래야 되지만 저나 고년차 레지던트는 딱 수술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 나머지 시간은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던지 좀 쉬던 지 그렇게 합니다.


수술방은 아주 당연하게도 정말 청정 지역입니다. 파리 한 마리 보이면 말그대로 난리가 나지요. 그리고 수술할 때 덥거나 그래서 수술하는 사람 컨디션을 저하시켜서 수술 망치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적정 온도를 유지합니다. 또 수술 할 때는 그 수술복 위에다가 정말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옷을 입어야 됩니다(만일 누가 실수로 건드리면 옷을 벗고 다시 입어야 합니다).

 

수술가운_1.png

 

사진과 같은 상황이라면 많이 덥겠죠? 더군다나 수술할 때는 긴장을 하니까 땀이 비오듯 흐릅니다. 산부인과 의사인 저는 제왕절개를 많이 하는 데, 애기는 태어날 때 빨개 벗고 나오잖습니까? 그럼 많이 추우니까 애기 나올 때 까지는 에어컨을 틀지 않습니다. 워낙 땀이 많은데다 그러니 참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은 애기 좀 빨리 내보내라고 그런 적도 있지요. 반대로 옷만 벗으면 엄청 시원합니다.


참고로 수술복은 거의 모든 병원이 초록색 옷을 입는데, 빨간색인 피의 보색이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초록색이 보기 편하기도 하고요. 가카의 녹색 성장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고...


그러면 수술할 때 참 덥겠죠. 그래서 온도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낮습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한 여름에도 춥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물론 더워서 환자들 상태가 나빠지면 안 되기도 하구요. 아파서 수술하러 왔는 데 덥기까지 하면 얼마나 짜증나겠습니까.


그리고 수술방 옷 이것도 참 편해서 외래 볼 때 넥타이 매고 와이셔츠 입고 그 위에 흰 가운 입고 환자 보는 것이랑은 천지 차이입니다.

 

수술복_1.png


목은 확 패여서 시원하고, 면이어서 촉감 좋고 땀도 잘 흡수하고 해서 잠옷으로도 최곱니다. 수술방 옷은 거의 면이기 때문에 샤워하고 심지어 그것을 수건으로 쓰기도 하니까요. 수술방 옷은 푹푹 삶아서 매우 깨끗합니다. 여기에 수많은 환자들 수술 할 때 피가 묻고, 그런 거 다시 빨아서 입는 건데 깨끗하다는 믿음이 없으면 수건으로 쓸 수 없겠지요?


수술방에는 편의 시설도 많습니다. 항상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다른 차들도 있고 과자도 있습니다. 또 운동 기구들도 있습니다. 환자 오더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도 있고 심지어는 신문도 있습니다(조선일보만 있어서 조금 불만이지만요).


물론 텔레비젼도 있어서 요즘 같을 때 류현진 야구도 볼 수 있는 곳이 수술방입니다. 뭐 다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학교 선후배들이기도)  경기 보면서 소리 지른다고 흠이 되지는 않습니다. 외래에서 그러면 환자들에게 좀 창피하겠죠.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대기시간이 꽤 길기 때문에 이런 것을 할 여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좀 비밀인데 요즘은 대부분의 병원이 완전 금연 시설로 지정되어 있지요. 이젠 많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수술방 대기실(의사들 옷 갈아 입는 곳)에서는 의사들이 담배 많이 피우기도 합니다. 아주 당연하게도 수술방은 언제나 깨끗해야 하니까 환기도 잘 되죠. 이러니 담배 태우기에는 정말 좋은 장소입니다. 더군다나 커피도 있으니... 이러니 원장님이 매일 금연하라고 이야기 해도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저도 담배 사는 것은 끊었지만 담배는 아직 못 끊었습니다).


하여튼 병원의 휴게실 역할을 하기 때문에 surgeon(수술하는 의사)들은 수술을 안 하는 날도 가끔 와서 놀기도 하고 그럽니다. 그래서 그런지 surgeon들 끼리는 대부분 친해요. 자주 보니까, 그리고 같이 담배도 피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니까 자연스레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내과 의사들끼리 보다는 더 친한 것 같습니다. 병원 일도 많이 논의 하고 환자들 이야기(주로 진상 환자들 욕)도 많이 하고. 저는 수술하는 날이 저희 병원 부원장님이랑 같은데, 그럴 때 스리슬쩍 병원의 문제점이나 요구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이럴 때 아니면 어떻게 부원장님 방에 찾아가서 이런 소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수술방에서는 워낙 편안한 상태라 이런 이야기들도 잘 들어 주시지요.


어딜가나 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런 거 요구 할 때는 분위기가 중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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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의 대부분이 젊은 여자들이기 때문에 이 정도 이쁜 간호사들도 꽤 있습니다.

외로우신 분들은 수술방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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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어서 

인물 좋은 간호사랑 그렇지 않은 간호사랑 구별이 잘 안 되었는데,

한 10년 있으니 구분이 되더군요.

 

수술복이 똑같아서 멋내기 좋아하는 간호사들은 어떡할까 궁금하시죠? 수술방 간호사들은 모자는 거의 자기 것을 가지고 있는데, 이 모자로 멋을 냅니다. 그래서 누군지도 알고, 경험해 보니 모자 이쁜 거 쓰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밖에서도 멋쟁이더라구요. 아님 말구...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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