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설계도면을 직접 그려보고 싶다면?
무슨 일을 하든 '계획'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어떤 계획을 세웠는가가 그 일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을 지을 때 만족도 높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설계' 과정에 많은 신경을 쓰면 좋습니다. 건축에는 억대의 돈이 들어가지만 설계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꿈꾸던 집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각화'입니다. 단순히 2D 도면만 보게 되면 아파트 평면도처럼 볼 수 있지만 좀 더 입체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전원주택에서는 상상력을 더 불어넣어서 설계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 집은 이미 캐드 도면과 3D 스케치업으로 완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완성되어 있는 3D 집을 스스로도 다룰 수 있어야 하겠기에 '스케치업' 강좌를 들었습니다. 거리가 멀고 비용이 들었지만 아내와 저는 둘이 함께 노트북을 들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전에 3D MAX를 공부했던 경험이 있지만 그것도 어느덧 20년 가량이 흘렀습니다. 용기 내서 맨 처음부터 시작한다 생각하고 차근차근 따라해 보았습니다.
요즘은 컴퓨터의 하드웨어 사양이 올라가면서 3D 스케치업으로 누구나 자신의 집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과거엔 워크스테이션으로 했어야 할 작업이 개인용 노트북에서도 잘 되는 것을 보니 놀랍습니다. 너무 옛날 얘기를 하고 있죠?
여태까지는 자신의 집을 짓는 것은 무조건 '설계사무소'를 찾아야 했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완벽한 도면은 아니더라도 설계사무소를 방문하기 전에 자신의 집을 미리 만들어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물론, 아직도 설계사 자격이 없는 사람의 설계로 집을 짓는 것은 법률적 한계가 있습니다만 적어도, 자신이 꿈꾸던 집이 있지만 바로 집을 올리기에 무리가 있는 경우, 스케치업을 통해서 가상의 집을 올려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스케치업은 하루만 배워도 일단 기본적인 집은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툴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맹연습이 필요하지만 저와 아내는 시행착오를 하면서 계속해서 집을 올렸습니다. 3D 도면이라고 해서 어렵게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2D도면처럼 평면도를 미리 그려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래떡 늘리듯이 쭈욱 쭈욱 늘리면 3D로 변환되면서 늘어나는 식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아내와 저는 정말 반나절만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었습니다. 마우스를 계속 클릭하면서 강사님의 강의를 배우면서 공부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계속해서 집을 세웠습니다.
막상 해보니 우리 건축사님이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냥 쉽게 '이거 이거 해주세요', '해보니까 마음에 안 드는군요. 이번엔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를 수백 번 외치면서 변경했던 도면은 그냥 완성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부를 해보니 집을 짓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연습을 꾸준히 하신 분들은 이미 집들을 쑥쑥 올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네모난 지우개를 막 만들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동그란 원을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물론 구글 스케치업 강좌가 완전히 쉬운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레이어 개념의 포토샵을 조금 다뤄보신 분은 익숙히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레이어를 나누지 않고 잘못 작업을 진행하면 한 번에 모든 게 날아갈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완벽히 한다고 하더라도 깔끔한 레이어 분리에 비해서 낫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스스로 집을 만든다든 부푼 꿈으로 인해서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중간중간에 포기하는 분들이 속출하기도 했지만 일단 시작을 했으면 끝을 보는 아내는 멈추지 않고 마우스 클릭을 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익숙하게 다루게 되는 아내를 보며 저 역시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는 혼자 하는 것보다는 동지가 있으면 좋습니다. 지칠 때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의지가 되지요.
드디어 평면도가 완성되었습니다. 저렇게 그려진 그림이 이제 집으로 쑤욱 쑤욱 올라가게 됩니다. 물론 '단순하다' 이야기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초는 원래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서 '응용, 응용'이 더해져 완성됩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우리가 스케치업 수업을 들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익숙하기만 하면 정말 빠르게 할 수 있는 직관적 인터페이스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중요한 이유는 초반에는 모르지만 중반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몇 번씩 해야 하는 작업을 한 번, 두 번에 모두 끝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직관적 인터페이스일수록 복잡한 집을 만들 때 유용합니다.
물론 아직은 저희 부부는 인터페이스를 논할 단계는 아니었습니다.
내 손으로 디자인한 집에서 산다?
자신이 디자인한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일일 것입니다. 이 영역은 전문가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분야입니다. 구글 스케치업은 가벼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노트북에서도 구동이 됩니다. 물론 이렇게 만든 집대로 시공하면 구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정말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에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현재 만들어진 스케치업 파일을 '건축사'를 통해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도면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전문가가 보기에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해야 하는 순간이죠.
스케치업을 잘 다룰 수 있으면 좋은 점은 가족끼리 토론하면서 쉽게 집을 세워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일매일 건축사를 만날 수는 없겠지만 노트북으로 집을 만들고 부수면서 가족끼리 토론하는 것은 매일 할 수 있겠지요.
입체적으로 상상하면 현실로 이뤄진다
보통 무언가를 손에 쥐는 분들은 '꿈을 생생하게 그리는 분'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꿈이 너무 생생해서 손에 닿을 듯하기 때문에 이뤄가는 어려움을 씩씩하게 이겨내십니다. 그렇다면 꿈꾸는 집이 있다면 스케치업으로 차근차근 스스로 만들어보시면 어떨까요?
그렇게 되면 정말 생생하게 내 집을 프린트해서 붙일 수도 있고. 힘든 과정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집을 지을 때는 '땅 모양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말 건빵 모양의 예쁜 직사각형의 땅은 흔치 않기 때문이죠. 저희 집 역시 땅의 핸디캡이 있어서 설계를 변경하길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점점 집이 완성되면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건축사님이 만들어주신 것이 더 화려하고 크지만 스스로 만든 집에 대한 애착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서 좀 더 연습하면서 보완을 계속해야 하겠기에 익숙하지 않은 클릭을 계속하며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진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나중에 3D 프린터가 발달해서 건축 역시 프린터로 찍어내는 시대가 온다면 자신의 집을 자신이 그려서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지금도 포토샵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보다 자신이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처럼 새로운 시대엔 어떤 혁신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중국의 어떤 사람은 3D 프린터로 집을 2주 만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완벽한 집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시도한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집에 창문을 뚫고 사람이 들어가서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갑니다. 우리가 원하는 집까지 만들어 나가려면 더 숙련된 실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6시간 강의만으로 이렇게 집이 세워졌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인터넷만 검색해보면 유튜브 상에서 스케치업 무료 강의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복습을 위해서 유튜브 학습을 할 예정입니다. 처음 배운 것은 반복 숙달을 하지 않으면 다 까먹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우리 부부의 집이 완성되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지붕 모양이 아니라 좀 더 트렌디한 모습을 하면 좋겠지만 아직 그 정도 실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오전부터 저녁까지 진행된 강의에 서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스로 집을 짓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 위해서 시작한 스케치업. 덕분에 건축사님의 노력을 좀 더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강의 이후 건축사님께서 보내주신 스케치업 파일로 집을 요리 돌리고 조리 돌리고 해볼 수 있었습니다. 들어간 선의 양과 지형 모습을 보면 앞으로 우리가 들어가서 살 집이라는 것에 감탄하게 됩니다. 조금 더 설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니 집이란 어떤 정성과 생각이 더해져서 완성되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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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김한량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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