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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22. 목요일

햄촤





 







2013822


날씨 졸라 더움

 

아이돌 얘기나 해보자. 이유 없다. 밑도 끝도 없다. 어차피 정치, 경제, IT, 심지어 동물의 생태까지 각종 분야에 있어 전문가들이 즐비한 딴지에서 일개 잉여 하나가 무슨 얘기를 첨언하겠는가. 본인은 본업에 충실하련다. 바로 잉여짓. 그리고 오늘의 잉여짓은 아이돌 얘기다.

 

아이돌의 존재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마르지 않는 가요계의 떡밥이라 할 수 있다. 까는 놈과 빠는 놈이 떼를 지어 끊임없이 대립해왔고 팬덤 간의 싸움도 대물림이라도 하듯 이어져 왔다. 그리고 어느새 1세대/2세대 아이돌이 구분될 만큼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10대였던 나는 어느새 3n...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90년대 아이돌, 소위 1세대 아이돌의 전성기가 H.O.T와 젝스키스, GOD 같은 남성 그룹들의 인기몰이로부터 시작됐다면, 최근의 2세대 아이돌 붐은 여성 그룹들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다. SES와 핑클 이후 다소 잠잠했던 걸 그룹의 인기는 2007년 무렵,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쌍끌이 하듯 인기몰이를 했고 그 여파로 현재까지 수 년간 수십  여 팀의 걸 그룹이 데뷔하는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걸그룹이 흥하면서 아이돌 그룹 자체에 대한 수요도 늘어가면서 보이 그룹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하간 지금의 가요계는 아이돌의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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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네티즌 사이에선 매년 걸 그룹 지도가 만들어지는 유행도 생겼다. 보고 있으면 대략 어떤 그룹이 대세구나 파악해볼 순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만드는 놈이 어느 그룹의 빠돌이인가 하는 변수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그냥 이런 게 있구나하고 참고만 하도록 하자.

 

아이돌의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기획사의 인지도와 든든한 지원? 외모? 가창력? 춤 실력? 좋은 곡, 혹은 자작곡 능력? 물론 이 모든 요소가 다 중요하지만, 나는 요즘처럼 아이돌 그룹이 쏟아지듯 등장하는 시기야말로 콘셉트(Concept), 흔히 말하는 컨셉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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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크라


컨셉 하나는 확실히 강렬했던 걸그룹 샤크라. 외국인인줄 알고 마...많이 놀라셨죠?

 

컨셉을 잡는 방법은 그룹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데뷔 이후 유행의 흐름과 대중의 기호에 따라 조금씩 컨셉을 다듬어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션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선점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와는 달리 아이돌의 실력 또한 상향평준화 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그룹의 색깔마저 희미하다면 성공 가능성은 무한히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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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룡비무방


...그러나 개성이 너무 강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적당히 대중이 따라갈 수 있는 선에서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러니까 이 바닥도 마냥 돈 놓고 돈 먹는 쉬운 장사는 아니라는 거다. 한 해에도 수많은 아이돌이 데뷔하지만 반짝 하는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그룹 또한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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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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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데뷔 초반에 음악 외적 요인으로 화제가 되었다고 해도 그 인기를 꾸준히 이끌고 갈 기획력과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진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던 악동클럽, 배틀... 이들을 기억하시는가? 상당한 화제를 모으며 가요계에 나타났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의 얼굴과 음악을 기억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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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

 

90년대 중반 꽃미남 아이돌 그룹들이 인기를 끌어 모으던 당시에 <꿍따리 샤바라>로 혜성처럼 등장한 클론의 임팩트는 실로 대단했다. 클론이 아이돌이냐 아니냐는 원론적 질문 이전에, 그들의 대중적 성공에 있어 컨셉이 무엇보다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클론이 보컬 실력이 엄청 훌륭한 그룹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노래를 다른 가수가 부른다고 더 매력적이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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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S48

 

취향 저격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이돌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선 심지어 아저씨 아이돌이 출격하기에 이르렀다. 하여간에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한 전략을 잘 짜면 절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컨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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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면 됐어.

 

정 독창적인 컨셉을 갖추기 어렵다면 다른 그룹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벤치마킹 하는 방법도 있다. 벤치마킹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잘 나가고 있는 그룹의 컨셉을 어설프게 벤치마킹 하며 2OOO’이라는 꼬리표를 억지로 달았다간 정체성도 없는 짝퉁으로 취급되어 본전도 못 찾고 역사의 뒷간... 아니, 뒤안길로 사라질 위험부담 또한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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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복스 리브

 

2의 베이비복스를 내세우며 데뷔한 베이비복스 리브. 전신이 된 걸 그룹의 이름을 따오는 것 외에는 컨셉에 있어 큰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그룹이었고 결과적으로 제대로 실력 발휘도 못한 채 요즘엔 뭐하시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되고 말았다.

 

컨셉의 벤치마킹으로 최근 가장 성공을 본 그룹은 에이핑크라 할 수 있다. 에이핑크의 데뷔곡 제목은 <몰라요>. ‘이러지 마요 Baby...’로 시작하는 도입부의 가사부터 그룹의 방향성이 제대로 느껴진 곡이었다.

 

에이핑크의 주된 컨셉은 소녀. 대부분 걸 그룹이 그렇지 않느냐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단순히 순수한 소녀라는 이미지에 90년대 걸 그룹, S.E.S나 핑클 같은 1세대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의 스타일링과 곡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전략을 보탰다. 걸 그룹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층인 삼촌팬들이 90년대 당시 1세대 걸 그룹의 팬이었다는 점을 파악한 좋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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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핑크

 

늘어뜨린 긴 생머리에 나풀나풀 느낌 나는 하얀 원피스는 확실히 최근의 걸그룹보다는 90년대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컨셉이다. 멤버 각자의 개성보다는 팀의 색깔부터 확실히 다지자는 전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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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

 

여기서 초창기 핑클 사진 한 장 안 보고 넘어갈 수 없다... 아이캔크롸~

 

게다가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는 90년대에 대한 추억 물씬 불러일으키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1세대 아이돌 H.O.T의 광팬 성시원 역할을 연기, 인지도 급 상승하며 컨셉에 걸 맞는 성과를 이루어내기도 했다.

 

또한 같은 컨셉에서 선배격인 소녀시대가 <소원을 말해봐>를 기점으로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컨셉이 겹치지 않을 즈음에 데뷔했다는 점은 영리한 전략이며, 동시에 상도덕(?)을 지키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컨셉이란 결국 돌고 도는 것. 에이핑크는 다른 요소 이전에 컨셉 자체에 대한 수요를 파악한 전략의 성공사례다.

 

앞으로 그녀들이 성장하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컨셉의 변화를 꾀할지가 궁금하기도 하다. 현재의 컨셉을 고수할 것인지, 또 다른 컨셉을 벤치마킹 할 것인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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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라

 

벤치마킹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영화 <써니>가 히트하자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80년대 컨셉을 차용한 <Roly-Poly>로 인기몰이를 했던 그룹 티아라. 그리고 그후 그녀들의 컨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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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도 다가오는데 한 떡 하실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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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이로 클로버 Z / 크레용팝

 

최근 일본 걸그룹, 모모이로 클로버 Z의 컨셉을 표절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던 크레용팝. 뭐 마침 일본 진출도 앞두고 있다고 하니 논란은 본토에서 판가름 나지 않을까. 하긴 그전에 그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다른 것일지도...

 

앞서 포지션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은 독특한 컨셉도 좋지만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하지 않고 방향성만 잘 조절하더라도 가능한 일이다.

 

근래 가장 성공적인 포지션 차지의 사례 2NE1. 소녀시대나 에이핑크 같은 걸 그룹들이 소녀다움여성성의 극단에 있었다면, 2NE1강한 여자의 이미지를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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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

 

연예인이 아닌 일반 여성이 거리, 혹은 클럽에서 저런 모습으로 서있다면 확실히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다...

 

다른 걸 그룹들이 어떻게 하면 더 샬랄라할까를 고민하는 사이에 2NE1은 반대쪽의 극단을 선점하는 전략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성숙함이나 섹시를 내세우는 게 아닌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연애를 결정하고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다는 당당함, 바람 피우는 남자친구 따위는 줘도 안 가진다는 강한 태도는 걸 그룹이 남성 보다 여성들에게 더 어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2NE1의 등장과 대중적 성공은, 뒤이어 등장하는 걸그룹의 컨셉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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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A

 

원더걸스의 후발주자인 Miss A의 컨셉 또한 2NE1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한테 대시할 깜도 안 되면서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라는 가사의 데뷔곡 <Bad Girl Good Girl>로 그녀들은 데뷔하자마자 차트 1위를 석권하며 걸 그룹 전쟁에서 무사히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에도 <남자 없이 잘 살아>처럼 주체적 여성의 이미지를 고수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신곡은 언제 던져주나요 JYP?

 

그리고 여기 소녀성과 섹시함, 또는 당당한 주체적 여성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은 독특한 컨셉의 걸 그룹이 있다. 그녀들의 이름하야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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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엑스

 

두둥-소위 함수라고 불리는 이름의 아이돌, f(x) 되시겠다.

 

사실 이 일기를 쓰기 위한 것은 에프엑스 얘기를 할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분량 상의 문제로 이 이야기는 다음주에 계속 하기로 하자. 제가 또... 소재 고갈의 위험성에서 항상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튼 반응 좋으면 다음주에도 연재된다는 점 잊지 말자.

 

또한 본인은 모든 아이돌을 두루 애정하는 박애종자이며 이 글을 통해 특정 아이돌을 비하하거나 편견을 심어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알려드리는 바이니 테러는 삼가주시길 부탁한다. 왕따 하는 애들이나 일베 하는 애들만 빼면 다 좋아한다. 오늘의 일기, ~







햄촤

트위터 : @hamc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