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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7일) 국회 본회의에선 '박근혜-최순실 특검법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전체 재석의원 220명 중 찬성 196명, 반대 10명, 기권 14명으로 통과됐다.


이는 대한민국 검찰의 명백한 치욕이다. 검찰의 수사를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니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검찰이 진즉에 제 역할을 다 했다면 원천봉쇄까진 아니어도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벌어지진 않았을 일이다. 심지어 검찰은, 정윤회 문건 파동이 터졌을 때 비선의 실체에 다가설 수 있었고 수사할 기회까지 있었으나 엉뚱하게 문서 유출 사건으로 본질을 흐리며 덮은 바 있다. 이런 검찰을 박근혜와 최순실 빼고 대한민국의 어느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단독'이나 '속보'란 꼬리표를 달고 박근혜-최순실 관련 뉴스가 하루 수십 건씩 쏟아지는 요즘이다. 최순실 일당의 입김이 닿은 광범위하고 시시콜콜한 국정의 분야와 행태에 기가 질린다.


해서 박근혜, 최순실, 우병우 같은 굵직굵직한 비리들을 제대로 수사하려면 우째해야 하는가, 이와 같은 일이 있을 때 어떻게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칠 수 있는가, 라는 사안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도대체 검찰 내부 분위기는 어떻고 그들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지금 분위기에서만 가능할지 모를 '검찰 개혁'에 살포시 주목하기로 했다는 말이다.  


12년차 검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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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이하 ): 요새 안철수 전 대표하고는 사이가 어떤가? (웃음)


금태섭(이하 ): 아니 뭐,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고, 지금은 당이 달라졌으니까요, 그래도 같이 정치를 하는 거고, 같은 야당이니까. 그렇습니다. (웃음)




가족들 덕을 본 총선


: 요번 총선 때 아드님 활약이 컸는데.


: 그렇죠.


: 누구 기획이었나?


: 기획을 한 게 아니고, 사실은 제가 정치를 하게 된 게, 지난 대선 때, 박근혜가 돼서는 안 되겠다 해서 당시 안철수 후보를 도운 건데, 그때 애가 고3이었어요. 공부도 잘 못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친구들이 괴롭히지는 않는데, 지나가면서 너는 안철수가 대학 보내줄 거다, 뭐 이런,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또 재수를 하고, 그리고 제가 재보궐 선거에 나가려다가 잘 안되었어요. 그 때 아들이 아버지가 좌절하고 이러는 걸 보면서,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그랬어요. 선거를 하게 되면 가족들한테 많이 미안하거든요. 살던 지역도 다 옮기고 그렇게 되니까. 둘째는 고등학교 다니는 앤데, "아빠가 선거하러 강서구에 가야 되는데, 니가 전학을 가기 싫으면 내가 억지로 가자고는 안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걘 또 가고 싶다고 해줬는데 아무래도 지역에서는 젊은 층들,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한테는 (저의) 인지도가 없으니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더라도 전국 단위의 선거면 모르겠는데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게 폭발해야 하는 거니까, '뭐라도 해보자' 해서 한 거에요. 그게 마침 잘 되어가지고...


: 그러니까, 뭐라도 해보자라고 누가 아이디어를 냈나? 캠프에서 아이디어를 냈나?


: 캠프에서 아이디어가 나왔을 겁니다. 그래서 그때 그런 거에 좀 밝은 친구들이 자원봉사 와서 의논했는데, 그때 우리 애도 와 있으니까 같이 얘기를 나눠보고, 처음엔 서로 안 맞는다고 하더니 나중엔 서로 잘 맞아가지고, 되게 즐거워하고, 저는 이번 선거에 이긴 것도 다행이지만, 큰 애가 난생처음 다른 사람이랑 일을 해봤고, 결과가 좋아서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되어서 좋았어요. 선거 날도 저희가 초반부터 앞서 나가서 쭉 이겼는데, 3천표 이상 이기고 나면 거의 승부가 나고, 새누리당 사람들도 철수하고 그랬는데도 애만 끝까지 걱정을 했어요. 하여튼 아주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검사 시절과 재산 문제


: 본격적으로 질문 드리겠다. 12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어떤 일을 했나?


: 다양한 부서에 있었는데, 저는 주로 특수하고 기획 쪽을 했습니다. 특수부에 있었고, 중수부에도 있다가, 그 때 검찰이 생긴 이래 가장 큰 국제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했고, 그 다음에는, 참여정부에서 검찰 개혁하려고 했을 때, 검찰에서 그걸 저항하는 세력으로 활약을 했고. (웃음)


: 아, 검찰 입장에서...


: 그렇죠. 사법개혁추진 하니까 법원은 법원대로 팀이 있고, 검찰은 검찰대로 팀이 있으니까. 


: 방어 논리를...


: 그렇죠. 개혁에 저항하는 일을 했습니다. 


: 사시 성적이나 연수원 성적이 좋으면 중앙지검도 가고 특수부도 가고 그런가?


: 아뇨. 특수통 하는 거는 사시 성적하고는 관계가 없어요.


: 판사, 검사, 변호사는 성적으로 나온다던데?


: 네.


: 검찰에 들어가면 거기서도 특수부나 공안부가...


: 초임 때는 성적이 좋으면 판사, 검사, 변호사 아무거나 할 수 있는데, 판사는 성적대로 쭉 갑니다. 그리고 검사는 처음 배치되는 거는 성적대로 배치가 되는데, 대개 처음에는 형사부로 갑니다.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형사부에서 배워야 돼요.


: 아. 일을 배우기 위해.


: 예. 일을 배우고 자기가 사건들을 하죠. 그런 사건들을 하다 특수부에 자리가 나면 선배들이 대개 끌어옵니다. "너 일 할래?" 제가 중수부 갔을 때를 생각해 보면은, 제가 초임 때 알던, 그야말로 아무 관계도 없고 검찰에서 본 선배였는데, 같이 일하면서 놀기도 하면서 본 그런 사람이, 중수부에 가 있으면서 어느 날 저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물었어요. "밤은 잘 새냐?", "어휴. 저야 잠도 안 잡니다." 그렇게 가는 겁니다.


: 이번에 (국회의원이 되면서) 공직자 윤리 위원회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재산이 67억 원.


: 그 재산이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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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수저 출신인가?


: 선거 때에도 인터뷰를 했는데, 그 때도 같은 말씀을 드렸지만, 누군들 인생이 편한 사람이 있겠냐만은 부모님 잘 만나면 대단한 혜택을 받는 거는 사실이죠. 저로서는 그걸 부정하기는 싫고,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고.


: 부모님이 건물주?


: 부모님이 변호사에요. 아버지가.


: 아...


: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도, 할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 짓고 가난하게 사셨고, 그런데 아버지가 고시 붙어가지고, 판사하다가 유신 때 쫓겨나서 변호사를 했는데, 변호사 했으니까 돈을 좀 버신 거죠. 재산이란 게 대부분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아버지 산소 그런 거지만, 그래도 저는, (사실은) 어려웠다 이런 얘기를 할 사람이 아니라...(웃음)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 알겠다. 그럼 뭐, 대충 깨끗하신 걸로...

 

: 네, 하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


: 피의자 심문 조사 때 변호인 역할을 적극 보장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내 놓겠다 예고했었는데...


: 내놨죠.


: 다른 법안도 3~4개 발의 하셨다고 들었다.


: 어제 3개 더 했습니다.


: 상임위에서 논의 되고 있는 중인가?


: 네. 


: 본회의 통과, 희망적으로 보나?


: '검찰 개혁'이 이번에 제가 국회의원이 돼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 건데, 법안이 단계별로 주욱 있거든요. 그런데 끝에 가면은, 여당 의원들은 아무래도 찬성 안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거는 아주 기본적인...


: 지금 예정된 법안들의 로드맵이 있단 얘긴가?


: 쭉 있는 거죠. 이거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서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거거든요. 변호사라면 당연히 이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다 할 텐데, 조사를 받는 중 옆에 변호사가 앉아 있으면서도 말을 못하게 하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 이건 통과를 시켜 달라고 강력하게 하소연을 할 생각입니다.


: 형사소송법 개정안 1호 법안은, 피의자 심문 조사 때 변호인 역할 보장하는 것.


금: 그렇죠. 그게 왜 중요하냐면, 조사를 받아보면, 제가 검사 생활, 변호사 생활하면서 전직 검찰총장이 조사 받는 것도 봤고, 대학에서 형사 소송법 강의 하는 교수님들(이 조사받는 것도) 봤고, 근데 와서 조사 받으면 전부 엉뚱한 짓들을 해요. 그러니까, 실수를 합니다. 


: (화들짝 놀라며) 검찰총장 출신인데도?


: 검찰총장을 했고, 검찰총장을 그만 둔지 몇 달 되지도 않으신 분인데, 누가 뭘 물어보면 자꾸 자기의 정당성을 입증하려고 들어요. 근데 이게 인정이 잘 안 되는 거에요. 그러니까 억울하죠. 그런데 검찰총장을 직전에 지내신 분을 조사한 조서를 읽어보면 앞뒤가 안 맞습니다. 그리고 형사 소송법 전공한 교수님은 조사 받기 억울한 사건인데, 무슨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사건인데도 가기 전에 강력하게 교육을 시켜서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예를 들어, 영어로 보자면 "Do you have the time?", "몇 시인지 알아?" 하면 "Yes, I do.", "응, 알아." 까지만 하고 몇 시인지는 하지 마라, 그렇게 가르쳐도 말을 계속 하고 싶어 하고, 자기 말이 안 받아들여져서 억울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때 옆에 변호사가 있으면서 쓸데없는 대답은 하지 못하게 하고. 그 다음에, 똑같은 걸 계속 물어봐요. 그러면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한 죄를 조사 받는다고 했을 때,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얘기 하는데 경찰관이 계속 물어보잖아요. 진짜 없냐 물어보면, 처음에는 안 만졌다고 하다가 "아니 피해자가 만졌다고 하는데?" 그러면 "아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그쪽으로 갔을지는 모르지만, 밀려서, 내가 만지진 않았다." 그렇게 되면 사실은, 만졌냐, 아니다, 만졌냐, 아니다, 다섯 번 얘기를 주고 받고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대답했더라도 조서에는 이거 하나만 씁니다. 그럼 판사가 보기에 안 만진 놈은 그냥 안 만졌다고 하면 되지, 그럴 때 변호사가 옆에 있다가 "그건 아까 대답한 질문인데, 왜 또 물어보냐." 이걸 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근데 그걸 못하니까 피의자 입장에서 보면 이 변호사는 도대체 하는 일이 없구나 싶은 거에요. 로펌에서도 아주 낮은 주니어 변호사들이 가고, 대개 가면 어차피 말도 못 하게 하니 거기서 핸드폰 보고 놉니다. 그러다보니 조사 받는 사람 입장에선 억울하니까 뭔가 내 억울함을 검찰 측에 전해야겠다, 이러면서 전관 찾아가게 되는 거에요. 전관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검사보다 높은 사람을 찾아가서 얘길 하니까요. 이 메리트 때문에 돈을 억대를 달라고 하면 그래야 되나보다 하는 거죠. 근데 변호사가 제 활약을 할 수 있다면, 수임료도, 자기가 이 변호사을 보잖아요.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얼마나 앉아 있는지, 합리적으로 이게 되고 여기서 제대로 변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관 수요가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이게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사실은.


: 다음 질문이, 수사 단계에서 변호사 역할을 보장하면 전관예우 관행이 근절될 수 있을까? 였는데 마침...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조사 받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산다는 말을 변호사들은 싫어하지만 저는 별로 안 싫어하는데-변호사를 사서라도 말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데, 어느 나라나 제일 중요한 게 조사 받는 과정이거든요. 이 과정에서 변호사가 못하게 막아놓고 나서, 그러니 당연히 전관한테 가서 음성적으로 억울함을 풀려 할 수밖에 없는 건데, 전화 변론을 금지하니 뭐니 해서는 안 되는 거죠. 정상적인 욕구를 달성하게 해줘야 이게 없어지는 거지. 이걸 못하게 해 놓고 이걸 단속한다는 거는, 저는 인간의 본성에 안 맞다고 봅니다. 이러면 좀 거창하지만.




검사들의 조사와 전관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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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에 '수사 잘 받는 법' 이란 글을 연재했다가 1회 기고하고 검찰 수뇌부로부터 기밀누설이라며 야단 맞았잖나. 처음 초임 검사로, 검사 시보부터 시작해서 수사기법을 쭉 배울텐데. 옛날처럼 사람을 때릴 수는 없고, 어떡하나. 어르고 달래나?


금: 아유. 기밀 누설도 아니고 그래서 수뇌부에서 저한테 징계도 못 줬어요. 근데 어제 흥미 있는 얘기를 들었는데 (검찰 출신 유명한 분인데) 선배하고 앉아서 얘기 하는 중에 우병우 수석 얘기가 나왔어요. '공감 능력이 떨어져야 훌륭한 검사가 된다.' 물어보다 보면 조사 받는 쪽에서 변명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처럼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아,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속는다는 거에요.


: 아. (웃음)


: 그런데 그 훈련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안 믿는 거죠. 이런 경험을 말씀 드릴 수가 있는데, 공무원을 체포해 온 거죠. 그런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는 이 사람이 돈을 받은 게 확실해요. 왜냐하면 계약을 체결하는데 한 업체하고만 계속 했으니까. 그 당시에, 제가 처음 초임 검사인데 공무원 데려다가 뇌물 사건 수사를 하니까 선배들이 전부 자기 방에 앉아서 기다려 준거에요. 물어보고 물어보고 그래도 자기는 전혀 돈을 안 받았다. 저도 헷갈리는 거에요. '정말 안 받았을까?' 그래서 선배를 찾아가서 "아무래도 안 받은 거 같습니다." 그랬더니 선배가 막 웃더니, 2시가 되면 자백을 할 거라는 거에요. 그래서 저도 확신이 안 가는데 계속 얘기하면서 2시가 되었더니, 거짓말처럼 자백을 하는 거에요. 95년도니까 20년 전의 수사 관행, 그때는 밤샘 조사를 했으니까요. 사람이 그렇게 똑같이 묻고 밤을 새다보면 의지력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이 사람하고 나는 평생 만나도 친구가 될 수 없겠구나. 자기의 가장 하기 싫은 말을, 그 사람도 공무원인데, 공무원 될 때 나는 나중에 돈 먹어야지 하면서 되지는 않았을 텐데. 자기 스스로도 인정하기 싫은 자기의 면을 보이는 거거든요. 계속 조사를 받다 보니까 자기가 들어도 자기 말이, 말이 안 되고, 준 사람은 줬다고 하니까 버틸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 몰려서 조사를 받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물적 증거를 찾는 기법도 많이 발달을 했고, 밤샘 조사하고 이런 거는 지금은 못하니까요. 그렇습니다.


: 주로 심리전이겠다.


금: 그렇죠. 그리고 말을 계속 하면 모순이 생깁니다. 


: 그 부분을 파고드는 건가?


: 그렇죠. 그래서 똑똑하고 배운 사람들이 조사하기가 훨씬 편해요. 거긴 답을 하려고 하거든요. 설명을 하면 거긴 나름대로 답을 하려고 하는데. 진짜 어려운 게, 한참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당신이 이러니까 이렇지 않습니까 하는데 고개 푹 숙이고 있다가, "검사님, 물 좀 마시면 안될까요?" 이러면 이게 어려운거에요. 그래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라는 거고.


: '물 좀 마실게요'가 왜...


: 맥락이 끊기니까.


: 아...


: 대답을 뭔가 해주면 아까 당신이 했던 말이랑 뭔가 다르지 않냐, 이렇게 나올 수가 있는데, 엉뚱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말하자면 안 똑똑한 사람들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뇌물 사건 같은 경우는 조사를 받는 점에서 정말 프로들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뇌물을 받았다는 걸 순순히 인정을 하면서 어디서 받았냐 그러면 국회의사당 길 건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제가 작년 10월에 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자백을 해가지고 써서 기소를 했더니 그 스타벅스가 사실은 12월에 생긴 거였다는 겁니다. 10월에는 없었던 거죠. 이런 건 확인 작업을 꼭 해야 되고, 그러다 보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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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에 있을 때 개인적으로 전관예우, 학연, 지연 이런 거에 압박 받은 경험이?

 

: 전관예우가 지금도 현직 판-검사들은 없다고 합니다. 저희 때도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헛것을 본 건 아니고, 만연해 있죠. 그러니까 그때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저희 때만 해도 선배 변호사들이 와서 밥도 사고 다 했거든요. 내가 이걸 얻어먹는다고 사건을 기소할 걸 안하진 않는다. 돈을 몇 천만 원 받는 것도 아니고. 이러긴 하지만 결국은 그러다 도덕성이 무뎌지는 겁니다. 말하자면 선배 변호사가 찾아오면, 그걸 미덕으로 쳐요. 얼마 전까지 선배고 상사였는데 나갔다고 해서 변호사 취급하는 거 보단 오면 예의 바르게 대하는 거로 치는데,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소리거든요. 그게 제 3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변호사하고 검사하고 한 통속이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전관예우는 압박이라기 보다는 이런 거에 엮여있는데... 거기서 저도 자유롭다고 보긴 어렵죠.


: 그런 정서나 관행.


: 예. 거기서 자유롭지가 못합니다.


: 그럼 사건에서 직접적으로 영향 받으신 적은 있는지?


: 그런 직접적인 영향은 잘 없어요. 


: 영화처럼 윗선에서 전화 하거나, 횟집에서 따로 만나고 그런... 쑥떡 쑥덕하고 그런 거.

 

: 제가 페이스북에 한번 썼는데, 아는 사람들 부탁이 있습니다. 제일 거절하기 어려운 게 선생님 부탁이다, 뭐 이런 말이 있어요. (웃음) 그리고 자기 친구인데, 특히 사회 통념에 의한 영향도 많은데 요새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부부 싸움해서 폭행 사건이 있었는데 합의를 보면 처벌을 못하게 했거든요. -우리 세대 또래만 해도 마누라 때리는 건 근절이 안 된다고 봅니다. 한번 때린 놈은 무조건 또 때리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처벌하려고 부르면 아, 이거 합의 했는데, 뭐 이런 식의 부탁이 들어오죠. 정치적인 사건에서는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나름의 논리를 대요. 내가 보기엔 이건 혐의가 없는데, 왜 그러냐.


: 무리하다?


금: 무리하다. 그러면 또 설명을 하죠. 같은 검찰에 있는 사람이고 일이 되게 해야 하니까. 당신 이러면 내가 사표를 쓰겠소, 이러고 나갈 수는 없거든요. 제가 검찰에 있으면서 내부 비리 사건들을 봤는데 이런 예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수사가 제대로 진행이 되었고, 증거도 충분했고, 수사 계획도 딱 있었는데 덮은 사건들이 있어요. 이건 사실입니다. 내가 보고 검사로서 격분했던, 충격을 받았던 사건들이 있습니다.


택시기사들도 ‘일부’가 승차 거부를 한다느니, 종교계에서도 ‘일부’ 목사님들이, ‘일부’ 스님들이, 문제가 생기면 어느 분야든 ‘일부’ 어쩌고 이런 얘기를 하잖아요. 검찰도 ‘일부’ 정치 검사들이 라고 얘길 하잖나. 헌데 이유는 딱 하나 인사권, 그러니까 승진 때문에 그렇게 줄을 서고 정치 검찰 노릇을 한다고 하잖아요? 그럼 승진은 왜 그렇게 하려고 하나. 그게 혹시 전관에 대한 막대한 보수...


금: 아뇨.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마: 홍만표 케이스도 그렇고... 


금: 홍만표는 정말 돈을 많이 한 사람이고. (웃음) 이게 검사장을 지냈다고 해서 꼭 돈을 많이 벌진 못해요. 검사가 될 때는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훌륭한 일을 하다가 좋은 자리 가는 사람도 있고 못가는 사람도 있어요. 출세하려고 검사 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나보다 못한 동기가 나보다 좋은 데를 간다 그런 건 못 참거든요. 그걸 통해서 통제가 되는 거죠. 


이게 제도적으로 문제가 많아요. 우리나라는 검사를 전국에서 한꺼번에 뽑아가지고 판검사는 2년 마다, 부장은 1년 마다 한번 씩 돌리거든요. 그러면 매년 인사를 기다리는 거예요. 독일 같은 경우, 베를린에서 검사를 하면 계속 거기에 있어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똑같이 인사를 받았는데 한 사람은 서울에 가고 한 사람은 지방 갔다 이러면 그게 계속 신경 쓰이는 거죠. 


마: 제가 짐작하기엔 정치검사들이 그렇게 승진에 목을 매는 건 높은 자리에 갔다가 퇴임을 하면 전관예우로 떼돈을 버니까...


금: 아니에요. 그건 부수적인 거고, 사람들의 기본적인 질투심, 욕망 그런 겁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선호하는 부서가 대검, 법무부 이런 곳인데, 동기더라도 그런데만 근무하는 검사랑 지방에만 다니는 검사랑은 각각 잘 나가는 친구, 못 나가는 친구 이런 식으로...


마: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판검사 임용이 사법연수 기수별로 일원화되나요?


금: 다른 나라에선 안 그러죠. 이게 좀 웃긴 게 사법연수원 기수를 깬다고 로스쿨을 만든 거거든요. 근데 로스쿨도 출신 학교가 다름에도 (같은 해면) ‘로스쿨 3기’ 이런 식으로 불러요. 우리나라 언론계에서도 서로 회사가 달라도 선후배가 되지 않습니까? 이걸 고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안 좋은 문화인데.


마: 그런 기수 문화 때문에 인적 구성이 다채롭지 못하니까 국민 실생활과 동떨어진 사법 판결을 낳는다는 지적들도 있던데.


금: 그거는 분명히 맞아요. 법조계가 순혈주의 같은 게 있어서요. 근데 그것은 우리나라 분야별로 다 있는 문제가 아닌가.


마: 그렇죠. 영화판에서도.


금: 정말 나쁜 폐습인데, 검찰의 고유한 문제는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마: 고유한 문제는 아니지만 분명 영향은 있고.


금: 영향은 있죠.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법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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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상명하복 있잖나. ‘검사 동일체의 원칙(검사는 검찰권의 행사에 있어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하복종관계에 있다는 원칙)’,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게 판검사들은 학창시절부터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공부 잘했던 사람들 아닌가? 1등만 했던 사람들이라 자존감이 하늘을 찌를 텐데, 위에서 시킨다고 다 하나요?


금: 전체적으로 검찰의 가장 큰 문제가 있어요. 전관예우 문제든 비리 검사 문제든, 홍만표니 진경준이니 김형준이니 많지 않습니까? 아까 검찰 개혁 문제 관련해서 말씀드렸는데, 검찰에서는 그런 문제가 생기면 ‘감찰을 강화해서 그런 놈들을 찾아내서 처단하겠다’ 이렇게 애길 해요. 외국에서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검사한테 술 사주는 일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술 사주고, 골프도 해주고, 검사 친구 있다는 걸 자랑으로 삼잖아요. 그게 뭐냐 하면, 우리나라 검사들이 전 세계에서 인류가 생긴 이래로 가장 권한이 세다는 말이에요.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몸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경찰을 지휘하니까. 


내가 아까 국제 행사를 했다고 했는데, 전 세계 검사를 만나보면 대개 비슷해요. 촌스럽고, 독수리오형제 같고, 지구를 지키려고 하는데, 다 우릴 부러워합니다. 세상에 이런 막강한 권한이 없고,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검찰에서 잘 못나가는 사람들도 밥도 얻어먹고 술도 사주고 뭐 폼도 나고, 그러니까 안에서 통제가 가능한 거예요. 나눠줄 게 많으니까.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러니까 거기서 어떻게 해서든지 올라가고 싶어 하고요.


마: 권한이 세고 먹을거리가 많으니까 내부 통제가 그만큼 강력해지고 그게 상명하복으로 간다. 검사동일체가.,.


금: 예. 그리고 엘리트 의식을 자꾸 심어줘요. 너희들은 파워도 있고, 정말 똑똑한 애들이고, 여기서 이걸 해가지고 우리 조직에서 최고로 올라가는... 그러니까 지금은 검사 수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마: 지금 2천 몇 명인가?


금: 2천 몇 명인지. 하여튼 1천명이 안될 때는 전국 검사 배치표가 있는데, 쭉 깔아 놓고 보면 다 알아요. 그 때는 검찰을 끌어가는 원리가 어땠냐하면 누구나 물어보면 자기가 우리 동기 중에 상위 20% 안에 든다는 착각에 빠져 있어요. 


마: 본인 스스로가?


금: 본인 스스로. 내가 일등은 아니지. 그래서 열심히 하다 보면 검사장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총장되는 건 운이니까 내가 총장되지 말란 법 있냐. 다들 승리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까 안 시켜도 야근도 하고, 위에서 말하면 듣고, 굉장히 효율적이에요.


마: 자존감이 높아서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자존감이 높으니까 어느 위치에 올라가고 싶으니 말을 잘 듣는 것일지도?


금: 그렇죠. 지방 지청에 있으면 검사장이 시찰 같은 걸 오거든요. 사무 감사를 하러 오면 차를 타고 그 지역을 하루 도는데, 오기 전에 지청장이 차를 타고 동네를 다니면서 지형, 지물 같은 걸 다 외웁니다. “저 산은 뭐지? 높이가 얼마지?” 물어보면 다 대답해요. 그런 식으로 끊임없이 열심히 해요. 


엘리트 의식을 자극 하는데 질적인 변화가 생기긴 했어요. 여성 검사들이 많아졌고, 여성 검사들이 많아지면서 회식 문화, 단결 문화가 없어지고, 검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꿈에서 깨는 검사들이 생기는 거죠. “나는 높이는 못 올라가겠다.” 그러니까 정시 퇴근 하는 검사들이 생기는 겁니다.


마: (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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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그러면서 이게 정상적으로 가는 거예요. 처음에는 선배들이, 아니 이게 말이 되냐. 검사가 6시에 퇴근하다니. 근데 지금은 그렇게들 가고, 부장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해도 “저 약속 있는데요.”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거죠. 


마: 요즘 시대에는.


금: 예. 이제는 정상적으로 가는 거죠. 

마: 예전에 검사 직업 다루는 TV 다큐 프로를 봤는데, 하루에 다루는 사건이 (양팔을 크게 벌리며) 이만큼... 


금: 많죠. 경범죄가.


마: 만날 야근한다고 그러던데 그게 자발적 야근이었나 보다.


금: 왜냐면 월말이면 따져요. 예를 들어 한 달에 200건을 배당 받는다고 하면 마지막 날 칠판에다가, 요즘은 전산으로 하지만, 칠판에 몇 건인지 쓰거든요. 그게 다 성적표입니다. 옛날에 전산이 제대로 안되었던 시절에는 칠판에 60건 있는 것처럼 사기치고 써 놨다가 안심시킨 다음에 실제는 10건 남아있고 이런 짓도 하고 그러죠. 자발적으로도 하고. 그 문화가 있으니까. 


이인규 중수부장 있지 않습니까? 그 양반이 검사장 되기 전에 직속 상사로 있었는데, 우리하고 저녁을 같이 먹어요. 우리는 퇴근을 못하고 상사가 저녁을 먹자니까 같이 먹고 야근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분이 약속이 있는 날이 있어요. 근데 안 가르쳐 줘요. 우리는 저녁시간이 지나가지고, 저녁 먹으러 그 방에 삐질삐질 가면, 그 방 직원이 “부장님 약속 있어서 가셨는데요.”해요. 우리는 미리 약속을 못 잡는 거죠. 문화가 뭐...


마: 직장 상사의 부하직원들 다루는 솜씨인가?


금: 문화 자체가 윗분이 퇴근하기 전까지는 안하고, 야근은 당연한 거죠. 흔히 하는 말이, 그때도 대검에 있는 팀이었는데, “여기 오고 싶어 하는 놈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 네가 약속 잡고 싶으면 가라.” 그러니까 상명하복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겁니다.


마: 현재는 더민주에 몸 담고 계신데, 안대희, 남기춘, 이번에 민정수석 최재경, 우병우 전 수석도 그렇고, 이 양반들 검사 시절 얘길 들어보면, 우병우 라인, 최재경 라인 이런 얘기도 나와요. 이번에 최재경 관련 기사를 봤는데, “부장님은 구름 위에 계십시오, 비는 저희가 맞겠습니다.” 이게 그냥 하는 아부성 발언이 아니라...


금: 평판이 좋으신 분입니다.


마: 안대희, 남기춘도.


금: 안대희, 남기춘 다 평이 좋아요,


마: 안대희가 평소에 “내가 남기춘 보호하려고 높은 자리 가야 된다. 저 놈은 지켜줘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 남기춘은 삼국지의 ‘장비’랄까, 그런 얘기를 들었다던데.


금: 남기춘에 대해서는 누가 그러더라고요. “싸나이지!”


마: 헌데 보면 다 새누리당이다.


금: 검사라는 것이 어느 사회에서나 보수적인 인사가 많아요.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성향 자체가 보수적이라서 보수당을 많이 가죠. 새누리당엔 검사 출신이 8명이 있는데, 더민주엔 4명, 국민의당엔 4명 있어요. 그래서 여야가 균형이 맞는 거죠. 그런데 이런 적이 없었어요. 제가 검찰을 나와서 민변에 가입을 했는데, 저는 별 생각 없이 누구나 민변에 가입하는 줄 알고 갔더니, 검사 출신 민변이 처음이라는 거예요. 박원순 시장님도 1년인가 6개월인가 검사를 했는데, 그런 정도 말고, 한 10년 정도 하다가 온 민변은 처음이래요. 그런 식으로 야당에 안 갔어요. 


정치권에 진입하는 것도 시험 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 가죠. 이번에는 상당히 많이 들어왔죠. 백혜련, 조응천, 한분 더 계신데...


마: 조응천 같은 분은 본인이 야당을 지망한 거라기 보단 시대가 그 분을 등 떠민 부분도 있는데, 검찰 출신의 DNA인가? 보수적이란 것이.


금: 보수적일 수밖에 없죠. 보수적이어야 됩니다. 법이 사회 변화를 선도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형사 재판 법정에 가면 되게 재미있습니다. 대부분의 사건들이 억울해 보여요. 무죄거나 죄는 지었어도 여기까지 올 일은 아닌데 싶을 때가 있어요. 피고인이 엉엉 울고, 변호인이 변론 하고, 피고인 가족들이 와서 다 봐달라는 눈빛으로 쳐다봐요. 그럼 판사는 듣다가 “검찰, 구형하세요.”하고 검사는 일어나서 “피고인을 징역 7년에 처해 주십시오.” 하거든요. 그러면 이제 적의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거기서 뻔뻔스럽게 그 말을 하는 사람이니까 대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촌스럽고, 인정에 흔들리면 안 되고.


마: 법이 사회 변화를 선도할 순 없겠지만 보수의 사전적 의미로서 새누리당은 좀 다르지 않나?


금: 다르죠.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보수와 진보로는 안보고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우리나라의 여당은 일사불란한 문화가 있어요. 권위에 대한 좋게 얘기하면 존중. 한 분이 명령 내리면 쫙 따라가는 게 있죠. 그에 반해 야당은 중구난방 해 보이지만 자유롭게 의사표현 하는 건데, 검찰은 명령에 따르던 일사불란한 습관이 있거든요. 요즘은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검사실에서 직접 벌금을 매기고 걷기까지 했어요. 그리고 그걸로 성적을 따졌습니다. 음주운전 70만원, 무허가 식품점 200만원 이러면 와서 사정을 해요. 어휴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허가 내기 싫어서 안냈겠습니까? 근데 거기서 봐주는 놈은 배신자거든요. 자기는 칭송받고 좋지만 옆의 사람은 나쁜 놈 되는 거예요. 그걸 버텨야 되는 거거든요. 일사불란해지게 되어 있죠.
 


검찰, 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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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참여정부 때 검찰 개혁에 대한 조직의 방어논리를 개발했다고...


금: 개혁에 저항했다는 건 약간 농담이고, 참여정부에서 정말 많은 노력을 들여서 사법, 검찰을 완전히 전면 수리를 시도했죠.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어요. 대단히 요란하게 했고 검찰도 엄청나게 저항했는데, 별 효과가 없는 것들도 있어요. 약간 전문적인 얘기지만, 재정신청사건을 전부 확대 했는데, 그게 형사소송법 교수들이나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는 혁명적인 거예요. 말하자면 검사가 기소하는 걸 판사가 하는 셈이니까. 저희 같은 탈레반 검사들은 목은 잘라도 이건 못 내준다 그랬는데 송광수 총장이 그 당시에 이걸 팍 내준 거예요. 당시엔 당황하고 그랬는데 몇 년 지나보니까 아무 영향이 없는 겁니다. 그렇게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는 거예요. 검찰의 기소권에. 그러니까 사법개혁을 하려면 뭐가 사람들에게 실제 영향을 미치는지 그걸 알아가지고 급소를 노려야 개혁을 해야지.


마: 정교한 외과 수술이 필요하다?


금: 그렇죠. 예송논쟁 느낌이 나요. 말하자면 재정신청확대를 가지고 정말 수년에 거쳐서 검사들하고 변호사들하고 개혁 세력하고 싸웠는데, 검찰이 항복한 거예요. 그런데 아무 변화가 없어요. 그러니 이걸 할 게 아니다. 


요즘 제가 검찰 개혁 하고 있는 거 봤더니 민변 이런 데 분들이 오셔가지고,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는데 왜 못하냐. 그런데 정치판에 와보면 그게 그렇게 안 되거든요. 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어요. 필요한 거를 선정해서 했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역량을 여기에 써버린 거거든요.


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겠다.


금: 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공수처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마: 이명박 정권 때부터 현 정권까지 검찰이 해놓은 짓이 있지 않나. 야당으로 정권 교체, 특히 고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라도 문재인 전 대표로 정권 교체가 된다는 상상만으로 검찰은 일종의 공포를 느낄 거 같은데, 그쪽의 최근 분위기는?


금: 별로 안 느낍니다. 검찰이 최고로 공포를 느꼈던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 되었을 때였어요. 그때는 지금으로 치면 현직 중앙지검장이 대선 전날 이회창이 될 거라고 건배를 했던 시절이거든요. 김대중 대통령은 검찰에서 사형 구형을 한 분이에요. 그러니까 검찰 입장에선 하늘이 무너진 거죠. 이제 다 죽었다 싶었겠죠.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참 훌륭한 게, 요새는 없어졌는데 그 때만 해도 검사장들이 매년 한두 번씩 청와대에 가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선 되시고 처음 몰려가서 엄청 깨질 것을 생각 했는데 김대중 대통령께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를 내리고 격려를 한 거예요. 김대중 대통령 입장에선 얼마나 밉겠어요. 자기 죽으라고 한 사람들인데.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만 했어요.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엔 구속되었어요. 거기도 좋을 게 없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계속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 검찰을 멀리 하셔야 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마: 강박적으로.


금: 멀리 하셨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김대중 대통령처럼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는 했어야 되지 않았나. 


아까 제가 국제 행사를 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검찰이 만들어진 이래로 가장 큰 행사였어요. 송광수 총장 시절이었죠. 90개국에서 500명의 검사들이 오고, 노무현 대통령도 초청했어요. 근데 노대통령이 그날 못 오고 이해찬 총리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총장이 우리보고 “대통령이 좀 바쁘시겠냐.”라고 했어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노 대통령이 그날 가족들하고 음악회를 가셨어요. 그거를 언론에 공개를 한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니네가 싫다.’는 거죠. 검찰이 그때부터 약간 괴물 같아졌어요. 살아 있는 권력은 안 치다가 정권 말기가 되면 나름대로 판단을 해서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이상한 조직이 된 거에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대단한 위기에 있는데, 문재인 대표가 됐건 누가 됐건 유력한 대선 주자가 있으면 거래가 일어나겠죠. 


지금 공수처로 대표되는 검찰 개혁 방향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있어요. 방금 말씀하셨지만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에 문제가 있지 않냐, 그건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야당에서는 약간 정의로운 검찰을 꿈꿔요. 검찰이 정말 부패를 척결하고, 검찰의 막강한 권한은 유지한 채로, 얘네가 이상한 쪽으로 가지 않고 바른 쪽으로 가게 하자는 거죠. 


그런데 옛말이 틀린 게 없는 게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겁니다. 야당도 검찰의 힘을 빼길 원하진 않아요. 이걸 이용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그러니 검찰이 살아날 여지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소고기 수입 협상이 잘 되었는지, 황우석이 만든 줄기세포가 진짠지 등에 대한 답을 검찰을 이용해서 내리고 있거든요. 이게 대단히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고요. 여나 야나 검찰권을 행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검찰의 역할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는 한 검찰은 계속 살아남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거죠. 그러니까 만약 야당 치하에서 검찰이 우리가 보기에 계속 올바른 일을 한다고 치더라도 검찰이 그렇게 정치에 영향을 끼치도록 문을 열어준 거거든요. 저는 이건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마: 정권이 교체되어도 우릴 이용하려 들 테니까 우린 안 죽는다?


금: 예. 오히려 검찰을 외국 검찰들처럼 범죄를 다루게 해야죠. 사업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왜 검사에게 밥을 사줘야 합니까. 이렇게 만들면 오히려 겁을 냅니다. 근데 야당도 그 생각 못하고 있어요.


마: 공수처 설치안을 반대하고, 검찰 개혁의 바른 방향은 수사권, 기소권 분리하고 검찰의 힘을 빼는 것이란 주장을 민주당 의총에서도 말씀하신 것으로 아는데, 당론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거 같다. (웃음)


금: 아니, 공감대는 상당히 있는데, 이게 전문적인 영역이니까, 의원들이 금태섭 의원안도 하고, 공수처도 하자. 제 안은 근본적으로 검찰의 권한을 뺏는 안이니까 멀리는 이걸 하더라도, 당장 급하니 공수처라도 해야 되지 않냐. 근데 저도 절대 근본주의자가 아니라 한걸음 주의자 인데, 공수처는 방향이 반대로 가는 거다. 그러고 있는 상황이라서. 뭐 그게 그렇게 그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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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민주당 내에 백혜련 의원이나 조응천 의원 등 검찰 출신들이 있잖나. 대체로 검찰 출신, 율사 출신은 공감대가 있나?

 

금: 지금 우리는 율사가 아니라 정치인이잖아요. 공수처가 검찰 개혁의 상징인 것처럼 되어 있어요. 그런데 검찰 출신인 금태섭이가 공수처를 반대한다? 그러면 민주당에서 검찰 개혁을 할 생각이 없다. 이런 식으로 인식이 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거죠.

 

그리고 공수처가 96년도에 참여연대가 들고나온 겁니다. 96년도가 어떤 해였냐면 전두환, 노태우를 검찰이 수사하던 때에요. 5.18, 12.12를 검찰이. 그때는 그걸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이 검찰밖에 없었으니까 검찰의 권한을 유지시켜줄 필요와 역할이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20년이나 지났으니까. 저는 바꿔야 된다는 거고, 좀 더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 공수처를 주장하는 분들의 제1 논리는 검찰도 견제받아야 한다는 거다. 일각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면 우리나라 각 분야의 거악에 대한 수사 역량의 약화가 초래된다, 이런 반론을 하고 있다.

 

금: 그런 반론이 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세계 모든 국가에서(이상한 국가들을 빼고) 경찰이 수사합니다. 이렇습니다. 경찰이 수사를 하다 보면 성과급이나 특진이 걸려 있지 않아도 정의감에 밤새가면서 조지고 싸우게 돼 있어요. 그러다 보면 객관성을 잃고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사례가 굉장히 많아요. 그때 한 발자국 떨어지게 만들어서 제어를 하는 게 검사입니다. 전 세계 검사가 다 이런 역할을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검사는 이걸 하면서 수사도 경찰이랑 똑같이 해요. 검찰이 아니면 거악을 척격할 수 없고, 경찰은 못 믿겠다 이런 주장을 하면 지금 검찰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거죠. 검찰에 공수처를 만들든 내부 감찰을 강화하든 괴물을 하나 등에 업고 있으면 달라질 게 없죠.

 

개인적인 얘기를 해서 그렇지만, 공감 능력이 없다는 얘기는 우병우 스타일을 보고 한 얘기거든요. 사실 그건 범죄자하고 딱 마주치는 경찰에 어울리는 거에요. FBI가 경찰이잖아요. 예전에 경찰에서 수사권 독립을 주장할 때는 검찰, 니네도 여기서 직접 수사를 하니까 니네는 그냥 니네 거 해라. 우리는 우리 대로 수사하겠다, 경찰 독립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거의 대다수가 지휘받는 것은 우리가 인정하겠다, 수긍을 해요. 그런데 검찰은 왜 지휘 안 받고 수사하냐? 이게 어떤 점에서 극적으로 나타나냐면, 검사가 비리를 저지르면 경찰이 수사를 못 해요. 현실적으로. 검찰이 경찰에게서 (검사 비리) 사건을 막 뺏어가고 그러는데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자기를 자기가 수사한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마: 검사가 검사를 조사하는 건 어떤 기분인가?

 

금: 저도 그런 사건을 조사해봤는데, 어느 순간이 되면 완전 버려요. 이 사람을 잡아야만 조직이 살 때, 진경준 같이 국민의 공적이 되면 죽이는 겁니다. 죽이건 살리건 간에 스스로 컨트롤 하고 싶어 하죠. 경찰 손에 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거에요.

 

마: 쳐도 내가 치겠다?

 

금: 검사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경찰 가서 조사받으라고 하면 펄쩍 뛸 일인데요. 아니, 오천만 국민이 잘못하면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는데 왜 검사들은 경찰 조사를 받으면 안 되는지, 말이 안 되는 거죠. 제주도에서 사건(?) 있었던 김수창 검사장이 김광준 부장검사 뇌물 사건 있었을 때 특임검사를 했어요. 그때 원래 경찰이 수사를 했었는데, 거기서 뺏어갔죠. 그러면서 검찰은 의사고 경찰은 간호사 같은 존재. 뭐 이런 얘기를 해가지고 반발을 많이 샀는데. 그러면 일반 국민들은 간호사한테 받고 검찰은 의사한테 받으라는... 앞뒤가 안 맞는 겁니다.

 

마: 검사도 끈 떨어지면 일반 국민과 똑같은

 

금: 예, 끈 떨어지면 뭐.

 

마: 그럼 조선일보가 찍은 우병우 전 수석의 황제 조사 사진은

 

금: 우병우 수석은 워낙 현직을 떠난 직후고 정권에서 굉장히 강력하게 지켜주고, 저희가 듣기로는 우병우 수석이 사실상 검찰 인사부터 완전히 개입을 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살아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식으로 갈 수가 있겠습니까?

 

마: 그렇다면 향후

 

금: 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제대로 수사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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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최재경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 검찰 내에서 그렇게 신망 있었다던데.

 

금: 검찰 수사에 대해서 우리도 감시를 하고 특검도 주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게 정권 말이고 컨트롤이 안 되요. 최재경이 아니라 최재경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지금 정호성 핸드폰에서 대통령과의 통화 내역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을 통해서 전반적으로 봐야 되지만, 검찰 출신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건 끝까지 간다고 봅니다.

 

저도 정권 말에 수사를 해봤는데, 진술을 하다가 뭐가 하나 나오면 내가 이걸 덮으면 내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 뒤에는 특검이 있고, 내가 조사한 걸 다 볼 텐데, 특검도 뭔가 성과를 내야 하지 않습니까? 이 검사가 이런 게 있었는데 그냥 넘겼다? 이거는 정말 심적인 부담이 있어요. 그거를 누가 지금... 대통령도 수사팀에 있는 검사를 챙겨 줄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 이건 통제가 안 되는 거에요. 최재경이 아무리 인망이 있고 해도, 안 되는 거죠.

 

마: 얼마 전 조응천 의원이 ‘내가 정윤회 문건 때문에 조사 받으러 갔더니 20년 후배가 나한테 “어이! 조응천 씨.” 라고 하더라’ 는 얘길 했는데. 끈 떨어지면 다 그렇게 되나?

 

금: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조사받아 본 적은 없어서.

 

마: 우병우 황제 조사 비난 여론에 대해 검찰 측이 ‘원래 검사장급 출신은 차 대접한다’고 해명했다가 검찰이 본의 아니게 접대 기준을 토로했다고 언론이 비꼬던데, 원래 담배 한 대 주고 차 한 잔 주고, 이 정도는 황제니 특혜니 그렇게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금: 사실은 검찰에서도 우병우를 처벌하지 않으면 못 빠져나온다고 생각할 거에요. 조사를 하다 보면 자기 스타일이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12년을 하면서 한 번도 욕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갑자기 욕을 하면 금방 사고가 납니다. 듣는 사람이 알아요. ‘이 새끼는 평소에는 욕을 안 하는 놈인데 나한테만 하는구나.’ 모욕감을 느끼죠. 맨날 욕하던 사람이 욕하면 듣는 사람도 이게 별로 안 느껴지구요.

 

예를 들어 홍만표 같은 사람들은 정말 특수통으로 유명했는데, 예전에 이용호 게이트 있을 때 제가 이용호 씨한테 물어봤어요. 검사들 평을 좀 해봐라. 그랬더니, ‘우병우가 젤 나쁜놈이구요.’ 자기는 안 겪어봤지만 홍만표를 조심하라고 하더라. 홍만표 검사는 스타일이 어떤가 하면, 피의자를 데려오면 방에다 풀어줍니다. 컴퓨터 오락 같은 걸 하라고 둬요. 뭐 음료 같은 것도 주고, 열흘 정도를 쪼지도 않고 그러니까, 사람이 기소되어서 갈 때 뭐라도 하나 얘기를 해줘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는 거에요. (웃음)

 

하여튼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느 한 장면을 놓고 적절하니 마니 하는 거는 좀 그렇습니다. 다만 그 장면을 보면, 검찰 출신들끼리 앉아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때 우병우가 입고 있었던 잠바가 우병우 수석이 옛날에 수사기획관 할 때 검찰에서 입고 다니던 잠바랑 많이 비슷해요. 그럼 이건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조사받으러 간 건데, 추우면 양복 입고 있으면 되는데. 그리고 검찰에서도 자기 나름의 스타일은 있는 거지만 조금 전까지 대통령의 비호라면 비호, 신임이라면 신임을 받던 민정수석을 데려다가 이런 식으로 조사를 하면 이게 조사가 제대로 될까. 그런 점에서는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마: 비선실세 게이트의 검찰 조사를 낙관하고 있는 편인가?

 

금: 그래도 경계를 늦출 생각은 없습니다. 언제 또 빠질지 모르니까요.

 

마: 언론보도를 보면, 안종범이 “대통령 지시로 했다.”고 밝혔다더라. 그걸 보고 “각자도생 레이스가 시작된 거 아니냐, 자기 혼자 살려고 대통령도 막 팔아제끼구나” 이런 분석이 있는 반면 어느 한쪽에선 “아니다. 어차피 박근혜가 검찰 조사를 피해 갈 순 없을 테니, 박근혜에게 죄를 몰아가는 건 박근혜의 지시가 정상적인 통치 행위, 즉 공약 이행이었을 뿐이란 논리를 들이밀어 모두 다 살기 위해 밑밥을 까는 거다”는 분석도 있던데.

 

금: 그런 코디네이션이 안 됩니다. 최순실하고 안종범을 구속했지 않습니까? 검찰에서 직접 구속을 하면 기소를 한단 뜻이에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최순실하고 안종범은 만난 적이 없거나 거의 없는 거로 알고 있어요. 중간에 대통령이 있는 거에요. 대통령을 조사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대통령을 조사를 안 하거나 통치 행위라고 해서 쫑을 쳐 주려면 이 두 사람을 무혐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을 조사해 보니까 이게 다 정당한 국정운영이고 아무것도 아니니까 대통령도 무혐의, 최순실, 안종범도 석방. 이러면 광화문에 불나죠.

 

그리고 조사라는 게 원하는 대로 가지 않고, 증거들이 있거든요. 최순실이랑 안종범이 박근혜 대통령을 빼주자. 우리 둘이 직접 연락한 거로 짜고 들어갔다고 쳤어도 실제로 만났다 그러면 만났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언제 만났냐. 어딜 갔냐. 그리고 거기 CCTV라도 있으면 뒤져보고 핸드폰 조회도 해보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할 수가 없는 거에요. 저는 그런 게 지금은 통제가 안 된다고 봅니다.

 

마: 알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가깝게는 특검,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서 야권이 우왕좌왕한다는 평가가 있다. 가까이서 보는 느낌은 어떤가?

 

금: 우리 당만 보면 당 지도부는 일관되게 메시지를 내왔는데, 대선 주자 분들이 여러분 계시니까 해법이 조금씩 달라서 지금 좀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저는 거국내각 이런 거 주장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거국내각이 가능하다고 생각도 안 하고.

 

일단 국민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왜 그랬을까?’입니다. 왜 대통령이 자기 권한을 넘겨줬을까.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니까 주술적인 얘기가 나오고 하잖아요. 청와대에서는 굿 안 했다, 사이비 종교를 믿는 건 아니다고 했는데, 그럼 대체 왜 그랬냐는 거에요. 어떻게 된 대통령인데 그걸 이렇게...

 

냉장하게 얘기해서 이분이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분이냐는 거죠. 제가 예결위 하면서 황교안 총리한테 물어봤거든요. 평소 황 총리 스타일이라면 “의원님, 그런 질문 하시면 안 됩니다.”하고 화낼 텐데, “제가 답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고 했거든요. 그걸 계속 물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총리 추천하겠다는 거 보다요. 당신 도대체 왜 그랬냐.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이걸 이끌어 갈 수 있느냐.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가 사실은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어 이렇게 했는데, 앞으로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가 있다.’ 그럼 그걸 국민들과 판단해서, 된다고 생각하면 같이 가는 거고, 안 된다고 생각하면 이제 다른 방향으로 가자는 거지요.

 

마: 질문을 할 때다?

 

금: 예. 질문을 해야지. 거기다 대고 훌륭한 총리가 있어서 추천한다고 하면 의미가 없거든요. 국민들이 궁금한 건 박근혜거든요. 그걸 먼저 해결해야죠. 역풍을 많이 엄려하시는데, 저는 보수층에서도 역풍이 없다고 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박 대통령이 납득할 만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이상은 그런 걱정을 할 때는 아니지 않나 봅니다.

 

마: 정권 교체가 되었다. 문 대표가 됐든 누가 됐든,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됐다. 이제 금 의원께서 검찰 개혁의 선봉에 나선다.

 

금: 예. 뭐. 하하.

 

마: 친정이잖나. 참여정부 때 하던 일을 후배 누군가가 하고 있을 테고. 잘될까?

 

금: 일단 마음가짐이, 친정을 수술을 해서 혼을 내주겠다는 게 아니라, 제퍼슨이 한 이야기일 텐데 ‘비판은 가장 고귀한 형태의 애국이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마: 일관된 주장으론 검찰이 많이 가지고 있고 나눠줄 게 많으니까 말도 잘 듣는 것이라 하셨는데, 막상 힘이 없어지면 나눠줄 게 없어지면 말도 안 듣고. 검찰 입장에선 가장 끔찍한 게 권한 축소일 텐데.

 

금: 제가 선험적인 지식이나 대단한 해법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사회 상황이, 96년엔 그게 안 되었지만 20년이 흘러 지금 검찰에서 만든 거 보면 특별조사팀, 특임검사, 특별수사반, 온갖 거를 조직이 못 버텨 낼 정도까지 온 겁니다. 이 역량이, 한 조직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답을 낸다는 게. 지금 박근혜 사건 하지, 롯데 하지, 온갖 사건을 다 하고 있는데 이제는 깨질 때가 왔다고 봅니다. 가르마를 잘 타주면 해법이 있다고 보고, 구성원들도 상당히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마: 긴 시간 감사하다.

 

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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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의원을 통해 전해 들은 대한민국 검찰의 단면엔 ‘애잔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나름 정의감에 불타고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사명감이 드높다 하나, 결국 그들도 평범한 직장인이요, 우리네 이웃한 소시민들이다. 검찰 창립 이래 가장 큰 국제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하니 총장이 “대통령이 좀 바쁘시겠냐”며 풀 죽은 조직원들을 다독이고 대통령이 그 시간에 가족들과 음악회를 갔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속상해하는 모습. 대통령밖에 모르는 사랑꾼들. 가리봉동 사는 박춘배 씨가 뒤로 자빠져 코가 깨져도 검찰을 찾고 대통령이 오방색 때때옷을 입고 트위스트를 춰도 검찰을 찾는 명실상부 검찰 공화국, 누가 봐도 이는 정상이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시끄러운 지금, 매번 검찰의 물타기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얘기가 계속 나온다. 지금이야말로 힘 꽤나 쓴다는 검찰과 법관을 비롯한 빠방한 이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체제, 만들자는 얘기다. 역설적으로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금태섭 의원이 주장하는 검찰 개혁안에 따르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에 공수처가 정답이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우리는 안다. 그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순 없으며 결국 시스템을 움직이는 건 사람이란 것을. 여러 방안이 모색되는 이때에 전 국민의 관심사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고자 작은 돌 하나 얹어봤다. 알아야 속지 않고 알아야 제대로 바꿀 수 있을 테니.  


2016년, 훌륭한, 아니, 정상적인 대통령을 갖는 데 실패했으나 정상적인 검찰을 가지는 것에는 실패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마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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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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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