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안팀장 추천9 비추천0

2013. 08. 23. 금요일

안팀장










대한민국 여자축구는 乙(을)이다.


이번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필자는 <딴지일보>의 스덕 공모전에 당선되어 기사가 딴지 마빡에 실리는 일생 일대의 대박!!!!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그리고 졸라 좋았다. 기분 좋아서 하루에 두세 번씩 댓글이 달리는 걸 확인하면서 기사를 읽어보시는 분들이 어떤 댓글을 남겨주시는지 수시로 들어가서 체크해 보았다. 버~~어~~뜨!!!! 필자를 깜놀하고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바로 딴지 마빡의 사진이 바뀐것이다.


아무튼 야시시한 비키니 차림의 언니들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순간 ‘아... 이건 아니다. 이렇게 바뀌는 건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딴지일보에 겁도 없이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필자는 신원을 밝히며 사정이야기를 하였다. 다행이 친절한 담당자분께서 사진을 바로 바꿔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말씀드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01.jpg


왜? 딴지에서 그 정도 사진은 아무 것도 아닌 거 알지 않느냐고? 물론 안다.


하지만 필자는 여자축구를 소개하는 칼럼을 썼고, 그 칼럼을 읽기 위해 클릭하는 마빡사진 즉, 여자축구를 잘 모르는 독자들이 볼 때 첫 이미지가 그런 사진은 아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여자축구를 좋아한다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이 왜? 그게 잼있어? 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여자축구'라고 네이년에 검색하거나 다음에서 검색을 할 거다. 그러면 필시 야시시한 옷차림의 자극적인 사진들이 여자축구 선수들의 사진과 섞여서 줄줄이 검색되어 나온다. 그렇다면 여자축구의 첫 이미지가 다소 애매모호 해지면서, 색안경을 쓰고 쳐다보기 시작하게 될 거라는 것이다.


1.JPG

<대략 이렇게 야시시하면서 자극적일 거란 말이다>


이런 사진을 본 필자는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물론 개개인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판단은 독자들께 맡기겠다. 이런 사진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매개로 하여 여성을 상품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여자축구팬으로서 겪은 오해와 편견, 그리고 주위의 이상한 시선


이왕 쓴 김에 여자축구팬으로서 받은 주위의 시선, 반응 기타 등등을 이야기 해보고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자(기사가 길어져 2부, 3부로 넘어가도 좋다. ㅅㅂ 한번 한풀이 해보자...)


필자는 얼마전에 경상남도 합천에서 열리는 전국여자축구 선수권 대회를 보러 가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 느닷없이 회사에서 몇몇이 계곡 가서 고기먹는다고 참석하라 해서 사정 얘기하니 대뜸 '축구를 보러가는 거냐? 여자를 보러가는 거냐?' 라는 질문이 되돌아 왔다. 필자는 이미 그 대회를 보기 위해 휴가를 경기일정에 맞췄다. '축구를 보러 간다'고 대답하자 돌아오는 건 비웃음과 '회사생활을 할 줄 모르네!' 라는 비아냥 뿐이었다.


평소 회사에서 울트라 축빠로 이름난 필자로서(케이리그 클래식에도 지지하는 팀이 있다) 거기다가 여자축구를 보러간다 하니 주변인들은 필자가 여자'축구'가 아닌 여자를 보러가고, 여자축구 선수를 쫓아다니며 빠돌이 짓을 하는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았단 것이다.


‘너 여친 없잖아? 가서 여자축구선수 한 명 꼬셔봐!’ 부터 시작해서 ‘여자 선수들이랑 같이 술도 먹고 그러니?’로 이어지고 ‘이쁜 선수있음 소개좀 시켜줘!’ 까지... 더 심한 것도 있지만 딴지일보는 미성년자도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참도록 하겠다.


심지어 필자의 가족 중에서도 ‘거기서 맘에드는 선수 있음 잘 한번 해 봐’라는 어이 없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필자는 여자축구를 스포츠로 좋아하는 거지 '여자'와 '축구'를 분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축구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는 게 슬프지만 현실이다.


심지어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열심히 뛰고 있는데 성적인 비하발언이나 성희롱을 넘어서 언어적 성폭행을 자행하는 관중들도 몇몇 보았고 대놓고 그분들과 욕 배틀을 벌인 적도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을 땐. 분노가 마빡을 타고 눈으로 넘어와 레이저를 뿜을 지경이었다(이게 아마 화천에서 군인들이 그랬었다지????? 아마????????????).


그리고 '축구를 좀 본다'는 골수 축빠인 필자가 케이리그 클래식 서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 모임 안에서도 여자축구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로 인해 필자는 여자축구선수 꽁무늬를 쫓아다니는 빠돌이로 낙인 찍히는 경우가 있었으니... 여자축구팬들도 축구팬들 사이에서 을이 되는 그런... 심지어 '너는 케이리그클래식 어느 팀과 여축리그  어느 팀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느 팀을 선택 하겠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너는 왜 케이리그는 A팀 서포터를 하고 A도시에 살면서 니가 응원하는 여자 팀은 왜 타 지역 B팀이냐?'라는 질문을 듣기도 한다. 그럼 대략의 상황을 설명하고 '니가 좋아하는 유럽축구팀! 니가 트위터로 이기라고 발광하는 그 팀! 그거랑 같은 거다. 니가 맨시티 팬이라고 해서 니 주소가 맨체스터는 아니지 않냐?' 라고까지 이야기 했던 기억이 있다.


케이리그 클래식은 클래식이고 WK리그는 WK리그일뿐 서로 다른 상황인데 왜?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는가? '나는 나, 너는 너' 모두 똑같이 살 수 없다는 걸 왜 모르나?


여축빠가 무슨 죄라고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아니 대접 따윈 애초에 필요 없다. 그냥 그딴 동정은 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비인기 스포츠 존중은 바라지도 않는다.


인정 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관심 같지 않을 거라면, 신경 쓰지 않을 거라면, 말이나 맘대로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게 필자의 솔직한 바람이다.


언론 니들은 뭘 하는 거냐?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면 반짝 관심들 가진다. 이번 동아시안컵 끝나고 이민아 선수(인천현대제철), 심서연 선수(고양대교)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받긴했다. 그건 축구선수의 경기력에 대한 질문은 아니었고 그저 그들의 외모, 얼굴, '실제로 봤냐? 정말 이쁘냐?' 등등의 자질구레한 질문들 뿐이었다. 이건 분명 축구 보다 얼짱으로 포장해버린 언론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얼짱’, ‘여신’, ‘걸 그룹 뺨치는’ 등의 자극적인 문구를 기사제목으로 설정한다.


2.jpg 3.JPG

<심서연 선수(좌), 그리고 이민아 선수(우)>


'심서연-이민아, ‘한국 북한’ 경기서 여신미모로 화제... 비주얼 대박'


실제 해당 기사의 헤드라인 제목이었다. 근데 웃긴건... 기사는 스포츠인데 왜 연예부에서 기사를 쓴건지... 역시 ''동아'답다. ㅅㅂ


기사 내용은 간단한 선수소개, 경기결과, 그리고 두 선수의 외모에 대한 누리꾼 반응. 결론은 얘들 이뻐, 근데 경기는 이렇게 됐어~ 그리고 얘들 이뻐!!!!!


기사부터 이딴 식이니 여자축구에 대해 잘모르는 축빠들이 봐서 기억에 남는 건 이들의 활약상이 아닌 미모뿐이라는 것이다.


스포츠 기사인지 여자 연예인 관련 기사인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외국인 친구(이 친구 케이리그 팬이다)가 나에게 "심서연? 이민아? 이뻐요!!! 그래서 좋아요!!!"라고 할 정도니...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생각해보자. 기사를 쓰는 스포츠 기자들조차 여자축구를 제대로 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직접 경기장은 아니어도 KFA TV중계라도 봤던 기자들이 몇이나 있나? 하는 얘기다. 당연히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기사를 쓰자니 아는 것이 없고, 기사를 쓰긴 써야겠고, 뭔가 기사에 대한 조회수도 생각을 해야하고... 그러다보니 일단 관심을 끌고 클릭 수를 올릴 수 있는 내용을 찾았을 것이다. 결국엔 선수들의 외모를 부각시키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란 걸 기자들이 더 잘 아는 것이다.


물론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남자 국가대표 경기 후엔 경기력에 대해 수비가 어땠고, 공격은 어땠고, 홍명보호 몇경기 연속 무득점이네, 슛팅 몇 개 했는데 골이 하나 들어갔네... 이런 기사들은 줄줄이 나온다. 그런데 여자축구 국가대표 경기 후에 나오는 기사들은 내용이 빈약하거나 저렇게 얼짱으로 대충 포장하는 경우가 많으니...


운동선수는 실력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일단 얼굴부터 보고 그 다음에 실력을 보는 거 같아서 필자는 그런 언론들의 행태에 죽빵을 먼저 날리고 싶은 심정이다.


또, '여자 메시'. 이런류의 표현도 문제다. 물론 여자축구를 잘모르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쓴다지만, 그런 식의 표현은 결국 그 선수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스타일을 일단 접어두고 그저 유명 선수를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기에 이 또한 썩 바람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 축구 대표팀도 국가대표 A대표팀이다


얼마전에 끝난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남자 국가대표팀에 가려진 여자 대표팀의 실상이 살짝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되었다. 그것도 해당 부분에 대한 내용이 전문적으로 기사화된 게 아니라, 지소연 선수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일단 어느 국가나 여자 대표팀은 남자 대표팀 보다 지원이나 대우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축구강국들이 즐비한 유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들 보다도 빈약하다.


일단 파주NFC의 경우 남자 대표팀이 입소를 하면 여자 대표팀은 소리 소문 없이 자리를 비워줬다. 그리고 여자 대표팀은 상암동 소재의 한 호텔로 옮겨갔다. 그곳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심지어 북한 선수들도 같이 묶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지소연 선수는 '호텔 밥도 맛있다'고 이야기 하며 '예전 보다 좋아졌다'고 했지만 이는 역설법이었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호텔 밥이 '맛이 없었다'고 들었다. 오죽하면 여자축구선수들은 고깃집에 가서 회식 한 번 했더니 선수들이 매우 좋아했다고...


그 시간 남자선수들은 파주NFC의 식당에서 이모들 손 맛이 듬뿍 담긴 맛난 저녁을 먹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6월에 미국의 초청을 받아 여자 대표팀이 원정을 갔었다. 두 경기를 치르기 위해 미국에 간 여자 대표팀이 현지 호텔에서 먹은 건 스테이크, 파스타, 빵과 밥 조금. 이런 메뉴들이 매일 반복 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김치가 나와서 다행이었다고... 이를 안 어떤 여자축구팬은 라면 한 박스를 급히 미국으로 보내줬으며, 그걸 맛있게 먹었다는 감사 인사를 받았다고 한다.


여자선수들이 이동할 때 사용한 버스는 관광사에서 전세 낸 45인승 관광 버스였다. 물론 다른 팀 선수들도 다 같은 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열렸던 이번 대회에서 홈 팀인 여자 대표팀은 불편한 45인승 버스를 이용함으로써 스스로 어드벤테이지를 포기한 셈이 된 것이다.


반면에 남자 대표팀은 흔히 얘기하는 우등 버스 두 대로 선수단과 스태프가 이동했다.


그리고 용품 또한 남자 대표팀은 매번 새로운 용품, 새로운 옷을 지급 받으나 여자 대표팀은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제외한 나머지는 소집해제 시 모두 반납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걸 다음 연령별 여자 대표팀이 들어오면 세탁해서 돌려서 쓴다고 했다.


어디 한번 봅시다.


4.JPG

<남자 국가대표팀이 착용한 트레이닝 킷>


5.JPG

<여자축구 대표팀의 트레이닝 킷>


한 눈에 봐도 다르지 않나??? 여자 대표팀은 스폰서 마킹조차 없는, 말 그대로 구형 트레이닝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이다. 남자 대표팀과의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동아시안컵 관중수만 봐도 차이는 확연하다. 평균적으로 여자 대표팀 경기 대비 약 10배 정도의 관중이 남자 대표팀 경기에 입장했다. 필자는 상암과 잠실에서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상암에서도 경기장은 텅텅 비었고 경기 말미에나 다음에 있을 호주와 일본의 경기 때문에 입장한 울트라 닛뽄이 빈자리를 조금 매워 줄 뿐이었다. 잠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필자가 간 그날은 북한 대 중국 그리고 대망의 한일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경기장에 조금 일찍 도착하긴 했지만 잠실 주경기장은 한산했고, 그나마 그날 벌어진 엘지와 두산의 잠실 라이벌전 때문인지 야구팬들이 많이 보였다. 야구장에서 이벤트 참여하면 안주거리 준대서 필자도 일행과 참여했다. 분명 경기장 앞에 '동아시아대회'라고 크게 붙어있고 경기장 구석 구석 동아시안컵 플래카드가 나부꼈는데도 이벤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조차 동아시안컵이 뭔지 모를 정도였으니...


붉은악마 기대도 안했지만...


'붉은악마'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정식 명칭이다. 그러나 그들도 남자 대표팀과 여자 대표팀을 철저히 차별했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확연히 증명됐다.


그나마 화성에서의 경기는 붉은악마 경인지부에서 신경을 많이 써서 인원도 많이 모였고, 응원도 남자 대표팀 경기 때와 똑같이 해줬다. 그 점은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서울에선 어땠는지 사진으로 비교해보자.


6.jpg

<남자 한일전의 모습 이런모습은 너무 익숙하다>


7.jpg

<여자 한일전은 저 인원이 전부였다. 상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겐 대한민국 '남자' 국가대표팀 서포터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같은 한일전이지만 10배??? 아니 백 배는 넘는 듯 하다. 붉은악마조차 여자 대표팀은 형식적으로 응원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여자축구연맹, 니들은 뭐 하는거니?


대한민국 여자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산하 기관이다. 프로축구연맹처럼 사단법인으로 독립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 여자축구연맹은 과연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언제 할 지 모르는 지역연고제


여자축구연맹은 2009년 WK리그를 시작하며 지역연고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하였다. 그러나 09~13년 까지 달라진 건 없었으며 지역연고제 정착을 위해 그 어떤 계획과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인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다. WK리그가 열리는 보은에 사는 어느 분이 여자축구경기를 매번 관전하는데, 대체 어느 팀이 우리 팀인지 모르겠다며 어느 팀을 응원해야 할 지 모르겠단다. 그래서 점점 재미가 떨어진다고 하셨다는 이야기였다. 프로스포츠는 니 편, 내 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피아가 구별 안 되는 게 지금의 WK리그이다. 이름에는 지역명이 있지만 경기는 돌아가며 순환개최 하는 상황. 지역연고를 정착시켜 리그를 홈 앤드 어웨이로 하겠다는 의지와 계획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런 내용을 문의하는 팬들의 게시판 글을 당당하게 삭제하는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팬과 교감하며 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은 없다. 오히려 연맹이 팬들 위에 서서 '불만 있으면 보지마!!!'라는 식의 행정이니... 여축빠들은 그야말로 속이 탄다, 속이 타...


일례로 올해 WK리그 올스타전 대회를 불과 열흘 정도를 남겨두고서야 올스타전 팬 투표를 하고, 일주일 전쯤에 경기가 어디에서 열리는지 공지를 하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전화를 하면 곧 공지할 테니 기다리라는 답변뿐...


이런 연맹의 막무가내 행정에는 그들 수장의 스타일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조직이던 리더의 스타일에 따라 조직의 성격이 바뀌지 않는가? (왜? 딴지 같은 선진 조직문화를 적용하지 않는지... 개탄스럽다!!!!)


8.JPG

<대한여자축구연맹 오규상 회장>


이분에 대해 얘기하는 건 정말 민감하고 예민하다. 이분은 전형적인 온건 보수파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틀을 유지하며 발전을 꾀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가 적어서 리그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올해 새로이 시도하는 건 11월, 여자축구 FA컵이 신설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분에 대해서는 더는 깊이 파고 들어가지 않는 게 필자의 건강에 도움이 될듯 하다.


여자축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선 무슨일이?


자, 그럼 대한민국 여자축구가 열리는 경기장에선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참고로 공식 축구경기 대회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이며, 직접 본 내용을 기준으로 서술하였음)


이전 칼럼에서 WK리그는 강원도 화천, 충북 보은, 경기도 이천에서 매 라운드 각각 한 경기씩 개최된다고 소개하였다. 그럼 리그가 열리는 이 경기장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WK리그 경기의 입장료는 무료이다. 이는 많은 분들이 여자축구를 부담없이 관전하게 하여 저변을 넓힌다는 장점이 있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큰 효과는 없다. 오히려 리그의 질적인 부분(여기서 말하는 질적인 부분은 연맹이 스스로 리그에 매긴 가치이다)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상황을 가져왔다. 말그대로 여자축구는 '공짜!'이다. 그러다보니 경기장에선 공식 축구경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다.


경기도 이천은 관중이 거의 없다. 화천이나 보은에 비교하여 관중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될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필자가 이전에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경기장에서 공을 차고 노는 한무리의 학생들을 보았다. 그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볼보이가 되었다(-_-;;). 선수들이 뛰어야 할 필드에서 대체 볼보이들이 공을 차고 놀아도 아무런 제제를 하지 않는 관계자들이란...


강원도 화천. 이곳은 경기장이 작고 아담하다. 본부석에만 관중석이 있으며 나머지는 잔디밭으로 의자가 없는 스탠드가 빙 둘러져 있다. 이곳의 열기는 매우 뜨겁다. 관중들도 많다!


왜?? 바로 군인들이 동원되어 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문에 선수들은 응원도 받는다.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군인들은 군대스리가에서 보지 못한 플레이를 감상하며 탄성을 지르고 군 생활의 스트레스도 푼다. 이건 참 좋은 현상이다. 그 외의 관중은 가족 단위로 경기장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경기장에서 치킨, 피자 등등의 배달음식을 먹으며 경기를 관전한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구? 배달을 시켰으면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지 않나? 그런데 경기가 열리는 도중에 갑자기 트랙으로 오토바이가 들어와 트랙을 돌며 치킨 , 피자 시키신 분을 찾아 관중에게 전달한다. 생각해보자. 케이리그에서 관중석으로 치킨을 시키면 배달부가 오토바이를 경기장 안으로 타고 들어와 배달하나? 하지만 제제하는 이들이 없다. 지역 주민들은 축구경기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트랙에서 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타며 지나간다. 그리고 심지어 어느 분의 애완견은 그라운드로 난입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있었다.


동아시안컵이 끝난 후 화천에서 열리는 경기... 충격적인 장면이 필자의 눈을 마비시켰다.


9.jpg

<폭우가 내리는 도중에도 이곳에서는 초중고 축구대회가 열렸다. 잔디가 성할 리가...>


이게 잔디 경기장인지... 불과 한두 달 전에 사계절 잔디로 교체했다고 자랑했던 경기장이다. 이런 곳에서 대한민국 여자축구 최상위 리그가 치뤄져야 한다니. 그런데도 화천군의 관계자는 이번 경기만 치르면 한 동안 경기가 없으니 복구 해놓겠다며 장담했다고 한다.


그냥 이 사진을 볼 때 마다. 할 말이 없어진다. 저기서 축구를 한다... 아니,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경기를 한다. 그리고 보은 공설운동장. 이전에도 필자가 가장 자주 가는 경기장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10.jpg


충청북도 보은. 이곳은 구제역이 한창일 때 구제역마저 침투하지 못한 청정지역이다. 즉, 시골적인 느낌이 강한 곳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주로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으며 문화적으로 즐길만한 게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월요일마다 열리는 여자축구는 어찌보면 주민들이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경기이다. 때문에 적지않은 주민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그런데 중계를 보며 저 장면에서 필자는 허탈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경기장 내에서는 취사가 당연히 금지이나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안내방송조차 없었다. 물론 이곳 지역사회의 분위기나 여러 가지를 감안한다면 크게 문제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취사'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일터, 맛있게 음식 드시고 막걸리도 한 잔 하는 건 좋으나. 음식은 싸 와서 드시길 바란다. 조리해서 드시는 건 정말 아니다.


그리고 각 경기장에선 경기 후 경품을 추첨한다. 보은 또한 앞서 말했듯이 적잖은 주민들이 오기 때문에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경기 후 경품추첨 안내방송이 나온다. 그러면 경기장 내 해당 마을의 푯말이 세워지고 관중들은 우르르 경기장으로 내려간다. 바로 선수들이 뛰던 그 그라운드로. 그리고는 경품추첨이 진행된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흔한 안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잔디가 상하지 않을까? 잔디가 상하면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문제가 되며 부상의 위험마저 있다는 건 축빠라면 상식이다. 이런 걸 연맹은 신경도 안쓴다.


그럼 경품추첨을 기다리는 자세의 좋은 예를 한 번 보고 가자.


11.jpg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고 당첨되길 기다리는 개념찬 남성>


바로 이 모습이다. 경품은 경기장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기다리는 것이다. 제발 보은에서 벌어지는 저런 상황은 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12.jpg

<너는 뭐하니??????>


전국 여자축구선수권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운 날씨 뜨거운 햇빛을 가리기 위해 볼보이들에게 우산이 지급되었으나. 그들에게는 모두의 마블을 잘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 제공된 셈이었다.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 친구들을 불러와서 트랙에서 뛰어놀지를 않나. 게임에 정신이 팔려 볼이 나가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선수가 공을 달라고 해도 전혀 반응이 없는 모습도 있었다. '답답하면 니가 주워 오던가?' 이런 식이란 말이다.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 배치된 볼보이들. 이들에 대한 사전교육이나 주의사항 전달은 진행되지 않았다.


여자축구경기도 공식경기이며, 그에 맞는 격식은 갖추어야 한다.


지금까지 필자가 써내려 온 내용들은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현주소이며 부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여자축구팬으로 사는 거. 그리고 여자축구선수로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거.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마이너이며 乙이라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대체 언제쯤 이런 상황이 없어질까???'라는 필자의 질문에 인천제철의 팬인 지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에휴~ 하루이틀이냐? 이젠 기대도 안 한다. 바뀔 거 같음 진즉에 바뀌었겠지."


"바뀌는 건 지구가 망하는 날에나 가능할지도 몰라.” 


라고.


대한민국 여자축구팬은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아야한다... 그게 운명인지 모른다.








안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