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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상종이라고, 친하게 지내는 이들이 대부분 일 때문에 비행기 마일리지를 많이 쌓아놓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서로 똑같이 하는 것들은 남들도 당연히 같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좀 많다. 예를 들어 구겨지면 안 되는 물건을 소프트 캐리어에 넣고 전전긍긍하는 거. 출장 가면서 옷 많이 가져가는 거. 23kg이상 우겨놓고 왜 문제냐고 묻는 거.

여행업을 하는 지인들이 상대하는 분들은 저런 분들이다. 같이 술 먹다보면 술을 뿜게 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해외 여행 처음 나가는 분들이 패키지 여행을 가서 가이드 떨궈놓고 지도 밖으로 나가겠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모 베스트셀러 작가가 그 업계에서 공공의 적이 되는지 이해, 금방 된다.

그런데 좀 많이 당황스러운 것은 연말정산 시즌 즈음이 되면 특정 국제구호단체가 도마 위로 올라간다. 특히 한 단체는 그 베스트셀러 작가가 활동했던 까닭에 특정하게 타겟이 되고 있다. 한비야씨와 월드비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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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본 기자가 굴러다니던 밥 벌이 현장들은 흔히들 '오지'라고 불리는 곳들이다. 관광지가 아닌 히말라야 언저리, 스리랑카와 네팔의 정글 같은 곳들. 지금은 네팔의 정글들 중 하나가 처가고(네팔에 뭔 정글이 있냐고 하실 분들을 위해 첨언하면, 처가 마을에선 매년 한 두명 정도가 코끼리에 밟혀 죽는다).

그런 곳에서 봤던 양반들이 터무니 없는 소리 듣는 거, 아주 많이 당황스럽다. 내가 세례명을 필명으로 쓰고 있다는 것 때문에 기독교도 아니냐는 소리 종종 듣는데, 스페인에서 강제 영세 받아 쓰고 있는 영문 이름 정도의 의미만 있다. 아내와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내가 불교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지점에 종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이거 하나씩 정리해드리도록 하겠다.



1. 불투명한 재정

도대체 뭘 보고들 이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의 CMS로 돈을 넣을 수 있는 국제구호단체들 대부분은 의무공시공익법인으로 국세청 홈텍스 페이지를 통해 예산 결산을 공개해야 한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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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투명하지 않다면 뭐가 투명하다는건지?

공시하는 대기업들이 공시 안 해서 가카께서 대기업들 돈을 받아 흥청망청 사셨는지 모르겠지만, 월드비전은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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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위 기사(링크)가 어떻게 오역됐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 이스라엘 정부와 월드비전 가자 지역 책임자가 월드비전의 돈을 하마스에 돌렸다는 기사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무장투쟁을 하는 정당이고 준군사조직이고, 월드비전은 기독교 단체라는데... 그래서 반대한다는 분들이 수두루 빽빽한데 이슬람 무장단체에 돈을 줬다고? 뭐임?

저거 사실은 이스라엘 넘들이 팔레스타인인들 말려 죽일려고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를 체포한 조직은 한국의 국정원 국내파트라고 할 수 있는 신베트. 이스라엘 넘들이 뒤집어 씌운거다. 일단 신베트가 주장하는 돈 만큼 저 지부 예산이 못 미친다.

사실 부정이 저질러지는 곳들이 있긴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항상 신뢰할 수 있진 않으니까. 특히 NGO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권력이 되기도 하는 구호현장에서 부정부패의 가능성은 항상 있다. 2007년 라이베리아 현지 직원들이 구호식량을 갖고 장난쳤던 사례가 있었다. 이거 바로 조사관이 파견되어 조사가 진행되었고, 관계자들은 처벌되었다.



2. 아이들을 후원하는 줄 알았는데 지역 개발 사업이라구?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라고 하는 거.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의 만 배는 더 끔찍하다. 통상적으로 그 지역의 절대적 빈곤의 상태가 어떻다는 이야기를 할때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사는 인구가 전체 인구의 몇 %라고 이야기한다. 근데 더 낮아지는 지역은 하루 1달러 갖고 사는 지역들. 그러니까 일년에 한 사람이 5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사는 지역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게 얼마나 끔찍하게 가난하다는 것인지 잘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 이 정도의 빈곤 상태에선 자기 딸이 장기를 팔도록 강요할 수 있는 상태다. 자기 아내 보고 매춘을 하라고 강요하는 상태이기도 하고.

그 정도 빈곤 상태에 있는 지역들의 경우엔 돈을 가져다 준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그거 주변의 힘 있는 놈들이 몰려와서 다 뺏아간다. 소말리아가 어쩌다가 해적들의 천국이 되었는지 아시는가? 그거 이디오피아 대기근 당시 전세계에서 몰려들었던 구호물자들을 총으로 뺏기 시작한 것이 종자돈이 되었던 거다. 군벌들이 그 구호물자들과 돈으로 크기 시작해 지금의 저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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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수단으로 각광받는 것은 마이크로 크래딧, 공정무역 등이다. 이 복잡해 보이고도 실제로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가져가는 것이 많아 보이지 않는 사업들이 각광받는 건, 빈곤한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그렇다.

인도에서 가장 많이 벌어지는 범죄가 영아 유괴다. 갓난쟁이들에게 약 먹여 재운 상태에서 다니면서 아이 분유값을 구걸하는데 그 돈은 아이에게도 아이 엄마에게도 안 간다. 왕초에게 가지. 그래서 모든 가이드북은 절대로 돈으로 주지 말고 꼭 분유통을 사서 딴 다음에 주라고 한다. 그래야 돈으로 못 바꾸니까 아기 밥이 될 수 있기 때문.

그런 지역의 한 아이에게 선진국의 후원인이 생겨서 좋은 것 갖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 것 같으신가? 돈 없는 나라는 치안 상태도 안 좋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구호단체들은 지역에 따라 당장 구호 식량을 공급해야 하는 지역, 경제 활동을 개발해야 하는 지역 등 여러 카테고리로 그 지역에 적정한 사업들을 진행하게 된다. 아이 후원이라고 뭐 날라오는 것은 후원이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문제는 이걸 대체할 마케팅 메소드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3. 아 시끄럽고, 저들은 선교하는 이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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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근데 문제는 개종이 해방인 곳이 지구상에 꽤 된다.

예를 들어 인도. 인도 헌법의 아버지이자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분이 암베드카르다. <신도 버린 사람들> 읽어보신 분들 꽤 될게다. 주인공 소누의 아버지가 애칭을 부르면서 그 분이 오셨다고 잠시 즐거워하는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그 양반이 암베드카르다. 인도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인도 헌법을 기초한 분.

이 분, 인도 독립 전부터 인도 불가촉 천민들의 지도자였다. 불가촉 천민의 인권을 위해 평생을 싸우던 이 분, 마지막 저항이 뭐였는지 아시는가? 지지자 십수만명과 함께 불교로 개종하는 것이었다.

농촌에서 불가촉 천민이라고 한다면 지정된 일들, 가축 시체 치우는 것이나 똥 치우는 것 같은 일들을 제외한 다른 일을 하면 마을 이장단 회의에 끌려가 두들겨 맞는다. 애들이 반항을 좀 심하게 한다 싶으면 그 집 딸들을 강간하는 걸로 벌을 주기도 한다. 그런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개종 밖엔 없다.

작년 네팔 지진 당시 어리바리했던 한국인 의료봉사단이 애매한 종이 나눠주다가 현지 언론에서 지랄했던 그 지역 역시 계급 갈등들이 빡센 곳이다. 그리고 개종한 이들은 그 사회 체제와 싸운다. 사람 대접 받겠다고 싸우는 곳에서 선교하는 것 갖고 비판 한다는 건 사람이 사람 대접을 안하는 지역을 냅두라는 이야기랑 같은 의미다.

월드비전의 선교로 문제가 된 지역들은 하나 같이 종교가 지역의 권력과 결탁해서 사람이 사람 대접을 못 받았던 지역들이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착취는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 입장에서 '국교가 있는 지역에 가서 문제를 일으키는 조직'이라고 이야기하는 거, 뭐하자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 '국교'라는 말 자체가 제정일치 사회라는 것을 의미하고 그런 사회들 치고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곳 별루 없는데.



4. 당신은 구매자인가? 참여자인가?

좋은 세상 만든다고 순수한 백색을 자랑할 수 있는 조직은 없다. 구호단체들이 활동하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들은 워낙 처참한 상황이기 때문에 채용된 현지 직원들의 파워가 지역 공무원보다 높아지는 경우들도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하지만 그래도 선진국 조직들은 내/외부 감사가 있는 곳들이다.

부정이 저질러지는, 사람들의 선의를 빨아먹고 사는 인간들은 이런 감사가 없는 곳에서 활동하는 이들이다. 처참한 상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디오로 담아서 시골 할머니들에게 틀어주고 돈 받아가서 자기 자식들을 연 학비가 2천만원이 넘는 사립학교에 보내는 인간들도 실제로 있다. 그런데 걔네, 큰 조직에서 일 안한다. 자기 호주머니를 까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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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런 현장에 있으면 종교 없이는 멘탈을 유지하기 어렵다. 정말 뭐 쎄게 믿는 거 아니면 맨정신으로 하기 힘든 곳들 무진장 많다. 거지 패거리의 경우 애가 이쁘장하면 걔 손발을 자른다. 그러면 더 동정을 받으니까. 아니, 아빠가 딸 장기 사가라고 나서고 한 마을이 주민투표를 해서 단체로 의약품 실험, GMO실험에 자원했다가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죽어나가고 있는 곳들이 긴급구조 현장들이다. 그런거 보면 멘탈 안 갈릴 것 같은가?

문제는 자선을 사는 구매자로서 자신을 위치 지을 것인가, 아니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참여하려고 자선을 하는 것인가의 문제다. 구매자라고 한다면 맘에 조금이라도 안 들면 그냥 버리면 된다. 안 말린다. 하지만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참여하기 위해 돈을 내고 있다고 한다면 그런 자세를 취해선 안된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참해야지.

지난 여름, 이제는 빛이 바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연설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영광은 땀과 흙범벅, 그리고 피칠갑이 된 실제 원형 경기장에 있었던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용감하게 싸우는 사람, 실수하는 사람, 하지만 계속 다가가는 사람. 왜냐면 그곳에선 지름길과 실수 없는 노력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적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사람은 원대한 열망과 거대한 헌신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자신을 도구로 쓸 수 있는 최고의 성취를 위한 도전의 끝이 어떤지를 아는 사람이다."

본지 창간사에서도 밝히지 않았던가. 똥침 찌르다 보면 건더기가 묻을 수도 있다고. 마케팅 방법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더 나은 마케팅 방법을 개발하는데 동참해야지 열심히 조리돌림하면 뭐 어쩌자는 건가?

마지막으로 한국 NGO들 상당수는 오버헤드코스트, 즉 조직 자체를 운영하기 위해 소모되는 비용이 많다는 비판을 받아서 현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월 20~30만원을 활동비로 주는 곳들이 허다하다. 그거 갖고 살면 현지에서 구호 받아야 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병 걸린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경우, 현지 스탭들은 대략 월 15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안다. 근데 근로환경을 놓고보면 150만원도 최저시급이다. 무슨 일을 하든 최저시급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의 저자이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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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el Seong
트위터 : @ravenclaw69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