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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의 인간이 모르는 문제, 지금은 눈에 띄지 않는 문제들이 미래에는 얼마든지 제기 될 수 있어요. 그 미지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소리 없이 저장해 놓고 있는 것이 생태계입니다. 그런데 그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해버리면 인간은 제 손으로 미래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잃어버리게 되죠.

- 대담, 도정일 최재천 -




20121219.


그러니까, 작금의 이 모든 대혼란의 서막이 열린 날.


두 둥. 출구조사 발표는 믿을 수 없었다. 착오겠지. 치느님을 폭풍흡입하며 개표 방송을 시청하다... 체했다저녁 8. 잤다. 설핏 이리 저리 뒤척이다 깼다. 새벽 1. 혹시나 스마트폰을 켰다. 반전은 없었다. 다시 누웠지만 귀가 윙윙거려 잠이 오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증상이 있었다. EBS로 수능정답을 확인하는데, 과탐 1번부터 10번까지 하나도 맞은 게 없었다. 그날 밤에도 귓가에 윙윙 소리가 났지.


참으로 미스터리하다. 대선 TV 토론 체험 후에도 저 양반을 뽑을 수 있는 다수의 존재가 오싹했다. 회색 뇌세포를 조금이라도 사용한다면 저따위 선택은 불가능할 텐데. 그 누가 주장했던 뱅뱅이론이 이렇게 증명되는구나, 한탄했다.


꼭 바르게 살아야 하는가권선징악, 사필귀정. 일상이 그리 흘러가진 않던데옳고 그름을 가리는 에너지를 아껴 아몰랑’ 하면 속 편한데. 이 거지같은 헬조선에서 아차 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불안과, 생판 모르는 남에게도 대접 받는 지위까지 오르고 싶다는 욕망으로 산다 해서 손가락질 할 수 있나. 착하고 성실하면 반드시 성공’ 한다는 막연한 긍정은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코웃음 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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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쑥대밭인데, 뜬금없이 철새 이야기라니.


넌씨눈인가봉가.


뜬금없이 새가 땡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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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갯벌센터>에서 저어새탐조 체험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강사님 도움으로 저어새와 난생 처음 조우했다환경, 생태 쪽은 왠지 주눅 든다. 지구를 이 꼴로 만든 주범이라고 지적 받을 것 같아서 환경운동가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텅 빈 들판 너머 편히 쉬고 계신 저어새를 지켜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골 아프기 싫어서 환경 생태 같은 단어만 등장해도 못들은 척 했던 나와, ‘아몰랑 1과 뭐가 다른가풀지 못한 숙제는 저절로 사라지는 법이 없다. 대한민국의 남루한 오늘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아우성에 귀를 닫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한다면, 솔까, 와 닿지 않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현실은 너절하지만, 이럴수록 온전하게 살아보기 좋은 때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저어새 탐색을 이끌어주신 갯벌생태교육허브 <물새알>들풀님을 붙잡고 인터뷰를 청했다.


사설이 길었다.


그대들도 나도 모르는 강화의 생태. 한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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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을 떠나 강화에 정착하다


쎌러킴(이하 쎌) : <물새알>은 무슨 단체인가?

물새알(이하 물) : <강화탐조클럽>이라는 동호회가 전신이다. 새 좋아하는 사람들이 탐조를 핑계로 술 먹는 모임이다. 4년 쯤 됐는데, 새 사진 찍다 보니 강화에 새가 무지 많더라. 한반도에서 관찰되는 새가 대략 550종인데, 지난 4년간 강화에서 220종 이상 찾아냈다그렇게 모인 동호인들과 생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물새알이다.


쎌 : 강화도가 조류 관측에 유리한 까닭은 무엇인가?

물 : 새는 해안가를 좋아한다. 양식을 구하기 쉽고, 천적을 피하기 좋기 때문이다. 강화는 숨은 먹을거리 찾기에 만만한 넓은 갯벌과 논경지가 있는 섬이다. 심지어 몸을 숨길 수 있는 꽤나 깊은 산도 있다. 결론, 강화는 새들이 깃들여 쉬었다 가거나 머물기 괜찮은 축복의 땅이다. 강화 사람들은 별 관심 없지만.


쎌 : 강화출신인가?

물 : 외지 것이다. 원래 서울에서 살았고, 한때 노동운동을 했다. 노동운동이 도그마에 빠진 것은 아닌가 물음을 던지다가 새로운 지향의 노동운동 잡지를 만들었다. 조금 더 민중들의 삶으로 다가가려고 문화, 생태 등 다양한 부문을 담으려고 했다. 당시에 한 환경연구단체에서 일하던 후배가 ‘DMZ평화생태기행취재를 권유하더라. 운동권이 어디 가나. DMZ에 확 꽂혔다. 생태 말고. 직접 갔는데, 장소가 강화였다.


쎌 : 드디어 강화도 등장.

물 : 철책선 건너 새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한강에 새들이 살더라. 그 전에도 오다가다 봤을 텐데, 건성 이었던 거지. 대도시 서울을 관통하는 물길 따라 새들이 저렇게 집단적으로 서식한다는 게 신기했다그때였다. 새에게 홀랑 반한 게. 얼마 후 양구에서 비슷한 행사가 있어서, 편집 회의도 땡치고 달려갔다. 비로소 생태운동에 관심이 생기더라. 뭐라도 좀 알아야겠다 싶어서 숲 해설사 교육을 받다가, 결국 잡지사 그만 두고, 대책없이 짐 싸들고 강화로 확 이사해 버렸다.


쎌 : 강화에서 자리 잡기 쉽지 않았을 텐데.

물 : 맞다. 뭐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차에 다행히 <강화갯벌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강화갯벌센터>의 시작은 <인천환경운동연합>이다. 해양수산부에서 세운 <강화갯벌센터><인천환경운동연합>에서 첫 2년을 위탁경영했다. 그러다가 이런 저런 문제가 겹쳐서, <강화도시민연대>라고 하는 강화 지역민들의 시민운동단체가 이어 받았다. 잘 해왔는데, 덜컥 군수가 바뀌면서 민간위탁이 해지 되었다.


쎌 : 어쩌다 그렇게 되었나?

물 : 강화조력발전소 건립 추진 관련하여 관과 주민간의 충돌이 있었다. 개발을 바라는 군수는 조력발전을 밀어 붙였고, 이를 반대하는 <강화갯벌센터>가 눈엣가시였던 것 같다.




한반도의 갯벌, 철새들의 휴게소


쎌 : 저어새강의 중 플라이웨이(flyway)란 단어에 꽂혔다.

물 : 플라이웨이는 철새들이 월동지와 번식지를 오가는 비행 여정이다. 새들의 경로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북유럽-아프리카, 아메리카 남-북부, 동아시아-대양주 경로(EAAF). 한반도가 포함된 EAAF(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 동아시아-호주 철새이동경로)는 다양한 경로의 플라이웨이 중 가장 큰 이동 통로다특정한 종의 철새들이 시기별로 EAAF를 거치는데, 이 길을 지키려는 나라들이 설립한 철새보호 국제기구(EAAFP) 사무국이 인천 송도에 있다.

쎌 : 대한민국에 사무국이 있을 정도면, 우리가 EAAFP의 중심 역할을 하는 건가.

물 : 한반도는 지구의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이동하는 철새들이 본격적으로 대륙에 진입하기 전 마지막 쉼터다. 호주에서 출발한 철새들이 한반도까지 8천 킬로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온 후,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간 있다가 시베리아로 간다. ‘큰뒷부리도요는 뉴질랜드에서 한반도를 경유하고 알라스카까지 올라갔다가, 내려 올 때는 태평양 기류 타고 논스톱으로 난다. 새들마다 적응 방식과 이용 요건이 다르지만, 한반도를 휴게소로 이용한다는 점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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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 : 8천 킬로 논스톱! 왜 그리 힘들게 왔다 갔다 하는 걸까.

물 : 대체로 번식을 위해서다. 특히 북극 바로 아래의 툰드라 지대는 번식기 새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드넓은 초원지대와 엄청나게 늘어난 곤충은 새끼를 낳아 기르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존에 유리한 루트를 만든 건데, 생명의 신비 정도로 해두자. 일주일을 자지도, 먹지도 않고 날갯짓만 하는데, 작은 새는 섬과 섬을 점프하지만, 큰새는 가능하면 단숨에 간다. 하루라도 앞서 번식지에 안착해서 자리를 해야 하니까. 빨리 가기 위해 새들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쎌 : EAAF를 이용하는 철새들은 왜 한반도를 쉼터로 삼을까?

물 : 새들이 갯벌을 좋아하는데, 한반도에는 넓은 갯벌이 있으니까갯벌은 생물이 터 잡기 어려운 공간이다. 물 빠지면 땡볕, 물 들어오면 바다. 변화가 극심하여 어지간한 해서는 못 버틴다. , 갯벌에 사는 애들은 웬만한 멘탈을 뛰어 넘는 독한 놈들이다. 그러므로 한번 갯벌에 자리 잡은 종은 개체수가 무한 증식한다. 새들이 먹이 구하기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쎌 :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인 일본, 중국에는 갯벌이 없는가?

물 : 일본의 서쪽은 수심이 깊은 우리의 동해고, 동쪽은 망망대해 태평양이다. 고로 일본은 갯벌이 많지 않고, 그나마 있던 갯벌도 거의 매웠다. 중국은 갯벌이 꽤 있었는데, 많이 매립했다. 몇 해 전부터 강화도에서 발견되는 영국갯끈풀이라는 식물이 있다. 해류를 타고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키 작은 갈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다. 번식력이 좋아서 순식간에 갯벌을 육상화 시키는 갯벌 파괴자. 중국은 갯벌 매립을 위해 1960년대부터 일부러 심었는데, 요즘 엄청 후회하며 방재 작업 중이다. 따라서 중국도 갯벌이 그다지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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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갯벌은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3국에 접한 와덴해 갯벌이다. 3개국이 공동으로 갯벌생태공원을 운영하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도 등재되어 있는데, 통계를 보니 우리 갯벌 생물양이 와덴해에 비해 몇 배 이상이다. 크기 1mm 이상인 대형저서생물은 총 717종으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와덴해 갯벌(168)보다 4배 이상이다.


와덴해는 주로 모래갯벌인데, 우리는 펄갯벌, 모래갯벌, 혼합갯벌 등 갯벌 바닥을 이루는 물질이 다양하다. 갯벌 저질(底質)에 따라 서식하는 생물 종 및 양의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갯벌은 철새들 입장에서는 낙원이다.


쎌 : 한반도에 갯벌이 넓게 생성 된 이유는 무엇인가?

물 : 갯벌 발생 방식은 여러 가지다. 우선, 해저 지형이 완만해야 한다. 육지로부터 유래한 퇴적물이 쌓이는 큰 강 하구에 갯벌이 발달한다. 또는 섬이 많거나 지형이 복잡해서 파랑 세기가 약해지면 찰랑 찰랑 하며 물에 떠있던 입자가 가라 앉아 갯벌이 생기기도 한다. 비슷한 원리로 리아스식 해안에도 갯벌이 많다.


한반도 서안은 위의 요건을 몽땅 충족시킨다. 동고서저 지형은 물줄기를 서해로 이끌고, 서해 자체가 큰 만이어서, 외해에서 침입하는 큰 파도를 막는다. 심지어 서해는 리아스식 해안이다! 이러한 우연의 일치가 모여 한반도의 서쪽은 타 지역보다 퇴적물 내 생물양이 많은 갯벌 형성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다.


쎌 : 한반도 갯벌이 그렇게 훌륭한지 몰랐다. 세계 5대 갯벌 어쩌고 하기에 국뽕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착한 갯벌을 어째서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시키지 않았을까?

물 : 최근 그런 움직임이 있긴 한데, 여전히 갯벌은 쓸모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는 참여정부에서 했다. 참여정부에서도 갯벌, 환경 분야는 다른 이슈에 비해 위중함에서 밀렸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정부도 생태 문제는 이었던 거다.


쎌 : 땅덩이가 좁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물 : 갯벌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거 싫어하는데, 한 번 따져보자. 갯벌은 지구 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하지만 단위 면적당 가치로 따지면 숲의 10, 농경지의 100배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갯벌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1km263억 원, 16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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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산만, 서산, 동아매립지, 새만금.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주었나. 매립지에서 해보겠다고 발표했던 것 중 절반도 실행되지 않았다. 대기업은 땅장사로 신났겠지만, 국민 형편은 무엇이 달라졌나,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쓸모없어 보이는 갯벌 위에 아파트도 세우고 공장도 지으면 마치 살림이 나아질 것 같은 착각을 준다. 매립의 경제적 이득은 검증 되지 않았다. 개발이데올로기에 넘어간 게 이것 뿐은 아니지만.


쎌 : 결국 또 속았단 말인가?

물 : 새만금 물막이 공사 끝나고 2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가?


호주에서 월동하고 한반도를 거쳐 시베리아로 가는 붉은어깨도요가 물막이 공사 후 2년 사이 개체수의 80% 이상이 사라졌다. 걔들은 수천 킬로 와서 짧게 먹이 활동 하고 다시 수천 킬로 날아가야 하는데. 웬걸. 갯벌이 사라졌다! 어느 조류학자가 "도요는 발 보다 부리가 먼저 갯벌에 닿는다."고 했을 만큼 굶주려 있어서, 십중팔구는 아사한다. 운이 좋아 살아남아도 영양실조 상태로 비행 도중 추락하고, 시베리아 도착해서 부화해도 껍질이 얇아서 결국 번식에 실패 한다. 호주 조류학자가 밝힌 거다. 그만큼 새만금 공사가 치명적이었다는 증거다. ‘붉은어깨도요만 그럴까? 밝혀지지 않은 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새만금 공사 이후 죽은 갯벌 위로 새하얗게 떠오른 조개 사체를 봐라(관련기사 - 링크)


본디 새만금 근처에서 생산된 백합은 수출도 했다. 지금은 국내소비량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백합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네 인생에 딱히 이로울 것도 없는 간척 사업 때문에, 국산 백합을 못 먹는데, 왜 이걸 안 따지지?


쎌 : 한 식탐 하는 처지인데, 되게 열 받네.

물 : 멸종위기종 2급인 알락꼬리마도요부리 생김새도 한반도 갯벌의 가치를 입증한다. 요놈이 호주에서 월동을 하고 시베리아에서 알을 낳는다.


영구동토층이 있는 툰드라 지대는 여름에 자박자박한 습지대가 된다. 드넓은 초원에 온갖 곤충들이 태어나고, 새들이 입만 열면 곤충들이 저절로 입안으로 쏙쏙 들어올 정도다. ‘알락꼬리마도요의 긴 부리는 툰드라 지대 먹이활동에 오히려 불리하다. 그렇다면 월동지역인 호주에서 필요한 것인가 조류학자들이 조사를 했다. 10월부터 2월까지 머무는 호주에서 알락꼬리마도요의 주식은 병정게. ‘병정게는 해변에 얕은 구멍을 판다. 역시 긴 부리와 무관하다. 겨우 한 달가량 지내는 강화 갯벌에서 알락꼬리마도요의 먹이활동을 주시했다. ‘알락꼬리마도요는 주식인 칠게를 사냥하려고 굴을 후벼 파는데, 구멍 깊이와 부리 길이가 일치했다.


쎌 : , 소름.

물 : 그게 뭐 어떻다는 거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새들은 환경 민감도가 크고 이동성이 강해서, 여건이 바뀌면 다른 장소를 기어이 찾아낸다. 새들끼리 인간들을 향해서 이렇게 뒷담화 하겠지. ‘니들이 남 걱정할 때냐.’ 우리나라를 찾는 새가 점점 줄고 있다. 그건 생명이 살 수 없는 자연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그 땅에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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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F/W 강화 철새 탐조


쎌 : 올 겨울 강화 철새 탐조 꿀팁 좀 전수해 달라.

물 : 탐조는 새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훔쳐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에 관한 기본 정보를 충실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동방예의지국에서 뭐 좀 하려면 장비부터 갖추는 게 미풍양속 아닌가. 쌍안경은 보통 10×25 식으로 표시하는데, 앞이 배율, 뒤는 대물렌즈의 지름을 의미한다.


대물렌즈의 지름이 넓을수록 시원하고 선명하지만, 비용도 사악해진다. 그래도 새를 사랑한다면 '라이카 울트라비드 HD-PLUS 에디션 에르메스' 쯤은 들어 줘야 어디가서 새 좀 봤다고 하지 않겠나. 장비에 대해서는 인터넷 검색해서 덕후들의 가르침을 따를 것올해 저어새는 거의 다 내려갔다안쪽에 몇 마리 있는 모양인데 곧 떠날 거다지난주에 두루미 10마리가 강화에 막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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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는 비무장 지대처럼 인적 드문 곳에만 출몰하는 것 아닌가?

물 :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는 대부분 일본에서 월동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철원, 연천, 파주 주변의 비무장지대 부근에서 겨울을 난다. 대략 2,500개체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독 30개체 정도가 강화 갯벌에서 머문다.


쎌 : 갯벌에 사는 두루미는 오직 강화도에서만 만날 수 있나?

물 : 두루미는 추수 끝난 논에서 낮 생활을 하고, 밤에는 얼음 호수 구석에서 잔다. 추측하건데, 뜻밖에 비행루트에서 벗어나 강화갯벌에 불시착 한 최초의 개체가 있었을 거다. 갯벌 생물을 먹어보니 맛있거든. 이 후로 매년 방문 하는 거지. 국제 두루미 재단 창시자인 아치볼드 박사는 다른 곳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랑 강화 두루미는 다른 집단인 것으로 해석한다. 갯벌이랑 벌판을 넘나드는 두루미는 오직 강화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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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 : 두루미 말고 다른 새들도 추천 바란다.

물 : 개리라고, 리쌍 개리 말고.

쎌 : 아재개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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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오리 종류인데, 천연기념물이고 멸종위기2급 철새다. 겨울 강화에서 흔한 편이다. 간혹 길 잃은 철새랑 마주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년에는 줄기러기를 찾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4번째 관찰 기록이다. ‘인도기러기도 발견됐다. 이동 선상에 한반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태풍에 휩쓸려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이렇듯 가끔 우리나라에서 절대 만날 수 없는 애들과 인연을 맺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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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 : 나 같은 새알못은 새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물 : 아무래도 초짜는 어렵겠지. 전국 각지의 탐조 동호회 도움을 받아라집에서 혼자 관찰하려면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텃새부터 시작하길. 적어도 까치, 까마귀 정도는 구분 하겠지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담이 있다. 얘들이 똑똑하다. 익숙한 마을사람 말고 낯선 외부인이 등장하니까 침입자로 인식하고 시끄럽게 짖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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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 : 청와대 그 누구를 조류로 칭한 것은 잘못이군.

물 : 조류에게 실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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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물 : 2016년 한 해 생태교육을 1,500명가량 진행했다. 강화주민들도 있었지만, 외부 지역 사람들이 더 많았다. 강화에코투어를 체험한 참가자들은 깊은 감명을 받고 환경지킴이를 자처한다. 거창한 구호 대신 이렇게 작은 한 걸음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게 아닐까.

백문이 불여일견. 느긋하게 겨울 하늘을 바라보길 권유한다. 이 땅에는 우리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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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

본 편의 모든 사진은 들풀님 블로그에서 업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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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